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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모’에서 밀려난 50대 여성의 이야기…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 북인북은 브라보 독자들께 영감이 될 만한 도서를 매달 한 권씩 선별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작가가 추천하는 책들도 함께 즐겨보세요. 하여간 그렇대. 우리 나이가 한참 늙느라 바쁜 나이래. 여기저기 삐거덕거리면서 고장 나는 데 생기고, 마음은 공허하고. 살아 뭣하나, 싶은 나이라는 건데. 그게 당연한 마음이라니까 너무 난감해하지 마. -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149p ‘피하고 싶은, 그러나 엄존하는 세계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 소설가’(제9회 김현문학패 심사평) 김이설의 신작 소설이 출간됐다. 2006년 등단 이후 18년간 꾸준히 ‘나쁜 피’, ‘환영’, ‘선화’,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과 가족에 대해 질문해온 그가 이번에는 50대를 앞둔 난주, 미경, 정은, 세 친구의 강릉 여행을 통해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난주, 미경, 정은은 1975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오랜 친구지만 각자 사느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자주 만나지 못했다. 사는 거리가 먼 만큼 마음도 멀어진 무렵이었다. 매번 여행 한번 가자는 말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올해 강릉에 가자고 한 건 난주였다. 늘 그렇듯 말뿐일 게 뻔했다. 혼자 노모를 모시는 미경은 하루 시간 빼는 것도 쉽지 않다. 모두 속으로는 올해도 여행은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데, 불쑥 미경이 “가자!”고 호응한다. 강릉 여행을 떠나기로 한 당일, 세 친구는 서울역에서 만난다. 강릉 여행은 스물넷 이후 25년 만이고, 셋이 다 함께 모인 건 난주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7년 만이었다. 낯선 것도 잠시, “왜 이렇게 부었어? 살찐 거야, 아픈 거야?”, “넌 왜 이렇게 늙었니?”라며 서로 장난스럽게 안부를 주고받는다. X세대, 신세대, 수능 0세대. 한때 이들을 가리키던 말이다. 싱그럽고 통통 튀고 정의할 수 없는 젊음 그 자체로 예쁜 시절이 있었다. 이들은 이제 요실금과 고혈압, 탈모 등 다양한 신체 변화를 겪고 있다. 세 명은 소위 말하는 ‘인스타 감성’의 펜션을 잡고, 여행 내내 잔뜩 먹고 마신다. 강릉에서 유명하다는 순두부, 장칼국수를 먹거나 허난설헌의 생가도 가고, 커피도 여섯 잔씩 시켜 나눠 마시고, 질리도록 술을 마신다. 이렇게 셋이 모이는 날이 또 없을 거라는 듯 최선을 다해 즐긴다. 그간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부딪치는 구석도 많다. 기혼인 난주, 정은과 미혼인 미경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고, 투잡을 뛰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정은과 상대적으로 부유한 삶을 사는 전업주부인 난주는 자주 투덕거린다. 싸움을 푸는 방식은 간단하다. 마시고, 웃고, 푼다. 술 한잔에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누다 보면 당장 해결되는 것이 없더라도 괜찮다. 이들의 여행 또한 술 한잔과 같다. 앞으로 똑같은 삶이 반복돼도 버틸 수 있는 잠시의 안도, 찰나의 틈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사정을 견디며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김이설 작가의 사이 “5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생각보다 없어요. 각자의 세계와 인생이 있을 텐데 그저 엄마, 아줌마, 며느리, 딸이라는 단어 속에 숨어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표지 속 거위처럼 시끄럽고 우악스러운 이미지가 있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는 2023년 6월 초, 김이설 작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하나에서부터 시작됐다. 무료 소설 연재를 구독할 독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가을까지 경장편소설을 마감하려면 스스로를 강제해 진도를 내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신청자들의 메일 주소로 매주 1회씩, 원고지 30매 분량을 전송하는 ‘소설가의 생초고 메일링’,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였다. 쉽지는 않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원동력이었단다. “재앙이 매주 제법 많은 양의 원고를 써야 하는 저에게 해당하는 말인지, 정리 안 된 소설을 읽게 될 메일링을 신청한 분들인지 모호했지만 일단 썼어요. 어떤 노래를 들으며 무슨 마음으로 작업했는지도 함께요. 응원과 애정이 담긴 답장은 물론, 바다 사진을 꾸준히 보내기도 하셨어요. 