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나이에도 이성을 만나고 싶다는 수요는 분명히 있어요. 다만 아무나 쉽게 만나고 싶어 하지는 않았죠.”
시니어 소셜 플랫폼 시놀의 김민지 대표는 시니어 매칭 서비스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시놀이 내놓은 매칭 50+ 서비스 ‘시럽인연’은 안을 들여다보면 기존 결혼정보회사와는 결이 다르다. 결혼 성사가 최종 목표라기보다, 노후를 함께 보낼 수 있는 ‘안전한 관계’를 안내하는 서비스다.
시놀은 ‘시니어 놀이터’, 말 그대로 시니어의 여가와 커뮤니티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이다. 성장과정에서 새로운 수요가 보였다. 가입자 중 50~60대 싱글 비중이 높았고, 이들이 원하는 것도 단순한 취미 생활만은 아니었다. 이들의 여가 활동 목적 중 상당수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시니어 커뮤니티 찾는 이유, 결국은 외로움
김 대표는 “시놀 회원 수는 2023년 말 2만여 명에서 2025년 말 10만여 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40% 정도가 싱글인 50·60대였다”며 “이들은 모임도 원했지만, 결국에는 ‘의미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더 원했다”고 말했다.
시놀은 이를 확인한 뒤 매칭 서비스 ‘시럽인연’으로 확장을 시작했다. 시놀이 시니어들이 유입되는 입구라면, 매칭 서비스 시럽인연은 추가적인 수요를 충족하는 역할을 한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인연을 찾지 못했지만 외로움을 해소하고 싶은 중장년층을 위한 서비스라는 뜻이다.
“시니어 가입자들은 젊은 결정사 이용자들과 달라요. 훨씬 신중하죠. 이미 한 차례 결혼과 이혼, 또는 사별을 경험한 경우가 많고, 자녀 문제와 부모 부양, 재산 구조 같은 현실적 조건도 함께 안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만남에 앞서 따지는 것이 많아요.”
김 대표는 이런 성향을 두고 조건만 따진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시니어들 입장에서는 해소해야 할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분들은 단순히 재력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앞으로 남은 20~30년을 누구와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년층은 자녀에게 이런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고, 주변에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뜻이 알려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재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돈이나 조건을 보고 접근하는 상대를 경계한다. 그래서 공개적인 만남보다 검증 가능한 ‘조용하고 안전한 만남’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검증된 상대를 소개받기 위해 자녀가 부모의 손을 잡고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적지 않은 가입 비용도 일종의 허들로 작용한다. 경제적 수준의 격차가 큰 상대를 선호하지 않는 이용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하다. 가입 비용은 300만 원부터이며, 조건이나 현재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최소 3인을 만날 기회가 제공된다.
또 다른 안전 확보 장치로, 시럽인연은 최근 ‘자산 검증’을 내세웠다. 시놀은 이달 한국부동산데이터연구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부동산 자산조회 서비스 ‘자산원클릭’을 도입했다. 50대 이상 가구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현실을 고려하면, 현재 소득보다 보유 자산이 상대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시니어는 이미 은퇴했거나 소득 활동이 줄어든 경우가 많다”며 “이 연령대에서는 자산 구조를 얼마나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느냐가 신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럽인연은 자산 규모를 노골적으로 상대에게 내세우는 방식과는 선을 긋는다. 구체적인 액수를 상대에게 공개하기보다 재정적으로 안정적인지 여부를 전달하는 식이다. 김 대표는 “핵심은 돈자랑이 아니라, 불안한 상대를 걸러내고 기본적인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김 대표는 “시니어는 결혼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반대도 있고, 재산 문제도 있고, 법적으로 너무 묶이는 관계를 원치 않는 분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럽인연은 ‘결혼정보회사’보다 ‘관계 설계 서비스’에 가깝다고 했다. 검증된 사람을 만나게 돕되, 목표를 결혼으로 단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놀이 전문직 단체와 협약을 넓혀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3월 대한여한의사회와 손잡은 것도 신뢰 기반의 집단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대한여한의사회 회원에게 시럽인연 이용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건강과 사회활동을 접목한 공동 행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검증된 전문직 네트워크를 확보하면 회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연륜보다 어려운 ‘첫 만남’, 관계형성 서툴어
김 대표는 가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관계를 어떻게 시작하고 이어가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럽인연은 단순 매칭에 그치지 않고 프로필 작성부터 대화 방식, 첫 만남의 분위기까지 함께 조율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중장년이 꼽는 상대의 최우선 조건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외모’라고 말했다.
“첫 번째 결혼은 집안의 결정에 따라야 했던 분들이 많으니까, 끝사랑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대를 고르고 싶어 하죠. 그렇다고 단순히 ‘젊음’이나 ‘생김새’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자신을 얼마나 가꿔왔는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취미나 교양을 갖추고 있는지도 중시해요. 여생 동안 함께 여가를 즐기고, 자신이 참여했던 모임도 함께해야 하니까요.”
흥미로운 점은 여성 가입자들의 외모 기준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이다. 반대로 남성들은 처음에는 외모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잘 이어지는 관계는 성격과 대화 코드, 함께 다녔을 때의 조화로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대표가 밝힌 현재 시럽인연의 매칭 서비스 가입자는 190명 정도. 이 가운데 6개월 이내 교제가 성사되는 비율은 54%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장년 매칭 시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는 ‘홀가분한 사람’이다. 상대의 가족관계가 얼마나 복잡하지 않은지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자녀와 여전히 함께 살고 있거나, 부모를 직접 돌보고 있는 경우에는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김민지 대표는 ‘끝사랑’을 시작하면서 눈에 띄게 달라지는 회원을 만나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 대표는 “첫 만남 뒤에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변경하고, 말투까지 달라지죠”라고 설명했다.
시놀은 앞으로 시놀 플랫폼 자체는 계속 키우되, 모임도 더 특화할 계획이다. 파크골프, 스포츠댄스, 여행 등 중장년층의 생활양식과 잘 맞는 테마를 강화하고, 그 안에서 관계 수요가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거점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의 50·60대는 예전의 노년층과 전혀 다르다. 건강하고, 소비 여력이 있고, 무엇보다 혼자 남은 삶을 그냥 견디기보다 다시 설계하고 싶어 한다”며 “시니어 결정사는 결혼을 강요하는 산업이 아니라, 이들이 안전하게 관계를 시작하도록 돕는 서비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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