해마다 추석 연휴 즈음엔 가을의 정취가 절정으로 무르익는다. 무더위에 지치는 여름날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때 즐기는 휴식은 더욱 알짜라 하겠다. 고향에도 내려가고 가족여행을 떠나는 등 저마다 연휴 계획이 있겠지만, 특별한 일정이 없는 이들이라면 호텔 패키지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파크하얏트서울 더라운지 ‘라이츠아웃’ 프로모션
파크하얏트서울 더라운지에서 반짝이는 가을 야경을 감상하며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라이츠아웃(Lights Out)’ 프로모션을 11월 30일까지 진행한다. 매일 오후 9시 30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콜드컷, 치즈플래터와 와인, 맥주 등의 무제한 주류를 즐길 수 있다(가격 1인 6만9000원, 부가세 포함, 봉사료 없음). 호텔 24층에 위치한 더라운지는 전면 유리창을 통해 낮에는 풍부한 자연 채광을, 밤에는 아름다운 도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을밤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줄 무제한 주류로 스파클링, 레드, 화이트 등 종류별 와인과 플래티넘 화이트에일 생맥주가 제공된다. 영동대로와 코엑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연인석은 좌석이 한정돼 있으므로, 둘만의 시간을 계획하고 있다면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추석 시즌에는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에 고급 육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미트말벡’ 프로모션(10월 7일까지)과 쌀쌀한 가을 날씨에 잘 어울리는 ‘스키야키와 사케’ 프로모션(10월 31일까지)도 진행하니 참고하자.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시네마 홀리데이 패키지’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월 22일부터 10월 8일까지 넉넉히 즐길 수 있는 ‘시네마 홀리데이 패키지’를 내놓았다. 스위트형의 객실 1박 이용권을 비롯해 파크카페 내에서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전, 송편, 식혜 등 명절 음식이 포함된 조식 2인 이용권을 제공한다. 더불어 젠가, 미니 사커 게임, 흔들흔들 해적 등 보드게임 이용(택 1) 혜택으로 아이들과 함께라도 즐겁다. 8만 원 추가 시에는 수 스파 페이셜&보디 60분 트리트먼트 혜택으로 명절로 지친 피로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CGV 영화 티켓 2매’가 증정돼 바빠서 누리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2박 투숙 시 10% 할인, 3박 투숙 시 15% 할인 혜택이 제공되며, 스튜디오와 1베드룸 아파트먼트 객실이 문으로 연결돼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투숙하는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커넥팅 룸 선택도 가능하다. 이 밖에 실내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키즈풀&키즈룸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가격 스튜디오 23만6000원, 1베드룸 아파트먼트 26만6000원, 1베드룸 스위트 28만8000원, 커넥팅 룸 50만8000원, 10% 봉사료 및 10% 세금 별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 ‘스태리 나이트 & 해피투게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는 추석을 맞아 9월 21일부터 30일까지 ‘스태리 나이트(Starry Night)’와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 패키지를 선보인다. 스태리 나이트 패키지에는 제주 경관을 품은 호텔 슈페리어 객실 1박과 조식 뷔페 2인, 바다를 바라보며 늦은 저녁까지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실내외 온수풀 이용권이 포함된다. 명절의 피로를 풀어줄 사우나 이용권 2매와 카페 디저트(커피 2잔 및 쿠키 세트)도 제공한다. 2박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가을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별비치 가든과 칵테일 2잔 이용권을, 3박 투숙객에게는 보다 넓고 편안하게 머물도록 스위트 객실 업그레이드 혜택을 준다(가격 23만9000원부터, 세금 및 봉사료 별도). 해피투게더 패키지는 3인 가족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리조트프리미어 트윈 객실 1박과 조식 뷔페 3인, 실내외 수영장 이용권으로 구성된다. 보드게임 ‘모드락’ 1시간 무료 이용과 사우나 3인 이용 혜택도 누릴 수 있다. 2박을 할 경우 해비치만의 노하우로 숙성시킨 흑돼지와 식사 메뉴로 구성된 ‘하노루 디너 세트’를 1회 제공하며, 3박에는 스위트 객실로 업그레이드 가능하다(가격 27만9000원부터, 세금 별도).
찌는 듯한 한여름 더위, 잠시 땀을 식히며 읽기 좋은 신간을 소개한다.