두 번의 펑크를 내면서도 ‘무리하지 마라, 그저 기다리겠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3개월 동안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강릉으로 떠난 중년 여성들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의 주인공 난주와 정은, 미경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공감 가는 구석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했다. 노안이 찾아왔지만 ‘안 보면 안 봤지, 돋보기라니’라며 마지막 자존심을 부리거나, 자녀들이 독립할 시기에 빈둥지증후군을 겪고, 요실금이 의심되는 상황에도 병원 가는 것을 미루는 등 낯선 몸, 낯선 자신을 만나며 혼란을 겪는다. “50대가 되면 몸 여기저기가 하나씩 고장 나지만 마음은 여전히 설익은 상태인 것 같아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애매한 때랄까. 아직 힘은 있는데, 40대보다는 ‘쓸모’라는 영역에서 다소 밀려났다고도 느껴요. 우울하고 주눅이 들죠. 하지만 다들 각자만의 큰 세계가 있었을 거예요. 그걸 풀어내고 싶어도 세상이 귀 기울여주지 않는 겁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그걸 한꺼번에 터뜨리려니 목소리가 커지는 게 아닐까요. 난주와 정은이, 미경이 같은 ‘아줌마’들은 쓸쓸함을 견뎌내고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중인 거예요.” “세상에 안 힘든 이십대가 어딨니? 이십대는 그냥 이십대인 것만으로 힘든 거야.” 미경은 끝을 내지 못했던 학생운동과 이뤄질 수 없었던 성희 언니와의 관계를, 정은은 일도 연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세상의 패자가 된 기분에 빠졌던 나날을, 난주는 두 아이를 키우느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 채 아줌마로 전락해버렸던 시절을 떠올렸다. 셋은 제각기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197p 삐거덕거리는 몸과 마음을 안고 세 친구는 강릉으로 떠난다. 김 작가는 강릉이라는 지명 자체가 동년배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생각에 배경지로 선정했다고 한다. 1970년대 대학가에 MT 문화가 퍼지면서 강원도는 그 시절 학생들에게 낭만의 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강릉은 세 친구의 젊은 시절이 켜켜이 쌓인 상징적인 곳입니다. 저 역시 처음으로 부모님을 속이고 첫사랑과 여행한 곳이에요. 소설의 원제도 ‘강릉에 가자’였어요.” 등장인물들은 맛있다고 정평이 나 있는 카페를 찾거나, 관광지를 들르려 애쓰지 않는다. 안목해변 주변을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고, 순간마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 와중에도 빠지지 않는 건 술이다. 과거 서로에게 느꼈던 감정과 오해, 깊어진 상처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다투지만, 담백한 건배와 함께 목구멍으로 털어 넘긴다. “여행 왔다는 것 자체가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잖아요. 술에 잔뜩 취해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들이 인연을 이어온 25년이 짧은 시간이 아닌 데다 처한 환경이 너무도 다르니 적당히 술 한잔으로 흘려보내는 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방법이겠죠. 그래야 아프고 잊고 싶던 기억 위로 이번 여행이 씌워질 테고, 또 살아가니까요.” 앞으로 안도할 우리 김이설 작가는 이번 소설을 통해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때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달라져 있는 인생을 알아차리게 된다’(110p)는 강릉의 커피 명장 박이추 선생의 말을 빌렸다.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면서 사회적인 위치까지 공고히 해야 한다는 압박에 고단하더라도, 살다 보면 지나고 보면 결국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단다. “흔히들 특정 시절이 가장 찬란했다 말하지만 지나고 나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거든요. 실수했던 순간이 자꾸 생각나고 숨고 싶어져도 어느 날부터는 되레 아름답게 여겨져요. 한동안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글을 전혀 못 읽고 못 쓰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극복했지만요. 작가에게 그건 죽음과 같은 건데요, 등단하고 10년 동안 육아와 원고 작업을 병행했더니 지쳤던 것 같아요.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면 날카롭고 거칠던 문체가 둥글둥글하고 편해졌어요.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안도하고 감사하면서 계속 쓰다 보면 모르는 새 영글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쓸쓸함도 곧 잦아들기를 바라요.”
