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2모작도 아닌 5모작까지 치르고 지금은 6모작을 준비 중이라는 사람, ‘N잡러’ 장필규 행복 제1연구소 소장은 1955년생으로 정확히 베이비붐 시대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100% 베이비부머다. 그는 요즘 프리워커로서 고용노동부 내공강사, 노사발전재단 전문강사, 경기도 6차산업 현장 코칭 컨설턴트, 인천농촌융복합 현장코칭 전문위원 등 다섯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년이라는 단어가 의미 없는 삶을 영위하는 셈. 장차 6모작을 넘어 9모작까지 완성하는 게 꿈이라는 그가 말하는 인생 후반기의 삶과 잡(job)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제 인생의 4모작은 50플러스재단 컨설턴트였고, 5모작은 N잡러로 활동하는 지금이죠. 이제 6모작을 준비하고 있어요. 시니어에게 일은 새로움과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여행하듯이 즐거움을 찾는 거지요.”
‘N잡러’ 장필규 씨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일하고 있다. 현재 그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 노사발전재단, 지방자치단체의 컨설턴트와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9모작을 최종 목표를 두고 6모작을 준비하기 위해 직업상담사,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다.
“환갑을 넘어 케어를 받아야 할 사람이 사회복지사 공부를 한다고 집사람이 잔소리를 하네요.(웃음) 그런데 저와 같은 나이대에도 취약 계층이 있을 거예요. 제 연배의 장애인이나 소외 계층을 위한 삶을 살고 싶은 거죠. 예전에 거창에서 일할 때 요양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나도 머지않아 그분들과 같은 입장이 될 텐데 이야기 들어주고 도와주니 즐겁더라고요.”
퇴직 없는 삶 위한 평생현역 꿈꿨으나…
그의 이름에는 베풀 장(張), 도울 필(弼)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다. 어쩌면 그의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줄 때 베풀고 도와주라는 의미로 새긴 게 아닐까. 현재 그의 모습은 이미 숙명처럼 정해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건국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81년 두산그룹 계열사인 배합사료 회사 두산곡산에 취직하면서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한강의 기적’이 펼쳐지던 시기였고 그의 삶 또한 대기업 직장인으로서 안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그도 사회적 환경에 따른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그에게 던져진 자리는 두산종합식품 식품사업 부문의 김치공장 관리부장. 고민을 했지만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김치공장으로 간 그는 관리부장, 공장장을 거치며 10여 년간 김치 제조의 일선에서 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사 주인이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두산이 식품사업 부문 전체가 대상에 매각될 때 그는 6년 후배가 상사로 승진하는 것을 보게 된다. 더는 버틸 수 없었던 그는 대상 소속으로 2년 정도를 더 지내다 2008년 4월에 퇴직한다.
끊임없는 도전, N잡러로 거듭나다
54세의 나이, 인생 1막이었던 대기업 직장인으로서의 27년은 끝이 났다. 삶에 대한 허무감과 삶을 유지해야 한다는 고통이 동시에 밀려왔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치주염 수술을 여섯 번이나 받아야 했던 그는 수술 후 재취업을 도와주는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 찾아가는 것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이력서 작성법, 면접 스킬 등을 교육받은 그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농업 최고경영자 경영대학원 과정에 합격한 뒤 몇 번의 테스트까지 통과하며 마침내 울진농수산물유통농업회사법인 대표로 취임했다.
그러나 그토록 고생하며 올라간 자리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결국 대표 자리를 그만둔 그는 마침 일본 회사와 울진군의 합작 회사인 울진로하스코리아에서 대표 제안을 해와 CEO로서 3년을 지냈다.
“인생 2막의 과정은 지방에서 CEO로 일을 하며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면서 재무 문제도 해결되고 가족관계는 물론 건강도 좋아졌죠.”
울진로하스코리아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는 2012년 말부터 일자리희망센터를 찾고 취업박람회에 꾸준히 참석하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마침내 농촌진흥청에서 마케팅 전문위원으로 인생 3막을 펼쳤다. 이곳에서 5년간 근무하며 농가 500곳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어 서울시 50플러스재단, 노사발전재단, 고용노동부 등지에서 강사 및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4막의 장을 펼쳤고 진정한 N잡러가 되었다.
수입 적더라도 즐거움 주는 천직 찾아야
“이제 베이비부머들은 잡(job)이 아니라 워크(work)를 해야 해요. 워크는 천직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천직을 찾아야 오래 즐겁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에게 시니어 구직자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묻자 제2인생에서는 일이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일이 놀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지난 삶의 궤적을 돌아보면 이해가 가는 말이다. 수입은 적더라도 길게 오래할 수 있는 천직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그가 N잡러로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 나이에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나의 직업 가지고는 안 됩니다. 적어도 세 개 내지 다섯 개는 가지고 있어야 과거 연봉의 절반 정도가 되죠. 특히 시니어는 공부를 위한 비용이나 손주들 용돈, 네트워크 유지비 등 지출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가 또 강조하는 것은 사고의 유연성, 관계의 유연성이다.
“적을 만들면 안 됩니다. 제 주위를 보면 어떤 사람과는 케미가 맞지 않다고 안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그건 취향이기에 좋다 나쁘다 판단을 내릴 순 없죠. 다만 기왕이면 유연성을 갖고 적을 만들지 말아야 평화롭고 품위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습니다.”
열린 마음, 유연함으로 세상 대하기
그런데 삶의 부침들을 겪으면서도 마음의 유연성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게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걸까?
“어느 접점에 있든 열린 마음을 실천하는 겁니다. 역지사지라고 하죠.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불편한 일이 많아져요.”
인터뷰를 하면서 보니 그는 도전적이라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런 성품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쟁취해온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결과도 그의 열린 마음 덕분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싶다.
“박사학위를 가진 시니어도 일에 대한 욕망이 뜨거워요. 그런데 한국인은 디테일에 약해요. 그래서 매뉴얼이 있어도 막상 긴박한 상황이 되면 제대로 써먹지 못합니다. 습관화가 안 된 게 문제입니다. 그걸 극복하려면 계속 반복하고 고치고 훈련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는 구직을 하려면 ‘어떻게’에 관한 디테일한 액션 플랜을 짜서 지속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테스트에 통과하며 자신의 자리를 잡은 그이기에 신뢰가 갔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천직을 찾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는 그도 구직자 입장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구직자들을 상담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게 삶의 아이러니처럼 느껴진다. 양쪽을 다 경험해본 그에게 두 입장에 대해 물어봤다.
“구직을 지원하는 정부 기관들은 고객 니즈에 맞게 세분화, 효율화되고 향상되어야 해요. 그런데 그런 시도가 진행되다가도 중간중간 끊기더라고요. 그게 아쉽죠. 그리고 구직자들의 입장을 보면, 그래도 구직을 위해 오는 사람들은 열정이 있는 거예요. 흔히 퇴직하면 ‘또 직장생활을 해야 해?’, ‘날 찾아주는 데는 없어’ 하며 의욕이 없는 경우가 많죠. 목표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퇴직하는 순간 놔버리는 거예요. 물론 그럴 수 있어요. 그러나 그건 자신에게나 가족에게나 무책임한 거죠. 그런 심리를 어떻게 끌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봐요.”
