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3

또 고령 운전자 사고, 日선 ‘면허 반납 체험’ 시험 중

입력 2026-06-23 07:00

‘일회성 지원’ 면허 반납 제도 한계… ‘운전 필요없는 노후’ 정책설계 필요

▲지난 21일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2명이 숨지고,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옮겨졌다.(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21일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2명이 숨지고,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옮겨졌다.(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또다시 고령 운전자로 인한 심각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대책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부산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페달 오조작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 차량 감식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령운전자에게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권하는 국내 제도가 실제로 반납 결심을 끌어낼 만큼 충분한 유인책을 갖췄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지자체들은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는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지역화폐인 동백전으로 10만 원을 지급한다. 서류를 통해 실제 운전자임을 증빙하면 3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일부 자치구는 자체 예산으로 별도 지원금을 추가한다.

서울시는 70세 이상 면허반납자에게 20만 원이 충전된 선불 교통카드를 지급한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낮춰 10만 원 상당의 인천e음카드를 제공하고, 실제 운전 증빙이 있으면 10만 원을 추가 지급해 최대 20만 원을 지원한다.

각 지자체의 이 같은 지원책은 과거보다 확대된 것이지만, 일회성 지원에 그쳐 고령자의 결심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산이 한정돼 있어 먼저 신청한 사람만 지원받거나, 예산이 소진되면 지원이 중단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운전면허 반납으로 발생하는 병원 진료, 장보기, 가족 방문 등 일상 이동의 공백을 충분히 메워야 실효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고령화 선배’ 일본 국토교통성이 추진 중인 실증사업은 이런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번 달부터 2026년도 예산사업으로 ‘고령자의 면허반납 촉진을 위한 지방공공단체 대책 효과 실증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이미 면허를 반납한 고령운전자뿐 아니라 ‘면허반납 예행 체험’에 참여하는 고령자까지 포함된다. 면허반납 예행 체험은 면허를 곧바로 반납하기 전에 일정 기간 운전을 하지 않고 운임 할인을 받으며 버스, 택시, 지역 교통서비스만으로 생활해 보는 방식이다. 고령자는 차 없이 생활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지자체는 어느 지역과 시간대에서 이동 공백이 생기는지 파악할 수 있다. 지원 수단은 버스와 택시뿐 아니라,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 주민 차량을 활용해 이동을 돕는 유상 교통서비스까지 포함된다. 지역 교통망과 고령자의 생활 이동을 함께 검증하는 구조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고령자들이 운전면허를 반납한 후의 삶을 미리 체험하도록 해, 막연한 두려움 없이 면허 반납에 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 역시 실증사업을 통해 고령자들이 면허 반납 후 불편한 부분을 다시 점검해 보완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현재 국내 고령운전자 사고는 계속 증가 중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4년 4만2369건에서 2025년 4만5873건으로 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761명에서 843명으로 늘었다.

고령운전자 전체를 위험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초고령사회에서 운전 능력 변화와 이동권 문제를 함께 다루는 정책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일본과 같이 ‘차 없는 생활’을 미리 경험하게 하거나, 그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교통 인프라를 연계하는 정책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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