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은 우아한 모순의 도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마천루 사이로 삼륜 모터택시 툭툭(Tuk-tuk)이 경쾌한 소음을 내며 질주하고, 에어컨 바람이 차디찬 대형 쇼핑몰을 나서면 400년 된 사원에서 타오르는 향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스카이워크에서 발아래 놓인 세상을 내려다보며 짜릿해하다가도, 유유자적 흐르는 짜오프라야 강물 위에선 시곗바늘이 멈춘 듯한 평온함을 마주한다. 찬란했던 문명의 흔적을 쫓는 시간 여행부터 잠들지 않는 도시의 화려한 밤까지, 방콕과 근교가 선사하는 태국의 무지개색 스펙트럼으로 초대한다.

태국 건축예술의 정수, 왕궁과 사원들
라마 1세가 1782년 차크리 왕조를 열고 수도를 방콕으로 옮기며 조성한 방콕 왕궁(그랜드 팰리스)은 한때 왕실과 왕실 정부의 중심지였다. 오늘날에도 국왕 즉위식 등 주요 왕실 의식과 국가 행사가 열리는 상징적 공간으로 남아 있다. 왕궁 곳곳은 금박과 유리 모자이크, 정교한 공예 장식으로 태국 건축 및 장인 기술을 집약해 보여준다.
왕궁의 백미는 단연 ‘왓 프라깨우’. 에메랄드 사원이라 불리는 이곳은 실제 에메랄드를 비롯한 각종 보석으로 장식했다. 멀리서 봐도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그 섬세함과 장엄함을 느낄 때 더욱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이곳 본당(우보솟)에는 계절마다 국왕이 직접 예복을 갈아입히는 신성한 에메랄드 불상이 있다. 비록 60㎝ 남짓한 크기지만, 불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험한 기운과 사원의 엄숙한 분위기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태국에서 가장 중요하고 신성하게 여기는 사원인 만큼, 입장할 때는 반드시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야 함을 명심하자.

짜오프라야 강변에 우뚝 솟은 왓 아룬은 ‘새벽사원’이라는 이름처럼 아침 햇살을 받을 때 가장 영롱하게 빛난다. 크메르 양식의 거대한 탑은 수만 개의 중국 도자기 조각과 조개껍데기로 장식했다. 가까이서 볼수록 그 섬세함에 감탄하게 된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테라스에 서면 강 건너편 왕궁과 왓 포 사원이 한눈에 들어와 탁 트인 전망을 선물받은 듯한 기분이다.

물길과 기찻길이 장터? 이색 시장들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약 100㎞, 랏차부리주에 위치한 담는사두악 운하 미로 속에 삶의 터전이 있다. 담는사두악은 ‘동양의 베네치아’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수상시장이다. 좁은 수로를 가득 메운 나무배 사이로 노를 젓는 상인들의 활기찬 외침이 오간다. 배 위에서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쌀국수 한 그릇, 알록달록한 열대 과일, 그리고 정교한 수공예품들이 물결 위에서 춤을 춘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물과 함께 살아온 태국인들의 끈끈한 생명력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현장이다.
태국에서 가장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시장은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사뭇송크람주 기찻길에 있다. 담는사두악 수상시장과는 차로 20~30분 거리다. 매끌렁 시장의 상인들에게 기차는 삶의 터전이자 판매대다. 하루 네 번, 기차 경적이 울리면 시장은 진귀한 풍경을 연출한다. 천막을 걷고 바구니를 치우는 상인들의 손놀림은 마치 잘 짜인 군무처럼 일사불란하다. 열차가 코앞을 스치듯 지나가면 승객과 상인은 서로에게 손을 흔들고, 기차가 사라진 자리는 다시 활기찬 시장으로 복귀한다.

낭만 절정, 강변에서 즐기는 노을과 야경
방콕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최적의 방법은 짜오프라야강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디너 크루즈에 오르는 것이다. 선상에서 라이브 밴드의 감미로운 재즈 선율과 함께 태국식 뷔페를 즐기다 보면, 창밖으로 조명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는 왕궁과 사원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강바람에 더위를 식히며 와인 잔을 기울이는 순간, 방콕의 밤은 당신에게 잊지 못할 로맨틱한 추억으로 각인될 것이다.
현대적인 깔끔함과 야시장의 활기를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정답은 아시아티크다. 거대한 물류 창고를 개조해 만든 이 복합문화공간은 짜오프라야 강변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쇼핑과 미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방콕의 밤하늘을 수놓는 거대한 관람차 ‘아시아티크 스카이’가 랜드마크이며, 잘 정돈된 거리에는 디자이너 소품 숍과 세련된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무더운 낮을 피해 쾌적하게 쇼핑을 즐기고, 강변 테라스에서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이보다 완벽한 장소는 없다.
불멸의 도시 아유타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태국의 옛 수도다. 방콕에서 북으로 80㎞가량 떨어진 곳이라 당일치기 여행지로 들를 만한 거리다. 1350년부터 400년간 태국의 수도로 군림했던 이곳은 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여전히 기품을 간직한 채 여행자를 맞이한다.
머리가 잘린 불상이 보리수 뿌리에 감싸인 ‘왓 프라 마하탓’과 거대한 와불이 있는 ‘왓 로카야수타’는 필수 코스. 아유타야의 진가는 해 질 녘에 드러난다. 선셋 보트에 몸을 싣고 강을 따라가다 보면, 붉게 물드는 노을을 배경으로 검은 실루엣의 사원들이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찰나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과거의 영광이 되살아나는 듯한 장엄한 환영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매끈한 탑이 디지털 파일의 픽셀 단위로 분해된 듯한 독창적인 외관의 ‘킹 파워 마하나콘’ 빌딩은 방콕의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정의했다. 74층 전망대까지 50초 만에 도달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360도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지상 310m 높이의 ‘글라스 트레이(Glass Tray)’. 투명한 유리 바닥 위에 서면 발아래로 까마득한 빌딩 숲이 펼쳐지며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해 질 녘 붉게 물드는 지평선과 하나둘 켜지는 도심의 불빛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방문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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