- 2024-07-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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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와 골프 함께 즐기는 관광 명소… 日 홋카이도 루스쓰 골프 리조트
- 루스쓰 골프 리조트는 72홀 규모에 830개 객실을 보유한 홋카이도의 최대 골프 리조트다. 매년 여름이면 골퍼들로 가득 차며, 한국에서도 5개월간 5000명 이상 방문하는 골프장이다. 루스쓰로 가는 길은 공항에서 약 1시간 30분 소요되는데, 길가에서 사슴들이 맞아주어 지루함이 덜하다. 때로는 곰도 출몰한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Shin-Chitose Airport, 新千歳空港)은 직항으로 약 3시간 소요되며, 저가항공도 다수 운항하고 있다. 루스쓰 골프 리조트는 공항에서 동쪽으로 90km 지점에 위치한다. 삿포로 동계올림픽 열린 곳 루스쓰에서의 저녁 식사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대게와 북해도산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요리사들의 친절한 매너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루스쓰 리조트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복합 리조트 단지로, 각종 레저 시설과 스키장, 4개의 18홀 코스,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다. 놀이공원도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루스쓰 리조트는 사실 골프보다는 스키가 더 유명하다.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이 열렸으며, 동계아시안게임도 세 차례나 개최된 바 있다. 골퍼들이 머무는 루쓰스 리조트 호텔&컨벤션(Rusutsu Resort Hotel & Convention)은 각 코스까지 모노레일이나 버스로 10분에서 20분 정도 소요된다. 다양한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최고 수준이다. 일식당, 중식당, 웨스틴 호텔과 컨벤션 리조트의 뷔페는 풍성한 산해진미를 자랑한다. 골퍼들을 위한 온천도 제공해 휴식과 힐링에 적합하다. 골프장은 타워(Tower) 코스, 이즈미카와(Izumikawa) 코스, 리버(River) 코스, 우드(Wood) 코스 등 4개 코스 72홀 규모로 이루어졌다. 타워 코스는 겨울 스키장을 이용할 수 있는 리프트가 있으며, 이즈미카와는 물이 많다는 의미로 코스 주변과 지하에 물이 자주 보인다. 아름다운 자작나무로 둘러싸여 우드 코스는 미국의 유명 골퍼이자 설계가인 커티스 스트레인지(Curtis Strange)가 1992년 처음으로 일본에서 디자인한 코스로, 리버 코스와 함께 설계했다. 우드 코스는 멀리 보이는 설산인 요테이(YoTei)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물이 거의 없으며 굴곡진 레이아웃과 좁은 페어웨이로 4개 코스 중 가장 어려운 코스다. 혹한의 기후에도 견디는 자작나무가 많이 자라 있다. 리버 코스는 초보자도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코스로, 전장이 짧아 가장 긴 블루 티에서 라운드를 했다. 9번 홀과 12번 홀은 티 박스에 거대한 절벽의 숲 해저드가 있어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준다. 13번 홀은 티 박스 아래로 추락하는 페어웨이의 모습이 공포스러울 정도다. 주변에 다양한 관광 명소 루스쓰 골프 리조트는 자연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라운드 중 사슴, 여우, 토끼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자주 볼 수 있다. 코스는 잘 관리되어 있으며, 그린 스피드는 아마추어에게 적당한 수준이다. 루스쓰 리조트는 골프와 더불어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종합 리조트로 매년 많은 한국 골퍼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대만·홍콩 골퍼들의 방문도 기대된다. 루스쓰 리조트 주변에는 다양한 관광 명소가 있다. 삿포로 시내는 쇼핑과 식사를 즐기기에 좋으며, 오타루는 아름다운 운하와 유서 깊은 건물들로 유명하다. 또한 니세코는 스키와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여름에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제공한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맥주 제조 과정을 배우고 시음을 즐길 수 있는 명소다. 이외에도 다양한 온천과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홋카이도는 사계절 내내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 2024-07-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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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여행으로 딱 좋은 당진의 깊은 맛