본과 폰, 두 사람의 생활 (본, 폰 저ㆍ미래의창)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75만 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 네티즌의 워너비로 떠오른 한 60대 부부가 있다. 바로 본(bon)과 폰(pon)이다. 일본의 평범한 부부였던 두 사람은 어느 날 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 화제가 됐다. 백발의 머리로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를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의 남편 본과 활발하고 다혈질인 아내 폰. 상반된 성격 탓에 종종 싸우기도 했지만, 남편이 은퇴한 뒤에야 비로소 둘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갖게 됐다는 두 사람이다. 결혼한 지 어언 37년 차,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이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콩달콩한 일상을 공유한다. 네티즌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의 감각적인 커플 패션. 똑같은 디자인이 아닌, 비슷한 무늬와 소재의 옷을 적절하게 매치해 같은 듯 다른 시밀러룩을 선보인다. 책에는 평소 부부가 자주 착용하는 커플룩 아이템과 스타일링 비법, 쇼핑 노하우 등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아울러 그동안 두 사람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받아왔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실었다. 커플룩에 도전해보고 싶은 시니어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지금이 내 인생의 골든 타임(이덕주 저ㆍ초록비책공방)
장수시대를 맞이해 이전의 노인 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가진 ‘신노년 세대’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나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도전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사례를 담았다. 아울러 은퇴 후의 시간을 ‘인생의 골든타임’으로 만드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김석중 저ㆍ지택코리아)
유품 정리를 배우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간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말하는 유품의 의미와 한·일 노년의 삶. 유품 정리뿐만 아니라 고독사 문제를 비롯한 사회 현상, 문화생활 등에 대해 한국 베이비붐 세대와 일본 단카이 세대의 차이점을 지적한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프랑수아 아르마네 저ㆍ문학수첩)
‘당신이 무인도에 갇히게 된다면 가져갈 책 세 권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 세계 유명 소설가, 시인, 극작가 등 196명이 내놓은 답변을 모았다.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문체처럼 다양한 도서들과 더불어 책을 선정한 이유,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까지 엿볼 수 있다.
칵테일 도감(칵테일 15번지 외 공저ㆍ한뼘책방)
도쿄 긴자의 유명 바텐더들이 엄선한 228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담았다. 마티니, 모히토 등 역사가 깊고 잘 알려진 칵테일은 물론, 레인보우, 사케티니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칵테일도 소개한다. 생생한 사진과 아이콘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기 쉽게 구성했다.
두 가지 이상의 음료를 섞어 만든 칵테일은 그 종류만 해도 수십, 수백 가지가 된다. 다양한 맛과 향, 청량감을 자랑하는 칵테일과 함께 시원한 여름밤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김행수(60), 조미옥(59) 두 동년기자가 ‘루이스 바’에 방문했다.
다양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바(Bar)
옛날에는 호텔이나 번화가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바를 이제는 동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선정릉의 한 골목길에 위치한 ‘루이스 바’도 그중 하나다. 한국음료강사협의회 전재구 대표는 “사람들에게 바 문화가 친숙해지면서 멀리 가지 않고도 칵테일이나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바를 낯설어하는 사람도 많다. 문란하진 않을까, 복장에 신경 써야 하는 건 아닐까 지레짐작을 하고 걱정을 하는 것이다. 전 대표는 “우선 문을 열고 들어가 보시라”며 조언한다.
“바는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있어요. 전혀 문란한 공간이 아닙니다. 또 바에는 정해진 룰이 없기 때문에 편하게 오셔도 됩니다. 단, 지나치게 많이 마셔 취한다면 실례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김행수 동년기자
어떤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냐에 따라 대화의 주제와 질이 달라진다. 바에서 먹는 칵테일이 조금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몇만 원 더 투자해서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미옥 동년기자
‘바’ 하면 시끄럽고 문란한 이미지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은은한 조명과 조용한 바의 분위기는 오히려 상대방의 말에 귀를 더 기울일 수 있도록 도와줬다. 바가 처음이라면 바텐더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앉아보길 추천한다.
어떤 칵테일을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바에 들어왔다면 절반은 성공이다. 이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칵테일을 주문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수십여 종에 이르는 칵테일 중 어떤 걸 주문해야 할지 어렵기 때문이다. 섹스 온 더 비치, 오르가슴 등 자극적인 이름의 칵테일부터 진토닉, 모히토, 코스모폴리탄, 블랙 러시안 등 친숙한 이름의 칵테일이 눈에 띈다. 한 번쯤은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되어 마티니를 시켜보는 것도 좋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텐더에게 물어보거나 추천을 받는 것이다. 추천받을 땐 두루뭉술하게 ‘맛있는 칵테일’이라고 말하지 말고 신만, 단맛, 쓴맛 등 좋아하는 맛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김행수 동년기자
아내와 데이트할 때 마셨던 핑크레이디 칵테일이 생각났다. 지금은 많이 찾는 칵테일이 아니라 하니 내심 아쉬웠다. 그 대신 칵테일로 진토닉을 추천받았다. 헨드릭스 진을 사용한 진토닉은 오이와 어울려 깔끔하게 마시기 좋았다. 이처럼 바텐더에게 추천을 받으면 입맛에 맞는 칵테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조미옥 동년기자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영화 ‘내부자들’에서 배우 이병헌이 “모히토에 가서 몰디브나 한 잔”이라는 대사였다. 이렇게 기억에 남는 칵테일을 주문해보니 꽤 즐거웠다. 비록 몰디브에서 먹는 모히토는 아니었지만, 라임의 상큼함과 애플민트의 향긋한 향이 어우러진 모히토는 여름과 잘 어울리는 칵테일이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칵테일칵테일은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 때 파티 분위기를 내기에 딱 좋은 메뉴다. 또 특별한 기술 없이 냉장고 속 재료만으로도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취미로 즐기기에도 좋다. 칵테일을 만들 때 필요한 대표적인 도구로는 음료를 섞어주는 셰이커(shaker), 재료의 용량을 재는 지거(jigger), 레몬, 라임 등 과일즙을 짤 때 사용하는 스퀴저(squeezer) 등이 있다. 이렇게 몇 가지 도구만 갖춘다면 집에서도 근사한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 칵테일의 매력 중 또 한 가지는 바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료라는 점이다. 모든 칵테일에 알코올이 들어 있을 것 같지만 무알코올 칵테일(mocktail)도 있다. 술 대신 달콤한 주스를 섞어도 좋다. 올여름엔 집에 놀러온 손주를 위해 시원한 칵테일 한 잔 만들어보자.
