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남동연수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유일형 과장 인터뷰종합재무설계, 소득·지출·자산·부채부터 은퇴 전 재무목표까지 분석
“원금 꺼내 쓸 때마다 잔액 줄어, 자산가도 노후 소비 불안”
“결심보다 자동이체 시스템 만들어야 연금 준비 지속”
‘국민연금공단’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나이 들어 받는 연금’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최근에는 국민연금공단의 기금 운용에도 관심이 높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단이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국민의 노후를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노후준비 서비스’다.
국민연금공단은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를 통해 국민의 은퇴와 노후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일과 스웨덴 등 해외 연금기관이 운영하는 은퇴 설계 서비스와 유사한 제도를 국내에서도 제공하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는 80세를 넘어 90세까지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설계하고 살아가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와 재무·건강·여가·대인관계 등 4대 영역 서비스에 대해 연속 보도하고자 한다.

“예전처럼 가족 간에 다 서로 돕고 사는 사회가 아닙니다. 모든 것을 외부 서비스에 맡겨서 사는 사회거든요. 외부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돈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경제적인 독립이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려면 노후 준비는 필수입니다.”
유일형 국민연금공단 남동연수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과장이 노후 준비를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한 자산 규모가 아니다. 일을 그만둔 뒤에도 매달 일정한 소득이 들어오고, 모아둔 돈을 불안 없이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수억 원의 금융 자산을 가지고 있어도 생활비를 마련할 때마다 원금을 꺼내 써야 한다면 통장 잔액이 줄어드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이 돈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불안은 여기서 시작된다.
연금 소득이 부족하면 노후의 시간도 자산관리에 빼앗길 수 있다. 월세를 받으려고 부동산을 보유하면 공실과 세금, 시설 관리, 임차인과의 갈등 같은 문제를 감당해야 한다. 고령이 될수록 여러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일도 부담이 된다.
유 과장이 노후에는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자산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국민연금공단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의 재무심층전문상담인 ‘종합재무설계’는 노후 자금 총액만 계산하지 않는다. 현재의 소득과 자산을 은퇴 후 생활비로 어떻게 전환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서비스다.
이달 18일 인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남동연수지사에서 유 과장을 만나 종합재무설계가 일반 재무전문상담과 어떻게 다른지, 상담을 통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들었다.
“자산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 소비도 불안해집니다”
은퇴 전에는 자산을 얼마나 늘릴지가 주요 관심사다. 은퇴 후에는 질문이 달라진다. 매달 필요한 생활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현재의 자산으로 그 생활비를 언제까지 충당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유 과장은 보유 자산이 많더라도 매달 들어오는 연금 소득이 부족하다면 노후 준비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마련할 때마다 모아둔 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들어오는 소득은 없는데 생활비로 300만 원씩 빼서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잔액이 계속 줄어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산을 갉아먹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편하게 쓰지 못합니다.”
반면 연금은 한 번에 꺼내 쓸 수 없지만, 일정한 금액이 반복해서 들어와 지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평생 지급되는 연금이라면 얼마나 오래 살지 모르는 장수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다.
자산 대부분이 주택 등 부동산에 묶여 있다면 전체 자산 규모가 커도 생활비는 부족할 수 있다. 이 경우 주택연금처럼 보유 자산을 정기적인 소득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노후를 진단하고 길을 설계하는 상담
재무전문상담은 은퇴 시기와 필요한 노후 생활비, 국민연금·개인연금, 금융 자산과 부동산 자산 등을 확인한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생활비에 비해 노후 자금이 얼마나 준비됐는지 진단한다.
종합재무설계는 여기서 범위를 넓히고 내용을 구체화한다. 소득과 지출, 저축과 투자, 자산과 부채뿐 아니라 각 자산을 언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도 살펴본다. 소득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질지, 은퇴 전에 어떤 지출이 예정돼 있는지도 분석한다.
“재무전문상담이 노후 생활비보다 현재 얼마나 준비됐는지를 파악하는 상담이라면, 종합재무설계는 노후까지 가는 과정의 여러 재무 목표를 함께 보는 상담입니다.”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 결혼과 주택 마련, 자녀 교육, 대출 상환, 이직이나 실직 등 여러 재무적 사건을 거쳐야 한다. 이런 목표에 돈을 사용하면서 노후 자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노후 준비만 생각하면서 다른 목표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재무 목표를 파악하고 생애 소득으로 생애 지출을 감당할 수 있도록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종합재무설계가 단순한 ‘노후자금 계산’과 다른 지점이다. 은퇴 후 얼마가 필요한지를 계산하는 동시에 은퇴 시점까지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살펴본다.
잔액보다 중요한 건 돈의 목적과 사용 시점
종합재무설계 요청서에는 가족 구성부터 금융·부동산 자산, 부채, 소득, 지출, 연금, 보험, 퇴직금 등을 적는다. 모든 금융계좌의 잔액을 원 단위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다. 전체 자산의 구성과 돈의 용도, 사용할 시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금융 자산이라도 2년 뒤 주택 마련에 쓸 자금과 20년 뒤 노후 생활비로 사용할 자금의 운용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쓸 돈에는 안정성과 유동성이 중요하고,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돈은 긴 운용 기간을 고려할 수 있다.
소득의 안정성도 영향을 미친다. 소득이 불안정한 사람이 자금을 장기계좌에 과도하게 넣으면 실직이나 긴급 지출이 생겼을 때 중도 해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장기계좌를 끝까지 유지하려면 소득과 지출이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마다 계좌를 해지한다면 노후까지 가져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 과장은 공단의 종합재무설계가 원 단위로 정밀하게 자산을 분석하는 상담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특정 금융상품을 판매할 이해 관계없이 자산과 부채, 소득과 지출, 여러 재무 목표를 폭넓게 살펴본다는 특징이 있다.