- 여름이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바다를 찾고, 누군가는 숲으로 갈 것이다. 바쁘게 사는 세상, 멀리 훌쩍 떠나기엔 살짝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거야? 가만히 앉아 여름 타령만 하기엔 아까운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고’ 하며 투명한 햇살이 부추긴다. 초록 물이 듬뿍 올랐다. 퍼석한 시간 속에서 기꺼이 자신을 끄집어내 주기로 한다. 당진은 서울과 수도권 기준 자동차나 대중교통으로 두 시간 남짓 거리다. 무심히 그냥 떠나면 된다. 무심코 떠난 곳에서 맞는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하루가 행복하다. 사람들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에 굳이 의미를 담는다. 알고 보면 그럴 일은 아니다. 마을 골목을 어슬렁거리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지역 들판이나 노포에 주저앉아 바라보는 느린 풍경에 세상 스트레스 날리면 되는 것 아닌가. 당진은 그러기에 적당하다. 당진에서 여름을 맞는 법, 왜목마을 바다와 갯벌 제법 덥다. 아무래도 바다를 먼저 봐야겠다. 충남 당진은 서해와 아산만을 경계로 절반 이상이 바다와 접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비릿한 포구와 너른 들길이 번갈아 나온다. 당진의 왜목마을 해수욕장에선 바다와 갯벌, 일출과 일몰뿐 아니라 해안가 절벽 쪽의 해식동굴을 비롯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해상교통이 발달한 왜목마을 앞바다는 예부터 많은 배의 왕래가 있었다. 해안가에 해상 조형물 ‘새빛왜목’이 우뚝하다. 왜목의 지형이 왜가리 목처럼 생겼다는 유래에서 착안하여 꿈을 향해 비상하는 왜가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모래사장이 워낙 넓고 갯바위가 공존하는 왜목마을 해변은 바다의 즐거움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모래밭에 그늘막과 파라솔이 즐비하다. 해변에 서면 바닷바람에 금방 땀이 마른다. 바닷가는 일반 지역보다 기온이 내려간다. 바닷물에 발 담그고 잠깐만 서 있어도 서늘하다. 물이 빠지면 갯벌 위에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주저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즐겁다. 다시 물이 차오르면 푸른 바다와 시원한 파도 소리가 일품인 왜목마을 바다 풍경이 청량하다. 당진 바다의 대표적인 왜목마을과 난지섬은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마을이기도 하다. K팝 스타 BTS의 슈가가 앨범 작업으로 며칠 머무르며 조용히 머리 식히기 좋았던 당진 바다를 추천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맞을 수 있는 왜목마을을 지나면서 이근배 시인의 ‘왜목마을에 해가 뜬다’는 시비를 만난다. 여기 왜목마을에 와서/ 백두대간의 해는 뜨고 진다/ 저 백제, 신라의 찬란한 문화/ 뱃길 열어 꽃 피우던 당진…. 푸근한 시간여행, 레트로 감성의 면천읍성 마을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당진이다. 성안마을로 불리는 면천읍성(沔川邑城)일대는 뉴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따사로운 마을이다. 면천읍성은 조선시대 서해안권 내포 지역의 대표적인 요충지였다. 그 옛날 중국으로 통하는 바닷길이 있었고 국방상 거점이었다. 평탄한 지형에 축조되어 면천군을 방어하는 성곽으로 기능이 유지되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다. 그 후 동학운동과 항일의병 활동지였고, 성 안쪽에 면천 3·10학생독립만세운동 기념비가 세워진 걸 볼 수 있다. 읍성 안으로 들어가면 조선왕조의 정통성이 깃든 공간 면천 객사 앞에 천년 세월을 넘긴 은행나무 두 그루가 노구를 지지대에 받친 모습으로 울울창창하다. 바로 옆 계단 밑에 자리한 군자정 역시 고려 공민왕 시절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부근에 조선 정조 때 연암 박지원이 면천군수 재직 시 세웠다는 골정지가 있다. 