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손자가 이제 갓 돌이 지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사랑스러운 네 살배기 손녀에 이은 둘째 아기다. 첫 손녀 때는 며느리가 제날짜에 맞춰 순산하고 산모도 건강해서 모유 수유로 아기를 키웠다. 요즘 몸매 걱정으로 젖을 먹이지 않는 엄마도 있다는데 엄마 품에서 젖을 먹고 있는 손녀를 볼 때마다 마음이 흐뭇하고 며느리가 대견했다. 그래서인지 손녀는 정말 뽀얗고 예쁘게 아픈 곳 없이 잘 자랐다. 둘째 아기는 예정보다 보름 가까이 먼저 세상구경을 나왔다. 예정일보다 훨씬 일찍 낳아서 아기는 2kg의 매우 작은 몸이었다.
꼰대는 사전적으로 ‘선생님이'다. 하지만 아버지, 혹은 나이 많은 사람을 비하해서 이르는 학생들의 은어’이기도 하다. 이 말 속에는 자기의 지식, 경험에 의한 취향이나 가치관만을 고집스럽게 강요하는 선생님이나 부모, 노인들의 비호감적 모습이 들어있습니다. 또 전라도 방언으로 ‘지배자’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나를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을 말 하므로 어렸을 적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뜻하고 회사에 들어가면 사장님을 말합니다. 전라도 방언의 의미를 고집하는 분들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꼰대다.’라고 외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현대는 리더의 시
길바닥에 나 뒹구는 주인 없는 명함을 주어서 찢은 후 쓰레기통에 넣습니다. 명함을 주고받을 때에는 순간이나마 서로의 성실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필요 없다고 분신과 같은 남의 명함을 길바닥에 던져 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하면 남도 내 명함을 짓밟게 될지도 모릅니다. 길바닥에 명함이 던져 졌다는 것을 명함 주인이 모르니까 모르면 약이라고 그나마 다행입니다. 명함을 주고받는 면전에서 명함 예절이 너무 없는 사람들을 보면 수모를 당한 것 같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와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이
필자가 속한 댄스협회의 댄스대회가 있는 날은 아침 일찍 대회장으로 향한다. 원만한 대회 진행을 위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해놓기 위해서이다. 보통 오전 9시에 대회가 시작되면 7시 이전에 대회장에 도착해야 한다. 기본 세팅을 마치고 나면 8시쯤 되고 단골 협찬사들이 속속 도착하여 역시 준비를 마친다. 단골 협찬사 중에는 댄스 음악 CD 전문업체가 있다. 댄스 관련 비디오와 책도 판다. 내가 낸 댄스 책도 팔고 있다. 이 업체가 없으면 개인이 댄스 관련 CD DVD 책 등을 구하려면 해외 직구를 하거나 여러 군데 돌아다녀야 힘들게
댄스하는 사람들 중에 뚱뚱한 사람이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식사 양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운동을 하니까 살이 덜 찌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댄스를 생활체육 정도로 하면서는 특별히 운동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덜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식을 주로 하면서 거의 정해진 양인 밥 한 공기도 제대로 못 먹고 남기는 것은 보기에도 안 좋다. 그래서 딱 그 정도만 먹는다. 댄스 학원에 가기 전에 단골로 가는 백반집에 갔더니 어느 날 밥공기 뚜껑 위로 밥을 한 숟갈 더 얹어주는 것이었다. 남기자니 그렇고 해서 먹었
◇첫째 날 문정동 로데오 거리에서 수입브랜드 의류매장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는 아침에 남편 출근할 때, 부부싸움을 하였다. 다른 날은 다투고 나가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남편한테서 필자의 마음을 풀어주려는 전화가 온다. 그런데, 이날은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없는 것을 보니, 단단히 삐쳤나 보다. 밤 12시가 지나도 남편이 집에 귀가하지 않았다. 매장과 집의 거리는 걸어서 10분 거리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보니, 이날은 하루 종일 서로가 전화 한통 주고받지 않았다. 가까운 거리니까, 어린 아들을 재워놓고 매장에 가보았다
사람은 오늘도 혼자이기를 고집하나 또 혼란스러워진다. 고독이 싫어서가 아니라, 자유가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 냄새가 그리워지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여린 마음을 주머니 속에 포근히 감싸며 사람 향기 맡으러 혹독한 저 바깥 세상 어디론가 방황을 떠난다. 멀고도 긴, 매섭고도 황량한 벌판 위로 찬 바람은 불어대지만 그래도 때때론 풋풋한 삶의 향이 있어 사람은 사람을 찾아 또 나선다. 혼자가 아니기에 고독한 자유인 나를 버리고 내 안에 상처를 끌어안으며 사람들 품으로 세상 속으로 향한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서로를 기대
