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스트레스가 별로 없는 편이다. 스트레스가 생길 것 같으면 의도적으로 미리 피하기 때문이다. 만나서 스트레스를 줄 사람은 아예 피한다. 그래서 비교적 편안한 마음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금방 알 수 있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도 안 되고 머리도 무겁다고 느낀다. 그러니 신진대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자다가도 꿈자리가 좀 뒤숭숭하면 바로 깬다. 그대로 비몽사몽간에 누워있다가는 잠이 깨고 그 다음날 하루 종일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진다. 그러나 바로 깨서 꿈이라고 정의하고 잊어버리
월드컵 평화의 공원 수변무대에서 펼쳐진 오페라 을 감상했다. 하늘 공원 억새 축제의 일환으로 주변이 온통 인파와 축제 분위기였다. 월드컵 경기장 전철역에 내리자마자 이미 화장실에 길게 늘어선 줄이 축제장의 인파를 짐작하게 했다. 이번 공연은 집에서도 멀고 며칠 전 하늘공원과 일대를 돌아 봤기 때문에 갈까 말까 망설였었다. 그러나 깊어 가는 가을 저녁 수변 무대에서 펼쳐지는 오페라는 어떤 느낌일지 보고 싶은 마음의 결정을 하고 발길을 옮겼다. 수변무대는 평화의 공원 수변에 마련한 야외무대이다. 정작 연못은 무대 때문에 안
1636년 인조 14년 청의 수십만 병사가 조선으로 쳐들어왔다. 인조는 강화도로 피신하려고 했지만 정세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자 세자만 보내고 남한산성으로 길을 바꿔 청군에 포위당한 채 47일간을 버텨야했다. 사가들은 이를 병자호란이라 불렀다. 김훈 원작, 황동혁 감독의 영화 남한산성은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김상헌(김윤식 분)은 홀로 남한산성으로 가기위해 안내를 받아 얼어붙은 강을 건넌 후 안내를 한 뱃사공을 단칼에 베어버린다. 영화에서 척화파를 대변하는 그를 넌지시 악으로 암시하는 장면이다. 그렇
대중가요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4분의 4박자로 되어 있다. 같은 4분의 4박자에서 댄스 곡이든 트로트 곡이든 발라드 곡이든 템포가 좀 빠르고 느리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가끔 4분의 3박자의 왈츠 풍도 있기는 하다. 댄스를 해보면 초보자들은 3박자의 왈츠는 상당히 어려워한다. 좀 빠른 템포의 왈츠인 비에니즈 왈츠도 마찬가지이다. 3박자에 발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발을 모으고 나면 그 다음 스텝이 어느 발이 나가야 할지 헤맨다. 물론 체중을 3박자로 놓는 연습이 숙달되고 나면 잘 한다. 3박자로 발을 모
20여 년 전 댄스스포츠를 한창 즐기며 배울 때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은 우리나라 방문을 기피했었다. 어차피 극동에서 벌어지는 아시안 투어에서 일본에는 가지만, 한국은 건너뛰기도 했다. 그러던 프로선수들이 불과 몇 년 전부터 한국에 자주 온다. 한국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한번 오면 고액의 시범료를 받을 수 있고 온 김에 레슨비를 두둑이 챙겨서 갈 수 있다. 당구의 세계에서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유럽에서 생겨난 당구의 세계적인 수준에 편승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세계 당구계의 변방이었으나 이제는 4대 천왕이라는 세계 프로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전철무임과 환승할인제를 시행하여 복지사회의 꽃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전철무임 교통카드’에 전철과 버스의 환승할인 기능이 없다. 유료인 버스에서 무료인 전철로 갈아타거나, 전철에서 버스로 바꿔 타면 전철구간에서 ‘블랙 홀’이 생겨서다. 환승할인 안 된 전철무임 교통카드를 폐지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일반인 교통카드는 첫 승차 때 전철은 1250원, 버스는 1200원 기본요금이 찍히고, 하차 시 차액요금을 정산한다. 버스로 환승하면 0으로 표시하고 하차 때 차액을 정산한다. 버스에서 전철로
사돈은 아주 멀고도 어려운 사이라고 한다. 필자는 아들이 하나뿐이기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사돈댁과 멀리 지내고 싶지 않았다.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상견례를 하는 자리에서 필자는 “남들은 사돈이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는 좋은 사돈 사이가 돼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라고 말해버렸다. 그렇게 서로 격차가 나는 사이도 아니고 장인 장모 될 분들의 인상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쉽게 그 말이 튀어나왔나 보다. 우리 남편은 한술 더 떠서 처음 보는 자리인데도 술을 좋아하시느냐며 자주 만나 술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까지 했다. 사돈어른도 술을 몹시
올해 22번째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매스컴이나 TV를 통해서만 보았던 별들의 잔치에 직접 참석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뻤다. 항상 보았듯이 빨간 카펫이 길게 깔리고 멋진 남녀 배우가 그 위를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한다. 부산은 매우 역동적이고 활발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다. 게다가 필자가 좋아하는 생선회에 대한 문화도 발달한 곳이어서 항상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다. 이전에 몇 번 관광차 왔을 때도 자갈치시장 등 부산은 시끌벅적하고 사람 부대끼며 사는 맛이 나는 느낌을 받았다.