김행수 동년기자
무알코올의 선라이즈 칵테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원래는 테킬라에 오렌지 주스와 석류 시럽을 넣어 만든 테킬라 선라이즈가 원조이지만 테킬라 대신 파인애플 주스를 넣으면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무알코올 칵테일이 만들어진다. 질량이 큰 시럽이 아래쪽에 쌓이면서 3층 구조를 이룬다.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이 칵테일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인기 만점 할아버지가 되지 않을까.
조미옥 동년기자
이번 체험을 통해 처음으로 칵테일을 만들어봤다. 보드카, 트리플섹, 라임 주스, 크랜베리 주스를 섞은 코스모폴리탄이라는 칵테일은 미국 시트콤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유명해졌다. 바텐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셰이커에 얼음과 음료를 넣고 흔들었다. 셰이커를 눈높이까지 올려 힘차게 흔들어주는 동작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어색했지만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또 얼음과 셰이커가 부딪쳐 내는 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시원하게 해줬다.
아이, 어른 누구나 읽어도 흥미로운 그리스 로마 신화.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더불어 그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까지 담아낸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책방에서 만나봤다.
참고 도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리스 로마 신화’ 필립 마티작 저
자료 제공 뮤진트리
신화가 영향을 준 예술 작품들
흔히 그리스 로마 신화 도서들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대부분. 반면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오늘날 문화 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대해 다양한 예술 작품과 더불어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후대 예술과 문명에 비친 OOO’이라는 콘셉트로 신화 속 인물이나 사건이 후대 예술 작품에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 설명한다. 예를 들어 ‘후대의 예술과 문명에 비친 아프로디테의 탄생’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인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후대의 예술과 문명에 비친 레다’에서는 다빈치의 ‘레다’ 등에 대해 그림과 함께 이야기한다.
프로필로 보는 신화 속 인물들
신화 속 인물을 각각 상세하게 설명하기에 앞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프로필을 보여준다. 신이나 영웅들은 가족이나 연인 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는데 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부모, 배우자, 연인, 자녀를 비롯해 인물의 특징과 능력, 상징(물), 소재지 등을 정리했다. 특히, 트로이 전쟁에 관여한 인물들을 서열에 따라 보여준 점이 흥미롭다. 크게 그리스인과 트로이인으로 나누고 신, 왕, 영웅, 여인으로 분류해 서열 순서대로 인물들을 설명한다. 트로이 출신이지만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던 제우스를 비롯해 포세이돈, 아테나, 아프로디테 등 30명을 언급했다.
펜화와 명화를 함께 보는 재미
글로만 읽는다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에 90여 장에 이르는 삽화와 관련 명화, 조각 이미지 등을 넣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책에 실린 모든 펜화는 19세기에 제작된 작품들이라 한다. 펜화를 포함한 모든 이미지는 흑백으로 실려 있지만, 신화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책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즐거움
#plus1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망각의 여신 레테. 그녀의 강한 이미지는 현대 시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책에는 ‘레테 칵테일’ 레시피가 나오는데 그 과정이 독특하다.
#plus2
책에서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인물 소개를 읽고 난 뒤 영화 ‘트로이’(2004)를 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물론 반대로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것도 유익하겠다. 이 영화의 미술감독인 나이젤 펠프스는 작품 배경의 철저한 고증을 위해 제작 전부터 각종 서적과 사료를 탐독했다고 한다. BC 1200년경 미케네 문명과 이집트 문명을 조합한 배경과 당대 예술의 아름다움, 서사적 장대함을 동시에 표현해냈다. 특히 4만 496㎡의 트로이 성과 실제 건물 4층 높이로 제작된 약 12m의 트로이 목마의 웅대한 스케일이 압도적이다.
#plus3
벨기에 플랑드르의 화가이며 바로크 시대 미술의 권위자로 불린 페테르 루벤스(Peter Rubens, 1577~1640). 강렬한 색감과 관능미를 추구했던 그는 신화를 바탕으로 한 초상화, 역사화, 풍경화 등을 그렸다. ‘아레스로부터 에이레네를 보호하는 아테나’, ‘에우로페의 납치’, ‘메두사의 머리’, ‘바쿠스’, ‘비너스와 큐피드’ 등이 대표작이다.
