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위로 먼동이 터오면 나는 창문을 열고 아침을 맞는다. 그리고 공기가 맑은지 살핀다. 해가 늦게 뜨는 동절기에는 ‘반딧불 손전등’을 손목에 차고 나만의 아침 산책을 위해 ‘미성 오솔길’로 나선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사회생활을 할 때부터 시작됐다. 젊을 때는 더러 늦잠이 달콤했지만 중년이 되면서부터 ‘5시 기상’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실천이 문제였다. 그 시간에 일어나는 ‘재미’가 있어야 했다. 다행히 그 무렵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35년 전에 숲속에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하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다. 미
가끔 여자는 남자와 뇌구조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번 경험하는 일이지만 지난여름 여행 갈 때도 그랬다. 오랜만에 동유럽 여행을 가는데 비행시간만 무려 12시간이 걸렸다. 아내가 창 쪽에 앉았고 내 옆으로 다른 팀이 앉았는데 나는 대여섯 시간 동안 옆 사람과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러다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는 사이 아내와 자리를 바꿨다. 그런데 아내가 단 30초 만에 옆 사람들과 말을 텄다. “어디서 오셨느냐?”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여행을 오게 된 동기며 그간 어디를 갔다 왔느냐는 등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메가박스 “우리 청소년인데요” 메가박스가 만우절을 맞아 “4월! 메가박스에서는 만우절이 4일?” 이벤트를 마련했다. 만우절 하루에 걸쳐 진행하는 여타 이벤트와는 달리 관객들에게 풍성한 혜택을 제공하고자 4월 1일부터 4일까지 총 4일간 진행한다. 특히 중장년이라면 청소년 요금으로 저렴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우리 청소년인데요” 이벤트에 참여해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우리 청소년인데요”를 외치면 동반 3인까지 청소년 이벤트 요금이 적용돼 1인당 6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더불어 ‘메가박스, 국내 최초
시니어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다. 경제적 어려움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일하는 시간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시기와 맞물려 재취업이나 창업을 원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 경쟁률도 치열하다. 채용 공고가 나면 마치 쓰나미 현상을 방불케 한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건강 나이까지 늘어 요즘 은퇴한 시니어는 60~65세라 해도 신체적으로 청년 못지않게 건강하다. 2015년 유엔(UN)이 발표한 새로운 '생애주기별 연령지표'에 따르면, 18~65세까지가
우리나라 속담처럼 서양에도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격언이 있다. 부지런하면 그만큼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등굣길에는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가사가 나오는 동요를 자주 들었다. 그 시절에도 부지런한 삶의 태도를 강조했던 것이다. 일본 의사 ‘사이쇼 히로시’는 ‘아침형 인간’이란 책을 써서 유명해졌다. 그는 아
올해 고등학생이 된 셋째 아이는 봄방학 동안 늦잠이 습관이 됐다. 잠이 부족한지 아침마다 “10분만 더!”를 외치며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하루는 깨우다 지쳐 “일찍 일어날 자신 없으면 밤에 일찍 자! 엄마는 너보다 늦게 자는데 아침에 벌떡 일어나잖아!” 했더니 아이가 이불을 젖혀 빼꼼 고개를 내밀더니 한마디한다.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없어진대. 엄마는 나이가 많아서 그래.”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툭 던지는 녀석의 말이 미워 한 대 콕 쥐어박고 싶었다. 사실 요즘은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진다. 행여 잠든 식구들이 깰까봐 미리 알람
치매로 인한 사회 문제는 고령화 현상이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 중 하나. 뚜렷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치매 예방이나 치매 환자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 미국 사회 곳곳에선 치매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 중이다. 그중 눈길을 끄는 몇몇 소식을 간추려봤다. 치매 환자 총기 제한 요구 총기의 나라 미국에선 지난해 적기법(Red Flag Law)이 화두가 됐다. 적기법은 총기 소유주 중 위험하다고 간주하는 인물에 대해 임시 총기 소지 금지령을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관련한 기념행사와 각 방송사의 특집 방송 등이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도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때맞춰 ‘유관순 그 후의 이야기’를 다룬 책 ‘조화벽과 유관순’을 출간한 송혜영 작가도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 출간된 지 한 달이 채 안 되었음에도 2쇄를 찍으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 송 작가를 만났다. 조화벽이 누구인가 송 작가는 3·1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유관순의 죽음과 그 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제에 항거하며 장렬히 산화한 17세 소녀