그는 은퇴자 혹은 퇴직자들이 자기진단을 해보고 자신에게 어떤 일이 적합한지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렇게 자신을 파악하고 일을 찾다 보면 현실의 갭이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그걸 인내하는 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인 중에 20년 동안 독일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말하길 ‘결론은 나를 찾게 되더라’ 하더군요. 나를 찾는 노력을 하고 준비하면 일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 인내심을 키우기 위해서 주위의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욕심의 분모 줄이면 행복이 찾아온다
자신이 이 사회에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할 때 더욱 의욕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 그는 100세 김형석 교수가 자신의 건강 비결로 ‘평생 손에서 일을 놓지 않은 것’이라고 한 말을 다시 전한다.
“사람은 일이 있어야 삶을 유지할 수 있어요. ‘60~65세가 자신의 황금기였다’는 김형석 교수님 말에 공감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N잡러 장필규 소장은 자신의 행복을 충분히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행복론을 소욕지족(少欲知足)에 비유했다. 행복해지려면 욕심의 분모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의 분모를 자꾸 키우면 내려놓기가 안 되는 사람이에요. 100분의 60과 60분의 60을 비교해보세요. 후자는 60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죠. 이렇듯 분모를 줄이면 60분의 60이 1이 되듯 가벼워집니다.
‘1’과 ‘일’처럼 디테일하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 때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결국 ‘1’과 ‘일’처럼 은퇴 후 행복하게 살게 해줄 수 있는 놀이와도 같은 것이죠.”
노후에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되면 많고 적음을 떠나 돈과 건강, 관계, 여가 등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강조하는 그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의식하지 않고 여행하듯 사는 게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담대하고, 여유롭고 자유로웠다.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신모 씨는 최근 손주를 보는 재미가 줄어 걱정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녀딸이 말문이 터진 후 함께 도란도란 대화를 하는 것이 삶의 낙 중 하나였는데, 요즘 부쩍 손주 목소리를 알아듣기 힘들어졌다. 난청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조용한 장소에서 무턱대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일도 많아졌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이현진(李鉉振·35) 교수는 “노인성 난청은 방치하면 악화되기 쉽다”고 경고한다. 이 교수를 통해 노화로 인한 난청과 이명에 대해 알아봤다.
“난청의 원인은 많지만 대표적으로 청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감각신경 난청과 염증 등의 질환으로 발생하는 전음성 난청이 있습니다. 이 중 노화로 인해 생기는 노인성 난청은 감각신경성 난청입니다. 소리를 듣고 귀에 전달하는 청신경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는 것이죠.”
이 교수는 노인성 난청의 특징 중 하나는 특정 음역의 소리가 유독 들리지 않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여성과 어린아이 목소리 더 안 들려
이 교수는 “주로 고음역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남성이나 성인에 비해 여성,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특징이 있어요. 대화가 어려워지니 화가 나고 짜증도 자주 내게 됩니다. 현장에서 대면하는 환자를 보면 자녀 손에 이끌려 오시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본인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가족도 청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인지하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노인성 난청은 한쪽만 발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양쪽 귀에 이상이 생긴다. 의학적으로는 30대부터 난청이 시작된다고 보지만 대부분은 발병이 돼도 40대까지는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50~60대가 되면 슬슬 자각이 되기 시작한다. 젊을 때 공항이나 군대같이 오랜 기간 큰 소음에 노출됐던 사람에게서 더 많이 발병되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퇴직이나 은퇴 후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액티브 시니어’에게 난청이 발생하면 일상에서 많은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이 교수는 말한다.
“말소리보다는 전화소리가 더 안 들리고 교회나 식당 같은 소음이 많은 장소에서 난청 증상이 더 심해지니까요. 모임이나 통화가 잦으면 불편함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무선이어폰 흥행에 거부감 줄어
노인성 난청이 발생했을 때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제는 아직까지 없다. 나빠진 청신경세포를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때 환자가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보청기와 인공와우다. 선택은 환자의 난청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난청 증상이 가볍다면 보청기로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조금 심각하다면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보청기로 만족스러운 치료가 안 되는 경우 인공중이 이식술도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수술이 필요한 치료이기 때문에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으면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고도 난청 환자에게 인공 와우는 청각 재활에 큰 도움을 줍니다.”
보청기는 대표적으로 외이도 안쪽으로 삽입되는 귓속형과 귀 뒤편으로 걸어서 쓰는 귀걸이형이 있다. 저렴한 제품은 개당 100만 원가량 하지만 성능과 기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눈에 띄는 부착물이 환자에게 거부감을 갖게 하지는 않을까? 이 교수는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무선이어폰이 대중화하면서 다들 귀에 다는 장치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보청기가 청력을 더 떨어뜨린다는 속설도 있는데 가짜 뉴스입니다. 보청기로 청신경세포에 소리 자극을 줘야 퇴화를 늦출 수 있습니다.”
비싼 기기 비용과 지원 절차 ‘문턱’
인공와우는 수술을 통해 장착이 가능한 보조장치다. 외부 소리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외부장치와 달팽이관에 이식되는 내부장치로 구성되는데, 수술은 어렵거나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만성중이염 수술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수술 후 말해주는 단어를 알아듣는 명료도 테스트를 해보면 수술 전 50% 이하였던 청각 기능이 수술 후에는 70~80%까지 올라갑니다. 외부장치는 머리에 감춰져 오히려 보청기보다 거부감이 적어요. 충격이나 수영, MRI 촬영 같은 것에만 신경 쓰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문제는 가격이다. 인공와우의 가격은 한쪽당 2000만 원 정도로 고가다. 난청 정도를 알아보는, 문장을 이용한 언어 평가가 50% 이하며, 순음청력 검사 결과 양측 70dB 이상인 경우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19세 이상은 한쪽만 보장이 된다. 기계 값의 본인 부담 10%에 수술비와 입원비 등을 더하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500만 원 전후다.