필자는 명동을 좋아한다. 서울의 심장부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젊은 날의 추억이 빼곡히 담겨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닐 때도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명동에 나와 노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한때는 겉멋이 들어 사보이호텔 골목의 ‘화이어 버드’나 예쁜 이름의 칵테일 집을 찾아다니며 커피보다 두세 배는 더 비싼 슬로우 진이나 스쿠르 드라이버, 카카오 주스 같은 칵테일을 마시고 다니기도 했다.
명동은 바둑판 같은 모양으로 펼쳐져 있어 어디를 가든 어떤 골목이든 예전 모습과 같다. 물론 거리를 장식한 쇼윈도의 업종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의 낭만과 추억을 찾아보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다.
요즘 길거리에 나가 보면 쭉쭉 뻗은 각선미를 자랑하는 젊은이의 모습이 넘쳐난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차림새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건강해 보이고 예뻐서 한참을 바라볼 때가 있다. 비록 나이는 많이 들었지만 필자도 미니스커트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다리를 훤하게 내놓는 짓은 하지 않는다. 겨울날 긴 코트를 입으면 그 안에 살짝 미니스커트를 착용하는 정도다.
젊었을 때 미니스커트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대학 3학년인가 4학년 때 우리나라에서는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을 했다. 장발을 한 청년이 단속에 걸리면 머리카락 일부가 가위로 싹둑 잘려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여자들은 그 당시 얼마나 단속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옷을 양장점에서 맞춰 입던 시절이었는데, 가봉을 할 때마다 양장점 아저씨 아줌마(디자이너)들과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조금만 더 짧게요, 더, 더.", "안 돼!! 그만 올려!" 하면서 말이다.
어느 날 단짝 친구 영주와 명동엘 갔다. 물론 필자는 초미니 차림이었다. 그런데 명동예술극장 근처에서 필자가 경찰관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파출소에 가 보니 장발한 청년들로 북새통이었다. 요즘도 가끔 옛 생각을 하며 그리운 명동을 거닌다. 그러다가 파출소가 보이면 그날이 생각 나 항상 미소가 지어진다.
그날 필자 친구 영주는 쇠창살을 두른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필자는 죽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고 또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경찰이 학교에 연락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학교와 과를 물은 뒤 훈방되었지만 무척이나 가슴을 졸였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필자 인생에서 그런 에피소드라도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밋밋하고 싱거웠을 인생이었을 테니 말이다.
다음 날 학교에 가니 교수님이 "자네 어제 명동파출소에 갔었나?" 하고 물으셨다. 필자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창피했으므로.
"아닌데요…."
그때 우리 과에 필자랑 이름이 같은 친구가 있었다.
"아, 그럼 그 녀석인가보군."
그쯤에서 사건은 마무리되었는데, 교수님이 그 친구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셨는지는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무사히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럽고 창피했던 일도 훗날에는 하나의 추억이 되기도 한다. 그 시절이 자꾸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빈 공간으로 방치되었던 옥상이 요즘은 간단한 주류나 음식을 파는 ‘루프톱 바’ 또는 ‘루프톱 카페’로 변신했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경치와 도시의 야경은 루프톱의 인기 비결이다. 올여름, 에어컨 바람이 지긋지긋하다면 루프톱에서 야경과 시원한 자연바람을 벗 삼아 한여름 밤을 지내보는 건 어떨까?
스카이야드(SKYARD)
서울 광진구를 지나다 보면 우뚝 솟아 있는 건물이 눈에 쑥 들어온다. 바로 아차산 위에 자리한 비스타 워커힐 서울(구 W 호텔)이다. 나무와 식물이 공존하는 ‘스카이야드(SKYARD)’는 그 이름처럼 하늘 위의 마당 같은 느낌의 루프톱 바다. 저녁 8시부터 켜지는 조명과 잔잔한 클래식은 선베드, 그네 의자, 테라스 등 각종 휴식시설과 어울리며 이국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한강과 녹색 빛으로 물든 광진교,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롯데월드타워는 루프톱에서 볼 수 있는 야경의 멋을 한층 더해준다. 피로를 풀어줄 풋스파는 덤. 루프톱 이용객은 석양에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무료로 족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스카이야드에서는 음료와 간단한 안주를 판매한다. 얼음통에 담긴 캔맥주와 주스는 여름밤의 무더위를 날려준다. 안주로는 견과류, 치즈스낵, 쿠키가 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스카이야드에서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177 (비스타 워커힐 서울 4층)
버티고 (VVertigo)
여의도 고층빌딩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아름다운 야경과 라이브 밴드 음악에 취해보자. 더운 날씨와 지친 일상에 청량감을 더해줄 시원한 칵테일과 호텔 셰프가 준비한 다양한 그릴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위치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10 (콘래드 서울 9층)
파노라마 라운지 (Panorama Lounge&Bar)
이번엔 숭례문이다. 서울의 정문, 국보 1호인 숭례문은 16층에 위치한 파노라마 라운지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최근 새롭게 준비한 프로모션 ‘썸머 바비큐 패키지’를 통해 최상층 루프톱에서 셰프가 직접 구워주는 바비큐 플래터와 무제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다.