파리까지 12시간. 리스본까지 다시 2시간 반. 살던 도시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갈 때 가장 궁금한 것은 언제나 ‘돌아올 때의 나’였다. 알파마 지구의 예약된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내다본 차창 밖의 리스본은 어둠이 내려 인적조차 뜸했고 꾸미지 않은 벽에선 ‘낡은 도시’의 냄새가 났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그곳에 가기 딱 좋은 날씨에 딱 맞는 상황, 딱 좋은 사람이 있는 경우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오직 나를 북돋운 건 단 하나 “갈까? 가자!”라는 두 단어였다. 이쯤 되면 (내 책 제목처럼) ‘여행에 미쳤다’는 표현이 과한 것만은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불어오는 4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클래식) 2019 교향악축제 일정 4월 2~21일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출연 17개 국내 교향악단,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이번 공연의 부제는 ‘제너레이션(Generation)’으로 우리 클래식 음악을 세계에 알릴 젊은 협연자들이 교향악단과 동행한다. 또한 국내에서 초연되는 블로흐의 교향곡 ‘C#단조’도 감상할 수 있다. (연극) 패왕별희 일정 4월 5~14일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출연 국립창극단 국립창극단과 대만 배우이자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우싱궈(
저는 아침이 좋습니다. 그래서 늦잠을 자지 못합니다. 아예 밤의 끝자락에서 깨어 눈을 바짝 뜨고 새벽을, 아침을, 기다립니다. 때로 밤을 새우기도 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대체로 남보다 더 많이 자는 셈인데 일어나는 시각은 늘 새벽 4시쯤입니다. 이러한 저를 보고 기가 차서 말을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아니, 꽤 많습니다. 가까이에는 제 아내가 그러하고, 멀리에는 이제 ‘남’이 되어 자기네 식구 거느리고 사는 자식들이 그러합니다. 자식들은 제 그러한 모습을 ‘문화사적’으로 단정합니다. 농경시대
송광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무소유길을 오른다. 1km 남짓한 숲길이라 오르내리기 쉽다. 불일암에선 법정 스님의 수목장 묘를 놓치지 말자. 하산 뒤엔 조계산의 양대 거찰인 송광사와 선암사를 비교 답사한다. 풍경도 풍토도 서로 완연히 다르다. 얼씨구! 매화꽃 핀다. 조계산 기슭 곳곳에 매화가 지천이다. 이미 피었거나 피고 있거나 피어날 채비를 하거나, 여기저기 오나가나 보나마나 천지간에 매화다. 그렇다는 건 하고많은 초목 중에 유독 매화가 꽂히듯 쏘옥 눈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딴엔 매화에 취미가 있으니 이게 호사다. 예로부터 매화는
아침이 오면 “또 아침이 왔네” 하고 무덤덤하게 맞이하는 사람도 있고 마치 소중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이 들고부터 아침을 대하는 마음이 사뭇 달라졌다. 아마도 젊은 시절에는 일에 파묻혀 사느라 아침이 주는 의미를 나 몰라라 하고 밀어냈던 탓이리라. 고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 성경 어딘가에 “하루가 천년 같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어느 날 그 말이 살갑게 다가왔다. 하루가 천년같이 소중한데 그 천년을 열어젖히는 장엄한 시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했
오늘도 간신히 눈을 뜨는 아침이다. 나이 들면 아침잠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초저녁만 돼도 잠이 쏟아지고 아침에 일찍 잠을 깨면 대수롭지 않게 “나이 먹어서 그래” 한다. 그러면 나는 나잇값도 못하는 건가. 여전히 아침잠이 많아 가뿐하게 일어나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이른 새벽 잠결에 엄마가 부스럭대는 소리를 종종 듣곤 했다. 가족 뒷바라지에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초저녁에 잠자리에 드셨으니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거라고 철없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나이 먹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는 말이 기정사실인 양 믿고 살
결혼하기 전까지 나는 ‘올빼미족’이었다.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된 것은 가족들을 위해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른 시간에 눈을 뜨는 습관을 들이고 나니, 이전에 잠자느라 놓쳐버린 시간들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었다. ‘올빼미족’이었을 때는 새벽까지 책도 읽고, 옷수선도 하고, 뜨개질이나 레이스뜨기도 하고, 음악도 들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서 시어머니, 시동생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시어머니는 아침 식사를 일찍 했고, 남편과 시동생은 출근이 일렀다. ‘맏며느리’라는 막중한 위치에 서게 된 나는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