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문턱이다. 머지않아 새싹이 돋을 게다. 이즈음이면 시니어가 많은 관심을 갖는 게 텃밭이다. 인간은 죽으면 누구나 한줌 흙으로 돌아간다. 흙과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은 일종의 귀소본능이다. 더구나 햇볕을 쬐며 안전한 먹거리를 직접 가꾸며 소일할 수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삭막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더 그러한 꿈을 꾸기 마련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살펴보니 일, 여행, 친구, 홀로, 텃밭이었다. 내게 사진을 배우는 시니어와 함께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를 거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온몸이 아팠다. 전날 낮술부터 시작해 하루 종일 술을 마셔서 숙취 때문인 줄 알았다. 종종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에 술 마신 다음 날의 당연한 후유증으로 알았다. 그런데 너무 힘들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더 아팠다. 알고 보니 근육통이었다. 일주일 전에 맞은 황열병 예방 주사가 원인이었다. 아프리카나 남미를 여행할 때는 이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사람에 따라 감기 몸살, 근육통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황열병 주사를 맞고 여행 떠나기 전에 너무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다. 주사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해외 선진국의 요양시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선진국 요양시설은 한마디로 ‘인간중심케어(Person Centered Care)’를 지향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인간중심케어란, 개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기본 원칙으로 입소자의 심리적 욕구에 대한 배려를 하고 독립성, 자율성, 자존감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인식과 실천을 말한다. 인간중심케어를 기본 축으로 두고 이뤄지는 요양원의 특징은 무엇일까? 2026년 한국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이
TV 화면에 눈에 익은 장면이 보였다. 세계적인 공연단 ‘태양의 서커스’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동화나라를 연상하게 하는 뾰족뾰족한 빅탑 모습에 작년 말 관람했던 서커스 ‘쿠자’가 떠오르며 반가웠다. 서커스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는 왠지 애잔한 그리움과 아련한 슬픔이 밀려온다. 천방지축 선머슴처럼 동네 친구들과 뛰놀던 대전 인동의 개천 변 다리 밑에는 심심치 않게 약장수 극단과 작은 규모의 서커스단이 와서 무대를 만들곤 했다. 약장수의 쇼는 인동 다리 밑 어디서에서든 구경할 수 있었지만 텐트를 치는 서커스단이 오면 돈을 내고 봐야 했
우리나라 외식 창업 중 커피집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에도 우후죽순 카페가 여럿 생겼다. 국립공원 등산로 밑에도 이전에는 없었는데 어느 날 카페 두 곳이 문을 열었다. 그래도 등산하는 사람들의 약속장소로 유용하니 생길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동네마다 들어서는 커피숍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동네 사람들이 커피 마시러 그렇게 많이 드나들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주말에 집에 놀러온 예쁜 손녀가 제 어미에게 커피숍을 가자고 졸랐다. 아직 어린아이가 커피숍이라니?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커피숍
젊은 언어학자 마틴(페르난도 알바레즈 레빌)이 시크릴어를 연구하러 정글과 바다가 있는 시골 마을 산이시드로를 찾는다. 하신타 할머니가 곧 돌아가시는 바람에 500년 전 번성했다는 다신교 문화 언어 시크릴어를 아는 이는 이사우로(호세 마누엘 폰셀리스)와 에바리스토(엘리지오 멜렌데즈) 두 할아버지뿐. 젊은 시절 둘도 없는 친구였다는데 지금은 50년 넘게 왕래를 끊은 사이란다. 무엇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두 노인을 이토록 증오하게 만든 것일까. 그리고 마틴의 연구는 이어질 수 있을까. 파도치는 해안가에서 두 청년과 한 여성의 행복하
어쩌다 인연 근무가 끝나면 아무도 없는 숙소로 돌아가기를 싫어한 일본인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외로움을 달래줄 애완동물을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외로움만 있던 방에 새 식구가 생겼다.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아 개나 고양이는 기를 수 없었던 그녀는 작은 플라스틱 박스에 관상용 열대어인 거피를 길렀다. 작은 어항 속에서 헤엄치는 거피가 싱크로나이즈 선수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아가씨는 우리 아들과 국제결혼을 했다. 며느리는 한국에서 의무 복무기간이 끝났고 아들은 도쿄 나리타공항에 취업해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삿짐을