봄과 여름이면 벚꽃과 연꽃으로 절경을 이루고, 당진의 걷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성 안으로 들어왔으면 지나치지 않고 돌아볼 곳이 곳곳에 숨어 있다. 당진이라면 폐교를 이용한 아미미술관이 많이 알려졌지만, 우체국이 미술관으로 예쁘게 변신한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의 앞마당과 정원의 쉼도 좋다. 언덕길의 낡은 자전거포는 동네 책방 ‘오래된 미래’로 바뀌어 동네 사람들의 문화 마실터이기도 하다. 책방 옆집의 감성 소품 진달래상회, 공출판사, 그야말로 옛날식 ‘별다방’, 시장제분소 떡방앗간 골목을 느린 걸음으로 둘러보기에 딱 좋다. 걷다가 허기질 때쯤 되면 초록색 쑥면의 초원콩국수집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마음 챙김의 시간, 성지 순례길 당진을 신앙의 못자리이자 한국의 베들레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돌아보다 보면 내심 수긍이 된다. 천주교가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분들이 순교한 유적지 신리성지,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담고 있는 충청 최초의 본당인 합덕성당,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이며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했던 솔뫼성지 등이 있다. 세 군데 각각 자동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어 성지 방문만을 목적으로 하루를 계획해도 좋을 듯하다. 또 다른 길이 있는데 바로 버그내 순례길이다. 버그내는 합덕의 오래된 장터 이름이다. 순교자들의 길을 따라 고요하고 평온하게 자연 속을 걷는다. 솔뫼성지를 시작으로 합덕성당과 신리성지까지 13.3km 코스로 비순환형 길이다. 대략 4~5시간 걸으며 차분히 나를 다스리는 시간이다. 당진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 챙김의 시간도 갖는다. 하얀 연꽃잎이 스며든 맛, 신평양조장 당진의 술도가 신평양조장 역사는 90년이 넘었다. 그 세월 동안 발효된 술맛은 더 깊어졌다. 하얀 연꽃잎을 발효 과정 중에 곁들여 빚어내는 백련막걸리로 지금껏 맛을 지켜왔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그리고 아들이 3대째 이어온 가업은 장인정신으로 양조 문화를 계승해나가는 중이다. 오래된 한옥 고택 옆으로 신평양조장 뮤지엄이 먼저 보인다. 해풍을 맞고 자란 당진의 품질 좋은 쌀로 오랜 세월 동안 백련막걸리와 백련맑은술을 어떻게 빚어왔는지 보여주는 곳이다. 백련막걸리는 한때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여전히 전통주 명가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양조갤러리에서는 술의 제조 공정, 역사의 흐름에 따른 술의 변화, 세상의 술 이야기를 꼼꼼하게 보여준다. 술 한 모금 시음도 하고, 막걸리 만들기 체험과 소믈리에 교실 등의 참여 시간도 준비되어 있다. ‘시간이 익어가는 양조장’이라는 테마로 돌아보는 옹골찬 예술 감성 공간이다. 술과 인문학에 관한 공부, 하얀 쌀과 그에 대한 가치 또한 비로소 새롭다. 하얀 꽃 백련잎과 연잎주의 전통이 이어지면서 신평양조장의 꿈도 쉼 없이 발효되고 익어간다. 불꽃 같은 삶, 작가 심훈의 필경사 신평양조장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필경사(筆耕舍), ‘붓으로 밭을 일군다’는 뜻이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농촌 소설 ‘상록수’가 탄생했다. 작가 심훈이 낙향해 터를 잡고 직접 설계해 지은 집이다. 필경사 마당에는 당시 농촌 계몽 활동을 하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조형물들과 시비가 전시되어 있다. 마당 옆에 자리한 심훈기념관에는 작가 심훈의 활동이 전시물과 영상, 디오라마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되어 전시되었다. 작가이면서 영화감독이기도 했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당시 경성방송국 조선어 아나운서까지 맡았던 다재다능한 인재였다. 일제강점기 당시 아나운서로 뉴스를 읽던 중 ‘황태자 폐하’라는 부분을 도저히 읽지 못하고 어물거리며 불편한 기분을 참지 못해 3개월 만에 해고된 사실도 알게 되었다. 산 아래 소박한 작가가 직접 설계했다는 ‘심훈의 집’. 전통적인 외관과 내부는 오밀조밀 짜임새 있고 정갈하다. 집 앞으로 들판이 펼쳐지고 저편으로 서해가 보이도록 자리 잡아, 문학적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초가집 뒤편으로 그가 심었다는 대나무 숲이 가끔 바람에 일렁인다.