보험 혜택이 까다롭기는 보청기도 마찬가지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일반 가입자는 111만9000원까지 보청기 구입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청각장애로 등록된 난청 환자만 가능하다. 난청환자등록은 의료기관에서 청력검사를 실시한 후 주민센터에 접수를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쪽 귀의 보청기 구매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다시 장비 구입 혜택을 받으려면 5년이 지나야 지원 신청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난청이 시니어를 괴롭히는 귀 질환 중 하나인 이명과도 관계가 있을까? 이 교수는 “이명이 난청 발생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명이 난청 발생의 전조는 아냐
“많은 환자가 비슷한 걱정을 합니다. 이명이 생겼는데 이러다 못 듣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이죠. 이명은 심한 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평소에는 뇌가 걸러내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에요. 이 소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뇌가 학습해 계속 듣게 됩니다. 심리적인 영향이 커서 상담이 치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이명이 생겼다고 해서 난청이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반대로 노인성 난청이 이명을 일으키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는 청각신경의 기능이 점차 퇴화하면서 일부 난청 환자들이 느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난청 발생을 방지하려면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 관리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질환들이 미세혈관에 영향을 줘 청신경세포 기능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에게는 ‘평범한 삶’을 유지하는 것도 숙제가 된다. 예전엔 일상처럼 해왔던 운전이나 일, 독서, 운동 등도 어느 날부터는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초고령 국가 일본에선 최근 시니어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노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운전 능력 자가진단으로 해결
고령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51건에 그쳤던 90세 이상 노인에 의한 교통사고는 2017년 131건으로 늘어나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에서도 고령자 교통사고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3월 JAF(사단법인 일본자동차연맹)에서는 노인의 즐겁고 안전한 운전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연맹이 개설한 ‘고령 운전자 응원 사이트(jaf-senior.jp)’를 통해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안전운전과 면허갱신 등에 필요한 내용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간단한 퀴즈를 통해 운전자의 시각과 인지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운전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연맹 측은 “게임 형식으로 제작돼 즐기면서 훈련을 반복할 수 있고, 운전에 필요한 인지기능 유지와 강화에 일조할 것”이라면서 “사회 문제인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활동을 앞으로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도민의 제2인생 응원 사업
도쿄도(東京都)는 지난 3월 27일, 6개월간의 교육이 진행된 ‘도쿄 세컨드 커리어 학당’의 수료식을 진행했다. 도쿄 세컨드 커리어 학당은, 평생 현역을 위한 두 번째 경력(직업)을 원하는 희망자 중 도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으로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총 112명의 1기 수료생은 두 곳 시설에서 커뮤니케이션 스킬, 기획 실습 강좌 등 51개 수업을 수강했다. 도쿄도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생 중 취업을 원하는 60명의 명단인 ‘시니어 인재 목록’을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했다. 도쿄도 측은 “노인에게 취업은 단순히 수익 수단을 넘어 삶의 보람을 얻도록 하고, 사회와의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특히 “저출산 초고령 사회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인력 부족에 시니어의 경험과 인맥은 도움이 되므로 앞으로도 노인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시니어 아지트 ‘탁구 카페’
최근 일본에선 지자체와 기업, NGO, 의료기관이 힘을 모아 시니어를 위한 아지트 ‘탁구 카페’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와나(桑名) 시와 기업 네슬레 재팬, 구와나 시 종합의료센터, 탁구로 건강한 일본 만드는 모임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탁구 카페를 거점으로 지역 시니어 등 다양한 계층에게 운동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모임 장소도 되고, 탁구대 등의 시설을 통해 운동 기회를 제공하는 헬스 공간도 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필요에 따라 건강 강좌나 요리교실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녀들은 대개 설 선물로 건강기능식품을 떠올리지만, 받는 부모 입장에서는 색다른 무언가를 바랄 때도 있을 것이다. 혹은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경우에도 예년보다 특별한 아이템을 찾곤 한다. 주고받는 설 선물이 고민인 이들을 위해 몇 가지 아이템을 골라봤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2019 설 선물세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는 50여 가지 설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올해는 알찬 구성으로 만족도를 높인 혼합 세트가 다양하게 마련됐다. 특선 한우와 독도새우 세트(130만 원), 민속한우 갈비찜과 전복, 인삼 세트(80만 원) 등 프리미엄 상품을 비롯해 훈제 연어와 샴페인 세트(29만 원), 수제소시지와 치즈 세트(19만 원) 등이 인기다. 2월 17일까지 판매, 배송된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몽상클레르 햄퍼 세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베이커리 브랜드 몽상클레르에서는 인기 카스텔라 2종, 파운드케이크 2종, 구움과자 3호, 마카롱 5구, 텀블러, 잼을 담은 ‘몽상클레르 햄퍼 세트’(15만 원)를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6일까지 판매한다. 이외 프리미엄 정육 세트(19만8000원/ 23만 원), 와인세트(15만 원), 사케세트(13만8000원) 등 다양한 선물세트는 2월 1일까지 예약·구매 가능하다.
◇일렉트로룩스 ‘3D비전 로봇청소기’
글로벌 가전 그룹 일레트로룩스가 세계 최초로 3D비전 시스템을 도입한 로봇청소기 ‘PUREi9’(159만 원)을 출시했다. 물건과 공간을 3D로 인식하고 분석해 걸림 없이 완벽한 청소가 가능한 프리미엄 로봇청소기로, 쓸어내기 힘든 모서리의 미세먼지 청소까지 가능하다. 3D 맵핑네비게이션으로 집 안을 스캐닝해 체계화된 청소를 하며, 최대 2.2cm 높이의 장애물도 넘나들 수 있다.
◇핏플랍 ‘여성 부츠 & 남성 슬립온’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신발’을 모토로 패셔너블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영국 브랜드 핏플랍(fitflop)은 시니어에게 안성맞춤이다. 여성용 라일라 더블 버클 앵클부츠(27만9000원)와남성용 콜린스 슬립온 스케이트 슈즈(21만9000원)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미드솔이 장착돼 신기 쉽고 발도 가볍다.
◇비탄토니오 ‘전자동 커피메이커’
일본 인기 주방가전 브랜드 비탄토니오(vitantonio)가 그라인더 일체형 전자동 커피메이커를 출시했다. 내장된 그라인더에서 커피 추출 직전에 원두를 분쇄해 가장 신선한 상태의 드립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두 본연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샤워드립(shower drip)과 블루밍(blooming) 등 고급 기능도 포함됐다. 유리보다 좋은 스테인리스 서버를 사용해 오랜 시간 커피 온도가 유지될 뿐만 아니라 깨질 염려도 없다. 2.6kg으로 가벼운 데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어느 공간에나 잘 어울린다. 가격은 15만9000원.
◇뉴오리진 ‘피스피스 초콜릿’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감마리놀렌산’이 함유(220mg)된 초콜릿이다. 마그네슘, 아연, 칼슘 등의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 더욱 건강한 간식으로 즐길 수 있다.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생강 추출물로 몸을 따뜻하게 해줘 갱년기 여성을 비롯해 월경 전후 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피스피스 비터, 피스피스 스위트 두 가지 맛이 있으며, 개당 가격은 1만 원이다.
◇럭스나인 ‘천연 라텍스 경추 베개’
라돈 불검출 인증과 유해물질 테스트 등을 통과한 친환경 매트리스 브랜드 럭스나인의 인기 제품 ‘천연 라텍스 경추 베개’(11만9000원). 신체부위별 맞춤설계로 거북목과 일자목은 물론 목주름과 코골이 예방 효과까지 있어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베개 좌우측 높이를 11cm로 설계해 척추 측만과 어깨 결림을 방지해준다.
이상적인 병원 터는 어디일까. 아랍 의학의 아버지 라제스는 도시 곳곳에 신선한 고깃덩이를 걸어두고 장소를 물색했다. 가장 부패가 덜 된 고기가 걸린 곳에 병원을 세웠던 것. 한의사 김두섭 원장(62, 세종한방힐링센터)은 조용한 자연 속에 병원을 꾸리는 게 옳다고 봤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해서, 자못 후미진 산속으로 귀촌했다. 굳이 외진 산골까지 찾아들 환자가 몇이나 될까마는, 그는 즐겁다. 자신의 지향과 실천에 만족하기에.
준비기간은 길었다. 귀촌을 내심에 담고 이미 십수 년 전에 터를 장만해뒀다. 젊으나 늙으나 사람의 대망(大望)은 주로 서울로 쏠린다. 하지만 일찌감치 산골살이를 숙원으로 삼은 김두섭 원장에겐 오직 귀촌이 소망스런 답이었던 거다. 공들여 낫을 갈고 나서야 땔나무를 벨 수 있다. 오랫동안 공들여 귀촌 준비를 해왔기에 본격적인 시동은 한결 가뿐했다. 드디어 산골에 들어가 시작한 건 4년여 전 군의관으로 근무했던 군생활을 마치고서였다.