위치 서울 중구 세종대로 58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호텔 16층)
더 그리핀 (The Griffin)
11층에 마련된 루프톱 테라스에선 흥인지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보이는 서울성곽길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동대문의 멋진 파노라마 뷰를 완성한다. 근사한 야경을 배경으로 코리아컵 우승자인 바텐더가 제공하는 맛있는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279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11층)
호텔 카푸치노 루프톱 바
낮은 주택가에서 높이 솟은 강남의 빌딩이 도심의 밤을 환하게 비춘다. 호텔 카푸치노 루프톱만의 자랑인 20여 종의 가니쉬와 다양한 칵테일. 남산이 바라다보이는 멋진 야경을 안주 삼아 한잔 기울이기 좋다.
위치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155 (호텔 카푸치노 17층)
아내는 남의 식구가 우리 집에 오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경상도 집안이라 친척들과는 더 없이 잘 지내는데 남의 식구는 찬바람이 쌩쌩 날 정도로 불편하게 대했다. 심지어 손님이 간 다음에는 손님의 손길이 닿았던 문고리 등을 걸레로 닦는 결벽증까지 있었다. 설거지할 때도 손님이 사용한 컵이며 수저 등은 무슨 약품을 쓰는지 몰라도 특별히 더 세척했다. 반면에 필자는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을 좋아했다. 우선 음주운전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대로 술을 마실 수 있고 필자의 집이라 편했기 때문이다. 또 집에서 음식을 먹으면 경제적으로도 절약이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들이 집에 초대를 받으면 마음을 열고 오랫동안 고마워한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 평소 직장에서는 사무적으로 대하다가 집으로 초대해 정성스럽게 접대를 하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며 감동을 하곤 했다. 대우받는다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한번은 직장에서 퇴근할 때 부하 직원을 집으로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다음 날부터 연휴라서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좀 더 가까워지는 데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내의 표정이 싸늘했다. 손님을 싫어하는 데다가 연락도 없이 손님을 데려왔다는 항의의 표시였다. 그러고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술상으로 소반을 내놓고 양주병을 꺼내 가져왔는데 안주거리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양주에는 마른 오징어구이가 제격인데 보이지 않았다. 냉장고 안에서 급한 대로 술안주 될 만한 반찬을 꺼내 먹을 수밖에 없었다. 부하 직원은 필자의 아내가 안방에 들어가서 나오자 않자 불청객이라는 입장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부하 직원은 직장에서 아내의 냉랭한 태도와 당황하며 쩔쩔매던 내 모습을 다른 직원들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그 당시 필자는 봉제공장 공장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하청공장에 가면 사장 부부가 우리 집을 구경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하청공장이 대부분 지하실이었는데 서울 강남에 있는 우리 집은 어떻게 꾸며놓고 사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집에 초대했다가 아내가 냉랭하게 대하면 손님이나 필자 입장이 난처해질 것 같아 언제든 초대하겠다고 말만 해놓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일주일간 미국에 있는 처형네 집에 다녀오겠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일주일 내내 손님들을 집에 데려와 술파티를 벌일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뻔질나게 해외출장을 다닐 때마다 사온 각종 양주들은 장식장에 고스란히 있었다. 술은 혼자 마시는 것보다 여럿이 마셔야 제맛이 난다.
그룹별로 초대할 명단을 뽑아봤다. 그러고 하루는 생산부 사무직원들, 하루는 공장 반장급들, 하루는 사무 여직원들, 나머지는 하청사 부부들을 따로 부를 계획을 세웠다. 안주와 식사는 마른안주에 중국집 등 동네 음식점에서 주문해 먹으면 될 일이었다. 과일은 통째로 칼과 과일바구니를 갖다 놓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깎아 먹으면 됐다.
필자의 특기는 진토닉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특기라 할 것도 없는 것이 제조방법이 너무나 간단하다. 드라이진이나 보드카에 토닉워터를 타고 통조림에서 꺼낸 빨간 체리 하나를 넣어주면 훌륭한 진토닉 칵테일이 된다. 주량에 따라 토닉워터의 양을 조절하면 된다. 투명한 크리스털 잔에 담긴 빨간 체리 때문에 보기에도 좋다. 오렌지 주스를 섞기도 하는데 그러면 노란 스크류 드라이버가 된다. 사람들은 소주와 맥주는 어느 정도 자신의 주량에 맞춰 마신다. 그러나 진토닉이나 스크류 드라이버는 생소한데다 어느 정도 마셔야 취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많이 마실 수 있다. 술맛이 달달해서 잘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보드카나 드라이진은 알코올 도수가 만만치 않게 높다. 멋모르고 마셨다가는 많이 취하게 된다.
