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인한 변화를 느껴도 대부분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호소합니다.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가 그런 이들을 위해 ‘치매 케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요즘은 ‘치매 머니’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치매로 아픈 분의 돈 관리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됐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어머니의 인지능력이 걱정스러우니 돈을 주고받는 활동을 차단해야 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세요. 내가 만약 기억력이 흐려지고 불안한 상황인데, 가족들이 평생 모은 내 돈을 갑자기 쓰지 못하게 한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실제로 돈을 빼앗기거나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으면, 오히려 돈에 집착이 더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돈은 치매로 아픈 분에게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초기 단계인 분에게 간단한 장보기는 일종의 인지 자극 훈련으로 여겨집니다. 구매 목록을 기억하고, 물건값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칭찬을 듣는 과정은 그 자체로 기분 좋은 경험입니다. 우리가 쇼핑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듯 말이죠. 동시에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른으로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느낌을 주지요. 치매를 앓는 분들에게 지갑 속 돈은 어쩌면 마지막 남은 보루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어머니의 현금 사용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그려지실 겁니다. 앞으로 슬기로운 간병 생활을 위해, 어머니의 돈 관리에 대해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고 실천해보세요.
첫째, 실수를 지적하거나 돈을 끊지 마세요.
염려하시는 것처럼 1만 원을 주어야 할 사람에게 10만 원을 주거나, 손주에게 어제 용돈을 줬는데 오늘 또 주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돈도 잘 구분 못 하시잖아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어제 준 사람에게 또 돈을 준 거예요?”라고 대놓고 지적하면 본질은 사라지고 감정싸움만 남게 됩니다. 돈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상황에서 강제로 억누르면, 깊은 분노와 상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둘째, 1000원권 지폐를 가득 채워주세요.
단위가 낮은 돈을 많이 드리는 방법을 써보세요. 지폐는 5만 원권보다는 1000원권이 좋고, 동전도 넣어주세요. 만약 어머니가 5만 원권의 색을 기억하고 계신다면 비슷한 색인 5000원권을 조금 섞어드려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하면 실수로 돈을 많이 주거나 자주 주더라도 총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 어머니가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건넸을 때 상대방이 당황하거나 실망하는 표정을 짓지 않도록,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셋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을 보호하세요.
요즘은 나이 든 분을 노리는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가 많습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어머니의 통장과 휴대폰을 안전하게 관리할 장치를 마련해두세요. 집 근처 은행이나 단골 가게에도 상황을 미리 알려 협조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옷이나 값이 좀 나가는 물건을 사고 싶어 하시면 가족이 함께 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어머니 명의의 자산이 많다면 성년 후견인 제도도 조심스럽게 검토해보세요.
이 사연을 읽으며 저는 아버지의 저금통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으신 뒤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커피 원두 가는 모습을 아버지가 자꾸 유심히 바라보셨습니다. 그래서 저 대신 원두를 갈아주시면 매일 돈을 드리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흔쾌히 수락하셨죠. 원두를 다 갈고 나면 저는 “세상에서 커피를 제일 맛있게 가는 사람”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6개월이 지나자 아버지의 예쁜 돼지 저금통이 가득 찼습니다. 그 저금통 속 돈은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쓰였습니다. 아버지 지갑은 언제나 1000원권 지폐로 두툼했고, 그 돈으로 아내에게 용돈을 주고 뽀뽀를 받았습니다. 생일에는 데이케어센터 친구들에게 과일을 선물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의 발걸음에 자신감이 가득했습니다.
슬프지만 시간이 지나 어머니의 치매가 더 진행되면, 자신의 돈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날이 올 겁니다. 그때까지는 어머니가 평생 모은 돈을 조금이라도 더 어머니가 원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당신처럼 사려 깊은 딸이 곁에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힘내세요!








![[윤나래의 세대읽기] 지금 가장 핫한 건 역사와 전통?](https://img.etoday.co.kr/crop/85/60/231543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