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에는 조금 시원해진 휴일, 친구들과 인천 무의도, 소무의도 트레킹을 하였다. 자동차를 가지고 다녔던 곳이지만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다. 버스와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철도는 텅텅 비었는데 주차장은 만원이다. 손 흔들며 먼 여행 가는지 푸른 하늘에 공군이 떴다. 버스 타고 갈매기 벗삼아 배를 바꿔타고 또 버스를 탔다. 호룡곡산에 땀 흘리고 바다풍광을 즐겼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하였으나 ‘어르신 교통카드’는 환승할인이 되지 않았다. 우리의 교통요금 제도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일본 NHK가 보도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에 쓰레기장에서 주었다고 신고한 금액이 우리 돈으로 약 1900억 원 정도 된다고 한다. 혼자 살면서 장롱 속에 보관하다가 죽은 사람들의 뭉칫돈이라는 것이다. 신고하지 않은 금액은 더 많을 것이다. 상속받을 사람이 없어 국고로 귀속된 금액도 4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KBS 보도로 우리나라도 고독사로 추정되는 죽음이 연간 1만 건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왜 뭉칫돈을 은행에 안 넣고 장롱 속에 보관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만한 돈이 있다면 쓰다가 죽
책상 위에 놓은 휴대폰이 윙윙대더니 친구가 왔다.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친구는 아파트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며 툴툴거린다. 시내에 커다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친구가 뜬금없이 왜 아파트 타령일까. 알고 보니 딸이 결혼을 한단다. 필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왜? 아파트 사주려고?” “응.” 예상외의 답변이었다. 친구가 돈이 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출가하는 딸에게 아파트를 사줄 생각까지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사윗감이 대단한 사람인가보네 하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친구의 사윗감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해 졸업한 딸이 당연히 유학을 갈 줄 알았는데 안 가겠다고 선언을 했다.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 공부를 시작해 대충 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열공을 해 수상 경력도 많고 어려서부터 유명세를 탄 딸이었다. 딸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으면 유학을 포기하겠다고 선언을 할까. 그 마음 헤아려 얼마 동안 하고 싶은 대로 놔뒀다. 그러는 동안 딸은 어느새 29세가 되었다. 이번에는 조바심이 난 필자가 딸에게 강력하게 선언했다. 시집을 가든지, 유학을 가든지 선택을 하라고. 딸은 쉬면서 취직도 해보고 다른 길을 모색
작년 초, 딸아이의 남자 친구가 인사를 오겠다고 해서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2주 후 현대미술관 그릴에서 마주 앉았다. 어색하고 기분이 묘했다. 노트북을 펼쳐 몇 컷으로 정리한 자신의 풀 스토리를 전하는 예비사위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래도 비교적 차분하고 진솔하게 35년의 이야기를 전하는 표정이 진지했다. 만나서 심문하듯 묻고 답하는 자리보다는 온전하게 자신을 알리는 시간을 주는 게 좋겠다 싶어 필자가 주문한 것이 ‘나를 말한다’ 브리핑 PPT였다. 우리 아이와 결혼을 원한다면 예비 장인, 장모를 설득해보라는 일종의 작은 미션이었
며느리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파트 분양에 다자녀 특별 분양신청을 했더니 당첨이 되었단다. 아파트 경쟁률이 몇 백대 일이 되어 도저히 붙을 가망이 없었는데 자식이 셋인 덕분에 정부의 다자녀 특별 분양 혜택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셋째 막내가 복덩어리라고 이웃에서 모두가 한 마다씩 덕담을 해준다고 며느리 목소리에 잔뜩 기쁨의 웃음이 배어있다. 또 하나 다자녀의 혜택을 본 것이 있다.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시립유아원에 아이들이 쉽게 들어간 것이다. 시립유아원을 선호하는 아이들은 많은데 원생 수는 한정되어 있어 그림의 떡으로 바
월요일엔 아침부터 분주하다. 어딜 가냐는 아들의 물음에 브런치 하러 간다니 피식 웃는다. ‘그 나이에 브런치가 뭐야’ 하는 눈치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방을 둘러매고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내가 가는 모임은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의 오프라인 모임인 ‘월요브런치클럽’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 지하철 역세권 카페에 모여서 블로그 포스팅을 중심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온라인에서만 교류하던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교제도 하고 브런치를 함께 먹으니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얼마 전에 팝핀현준 어머니와 소개팅을
지난 여름 열대야는 대단했다. 에어컨을 밤낮으로 틀고 살아야 했다. 아차! 전력요금하고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방마다 틀었더니 선풍기 자체 열에 의해 더운 바람이 나올 정도였다. 가정의 전력요금은 누진제 영향으로 많이 쓰면 쓸수록 단가요금이 높아진다.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줄이고 신재생 발전소로 대체한다고 하지만 이는 곧 전력요금인상을 불러오는 것은 자명하다. 이를 막으려면 가정에서는 절약밖에는 묘수가 없다. 전기절약을 위해 정부당국에서 하는 방법으로 전기요금을 비싸게 하여 소비자가 스스로 알아서 덜 쓰게 하는 방법이다.