칵테일 종류의 술은 특히 여성들이 좋아한다. 보기에도 좋고 마시기에도 달달하기 때문이다. 여직원들과 하청사 부인들에게 칵테일을 만들어주니 생전 처음 맛보는 술이라며 즐거워했다. 만약 아내가 있었다면 그들은 필자 집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여직원들이 그렇게 자유롭게 떠들고 양껏 술을 마실 수도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아내가 있었다면 여직원들을 집에 데려오는 것 자체가 허락이 안 떨어질 일이었다. 그들도 아내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는지 여행으로 부재중이라고 하자 부담 없는 표정으로 필자 집을 방문했다. 아내가 함께 어울려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아내의 부재를 틈타 마음껏 떠들고 웃음꽃을 피운 날이었다. 몇십 년이 흘렀어도 이때의 추억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웅장하게 펼쳐진 겹겹의 산속에는 지난날의 기억들이 어른거렸다.
미국에서 돌아와 자리 잡은 곳이 태릉과 멀지 않은 퇴계원이었다. 복잡한 도심과는 거리가 먼듯하고 경기도가 시작되는 서울의 끝자락이다. 여기저기 뚫려있는 도로와 교통량이 그나마 적고 어딘가 모르게 미국의 정서가 남아있는 듯해서 선택한 곳이었다.
더구나 공기가 맑고 쾌청해서 바로 옆 서울과는 비교가 되는 곳이었다. 아파트 앞에는 용암천이라는 개울이 흐르고 조금 멀리 시야에는 웅장하게 드리워진 불암산의 자태가 지난날의 추억들을 불러일으켜 잠자던 동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대학 1학년 시절부터 알게 된 남편의 절친한 친구 여섯 명이 있었다. 그들은 육의 제라는 이름을 맺고 가족처럼 때로는 의형제처럼 젊은 시절 함께 청춘을 불태웠다. 그중에 키가 크고 아주 잘생긴 멋들어진 친구 하나가 영어실력이 유창했다. 그 친구는 유독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두 눈에 색기를 품으며 영어로 친절을 베풀었다.
더구나 집안도 아주 부유해서 수원에서는 제법 유지였으며, 집도 그 흔치않은 99칸 한옥 집에 살고 있었다. 그 친구 어머니는 상당한 인텔리로 그 옛날 이대 나온 그야말로 멋과 지를 함유한 여성이었다. 아버지 역시도 고위급 관직에서 오랜 세월 자리를 해 집안에 명성은 널리 알려진듯했다. 그러나 그 친구 어머니는 아버지가 전처를 사별하고 만난 후처라고 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그 친구 어머니는 기품을 소유한 훌륭한 어머니로 기억이 되었다.
불암산 일대가 그때는 거의 그 친구 집안의 것이라고 했다. 남편의 의형제들과 함께 필자도 불암산에 있는 유스호스텔이라는 곳으로 1박 2일 MT를 갔다. 그곳이 남편 친구 집안의 소유였기에 별 불편함이 없이 여기저기 편안하게 즐기며 저녁 내내 이야기꽃을 피웠다. 널찍한 마당 한가운데에 장작불을 지펴대고 캠프파이어를 즐기며 손뼉 치고 노래하며 누구를 의식하지 않고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밤을 지새웠다.
여기저기 산속에도 어슴푸레 어둠이 몰려오고 그윽한 산 내음과 나무들의 속삭임이 바람소리에 살랑대면 초저녁의 정서는 설렘을 더해주었다. 기타를 치며 부르는 청춘들의 불타오르는 젊음의 노래는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활기를 더해주었고 모두의 얼굴에는 시뻘겋게 열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살아있는 붉은 피의 들끓는 젊음이었다.
모두들 나이를 먹고 하나둘 가정을 이루기 시작하며 친구들 각자는 자기의 삶에 열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만남의 시간들은 차츰 횟수를 줄여갔고 그저 가끔씩 전화로만 소식을 주고받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황당한 연락이 왔다. 그 가장 잘생기고 부유했던 불암산의 장손이 객사를 했다는 것이었다. 무슨 날벼락 영문인지 모르니 일단은 달려가야만 그 정확한 소식을 알 수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의형제가 함께 모였다. 40을 넘기지 못한 새빨간 청춘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상주는 다름 아닌 5살 배기 어린 남자아이, 그리고 7살짜리 여자아이를 남기고 잘생긴 남자가 훌쩍 그렇게 떠나갔다. 미망인은 고인과는 10살 이상 차이나는 가녀리고 앳된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그 친구의 두 아이 엄마였고, 의형제 모두는 처음으로 그녀와 인사를 나누는 어색한 자리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고인이 지난날 살아온 과정들을 하나밖에 없던 남동생에게서 겨우 들을 수가 있었다. 그 친구는 젊은 시절 명동에서 아주 근사한 칵테일 바를 운영했고, 그곳에서 늘씬하게 크고 멋들어진 한 여성을 알게 되었다. 키가 크고 이국적인 그 친구에게는 아주 잘 어울리는 멋진 여성이었다. 필자는 그 여자친구를 어디선가 어렴풋이 한번 본 것 같은 기억이 있었다.