- 2024-07-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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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 창업의 작지만 큰 세계, ‘스몰브랜드’ 전략 다섯 가지
-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영화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이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하며 언급해 더 널리 알려졌다. 소비자와 브랜드가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딩’ 세계에서도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처럼 개인의 가치관이 녹아든 ‘스몰브랜드’(Small Brand, 작은 브랜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몰브랜드를 정의하는 기준은 뭘까? 매출 규모, 직원 수, 공간 크기, 판매하는 제품 수 등 우리가 숫자로 볼 수 있는 것들은 기준이 아니다. 스몰브랜드라는 용어는 아직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브랜드’라고 정의한다. 왜 스몰브랜드인가? 프랑스 파리에서 ‘최고로 짐 잘 싸는 사람’으로 소문나 황후의 전담 패커까지 되었다가 여행 가방 전문 브랜드를 만든 것,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시작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해 최근에는 중년들도 즐겨 찾는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는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누구나 스몰브랜드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창업 시장에서 스몰브랜드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소비의 개인화, 가치 소비, 1인 가구 증가, 취향의 다양성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1인 가구가 늘었고, 개인의 삶과 취향이 다양해졌으며, 브랜드의 철학을 보고 소비하는 것이 곧 나를 나타내는 시대가 되었다. 이청수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 사무관은 “우리나라에서 기술 창업이 중요하게 언급되지만, 최근 비기술 창업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과거에는 ‘창업’이라면 은퇴 후 아버님들이 치킨집 차리는 걸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가치를 반영한 창업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스몰브랜드를 나타내는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철학’, 그리고 ‘나다움’이다. 전문가들은 창업이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이런 현상이 스몰브랜드로 표현되는 셈이다. 작은 브랜드 전문 컨설팅 회사 ‘스몰브랜더’의 최용경 공동대표는 “과거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벤처기업과 혼용되어 쓰이다가 이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된 것처럼, 앞으로 스몰브랜드도 용어로 자리 잡을 것”이라 전망했다.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에 더해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 발전은 ‘스몰브랜드 전성시대’를 만들었다. 이청수 사무관은 “산업혁명 이전이 소상공인 시대였다면 4차 산업혁명, 그러니까 디지털 혁명 이후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이 개인화 생산 시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신애 스몰브랜더 공동대표도 다양한 디지털 도구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SNS 환경이 크리에이터를 등장시켰고, 디지털 마케팅 도구를 활용해 내가 브랜드가 돼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무척 쉬워졌다”면서 “생산부터 고객 소통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봤다. 이제는 ‘작은 브랜드 창업’이라는 키워드로 강의나 동아리도 생겨나는 추세다. ‘나=브랜드’라는 공식은 진정성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은 스몰브랜드의 진정성에 지갑을 연다. 김신애·최용경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가 창업 시장에서 ‘스몰브랜드’로 거듭날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최 대표는 “‘강한소상공인’처럼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중장년이 많고, 장년을 위한 지원이 마련되어 있다. 인생의 과업을 많이 지나온 중장년이 이 시장을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젊은 친구들보다 더 유리할 것이라 본다. 지금까지는 젊은 세대가 스몰브랜드 시장을 주도했지만, 은퇴 후 자본과 시간이 있고 교육에 적극적인 베이비붐 세대에게 더 적합한 것이 스몰브랜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몰브랜드 꿈꾼다면 성공한 스몰브랜드의 특징은 △창업자의 가치관을 따른다 △단순 판매에 집착하지 않는다 △브랜드 문화를 즐기게 한다 △팬덤이 확고하다 △정성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창업가로서 스몰브랜드를 꿈꾼다면 다음 다섯 가지를 유념하자. 첫째, ‘자기다움’을 끈질기게 파고든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와 같이 나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 창업자의 ‘나다움’이 브랜드의 방향성과 일치하거나 최소한 비슷한 결이어야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 스몰브랜드 핵심 가치인 ‘진정성’도 전달될 수 있다. 