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의 돌봄 시설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최근 일본 돌봄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돌봄 이용 여부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가족의 돌봄 시설과 서비스를 선택해 본 사람들은 처음에는 가격과 접근성을 중시했지만, 실제 경험을 거친 뒤에는 직원의 대응과 분위기, 의료 연계, 개별 맞춤 돌봄 같은 ‘서비스의 질’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일본 삿포로의 돌봄기업 ‘겐키나카이고’와 오사카의 미지 주식회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6일부터 21일까지 인터넷으로 300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의 돌봄이나 지원에 관여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70.7%였다. ‘과거에 관여했다’가 44.0%로 가장 많았고, ‘현재 관여 중’도 26.7%였다. 돌봄이 필요한 가족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장기요양 인정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가 43.0%로 가장 많았고, ‘공식 인정은 없지만 지원이 필요했다’가 18.0%, ‘지원 필요 판정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가 12.3%였다. 조사 대상 다수는 이미 돌봄을 현실의 문제로 겪은 셈이다.
실제 서비스 이용 경험도 적지 않았다. ‘과거에 이용했다’는 응답이 34.3%, ‘현재 이용 중’이 24.0%로, 둘을 합한 실제 이용 경험자는 58.3%였다. 반면 ‘검토했지만 이용하지 않았다’는 10.7%, ‘검토나 이용 경험이 없다’는 31.0%였다. 어떤 서비스를 검토하거나 이용했는지를 묻자 가장 많은 응답은 주야간보호서비스로 47.0%였고, 방문요양이 40.3%, 복지용구 대여·구매가 27.3%, 방문간호가 26.3%, 주간재활서비스가 22.7%였다. 시설 입소형 서비스 가운데서는 특별양호노인홈이 18.3%, 유료노인홈이 14.3%, 노인보건시설이 12.3%였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일본에서도 입소시설보다 재가·방문형 서비스 수요가 더 두드러졌다.
돌봄 시설이나 서비스를 찾기 시작한 계기는 가족의 한계와 당사자의 상태 변화가 중심이었다. ‘돌보는 가족의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응답이 27.3%로 가장 많았고, ‘치매가 진행됐다’가 21.3%, ‘입원 또는 퇴원’이 19.0%였다. 자유응답에는 말기암으로 집에서 임종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사례, 뇌경색 후 반신마비가 생겼다는 사례, 인지·신체기능 저하로 독거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사례, 돌보는 가족이 오히려 건강을 해쳤다는 사례 등이 담겼다.
선택 기준은 더욱 눈에 띄었다. 처음 시설·서비스를 고를 때 가장 중시한 항목은 ‘총비용’ 65.7%, ‘시설 위치와 접근성’ 59.3%, ‘직원의 대응과 분위기’ 52.0% 순이었다. 그러나 “다시 고를 수 있다면 무엇을 중시하겠느냐”는 질문에서는 순위가 바뀌었다. ‘직원의 대응과 분위기’가 48.7%로 1위에 올랐고, ‘총비용’은 47.3%로 내려갔다. 여기에 ‘의료 연계’ 28.3%, ‘이용자 맞춤형 개별 돌봄’ 20.7%의 중요도도 높아졌다. 비용과 입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장 돌봄의 질이 경험 이후 더 무겁게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시설이나 서비스를 고르며 가장 곤란했던 점으로는 ‘비용과 추가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알기 어렵다’가 44.0%로 가장 많았다. ‘무엇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응답도 36.7%에 달했다. 이어 ‘본인이 싫어하거나 동의를 얻기 어려웠다’와 ‘짧은 기간 안에 결정해야 했다’가 각각 27.0%로 같은 수준이었다. 실제 이용을 결정한 뒤 예상과 달랐던 점 역시 비용 문제에 집중됐다. ‘기저귀값, 미용비, 의료비 같은 추가비용이 생각보다 많았다’가 26.0%, ‘월 이용료가 생각보다 높았다’가 23.7%였다. ‘본인의 표정이나 건강상태가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았다’와 ‘직원 대응이 맞지 않았다’는 응답도 각각 14.3%였다.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공적·전문적 창구 의존도가 높았다. 시군구 고령자 상담창구나 지역포괄지원센터가 49.7%로 가장 많았고, 케어매니저가 45.7%, 병원 의사·의료사회복지사 등이 35.3%였다. 시설 공식 홈페이지는 24.3%, 형제자매·지인·친척 등의 입소문은 21.7%였다. 온라인 후기나 입소문보다 공공·전문 상담망이 여전히 핵심 정보 창구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부분이다.
선택 결과에 대한 평가는 일방적이지 않았다. ‘별로 후회하지 않는다’가 30.0%,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가 12.7%로 후회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7%였다. 다만 ‘약간 후회한다’ 5.3%, ‘많이 후회한다’ 0.7%보다 더 많은 51.3%가 ‘어느 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를 택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한 지원도 분명했다. ‘총비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표’가 59.0%로 가장 높았고, ‘추가비용의 현실적인 월별 예상치’가 48.7%, ‘비교 체크리스트와 현장 방문 때 물어봐야 할 질문’이 38.0%, ‘본인의 희망을 정리하는 시트’가 28.7%, ‘빈자리 전망’이 25.3%였다.
결국 일본의 가족돌봄 현장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는 많아 보여도 실제 선택에 필요한 정보는 부족하고, 가장 불안한 대목은 여전히 비용과 인력의 질이었다. 이번 조사는 고령화 사회에서 돌봄 서비스 확충 못지않게 비용 구조의 투명화와 현장 인력의 질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이는 통합돌봄의 시행으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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