두 사람은 진실로 사랑을 했으나 그의 어머니가 강력하게 반대를 했다. 그 후로 그 친구는 집을 나와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깊은 근심에 쌓였으나 어찌할 방도가 없었고 결국 엇나가는 관심 속에서 부잣집 장남이 형편없는 떠돌이로 객지 생활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마지막 그 젊은 여인과의 만남을 끝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육의 제의 가장 맏형이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잊지 못했다. 불과 몇달 전쯤에 돈을 조금만 융통해달라고 연락이 왔었다는 것이다. 그 형은 영문을 모르고 모처럼 전화해서 돈을 요구하니 냉정하게 자르고 말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고인은 폐병이라는 몹쓸 병으로 피 같은 나이에 가장의 책임감은 뒤로한 채 어린 자식들과 젊은 아내만을 남기고 이 세상 하직을 한 것이다.
그 장례식 이후로는 고인의 남은 가족도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젊은 여자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어머니와 남은 동생이 미국 LA에서 조촐하게 산다는 소식만을 어렴풋이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많던 재산은 어디론가 풍비박산이 나고 지금의 불암산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의 웅장함만이 초라하게 다가와 지난날의 모든 것들이 그저 덧없음으로 느껴져왔다.
결국 무엇이 문제였을까? 부라는 많은 재산과 그 철저했던 집안의 가풍과 명예가 결국 자식을 가차 없이 낭떠러지로 몰아간 것은 아니었을까? 지난날에 숱한 의문점만 외롭게 남아있었다. 지나온 시간, 자식들을 키우며 견뎌 온 세월 속에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성찰이 남기도 한다. 어찌 부모의 마음을 자식이 알 것이며 뱃속으로 난 자식이라지만 부모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또 자식 교육인 것만 같다. 자식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멀리 바라다 보이는 불암산의 웅대한 자태가 홀연히 젊음의 추억을 가져다준다. 또 한때의 피 끓는 과거가 어쩌면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느끼게도 해주며 잠시 회한도 불러일으켜준다. 결국 돈도 명예도 어느 순간에 다 그렇게 없어지고 마는 헛된 것이었다. 한치 앞도 모르는 삶의 뒤안길에서 그저 순리대로 욕심내지 않고 남은 인생의 색깔을 곱게 물들여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이라고 자위를 해본다.
그 옛날, 풋풋함이 넘치던 청춘 시절, 그 잘생겼던 키가 크고 이국적인 한 남자가 불암산 꼭대기에서 윙크를 하며 미소를 짓는다. 한껏 다하지 못한 세상 아쉬움만 남는다고 씁쓸한 고뇌와 여운을 남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 생생한 소리로 깔깔거리며 젊음을 논하고 싶다고 불암산 자락의 추억이 손짓을 해왔다.
시간은 흐르는 것, 남아있는 삶 앞에 최선을 다하며 후회 없이 살고만 싶다.
한때 “칼질하러 가자”고 하면 그날은 ‘경양식집에 가서 돈가스 먹는 날’이었다. 요즘은 도시락 반찬이나 분식 정도로 생각하는 음식이 돼버렸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좋은 날 귀하게 먹던 고급 외식 메뉴였다. 멋스럽게 차려입고 나가 돈가스를 썰며 기분을 내던 그 시절의 추억을 재현한 맛집 ‘모단걸응접실’을 찾아갔다.
‘모단걸응접실’은 그 이름에서부터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조선 후기 ‘모단걸’이라 불렸던 신여성들이 서양문물을 즐기던 고급 살롱을 모티브로 했다. 가게 입구에는 ‘우린 내일 큰일을 할 거잖아요. 오늘 꼭 만나요. 그때 먹었던 음식과 술을 준비할게요. 기다릴게요’라는 문구가 보인다.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이 메시지를 읽고, 지하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비밀스러운 아지트로 향하는 듯한 오묘한 기분마저 든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강렬한 청록색 벽과 체스 무늬 바닥,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그리고 앤티크한 소파와 테이블이 앙상블을 이룬다. 예스럽지만 세련된 경양식집 특유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공간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더불어 테이블마다 놓인 와인 잔과 포크·나이프·스푼이 돈가스의 품위를 더한다. 왕돈가스를 비롯해 함박스테이크나 비후가스 등 메인 메뉴를 주문하면 식전 빵과 수프가 나온다. “빵으로 드릴까요? 밥으로 드릴까요?”라는 정겨운 멘트는 들을 수 없지만, 빵과 밥 모두 즐길 수 있다(밥은 메인 메뉴와 함께 제공). 후춧가루를 톡톡 뿌려 나온 따뜻한 수프에 빵을 곁들여 먹어도 좋지만, 이곳에서는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다. 채 썬 양배추에 마요네즈와 케첩을 버무려 만든 옛날식 샐러드, 일명 사라다가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모닝빵을 반으로 갈라 사라다로 속을 채우면 추억의 사라다빵으로 즐길 수 있다.