둘째, 이야기를 전한다. 창업자의 일상도 좋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좋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나와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보자. 실패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 변화하는 모습도 소비자에게는 메시지가 된다. 만약 자신이 전면에 나서는 게 어렵다면 페르소나(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를 설정하자. 브랜드를 나타내는 캐릭터를 만들어도 좋다. 초창기 캐릭터와 3년 뒤 캐릭터가 달라지는 과정조차 브랜드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셋째, 꾸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매일’ 이야기를 전하라고 조언한다. 혹은 나만 볼 수 있는 공간에 기록이라도 해두어야 한다. 이 기록이 쌓여 브랜드 역사가 된다.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짬을 내어 나의 브랜딩 과정을 아카이빙하자.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것이다. 넷째, 팬과 소통한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를 꾸준히 하다 보면 나의 브랜드 성장을 응원하고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는 팬덤이 생긴다. 스몰브랜드에게 ‘팬’은 브랜드의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든든한 지원군으로 뗄 수 없는 존재다. 팬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은 브랜드의 ‘신뢰 자본’이 되어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될 기반이 된다. 다섯째, 작게 시작한다. ‘적어도 누군가의 연봉만큼은 벌어야지’ 같은 기준보다 나만의 작은 기준을 세워 시작하자. ‘나는 하루에 딱 30개만 팔 거야’라고 규모를 정하는 것조차 스몰브랜드의 가치가 될 수 있다. 스몰브랜드를 꿈꾸는 중장년에게 김신애·최용경 스몰브랜더 공동대표는 위의 다섯 가지 외에 다음의 조언을 덧붙였다. “아마 ‘나 은퇴하고 창업할 거야’라고 말하면 10명 중 9명은 말릴 거예요. 스몰브랜드를 만들겠다 마음먹었다면, 주변 지인들의 말에는 잠시 귀를 닫고 업계 사람들 혹은 전문가들과 소통하길 바랍니다. 스몰브랜드 대표가 된다는 건 누구나 처음 해보는 일일 거예요. 브랜드를 만든다는 거창한 생각보다 그냥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하면 성공 확률도 높아질 겁니다.” ◇스몰브랜드를 위한 지원 사업 브랜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즉 나만의 독창성이다. 나와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기도 하다. 스몰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지원 사업을 소개한다. 네이버 프로젝트 꽃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중소 상공인과 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온·오프라인 지원 사업 및 ‘네이버 SME 브랜드’ 등 성장 프로그램이 시기별로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여 공지는 네이버 공식 블로그 ‘NAVER DIARY’를 참고하자. 교육을 받고 싶다면 ‘네이버 비즈니스 스쿨’도 활용해볼 수 있다. 배민 아카데미 외식업에 초점을 맞춘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정기 교육과 1일 교육을 선택할 수 있고, 시기별 집중 교육도 진행된다. 온라인 영상 교육과 다른 사장님들의 사례도 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시행하는 지원 프로그램. 라이프스타일, 로컬 브랜드, 글로벌 세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초기 창업자보다는 창업 후 유지 기간이 어느 정도 있는 경우에 활용하기 좋다. 초기 창업자라면 초기 창업 패키지 등의 사업을 이용해보자. ◇사례로 보는 스몰브랜드 대표적인 스몰브랜드 사례를 소개한다. 브랜드별 이야기와 가치관, 그들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 등을 보며 나의 스몰브랜드를 상상해보자. 바다가 허락한 만큼, 동해형씨 동해형씨는 반려동물 수산물 간식 전문 몰이다. 반려동물 식품 중에서도 수산물에 집중한 사례로, 국내산 수산물을 원재료 그대로 쓴다는 특징을 강조한다. 체중 조절이 필요한 반려견이나 건강한 단백질 식품이 필요한 노령견 가족들이 동해형씨의 팬이 되었고, 이제는 해외 진출까지 준비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동해형씨는 “3년의 기획과 1년의 준비기간, 6개월 이상의 정리로 브랜드가 탄생했다”면서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해야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중용 23장’의 글귀를 믿는다”는 가치를 전한다. 청춘의 여신, 헤베더유스 헤베더유스는 가슴 사이즈가 B컵 이상인 여성을 위한 브래지어를 만드는 브랜드다. 회사에서 중요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중 꽉 끼는 속옷에 숨이 막혔던 경험을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다. 이렇듯 ‘개인의 불편함’에서 창업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 헤베더유스는 제품 출시 전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9개월간의 시장조사와 제품 개발로 첫 판매부터 6000만 원의 펀딩 매출을 달성했다. 이제는 한국 여성의 15%에 해당하는 “큰 컵 여성들을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 아름답게 해줄, 오래 그리고 자주 손길이 닿는” 속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됐다. 제주 로컬 브랜드, 한림수직 한림수직은 1959년 아일랜드에서 온 신부가 설립한 제주 로컬 의류 브랜드다. 