육사 37기 출신으로 군에 들어가 대령으로 예편하기까지 흐른 세월은 37년. 군에서 인생의 절반쯤을 살았구나. 애당초 군에도 의업(醫業)에도 청운의 꿈을 묻은 바가 없었다지. 우연이 그의 길잡이였던 모양이다. 소싯적에 부풀린 청운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자로 살고 싶다는 것, 그 하나였더란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성장기의 시골생활에 넌더리가 났기에.
“가난이라는 게 너무도 싫었어요.
9남매를 건사하느라 부모님은 모진 수고를 하셨지만 다들 늘 배를 곯았어요. 아, 나는 이다음에 농고를 나와 새마을지도자가 돼 돈을 벌 거야! 꿈이랬자 겨우 그쯤이었죠. 머리가 굵어지면서는, 그러니까 고3 땐 그 가당찮은 꿈을 버리고 해양대학을 가기로 맘먹었어요. 외항선을 1년만 타면 1억을 번다는 얘기를 듣고서였죠.”
“해양대학에서 육사로 목표를 바꾸었군요.”
“해양대학 입시 준비 중에 연습 삼아, 실력 테스트 삼아 육사 시험을 봤는데 묘하게도 덜커덕 붙었어요. 뜻을 두지 않았음에도 우연히 엉겁결에 육사 생도가 돼버린 겁니다. 그러나 곧 방향을 잃었어요. 육사 나와서 뭐하나? 농사 기술을 배울 곳도 아니고, 돈을 맘껏 벌 일도 못되고,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1학년 말에 그런 심각한 회의에 빠졌어요. 그러던 차 과외활동으로 참여한 동양철학반에서 침술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게 한의사로 변신한 우연한 계기?”
“바늘 하나로 환자를 다루는 침술에 강렬한 흥미를 느꼈어요. 침을 잘만 배우면 돈을 모을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열심히 침술을 익혔어요. 그러자 점차 한의학 전반으로 관심이 확장됩디다.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가 생기더라고요. 결국 장교 임관 뒤 우여곡절을 거쳐 경희대학교 한의대에 들어가게 됐어요. 육본에서 운영하는 위탁교육생 자격으로 5년간 공부하고 졸업했죠.”
육사 생도와 운명처럼 만난 한의학
한의사 자격증을 받은 김 원장은 이후 줄곧 한방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전역 시의 직책은 국군수도병원 건강증진센터장. 건강증진! 그게 김 원장의 평생 소임이자 방향이다. 즐겁게 살지 않고서 건강할 수 없다. 건강하지 않고서 즐거울 수 없다. 생의 모든 명암은 어쩌면 몸 건강 문제에서 파생하거나 귀결된다. 불가의 통신에 따르면, 이 세계의 근본은 고(苦). 죽음 앞에 서 있는 게 생이지 않던가. 불친절한 죽음이 우리를 방문하는 날까지 가급적 건강을 지속하고자 용을 쓸 수밖에 없는 게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숙명이다. 늘그막에도 삶은 때로 슬프도록 아름답다. 눈부신 노을빛처럼. 하나 몸은 부질없이 낡고 닳고 시들어간다.
머잖아 조락할 수밖에 없는 건강에 관한 쓸쓸한 사념은 낯선 게 아니다. 그러나 김두섭 원장의 생각은 영 다르다. 어허! 그게 아니오! 늙어서도 청년의 몸으로 살 수 있는 이치가 여기에 있는 것을! 그는 그리 탕탕 외치고 싶은 것 같다. 들어볼까. 경청해 모실 만한 대책이 흘러나올 수도 있으니.
“제가 내심 장담하는 게 뭐냐면, 난 얼마든지 장수할 자신이 있다, 칠팔십 살이 되더라도 청년처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겁니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고 관찰했는데요, 늘 궁금했던 건, 일단 병 치료를 잘 마쳤더라도 일상생활로 복귀하면 다시금 병증이 도지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어요. 이게 왜 이러지? 무엇이 원인이지? 궁리 끝에 내린 결론은 나쁜 생활습관이 근본 병인이라는 거였어요. 타성에서 벗어나 좋은 습관을 길들이는 게 무병장수의 첩경이라는 얘기.”
“매사 습관의 노예로 살다 스스로 궁지에 몰리는 게 사람이죠. 그걸 알면서도 쉬 고치지 못하는 게 인생이라는 희비극일 테고.”
“무엇보다 식습관부터 바꿔야 해요. 저의 식생활을 들어보실래요? 부디 따라 해보시길. 아침엔 잡곡밥을 지어 말린 뒤 프라이팬에 볶은 튀밥 형태의 밥 한 공기를 아주 천천히 먹습니다. 아주 천천히! 이게 핵심이에요. 천천히 먹기 위해 오래 씹어야만 목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좀 딱딱한 밥을 일부러 만드는 겁니다. 천천히 오래 씹을 경우 밥알에 침이 충분히 섞여 위장으로 내려갑니다. 입안의 침! 이거 놀라운 보약이에요. 침에 함유된 효소(酵素)와 프티알린(ptyalin). 이게 음식물이 위로 내려가기도 전에 입안에서부터 벌써 소화 작용을 해내는 겁니다.”
“침이 입안에서 소화 작업을 왕성히 하도록 음식물에 침을 충분히 섞어줘라? 그게 결국 위장기능을 극대화한다?”
“위장은 내장기관이라는 공장 시스템에서 중추 역할을 합니다. 위라는 장비가 부드럽게 가동할 경우, 위장이 튼튼할 경우, 오장육부가 평화로워져 온갖 병을 예방하거나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겁니다.”
“점심도 저녁도 딱딱한 밥을 먹는 거예요?”
“지나친 음식 금욕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법. 점심은 몸이 원하는 대로, 먹고 싶은 대로, 최대한 잘 먹습니다. 밥상 가득 다양한 찬을 차려 식구들과 둘러앉아 천천히 즐겨요. 저녁엔 금식을 합니다. 밤엔 콩팥과 간이 하루치 독소를 거르기 위한 맹활약을 하거든요. 이럴 때 음식을 집어넣어 훼방을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정 출출하면 과일즙 한 잔을 마시면 되고.”
좋은 습관이 무병장수의 첩경
인생은 육십부터라지? 이젠 백세 시대라지? 성난 수말처럼 부지런히 뛰어 세상의 정글을 괴롭게 통과한 뒤의 노후란 실로 진정한 낙원의 삶을 누릴 찬스일 수 있다. 그러자면 건강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무병장수를 선망한다. 어떤 신들은 인간이라는 별난 종족이 오래 사는 걸 싫어할 수도 있다. 인간의 세력이 커지면 지상의 소음과 잡음도 그만큼 커지니까. 인간들 때문에 도대체 시끄러워 편히 낮잠을 잘 수가 없다니까! 그렇게 툴툴거리는 신도 있을 게 아닌가. 그렇다면 거북이보다 목숨이 짧고 플라스틱 바가지보다도 빨리 썩는 게 인간 몸뚱이임을 명석하게 알아 저승사자가 호명하는 대로 겸손히 응하는 게 순리일 성싶다. 하지만 욕망의 공식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던가. 내남없이 한사코 병 없이 오래 살기를 숙원사업으로 여기지 않는가. 그 숙원사업을 성취하고 싶걸랑 아침밥만이라도 침을 담뿍 섞어 드소서! 김 원장의 훈수가 그렇다.
