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인한 변화를 느껴도 대부분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호소합니다.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가 그런 이들을 위해 ‘치매 케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올해 75세를 맞으셨군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시다니 박수를 보냅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에제키엘 J. 에마뉴엘 교수는 75세를 정신적·육체적으로 자립하면서 자녀들과 깊은 관계를 누릴 수 있는 마지막 기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75~79세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대략 20%에 달한다고 하니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염려하시는 부분은 치매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해 가족이 불행해질까 하는 점이군요. 저는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치매 환자 가족을 관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어요. 치매 간병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그렇다고 모든 가족이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20년 가까이 집에서 간병하면서도 맑은 얼굴을 잃지 않는 가족들을 만나면, 그 안에 일종의 의리와 단단한 신념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강인하게 만들었을까요? 무엇이 치매에 걸려도 행복한 가족을 만든 걸까요? 그 가족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3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따뜻한 관계와 추억을 쌓아두세요.
돌봄 가족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돌보는 배우자, 부모님, 시부모님을 “참 좋은 분이었다”고 말합니다. 다정했고 가족을 위해 헌신적이었으며, 자신이 아플 때 살갑게 돌봐주던 사람이었다고요. 어떤 분은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 아쉬움이 커서, 어머니만큼은 후회 없이 돌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관계와 동기가 단단하면, 가족은 전장에서 등을 맞대고 싸우는 전우처럼 간병이라는 여정을 함께 견뎌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고통만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의미 있게 채워집니다.
둘째, 어떤 돌봄을 받고 싶은지 솔직하게 말해두세요.
자녀들에게 짐이 될까 봐 “내가 아프면 바로 요양원에 보내고, 찾아오지 말아라”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이런 말이 반복되면 자녀들은 그것이 부모의 진심이라고 믿게 됩니다. “나는 죽기 전에 우리 딸과 함께 지내고 싶어”, “요양원에 가게 되더라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얼굴을 보고 싶어”,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더 살고 싶으니 모든 치료를 받게 해다오” 등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말로 하기 어렵다면 메모나 편지로 남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셋째, 고마움을 표현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특히 아버지 세대는 가족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을 쑥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인데 말 안 해도 알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표현해야 비로소 전달됩니다. “당신이 늘 음식을 잘 챙겨줘서 내가 이렇게 건강한 거야”, “오늘 우리 아들이 병원에 같이 가줘서 정말 든든했어. 고맙다”등 이런 말 한마디가 지친 가족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만약 과거의 오해나 서운함이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미안하다고 말하고 닫힌 마음을 두드려보세요.
저희 아버지도 평생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셨지만, 85세를 넘기며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아버지를 간병하는 동안,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유난히 병약한 아이였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생사를 넘나들었습니다. 여덟 살 무렵에는 아침상에 나온 생선을 먹다 가시가 목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피가 나올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죠. 놀란 아버지는 저를 업고 병원까지 달렸습니다. 도착했을 때는 수건 밖으로 흐른 피 때문에 아버지 옷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치료를 마치자 아버지는 저를 꼭 안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명신이, 이제 살았다” 그때의 얼룩진 셔츠와 환한 미소를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아버지를 돌보며 힘에 부칠 때마다 저는 그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평생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쌓아두신 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그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며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미 당신은 건강을 돌보고, 미래를 준비하며, 무엇보다 가족을 걱정하고 계십니다. 이제 남은 준비는 하나입니다. 가족과 마음을 나누고 추억을 쌓는 일입니다. 그 마일리지는 어떤 보험보다 든든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시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