최소 두 차례 상담…실천 순서 담은 의견서 제공
종합재무설계는 보통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대면뿐 아니라 전화나 화상 등 비대면 방식도 병행할 수 있다.
1차 상담에는 약 40분에서 1시간이 걸린다. 상담을 신청한 이유와 궁금한 점을 확인하고 현재의 재무 상태와 현금 흐름, 은퇴 시기, 필요한 노후 생활비와 재무 목표 등을 파악한다. 정확한 금액을 모르는 항목은 대략적인 규모를 적고 이후 보완할 수 있다.
2차 상담은 통상 1~2시간 진행된다. 상담사는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재무 상태가 복잡하거나 검토할 정보가 많으면 상담 횟수와 시간은 늘어날 수 있다.
상담을 마치면 ‘종합재무설계 의견서’를 받는다. 의견서에는 은퇴 시점에 필요한 노후 자금과 준비된 자금의 비교, 부족 여부와 규모, 재무 비율 진단과 실천 과제 등이 담긴다. 재무 목표가 여러 개라면 상담자와 이용자가 협의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1차 상담이 현재 상황과 목표를 파악하는 과정이라면, 2차 상담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입니다.”
소득과 자산이 달라지면 설계도 조정해야 한다. 실제로 이직이나 연금 수령 시점 등 상황이 바뀔 때마다 몇 년에 걸쳐 상담받은 이용자도 있다.
“좋은 습관이 어렵다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종합재무설계의 목적은 분석 결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담 이후 실제 행동이 달라져야 한다. 유 과장은 상담을 받은 연금계좌를 만들고 소액을 자동이체하기 시작한 사례를 소개했다. 일반 계좌에서 단기 투자에 집중했던 이용자가 장기적인 노후자산을 별도로 준비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바꾼 것이다.
“상담을 한 번 받았다고 노후 준비가 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노후 준비는 습관과 비슷합니다. 좋은 습관을 지닌 사람이 노후 준비도 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습관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의지에 기대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 월급날 정해진 금액이 연금계좌나 저축계좌로 자동 이체되도록 하고, 남은 돈 안에서 지출하는 방식이다.
“내가 매달 의식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장기간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월급날 자동으로 투자되도록 시스템을 만들면 노후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상담을 받기 전에는 세 가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현재의 소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 소득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은퇴 후 한 달에 얼마의 생활비가 필요한지다.
노후 준비의 목표는 무조건 많은 재산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 일하지 못하는 시기가 와도 필요한 지출을 이어가도록 현재의 소득과 자산을 미래의 현금 흐름으로 바꾸는 일이다.
“돈은 현재나 미래에 잘 소비하기 위해 갖고 있는 겁니다. 노후에는 돈을 더 불리는 것만큼 어떻게 잘 사용할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재무와 함께 노후 생활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은 건강이다. [7화]에서는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의 건강 영역 진단·상담 서비스를 자세히 살펴본다.


※ [국민연금 노후설계] 기획 시리즈는 브라보마이라이프와 국민연금공단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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