폭염이 들끓는 오후,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해 극장가로 향했다.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듯, 요즈음 열기가 치솟는 영화, ‘부산행’을 타기로 했다. 이른 오후 4시 15분, 제4관 상영관은 관객으로 가득했다. 1시간에 두 차례, 1관에서 4관까지 줄지어 상영되는 프로는 과히 개봉 첫 주, 몇 백만 관객을 실감케 했다. 연일 TV에서 떠드는 올여름 들어 가장 뜨거운 영화였다. 예약 없이 무작정 나섰으나 1시간 남짓 기다림 끝에 달달 한 팝콘 통을 끼고 입장이 가능했다. 필자는 출연진이나 내용에 관계없이 영화를 좋아하고, 단순히 더
남자가 ‘패셔니스트’ 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 부지런한 발발이 아내 덕분에 유난히 여러 가지 옷을 바꿔 입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거기서 거기이다. 그러나 필자는 댄스스포츠를 일찍이 시작한 덕에 옷도 그렇게 맞춰 입다 보니 종종 ‘패셔니스트’ 소리를 듣는다. ◇나비넥타이가 익숙해지다 20여 년 전 댄스스포츠를 처음 시작할 때 호텔에서 파티를 하곤 했다. 그때마다 지도 강사는 남자들에게 나비넥타이를 매게 했다. 일반 넥타이는 안 된다고 했다. 나비넥타이가 없는 사람들은 아예 입장을 안 시키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나비넥타이를
아버지가 큰형 집에서 분가하기 전인 1956년 봄빛이 찬란한 4월 말에 필자는 태어났다. 찻길도, 전기도 없는 북한강 변 오지 강 마을이였다. 넉넉하지 않은 강촌의 아이는 끼니를 걱정할 정도의 궁핍과 결핍을 껴안고 살아야만 했다. 예닐곱 먹었을 때부터는 부모님이 논밭에 일 나가면 동생들 등에 업고 소 풀 뜯겨 먹이려 풀밭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드디어 초등학교에 다니게 됐는데 툭하면 조퇴나 결석을 했다. 4명의 동생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는 십오 리(약 5.89㎞) 거리였는데 학교에 갈 때는 산길을 따라 고개 넘어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타인을 의식하며 사는 거 같다. 필자가 40세 넘어서도 화장기 없이 용감하게 다녔더니 조금 위인 꽃꽂이선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장은 왜 안 하세요?’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자연스러운 게 좋고 편해서 그런다고 궁색한 대답을 했다. 그러자 그의 얘기가 “그러면 안 된다”며 “화장을 곱게 해야 여자가 비로소 된다“고 했다. 이유는 “당신은 자신의 얼굴을 거의 안 보고도 살아갈 수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보게 된다. 그러므로 타인을 위한 배려로 언제나 밝고 고운 모습을 보여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폭염주의보까지 내렸으니 함부로 외출하는 것도 겁난다. 그러나 찜통더위에 에어컨 밑에만 있자니 전기료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덥다고 집에만 가만있는 것도 답답한 노릇이다. 어디 더위를 피할 만한 마땅한 곳이 없을까 제일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곳은 관악산 계곡길이다. 관악산 하면 보통 가파르고 험한 산을 생각하지만 등산로와 달리 계곡길은 경사도 완만하고 길이 잘 닦여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걷기 좋다. 실제로 관악산에 가보면 등산복을 잘 차려입은 등산객들도 많지만 반바지에 샌들, 혹은 유모차를 밀고 산책 나
영화 ‘플캉크 상수’ 서두엔 플랑크 상수가 무엇인가 설명하는 문구가 나온다. '플랑크 상수'란 불연속성과 불확정성을 보이는 양자역학적 미시세계의 본질에 관계하는 중요한 상수를 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관객 중에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이렇게 어려운 제목을 뽑았나 싶다. 흥행은 애초부터 염두에 안 두고 만든 영화처럼 보인다. 감독에 조성규, 배우는 김재욱이 주연이고, 김지유, 진아름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가 나온다. 나오는 사람도 몇 안 되고 촬영 장소도
7월 20일 예술의 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오윤아의 재즈, 탱고, 클래식의 만남’ 공연이 있어 갔다 왔다. 프로그램에 아스토르 피아젤라의 누에보 탱고가 클래식과 융합하여 연주된다 하여 벼르던 공연이었다. 탱고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의 전통 음악인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음악이다. 우리 가요 중에도 탱고 풍의 가요가 많다. 춤도 그렇다. 스탠더드 댄스 5종목에 탱고가 들어가는데 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태동한 댄스인 탱고가 라틴댄스에 안 들어가고 왈츠, 폭스트로트 퀵스텝 등과 함께 스탠더드
여권이 몇 개나 된다. 예전에는 5년마다 새로 갱신을 해야 했다. 이제는 두툼해진 10년짜리 여권이 몇십 년은 쓸 것 같다. 미국에 입국하려면 반드시 비자가 필요했다. 더구나 그곳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신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신분 유지란 하늘의 별 따기이다. 10년짜리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 대사관 앞에는 언제나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필자는 미리 받은 비자가 있어 미국을 수시로 드나들 수가 있었고, 큰딸아이도 카이스트 학생 신분으로 무난히 비자를 받아냈다. 문제는 막 초등학교를 마친 작은 아이가 비자가 없으니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