메인 메뉴 옛날 왕돈가스(9500원)는 김치와 단무지가 함께 차려진다. 최신식 패밀리레스토랑에서는 보기 힘든 경양식집만의 독특한 구성이다. 케첩 뿌린 반달 모양 감자튀김과 흰쌀밥은 돈가스와 한 그릇에 담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투박한 차림에 더욱 정감이 간다. 새로운 조리법을 쓰는 것보다는 추억의 맛에 초점을 맞췄다. 돈가스 1인분에는 국내산 최상급 돼지 등심 250g이 사용된다. 질 좋은 재료로 만든 든든한 돈가스 한 접시는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외식 메뉴로 사랑받고 있다.
돈가스와 함께 경양식 대표 메뉴로 손꼽히는 오리지널 함박스테이크(1만2000원)를 찾는 이들도 많다. 진한 갈색 데미글라스 소스 위에 노란 반숙 달걀을 덮은 도톰한 함박스테이크가 입맛과 눈길을 사로잡는다.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가 함께 나오는 모단걸 세트(4만8000원)와 모단보이 세트(3만6000원)는 샐러드와 음료까지 즐길 수 있는 실속 구성이다. 음료 대신 1만2000원만 추가하면 와인 1병으로 변경할 수 있다. 분위기를 내고 싶은 날, 와인 한잔하며 여유롭게 식사하는 것은 어떨까? 식사보다는 알코올 위주로 즐기고 싶다면 바(bar) 자리를 추천한다. 높은 바 의자에 앉으면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을 비롯한 맥주, 보드카, 위스키, 칵테일 등 다양한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가게 된다면 치즈 왕돈가스(1만1000원), 카르보나라 함박파스타(1만9000원), 고르곤졸라 버섯 크림 떡볶이(1만6000원) 등 퓨전 메뉴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주소 (샤로수길점)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4길 11 (가로수길점)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9-1
모단걸응접실은 샤로수길점과 가로수길점 두 곳에서 운영 중이며, 실내 인테리어와 분위기, 메뉴는 동일하다.
그동안 내가 알던 ‘혼’의 개념은 ‘혼식(混食)’, ‘혼숙(混宿)’ 등 'Mixed'의 개념이었다. 혼식은 섞어 먹는다는 뜻이고, 혼숙은 같이 잔다는 뜻이다. 혼식 운동은 쌀이 모자랄 때 보리쌀이나 다른 잡곡을 섞어 먹으라는 운동이었다. ‘혼숙’은 남녀가 섞여 잔다는 뜻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는 단어다.
동네 먹자골목에 얼마 전부터 “혼밥, 혼술 환영”이라는 문구가 나붙어 있다. ‘혼’을 다른 것과 섞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아리송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술을 섞다니? 밥을 섞다니? 그러나 여기서 ‘혼’은 혼자의 약자다. ‘혼자 먹는 술’, ‘혼자 먹는 밥’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술집은 혼자 가서 마시면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남자는 수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여자는 실연을 당했거나 남자를 유혹하러 온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아자카야나 칵테일바처럼 혼자 술 마시기 편한 술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술집의 바테이블에 앉으면 주방장 또는 사장과 대화를 나누며 술을 즐길 수 있다. 또 옆자리의 다른 사람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심야 식당 같은 개념이다.
지인들과 어울려 마시는 일이 피곤하다고 생각될 때 ‘혼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주량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혼자 떠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과 술자리를 하면 힘들다. 이럴 때 혼자 술집에 가면 좋아하는 술과 안주를 자기 양껏만 먹고 나오면 그만이다. 코드가 맞으면 옆에 앉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만들 수도 있다.
‘혼밥’도 주목해야 할 추세다. 편의점 도시락 부문 매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바로 혼밥족의 증가 때문이다. 음식점에 혼자 가면 홀대받기 일쑤다. 대부분 4인용 테이블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바쁜 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다며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배짱 좋게 자리를 잡고 앉아도 마음이 편치 않다. 나는 그래서 오전 11시쯤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한다. 그 시간이면 혼잡하지 않고 직장인들이 몰려오기 이전이므로 음식점에서도 싫어하지 않는다. 저녁식사도 오후 6시 이전에 가면 한산하다.
‘나홀로가구’가 전체 27퍼센트로 우리나라 대표 가구로 등장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이혼이나 사별 등 불행한 일의 결과가 나홀로족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독립적 생활 선호, 결혼 기피 등 자발적 ‘나홀로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나홀로족’의 특징은 자유다. 이들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산다. 이전에는 남들의 시선도 따가웠고 본인의 외로움도 심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에는 혼자 사는 걸 더 선호한다. 남들의 시선 같은 건 무시해버린다. 그보다는 본인의 자유가 방해받는 걸 더 두려워한다. 이러한 ‘나홀로족’의 증가에 따라 ‘혼밥’, ‘혼술’도 자연스러운 추세가 되었다. 아니 대세라고 봐도 된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읽고 활용한다면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