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매식을 주로 하면서 거의 정해진 양인 밥 한 공기도 제대로 못 먹고 남기는 것은 보기에도 안 좋다. 그래서 딱 그 정도만 먹는다.
댄스 학원에 가기 전에 단골로 가는 백반집에 갔더니 어느 날 밥공기 뚜껑 위로 밥을 한 숟갈 더 얹어주는 것이었다. 남기자니 그렇고 해서 먹었다가 그날 댄스하면서 속이 거북해서 애 먹었다. 그 다음부터는 아예 처음부터 밥공기 위로 올라온 부분은 덜어 달라고 말한다.
며칠 전 남한산성 입구에 자주 가던 막걸리 집에 저녁식사 겸해서 들렀다. 고향 사람이라 하여 유난히 잘 해준다. 보리밥비빔밥이 그 집의 주 메뉴이다. 날씨가 무덥고 푹푹 쪄서 야외에 앉다 보니 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보리밥을 밥공기 위로 한 고봉 더 얹은 것을 그대로 받았다. 밥이 뜨거울 때 비벼야 맛있다며 비빔밥 재료가 있는 그릇 위에 밥을 얹었다. 보통 때의 2배 정도 되는 양이었다. 보리밥은 쌀밥처럼 밀도가 촘촘하지 않아 겉보기보다 양이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편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밥을 먹다 보니 양이 너무 많다는 걸 알면서도 남길 수 없어 다 먹었다.
고통은 그때부터 오기 시작했다. 위가 늘어나서 배가 아픈 것이다. 집까지 30분 거리로 원래 걸을 예정이었는데 도무지 걸을 수 없어 버스를 타고 왔다. 집근처에서 내리고도 배가 불러 동네 한 바퀴를 돌았으나 소화도 안 되고 푹푹 찌는 날씨라 더 이상 밖에 있을 수 없었다.
자면서도 위가 늘어나 고통이 느껴졌다. 다음 날, 그 다음날도 배가 더부룩하고 위가 늘어나 힘겨웠다. 아침 식사로 칼국수를 먹으러 갔으나 역시 양이 많게 느껴졌다. 위가 늘어나 수축 작용이 잘 안되는지 소화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평소 잘 못 먹어 배고픈 사람이라면, 기회 있을 때 과식이라도 해서 비축해둘 수는 있다. 내게 호의를 베풀어 밥을 더 많이 주는 사람들의 속내는 그럴 것이다. 그러나 과식은 미련한 짓이다. 호의가 사람 잡는 것이다.
100세 이상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적게 먹는 소식이라고 한다. 오장육부의 에너지를 좀 남겨 두어야 힘들지 않은데 과식을 하게 되면 소화하는데 전력투구하다 보니 소화하는데 에너지가 집중 투입된다는 것이다.
보리밥 과식 이후로 자연스럽게 아침식사를 거르고 점심을 먹게 되었다. 집에서 조리할 일이 없으니 여러 가지 이점이 많다. 11시쯤 음식점에 가면 한가하고 좋다. 6천원 뷔페집이라 인기가 좋은 편인데 나는 음식을 너무 조금 먹는다고 주인이 늘 걱정을 해준다. 덜 먹어야 그 집 음식에 덜 질린다. 매일 가야하는 집인데 음식이 질리면 또 다른 메뉴나 음식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미리 조심하자는 것이다. 과식하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