엄동설한에도 맨발로 돌아다니는 건각이 있다. 굳이 양말을 꿰신지 않아도 발이 이미 따뜻해서다. 이 사람은 벌목장에서 얻어온, 절집 대웅전 기둥만 한 통나무를 둘러메고 사뿐사뿐 행진한다. 절구통처럼 굵다랗게 토막 낸 통나무를 퍽퍽 도끼로 패 순식간에 장작을 만든다. 힘 좋기로 인근에 소문났다지? 이 중뿔난 장정이 바로 김두섭 원장이다. 난 아직 청년이오! 늘 그리 외치는 모양이다.
건강상태가 유난하니 귀촌의 나날이 영일(寧日)이다. 자연 속에 살고자 자원한 산골살이에 별다른 시름이 없다. 이게 거저 주어진 게 아니란다. 지난날 오랫동안 시난고난 지병에 시달렸단다. 의사라도 병을 달고 살 수 있는 일이지만, 여하튼 스타일 심히 구겼겠다. 그러나 그는 병을 털어냈다. 지병에서 해방되고서야 안심과 자족이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고.
“일찌감치 위장에 이상이 왔어요. 소위 시절부터 근 30년, 그 긴 세월을 위장병에 부대끼며 지냈어요. 그 덕분에 술이라는 걸 거의 마시질 못하고 군생활을 했어요. 위장이 비정상적으로 축 처져서 오는 소화 장애, 즉 심한 위하수증이었어요. 만성피로에 늘 시달렸죠. 원인은 과식에 있었는데 침, 뜸, 부황, 보약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30년 된 병증을 결국 무엇으로, 어떻게 다스렸죠?”
“침이나 보약 같은 치료 수단은 결국 보조제에 불과하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즉, 나쁜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건강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은 거죠. 간소하고 절제 있는 생활, 지나친 이기심에 사로잡히지 않는 정신, 자연을 마음에 담는 태도, 그런 게 좋은 건강과 좋은 삶을 가져온다는 겁니다. 식습관의 개선은 물론, 규칙적인 운동도 그 무엇에 앞서 중요해요. 귀촌 초기에 철저하게 식습관을 변화시키고 좀 격한 스트레칭을 하자 몸이 대번에 달라집디다. 현재 저의 몸 상태나 체력은 20대 시절보다 한결 낫습니다.”
고통이 엄습해도 얻어 채울 게 있다
이미 속세에 물든 범인으로선 모범적인 생활을 고수하며 살기가 쉽지 않다. 자기 억압적인 절제는 자칫 인생을 따분하게 만들 수도 있겠고. 조선의 거목 추사 선생은 사람이 마땅히 즐겨야 할 세 가지 일을 꼽았다. 첫째는 독서, 둘째는 음주, 셋째는 호색. 독서를 첫째로 친 걸 보면, 야야 놀더라도 공부는 하고 놀아라, 뭐 그런 뉴스가 아닐까 싶지만, 일테면 하늘과 땅의 결합을 지상의 인간들이 재연하는 신성한 의식이 성(性)이지 않겠는가. 김 원장의 생각을 들어볼까.
“노년에 이르러서도 주색을 참답게 사용하는 게 현명하겠죠. 그게 무질서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사랑의 범주에 들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도 건강하게 살자는 겁니다. 비아그라 없이도 행복하게 살자는 겁니다. 몸 건강이라는 기초공사를 충실하게 하자는 거, 가급적 자연 가까이로 귀촌해 온유한 품성을 기르자는 거, 저 숲속에서 상생하는 생명들처럼 나 혼자만이 아니라 남들과 함께 잘 사는 노후를 즐기자는 거, 이런 것들을 생각의 중심에 놓고 삽니다.”
생활습관을 바꾸라! 산속에서 맨발로 돌아다니는 남자의 입에 붙은 소리가 그렇다. 귀촌으로 모호한 낭만을 구가할 게 아니라, 몸을 남김없이 쓰는 노동으로 심신의 건강부터 복구하라는 얘기에도 뼈가 들어 있다. 편리 대신 불편을 추구해 기른 야성으로 자연을 닮으라는 권장 역시 대안이겠지.
“이런 생각 곧잘 합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부족하기에 태어났겠지. 완벽했다면 이미 전생에 해탈했겠지. 그런 생각으로 불편과 고통마저 긍정하며 살고 있어요. 불편과 고통이 엄습했을 때, 내가 깨졌을 때, 그때 오히려 얻어 채울 걸 발견하게 되니까.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니까.”
김두섭 원장이 주는 귀농준비 Tip
•검소한 생활을 작정하고 귀촌하자. 그게 자연에 가까워지는 길이다.
•가급적 모든 일들을 손수 처리하자. 인건비를 들여가며 남의 손 빌릴 것 없이 몸 단련 삼아 직접 노동을 하자. 젊게 사는 방법이다.
•감상적인 생각을 앞세운 귀촌은 실패의 첩경이다.
•처음부터 큰돈 들여 집 살 필요 없다. 일단은 세를 얻어 살며 차근차근 적응하는 게 옳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작가.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우리 생활에서 몸의 균형은 아주 중요하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 몸이 둔해져 낙상과 골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몸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운동과 섭생을 유지하면 건강한 노후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몸의 균형은 귀속의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이 몸의 다양한 운동기관이 상호 작용하며 유지된다. 이 기관들이 제 기능을 못 하면 걷거나 일어설 때 주저앉을 수 있다.
65세가 넘으면 3명 중 1명은 1년에 한 번 이상 넘어진다. 넘어지는 노인 가운데 10~15 %가 고관절, 다리, 발목 등 골절로 중상을 입는다. 골절로 인한 1년 이내 사망 확률은 17%이고,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한 환자는 60%이다.
노인이 잘 넘어지는 이유는 흐릿한 시각과 근육 감소, 관절 유연성 저하로 인해 반사 신경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귀속 달팽이관이 손상되었다면 균형감각은 한층 더 나빠진다. 어느 연령대이건 운동 부족, 과음, 비만, 하체 신경 손상, 모종의 의약품 부작용, 잘못 착용한 안경 등도 몸의 균형을 헤친다. 균형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운동은 다음과 같다.
1. 태극기공 18식 1981년 현대 기공자이자 의학자인 중국의 임후성을 주축으로 한 기공팀에 의해 발표된 수련법이다. 유파도 다양한 데다가 복잡하고 배우기 어려웠던 태극권 동작을 간추리고 거기에 호흡법을 추가해 엮은 공법이다. 이 기공은 주로 하체의 균형을 유지하여 호흡에 맞추어 천천히 우아하게 동작을 하므로 균형 유지에 아주 탁월하고 정신 수양에도 효과가 있다.
2. 짐볼 운동 지름이 35cm에서 85cm의 큰 고무공을 이용해 다양한 동작을 통해 몸의 균형 감각을 높이고 개선할 수 있다.
3. 조약돌을 길 위 걷기 고르지 않은 길을 걸으면 몸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다.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방법이다.
4. 이외 간단한 운동 방법
-눈을 감고 한쪽 다리로 서기. 이는 균형 감각 테스트로 40세가 넘으면 15초 정도 할 수 있어야 한다.
- 아무것도 잡지 않고 뒤꿈치를 들고 발끝으로 10번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기.
- 뒤꿈치를 반대 발의 엄지발가락 앞으로 이동하며 직선으로 걷기.