며칠 전 동생들과 엄마 집에서 모였다. 수다가 지루해질 때쯤 TV를 켰는데 홈쇼핑 방송에서 정말 군침 도는 상품 소개하고 있었다. 누구나 좋아하는 부드러운 맛의 반건조 오징어였다. 필자는 오징어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그렇게 좋아하던 마른 오징어를 이제는 잘 먹을 수 없다. 슬프지만 이가 약해져 감칠맛 나는 오징어 먹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큼직한 오징어 한 마리 정도는 앉은자리에서 먹어치웠는데 치아 때문에 씹을 수 없게 되니 서글프다. 나이 드니 어쩔 수 없는 신체적 문제를 자주 겪는다. 그러나 마른 오징어만 못 먹을 뿐
18년 전 아내와 이혼하게 되었을 때 아내가 재산분배에 대한 계산서를 내밀었다. 지금 회고해보면, 아내나 필자가 이혼 얘기는 많이 했지만, 실제로 이혼할 생각이 확고했던 것은 아니었다. 졸지에 퇴직을 하게 된 충격으로 필자는 다른 일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잘못해서 이혼 당할 유책 배우자도 아니니 이혼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내가 얼굴만 보면 이혼 얘기를 꺼내 견디기 어려웠다. 이혼 절차를 밟아도 마지막으로 구청 신고를 하지 않으면 별거를 하다가 재결합의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아내가 내민 계산서를 제대로
필자가 사는 동네는 서울 변두리 산 밑이다. 이 동네에서 꽤 오래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동네에 아는 사람이 많다. 필자는 같은 아파트 사람 이외는 친분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는데 남편은 같이 산에 물이라도 뜨러 갈 때면 언제 사귀었는지 온 동네 사람과 다 인사를 나눈다. 그런 남편이 참 생소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필자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들고 들어오는 청첩장이나 부고장도 있는 것으로 보아 동네 사람 경조사에도 많이 참여하는 것 같다. 며칠 전 남편이 이번 일요일에 동네 아는 분의 자제가 결혼하
건강한 시니어들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 또는 활동력을 활용하여 봉사활동에 나서기를 사회에서 부추긴다. 은퇴 후 허전함을 채워주고 자긍심도 올려주는데 수익성 일이 아니라면 공부와 봉사활동이 한 몫을 한다. 남을 위한 봉사활동은 신체 움직임을 통해 본인의 건강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3조다 그러나 봉사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여서는 안 된다. 어느 분이 이런 글을 올려주셨다.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장에 간식으로 먹으라고 주최 측에서 넉넉히 빵과 우유, 차 등을 준비하였다. 체면상 나중에 먹으려 한 사람들 몇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잔소리는 입에 쓰다. 좋은 약은 입에 쓰듯이 잘 듣고 그대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게 안 된다. 20년 전 아내의 잔소리에 진절머리를 냈었다. 아내 잔소리가 100% 맞는 것은 아니고 필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으니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상처 난 데를 쑤시듯이 또 잔소리로 파고들었다. 맞는 얘기인데 오히려 반발이 생기기도 했다. 장애인에게 댄스를 가르치는데 선수 출신 코치가 와서 동작에 대해 잔소리를 했다. 같은 코치인데 밤낮 댄스만 하는 선수니까 필자보다 잘 한다고 생
‘인덕’이란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사귄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는 복을 말한다. 필자는 다행히 인덕이 많은 편이다. 특히 혼자 사는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묘하게도 어떤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활동적이면서 몇 살 아래인 사람이 필자를 따른다. 일은 자기가 총무로 알아서 다 할 테니 리더 자리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그런 자리가 몇 개 되고 그런 사람이 몇 명 된다. 필자의 능력으로는 총무 역할은 못한다. 사람들과의 연락 관계며 궂은 일, 잔일을 다 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자원해서 총무 역할을 할 테니 리
5년 전 겨울이었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아들의 결혼식 날짜가 정해져서인지 하루하루가 더디게 갔다. 12월 30일에 하는 결혼식 초청장은 다 보낸 상태였다. 사돈댁과의 혼사에 관한 모든 절차와 격식도 예법에 따라 잘 타협이 되었다. 그 해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 예비 신부인 며늘아기도 참석했다. 새 식구가 곧 가족이 됨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함께 즐겁게 시간을 잘 보내고 돌아온 그날 밤, 필자에게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밤새 복부 통증에 시달렸던 것이다. 다행히 크리스마스에도 진료를 하는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