최근 미세먼지 주의를 알리는 안전 안내 문자를 자주 받는다. 연일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예보하는 가운데, 노약자와 기저질환자(호흡기질환, 심뇌혈관질환, 천식)의 경우 건강보호에 더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미세먼지는 피부와 눈, 코, 인후 점막뿐만 아니라 호흡기와 혈관을 통해 인체 곳곳에 자극을 준다. 특히 폐렴, 폐암, 뇌졸중, 심장질환, 천식 등의 질병을 악화하고, 노년층의 경우 호흡기질환, 심혈관 질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안하는 ‘미세먼지 대비 건강보호 수칙 5가지’는 다
3.1운동 100주년으로 전국 곳곳에서 행사가 열렸던 지난 1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외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태극기가 게양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병원 측은 평소 홍보영상이나 진료 안내 등으로 활용됐던 옥외 LED 전광판을 활용해 태극기를 달았다. 병원 관계자는 “3.1운동 100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태극기 달기 운동을 통해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게양이 계획됐다”라고 밝혔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홍승모 몬시뇰 병원장은 “올해 삼일절은 1919년 기미년 3월 1일, 전국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패션에 대해 소극적으로 변하는가? 일찍이 패션 잡지들은 입을 모아 중년이야말로 일생일대 가장 화려하게 입을 수 있는 때라고 했다. 세련된 옷과 한껏 멋을 부린 패션은 중년만의 고유한 특성이라면서 더 야무지게 꾸밀 것을 권했다. 지금 거울 앞에 서서 당신의 체형부터 진단해보라. 20대의 화려함을 한참 전에 떠내 보낸 쓸쓸한 몸이 보일 것이다. 그 쓸쓸함을 채워줄 패션에 대한 팁을 전수한다. ‘한껏 멋 부려도 좋을’ 중년의 특권을 이제 마음껏 누려보자. 몸통에 살이 몰려 있는 사과형 몸매 사과형 몸매는 주로 허리와 엉덩이
요즘은 교복 자율화 실시로 학생들의 복장이 제각각이지만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교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껏해야 나팔바지에 생선 등처럼 주름을 세우거나, 목 칼라 주변에 호크 몇 개 더 달아 덜렁거리도록 해서 멋 좀 내는 게 전부였다. 대학생이 돼서야 비로소 교복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청바지, 티셔츠가 다였다. 심지어 나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 나오는 ‘윤동주 시인’의 복장처럼, 검은 교복 상의를 걸치고 다녔다. 그거 하나만 입으면 뭘 입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됐고 비싼 옷을 살
시니어 사이에서 당구의 인기를 논하는 것은 철 지난 유행 얘기를 꺼내는 것만큼이나 진부하다. 영화 속 폭력배들의 격투신 단골 장소였던 당구장도 옛 추억거리가 됐다. 맑은 공기 흐르고 신선 노니는 듯한 당구장 문화를 이끈 시니어들. 그래서 만나봤다. 다음(Daum) 카페 아름다운 60대의 ‘당구 동호회’. 큐대 끝에 파란 초크 삭삭 비비고 예리하게 공을 응시하는 동호회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패션 쇼핑몰에 있는 너른 당구장 안. 이곳에서 정기모임을 하는 동호회들의 현수막이 천장 가까운 벽면마다 촘촘하게 붙어
간혹 그의 목소리는 흡사 파도처럼 올라갔다가 거친 자욱을 남기며 내려오는 듯했다. 스스로 일류를 넘은 ‘특류’라고 말하는 국내 최고의 전각(篆刻) 작가 진공재는 인터뷰 도중 간간이 자신의 이야기에 쏠린 감정을 타고 폭풍처럼 말을 쏟아내곤 했다. 그 근저에는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은 날선 도끼가 서려 있었다. 타협하지 않는 예술혼과 부패하지 않는 태도로 평생을 살아오며 실력과 배짱과 자존심으로 무장한 진짜 예술가, ‘58년 개띠’ 세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줄 진공재(陳空齎)를 만나 그의 거친 예술가 삶의 여정을 들여다
서울 송파구의 전용 85㎡의 아파트를 보유한 K 씨는 요즘 매일 전세 시세를 확인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2년 전 여름 8억3000만 원에 현재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최근 전세 시세가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 씨는 “최근 인근 지역의 입주 물량이 많아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이미 시세가 7억 원 초반대로 떨어져 재계약을 해도 1억 원가량을 돌려줘야 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의 기류도 심상찮다.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주택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국적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그는 매일 듣던 라디오도 꺼버린 채 적막만이 가득한 시간을 달렸다. 유일하게 작은 소음을 내는 것은 잡동사니가 담긴 상자뿐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쉬세요”라는 말과 함께 갑작스레 받게 된 퇴직 권고의 결과물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지?’, ‘더 잘 보여야 했나?’, ‘누구 탓이지?’ 온갖 질문을 해댔지만 속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경기도 화성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강석진(姜錫珍·63) 씨 이야기다.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