며칠 전, 송파 문인협회에서 시 낭송을 난생 처음 해봤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4명이 4부분으로 나눠서 낭송했다. 몇 번 연습을 하고 보면서 낭송했는데 기억에 남는 구절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올 연말 행사에는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 안 보고 암송하기로 했다. 박인환문학관을 다녀왔던 기억을 떠올려 ‘목마와 숙녀’를 선정했다. 그 동안 암기능력은 개발해본 적이 없다. 줄줄이 기억하던 은행 계좌 번호도 매번 통장을 꺼내 봐야 한다. 노래방에 가도 노래 가사를 몰라 모니터 자막 없이 못 부르는 지경이다. 술을 좋아하다 보니 알코올에 뇌세포가 많이 죽은 모양이다. 우선 문제는 아예 생각나지 않는 현상이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우리 가족력에 치매는 없었는데 필자에게 가능성이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손바닥에 커닝페이퍼처럼 사인펜으로 첫 머리만 메모해두는 방법, 맨 앞좌석에 앉은 사람에게 큰 글씨로 시를 출력해서 들고 있게 하여 안 보는 척 보는 방법 등, 여러 가지 편법이 생각났으나 그냥 암송하기로 했다.
두 번째 문제는 단어가 생소하다 보니 내가 쓰기 편한 단어를 만드는 버릇이다. ‘숙녀’라는 단어는 요즘 잘 쓰지 않는 단어이다 보니 ‘여인’, ‘그녀’등이 대신 튀어 나왔다.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가 ‘목마를 탄 여인‘으로 둔갑했다. ’술을 마시고‘는 ’술을 마시며‘로 ’방울 소리 울리며‘는 ’방울소리 울리고‘로 마구 뒤섞였다.
암송을 방해하는 요소로 각각의 연이 끊어질 때 마다 3초씩 멈췄다가 이어가는 것이 문제였다. 천천히 분위기를 잡다 보면 다음 단어가 막혔다. 문장을 몽땅 외워 좀 빠르게 숨 쉬지 않고 끝내는 방법으로 바꿨다. 끝없이 말이 이어지는 여자들의 수다에서 배운 요령이다. 그냥 멈추는 것과 숨을 쉬기 위해 멈추는 것은 다르다. 나중에 속도만 조정하면 되는 것이다. (/br)
1차 테스트를 받아봤다. 그런대로 암송에 성공했다. 아직 건재하다는 얘기이다. 기억을 살려 빨리 끝내려는 마음에 빨라지는 톤만 고치면 된단다. 연말 행사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더욱 세련되어 질 것이다. 암송 연습을 해보니 좋은 점도 있었다. 뇌의 기억 세포를 살려 놓는 것이다. 고난의 연속이지만, 그 과정에서 잠자던 세포를 살려내는 작업이다.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br)
거리를 걷거나 계단을 오르면서 암송을 하면 힘든 줄 모른다. 발은 저절로 걸어가지만, 머리 속에서는 기억 세포를 계속 굴리는 것이다. 혼자 중얼거리고 다니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만 개의치 않는다. 시를 그냥 읽었을 때와 다른 것은 단어 하나하나가 깊이 박힌다. 책을 읽을 때 시 암송 습관이 도움 되기도 한다. 그냥 스쳐지나가던 단어가 속속들이 드러난다. ‘~한다’ 등 마치는 끝말도 시처럼 또렷하게 남는다.
이번 시 낭송이 끝나도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시 하나를 뽑아 암송할 생각이다. 무미건조하게 생각 없이 길을 걷거나, 힘들게 계단을 올라갈 때 써먹자는 의도이다. 얼마 후 있을 히말라야 트레킹 때 하루 20km나 걸어야 한다. 지친 다리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도 시 암송이 도움 될 것만 같다.
우리나라에 위조지폐 감별 전문가가 몇 명 안 되던 시절,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은행에 위폐를 감별할 수 있는 직원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그는 자존심이 상했다. 매년 외화 감별 수수료로 나가는 돈도 수십 억 원이나 됐다. 오기가 발동해 공부를 시작했지만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었다. 작은 정보라도 얻으려 찾아가면 문전박대만 당하고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그러기를 3년 여. 신도섭(申道燮·53) 씨의 독학(獨學)은 마침내 결실을 맺는다. 외화 위폐감별 능력에 있어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HSBC 은행의 최종 테스트 통과. 국내 최초의 자격이었다.
신도섭 씨를 만나러 가기 전날, 영화 한 편을 봤다.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희대의 사기꾼을 그린 영화였다. 수백 만 달러의 수표 위조범으로 악명을 떨친 주인공이 뛰어난 위조 수표 감별 능력으로 FBI에서 위조 수표 감별사로 일하게 되고, 위조 방지 수표까지 개발해 매년 수백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실화라는데 마치 잘 지어낸 거짓말 같은 영화였다. 위폐감별이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전문가를 만나는 만큼 뭔가 특별한 장면이 펼쳐지길 기대하면서 그가 근무하는 상암동으로 갔다.
보안이 엄격한 곳이라 그런지 출입이 매우 까다로웠다. 신분증 제출은 물론 사진 촬영도 못하도록 휴대폰 카메라에 테이프까지 붙였다. 안으로 들어가서도 한 번 더 신분 확인을 받고, 마지막 관문까지 통과하고 나서야 그와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좀 번거로우셨죠? 이 회사에서 29년을 근무한 저도 매일 네 번의 관문을 거칩니다.(웃음)”
수십억 원 수수료가 아까워 시작한 도전
곧 그가 일하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 각국의 화폐가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었고 그 아래 위폐감별기 몇 대와 확대경, 지폐를 담는 작은 바구니 등이 놓여 있었다. 상상했던 것보다는 소박한(?) 풍경이었다. 그때 그가 10여 개의 바늘이 꽂힌 스펀지를 들고 오더니 책상 위에 턱 올려놨다. 분명 옷을 꿰매는 크고 작은 바늘들이었다.
“바늘로 위폐를 감별하는 사람은 아마 저밖에 없을 겁니다. 이래봬도 낡은 화폐를 감별하는 데는 그만입니다. 몇십 년 동안 시중에서 유통된 돈은 보안요소가 닳아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지폐 속까지 뜯어 보안요소를 찾아야 하는데 이 바늘로 들춰보면서 지질의 상태를 확인하는 거죠.”
비밀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전문가의 설명은 흥미로웠다. 함께 있던 동료가 금융계의 허준이라 해서 좌중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가 이 길로 들어선 건 2006년. 우리나라에 감별사가 몇 명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외화 출납업무를 담당하다가 감별 수수료로 나가는 돈이 매년 수십 억 원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우리가 위폐 감별 능력을 갖추면 절감할 수 있는 돈이었어요. 너무 아까웠죠. 제가 공부를 해보겠다니까 주변에서 말렸어요. 노하우를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참고할 만한 자료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으니 결과가 뻔해 보였겠죠. 당시 국내에서 인정받았던 감별사는 외환은행의 서태석 씨 한 명이었어요. 그분을 몇 번 찾아갔지요. 도움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분 입장이 이해가 됐어요.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1차 심사에서 바로 합격
화두를 잡고 씨름을 하듯 그는 매일 지폐를 붙들고 늘어졌다. 그러나 진폐와 위폐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초정밀위폐 앞에서 두 손 두 발 들 때가 많았다. 그럴수록 오기가 발동했다. 어느 날은 국정원 다니는 지인을 찾아가 최근 발견된 위조지폐가 있으면 며칠만 빌려 달라고 애원을 했다.