“할머니 이름이 뭐예요?” 눈만 멀뚱멀뚱. “할머니 나이가 몇이세요?” 묵묵부답. “할머니 집이 어디세요?” 무표정. “이 사람 누구예요?” 딴청. 그런데 한 자리 숫자를 아래로 여러 개 써놓은 종이를 네댓 개 보여주며 “아무거나 위아래 숫자를 더해보세요” 하니 10초도 안 되어 분명하게 숫자를 말한다. 모두 정답이다. 그러셨다. 일제강점기 암산 7단의 머릿속에 아직 주산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께선 치매로 오래 편찮으셨다. 산을 좋아하셔서 친구 세 분과 세계 3000m급 산도 너끈히 등정하셨다 네 분이면 택시도 한
요즘은 사시사철 과일을 먹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필자가 자랄 때는 열매나 과일채소라고는 봄에 딸기, 여름부터 가을철에 나오는 수박, 참외, 토마토, 자두, 복숭아, 사과, 배, 포도, 감, 대추가 전부였다. 그나마도 품종이 몇 개 안 되고 시장에 나오는 시기도 짧았다. 예를 들어, 자두는 7월이면 끝물이었는데 요즘은 품종은 다르지만, 자두가 가을에도 시장에 나온다. 복숭아도 여름까지는 나왔지만, 복숭아털이 없어 먹기 좋은 천도복숭아라는 것은 나온 지 몇 년 안 되는 신품종이다. 먹기 좋게 품종 개량한 방울토마토도 그렇다.
TV 당구 채널이 생겨 하루 종일 당구 시합을 볼 수 있다. 국내 경기도 있고 국제 경기도 있다. 아무래도 국내 프로 선수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프로 선수들은 얼굴이 알려져 연예인 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직 당구 대회가 많지 않고 상금도 약하지만, 프로 당구 선수들은 당구 만으로 생업이 가능해졌다. 상금 외에 유명세 만으로도 레슨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꽤 되는 모양이다. 'LG U+' 대회는 올해 우승 상금이 8천만 원이었다.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 하니 우승하고 나면 상금만으로도 상당한 수입이다.
얼마 전에 미리 시어머니 산소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추석 차례를 지내고 출발을 해서 늦기도 했지만 추석 당일이라 그랬는지 어머님 계신 메모리얼 파크 입구 훨씬 전부터 차들이 막혀 꼼짝을 못하는 상황이라 날도 더운데 몇 시간이나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올해엔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어머니를 모신 곳은 분당의 메모리얼 파크인데 이곳은 유명 연예인의 묘소도 있어 평일이어도 갈 때마다 수많은 화환과 생전에 팬이었던 분들인 추모객들로 붐비는 것도 보았다. 규모도 엄청나게 크고 주변 산세가 정말 깨끗하고 청량한 곳이다. 한편 생각해 보면
몇 해 전 소설 을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개인적으로 소설가 김훈을 좋아한다. 사물의 본질을 캐 들어가는 생각의 집요함에 몸서리가 나지만 그의 언어는 절제되고 담백하여 울림이 크다. 때로 그의 언어가 고답적이고 사변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산문집 을 읽으며 그 생각이 바뀌었다. 본질적으로 그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몸의 언어다. 그가 ‘길’에 천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 은 감독(황동혁)의 영화라기보다 작가 김훈의 영화다. 이미 원작을 통해 빽빽이 작가가 세워 놓은 말의 숲을 벗어나기가 쉽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그의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이 문구를 보고 많은 사람이 정말 불가능은 없을 거라며 희망을 품고 열심히 노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필자 개인으로도 나폴레옹은 의미 있는 이름이었을 때가 있었다. 대학 시절 한창 미팅이 성행할 때였다. 여대에 다녔던 필자는 유능했던 과대표 덕분에 주로 연세대나 고려대 학생과의 미팅을 많이 했다. 과 전체가 한꺼번에 참석한 미팅도 있었으니 정말 미팅 전성시대라 할 수 있었다. 언젠가의 미팅에서 쪽지에 서로 맞는 인물을 찾아 파트너가 되는 방
추석,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올려다보면서 소원을 빌어보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 방아 찧는 토끼가 보일 듯 말 듯 한 아이보리 빛의 둥근 쟁반 같은 달이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풍성한 차례 음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가을에 햇곡식이 나고 정성으로 준비한 차례 상에 자주 볼 수 없는 시댁 가족들이 둘러앉아 “형수님, 맛있어요”라고 하는 말을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요즘은 좀 간편해졌지만 예전에 추석이나 명절 상을 준비할 때는 보름 전쯤 생선 말리기부터 해야만 했다. 생선을 세 종류로 세 마리씩 홀수로 사 와서 손질을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