“ HSBC 은행으로 연수 갔을 때도 문밖에 죽치고 앉아 기술자를 기다렸어요. 뭐라도 좀 얻어갈까 해서요. 처음에는 안 가르쳐주더라고요.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계속 찾아갔더니 슈퍼노트(정밀하게 위조된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감별 노하우를 몇 개 알려주더군요. 돌아와서 제가 찾은 방법들과 믹스해봤죠. 비로소 자신감이 붙더군요.”
HSBC 은행에서 위폐감별 최종 테스트를 받던 날, 그의 손에는 달러 뭉치 200장이 들렸다. 심사위원은 30분 안에 감별하라는 주문을 하고 나가버렸다. 아무 도구도 없이 순전히 감각으로만 식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떨어질 각오를 했는데도 진땀이 났다. 얼마 후 그가 감별한 지폐들이 시험대 위에 올랐다. 심사위원은 “음 맞네, 맞네” 하더니 “어? 이건 진짠데?” 하면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순간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어요. 속으로 ‘난 떨어졌구나’ 했죠. 그래도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위폐로 처리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날 인증을 해주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 감별이 맞았는데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려고 그랬다더군요.”
하루에 수백 장 감별, 실수한 적 없다
하루 300~400장의 위폐 의심 화폐가 그의 손을 거쳐 간다. 10여 년간 감별한 금액이 3조원 정도 되지만 그는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위폐를 감별할 때면 오감을 동원합니다. 색깔을 확인하고, 만져보고, 냄새를 맡고,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소리도 들어봅니다. 위생 문제만 아니라면 맛도 볼 수 있어요.(웃음) 특히 지문은 인간이 가진 가장 훌륭한 더듬이입니다. 지폐의 까끌까끌한 지질까지 구별해낼 수 있거든요.”
그에 따르면, 지폐에 들어 있는 30여 가지의 보안요소를 100% 감별해내는 기계는 없다. 특별한 위치의 자석 물질, 그림 등이 감별되지 않으면 X값으로 판단해 무조건 지폐를 뱉어낸다. 설정된 값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머지 판별은 감별 전문가가 해야 한다.
신도섭 씨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두 번쯤은 위조지폐가 주머니 속에 들어왔다가 나갔을 거라고 말한다. 위폐는 속아서 받았다 해도 구제받지 못한다. 운이 나쁘면 조사까지 받는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일반인도 할 수 있는 간단한 감별 방법이 궁금했다.
“5만 원짜리를 예로 들면, 불빛에 비춰봤을 때 숨어 있는 신사임당 얼굴이 나타나야 합니다. 그림이 보이지 않으면 100% 위폐입니다. 그리고 앞면을 보면 왼쪽에 띠 홀로그램이 있는데, 이곳에 우리나라 지도, 태극무늬, 4괘가 숨어 있어요. 홀로그램 바로 옆 은선에도 태극무늬가 들어 있고요. 지폐를 살짝 기울여보면 이 무늬들이 보입니다. 뒷면 오른쪽 하단에 있는 숫자 ‘50000’도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고요.”
불빛에 비춰보고, 앞뒤로 기울여보는 것만으로도 몇 가지 위조방지 보안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나라 위폐 발행률은 0.003%밖에 안 된다고 한다. 위조범들의 표적이 되는 화폐는 100달러. 위조지폐 제조원가가 30달러나 들어가 그 정도 단위는 되어야 남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5만 원권도 앞으로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최근 중국 위완화 위폐가 점점 많아져 걱정이라고 했다.
“엊그제만 해도 한 고객이 우리은행에서 위완화를 바꿔 중국엘 갔는데 10장이 위폐로 나왔다며 달려왔어요. 확인해 보니 우리은행에서 바꿔준 돈이 아니었어요. 중국 가서 물건 산 뒤 돈을 주자 바로 그 돈을 되돌려주면서 왜 위조지폐를 주냐고 하더래요. 중국인이 진폐를 위폐로 바꿔치기한 거죠. 2~3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어 국정원이 조사를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 가면 종종 그런 일을 당한다는 거예요. 특히 택시 운전사들이 위조지폐를 싸게 사서 갖고 다니다가 외국인이 탈 경우 돈을 슬쩍 바꿔치기한 뒤 위조지폐를 줬다고 우긴다 합니다. 그분도 그렇게 당한 거죠.”
가짜를 판별하려면 진짜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신도섭 씨. 그는 자신의 경험치가 위폐 감별 능력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혜안과 감각까지 키워줬다고 믿는다.
“진짜 화폐의 인물은 저를 응시하는데 가짜 화폐에 그려진 인물은 제 눈을 회피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누구라도 집중해서 수백, 수천 번 반복해서 들여다보면 보입니다. 신문을 많이 읽으면 저절로 가짜뉴스를 구별해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위폐 감별과 다를 바 없습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에 따르면 낙뢰 발생 횟수는 총 62만 9411건으로, 연평균 12만 5882건에 달했다. 주로 장마철인 7~8월에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낙뢰가 집중되는데, 매년 낙뢰로 추정되는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안전처 집계 결과, 해당 기간에 총 354건, 연평균 약 71건의 낙뢰 피해 사고가 발생했으며, 7~8월 낙뢰 피해 건수는 전체의 56%(197건)를 차지한다고 한다.
특히 충남 동북부는 우리나라에서 낙뢰가 가장 많이 발생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현재까지 낙뢰와 관련된 화재는 모두 60건으로, 3억 6000여 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월별로는 8월이 27건, 7월이 19건 등으로 여름철에 전체의 82%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낙뢰와 예기치 못한 전기안전사고로 인해 재산과 인명피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2008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해 ‘낙뢰’ 피해를 국가재난계획에 포함했고, 2010년부터는 낙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서지보호기(SPD)를 적용하도록 전기설비기술기준에 제도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KS규격 SPD를 적용을 법제화하였지만 낙뢰 피해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 맞춰 낙뢰 피해를 방지하는 낙뢰 및 서지보호기를 전문적으로 개발, 제조하여 낙뢰 피해 예방에 근본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한국서지연구소(대표 김선호)는 KS표준을 뛰어넘는 고성능 제품으로 시장에서 획기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업체다.
한국서지연구소는 SPD 전문 제조사로 낙뢰보호전문기업이다. 2007년 자체개발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SPD보다 낙뢰에 따른 서지전압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낙뢰로 인한 전기안전사고로 재산과 인명피해의 증가에 대한 대응 방안을 연구하기 위하여 1997년 낙뢰서지연구소를 개소하고 연구활동을 시작하여, 2005년 11월에 한국서지연구소를 설립하여 낙뢰·서지 보호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고성능 서지보호기를 연구 개발 및 생산하는 업체로서 수처리시스템, 상하수도시스템, 풍력·수력·화력 발전, 감시제어설비, 보안설비 등 환경, 에너지시스템 원격제어와 PLC를 사용하는 모든 설비를 보호하는 SPD 전문기업이기도 하다.
김선호 대표는 “1980년 KT에 입사한 후 24년간 전송, 교환기 및 선로분야에 근무하면서 입사 당시부터 낙뢰 피해로 인한 불편을 보면서 지냈다”면서 “그 당시 장거리 전송을 담당했던 나선반송장치가 낙뢰를 한 번 맞으면 망가져, 모든 통신이 마비돼 이를 복구하는 데 무척 힘들었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피해가 계속 반복되고 늘어나고 있어 낙뢰 피해 방지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선호 대표는 이러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낙뢰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예방은 해보고자 1997년 ‘낙뢰서지연구소’라는 개인 연구실을 집 지하실에 자비를 털어 만들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한국서지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CCTV용 서지보호기를 전원부와 통신부 그리고 영상부 모두를 일체형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내부에 각 선로의 전위차를 해소하는 모듈을 내장하여 피보호체로 인입되는 모든 선로를 보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초고성능 서지보호기 ‘Super SPD’와 EMP방호 장비 등을 개발 낙뢰보호기술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Super SPD는 전원이나 신호에 대한 감쇄를 전혀 주지 않으면서도 서지제거 능력이 40~80dB에 달하여, 낙뢰나 기타 서지에 의한 충격에도 전압 변동 폭을 획기적으로 낮춰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서지보호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방호수준이며 이는 객관적인 공인시험성적서의 수치로도 잘 나타나 있다.
기존의 보호기에 6000V가 유입되면 1500V 정도의 전압이 남아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지만, Super SPD는 50V 이하의 보호성능과 미군 MIL규격의 50kV의 EMP에 대하여 불과 100mA 수준의 노이즈만을 남겨 적의 EMP 공격에도 완벽하게 보호하는 우수한 보호성능을 자랑한다.
한국서지연구소는 2009년 정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인증을 취득했고 70여 품목의 주력제품에 대해 UL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김선호 대표는 “2007년 9월 법인전환을 계기로 전원용과 통신용 주력제품에 대한 UL과 CE 등 국제규격 인증을 취득했다”며 “2008년 3월에는 벤처인증을 취득하고, 2008년 8월에는 NET인증을 취득했으며 이어 12월 NET인증기술을 활용한 56개 신제품에 대하여 중기청의 성능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2009년 3월, 56개 성능인증 제품에 대하여 우수조달 제품에 선정된 바 있고, 2009년 6월에는 IEEE 고위 임원이자 미국 SPGS사 조지 지글러 회장이 내방하여 8일간의 자세하고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125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또 그해 12월에는 세계일류상품인증을 획득했다.
세계 최초로 서지보호소자(GCA)를 독자 개발해 지난 2008년 ‘GCA를 사용한 서지전압 억제기술’이 지식경제부 신기술(NET) 인증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UL인증 취득과 현재는 수출국가별로 미국, 일본, 역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멕시코는 물론 EU에 국제특허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전기 품질 개선 및 전기안전 원천기술인 ‘누전차단기 Trip방지 기술’ 과 EMP방호를 위한 PCI Protector에 관련한 120여 건의 지적재산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이 이뤄지면서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제2009-312호)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한국서지연구소 고성능 SPD는 주로 거듭되는 낙뢰 피해로 애로를 경험한 공사업체를 위주로 관공서 및 공공기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주로 수자원공사, 국방부, 한전, 도로공사, 경찰청, 산림청 등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고성능 서지보호기를 설치한 후에 피해가 거의 없어진 효과를 보았기에 한 번 설치했던 경험이 있는 곳은 한국서지연구소 보호기를 계속 찾고 있다.
2011년에는 낙뢰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대전 세동마을에 낙뢰보호기를 무상으로 설치한 사례가 있다. 2008년경부터 대전 유성구 세동마을에 대규모 낙뢰피해가 발생해 거의 모든 가정의 전기제품이 고장 나는 등 피해를 겪었고 이후에도 수시로 피해가 발생해 주민들이 낙뢰가 발생할 때마다 전기제품 플러그를 전부 뽑는 등 큰 불편을 겪어왔는데 이 같은 주민 불편사항을 듣고 한국서지연구소에서 무상 지원을 제의하여 지원하였다. 지원규모는 약 9800만 원 상당으로 세동2통 마을 모든 가정인 74가구에 약 2주일 동안 낙뢰방지기를 설치하며 심야보일러나 지하관정을 사용하는 가정엔 추가 장비를 설치하였고, 같은 해 대전 원앙초등학교에도 낙뢰 피해가 커 학생들의 학습에 지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2300여만 원 상당의 서지보호기를 무상으로 설치함으로써 이후 낙뢰 피해를 근절한 사례도 있다.
지금껏 낙뢰 피해 예방을 위하여 많은 기여를 한 한국서지연구소 김선호 대표는 “향후 새로이 개발한 반도체 Chip을 활용한 ‘서지보호를 겸하는 EMP보호장치’ 신제품을 양산하여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개척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적성국가의 핵EMP공격에 대한 방호뿐 아니라 불손세력의 EMP를 활용한 테러에 대한 방호에 기여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나는 장애인이다. 10여 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후유증으로 인해 장애인이 됐다. 장애인을 위한 정부 복지 정책이 있어서 그 덕을 몇 가지 보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1년에 한 번 컴퓨터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오는 '장애인을 위한 무료 방문 교육'이다. 지난달에 내 순서가 돼서 교육을 받았다. 평소 모르면서도 그냥 지나간 것을 쭉 적어 놓았다가 질문하니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교육 마지막 날 선생님이 페이스북(facebook.com)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필요 없다고 했지만 심심할 때 해 보라고 했다.
가입하고 테스트를 하니 어떤 미국 남자와 페이스북 메신저로 접속이 됐다. 나이와 직업을 서로 소개하는데 난 물론 73세 할머니이고 상대방은 무척 흥미로웠다. 50세 후반 남성이었는데 열 살짜리 남자 아들을 둔 이혼남이었다. 첫 부인은 중국 여성이었는데 마약을 하는 바람에 이혼했다고 한다. 난 공연히 안타까운 생각으로 흥미를 갖게 되어 사진도 몇 개 교환했다. 직업은 외과 의사고 미군이 주둔하는 이집트 부대에서 의사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들은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고도 했다. 몇 달 후 제대하면 한국에서 살고 싶다며 한국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잘 나온 사진을 한 장 보내며 말이다.
그 말이 오고 간 후, 날짜가 지나자 안쓰러운 얘기를 꺼냈다. 보육원에서 자라다 부잣집으로 입양됐다고 말이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했지만, 평생 외로운 인생을 살았다고 했다.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난 한 번도 상대방을 의심하지 않았다.
거의 매일 페이스북 메신저로 문자가 왔다. 자기가 얼마 있으면 제대한다고 했다. 며칠 후 부대장과 면담이 끝나면 일종의 공로금 같은 것을 받게 될 거라고 했다. 그 돈으로 한국에서 집을 사고 재혼도 하고 싶다는 거였다. 난 심심하던 차에 재혼 신랑 깜(?) 사진을 또래의 조카딸에게 보여줬다. 이런 일도 있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떠벌렸다. 조카의 친구 하나가 관심도 보였다. 지난 일요일 아들이 왔길래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눴다. 신랑감의 사진이랑 내가 나눈 문자를 보여줬다. 아들이 깔깔 웃으며 “이거 완전 거짓말”이라며 당장 친구 차단하라고 했다. 모든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꾸민 것 같다는 아들의 이야기. 읽어 보니 하버드 졸업생이 쓸법한 영어도 아니고 사진도 합성일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무슨 목적으로 나 같은 할머니에게 그런 일을 하느냐고 아들에게 물었다. 심심풀이일 수도 있고, 심하면 나의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 사기에 이용할 수 있다는 거였다. 애고 놀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