성이시돌 목장에서 자란 양의 양모를 채취해 뜨개질로 만든 니트인데, 품질이 너무 좋아 대대로 물려주는 니트로 유명하다. 요즘은 빈티지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될 정도. 중국산 양털이 등장하며 사라진 브랜드인데, 콘텐츠그룹 재주상회와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가 2021년부터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로 상품을 복원하고 ‘장인니팅스쿨’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제주 여성의 자립을 도왔다는 한림수직만의 특별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한림수직의 부활을 응원하고 있다.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문구류에서 시작해 NFT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오롤리데이는 고객을 ‘해피어’, 브랜드 캐릭터를 ‘못난이’라 부르며 ‘행복을 판다’는 세계관을 쌓은 브랜드다. 오롤리데이 대표가 개인 SNS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며 ‘롤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간 것에서 출발했다. ‘찐팬’들이 모이면서 오롤리데이의 ‘디자인 도용 사건’까지 함께 해결했다. 브랜드 커뮤니티 구축의 교과서라 불리는 오롤리데이는 “당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다정한 제품을 만든다”는 모토로 진심을 전하고 있다. 참고 도서 ‘작지만 큰 브랜드’(우승우 외 3인 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지침서: 스몰브랜드북’ (김시내·최용경 저)
- 2024-07-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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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감소지역으로 여행 가요…연예인들이 나선 까닭
- 한국방송연기자협회(이사장 최수종)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와 함께 인구감소지역의 숨은 명소를 관광 콘텐츠로 제작·홍보하는 ‘숨핫’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는 최근 이와 같이 밝히며 “‘숨핫’은 국민들에게 친숙한 연기자들이 인구감소지역의 관광 자원을 직접 체험하며 소개함으로써 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고, 나아가 해당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배우들이 직접 나선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올해 소개되는 숨핫은 충청남도 부여, 강원도 고성, 경상북도 봉화, 전라남도 강진 등 4개 지역이다. 부여는 홍은희·김용희·박주희(MBC 27기 공채 탤런트), 고성은 보이그룹 위아이(WEi) 멤버인 김요한·김동한, 봉화는 배우 이효정·이유진 부자, 강진은 배우 이장우·선한국 등이 출연한다. 최범호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사무총장은 “정부에서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숨핫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지역 선정위원회를 꾸렸고, 전문가분들이 지역을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영상 콘텐츠는 가족, 친구, 선후배가 함께하는 여행 콘셉트로 구성된다. ‘부여’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탈것(주행 열기구, 수륙양용버스 등), 사진 맛집 ‘고성’ 바다를 배경으로 즐기는 해양스포츠와 밀리터리 서바이벌 게임, ‘봉화’의 백두대간 자연 속에 녹아든 정자와 한여름의 산타마을, ‘강진’의 푸소농가 체험과 월출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차 오마카세 등 지역별 특색을 보여줄 예정이다. 최수종 이사장은 “연기자들도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가 우려된다”라며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연기자들의 재능을 이용해 지역관광을 활성화해보자는 아이디어로 ‘숨핫’이 시작됐다. 배우들의 참여가 선한 영향력으로 인구감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살맛 나는 대한민국을 위한 관광 콘텐츠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지역을 살리는 따뜻한 숨결이 되도록 미력하나마 힘을 쏟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최범호 사무총장은 “최수종 이사장님과 함께 좋은 뜻에 동참하겠다는 생각에 많은 연예인분들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라면서 “지역소멸문제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숨핫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유동 인구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콘텐츠는 7월부터 부여·고성·봉화·강진 순으로 유튜브 채널 ‘숨핫’ 및 문체부 SNS 등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유튜브 채널에는 최수종 이사장과 최범호 사무총장 및 부여와 고성 출연 배우들의 홍보 영상이 게재되어 있다.
- 2024-07-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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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활ㆍ고령친화산업 최신 경향 한눈에, ‘독일 REHACARE 2024’
- 세계 최대 재활 산업전 ‘REHACARE 2024 (레하케어)’가 오는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된다. REHACARE는 ‘장애인과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통합’을 위한 솔루션을 다루는 종합 전시회다. REHACARE 주요 전시 분야는 △직업재활과 통합(inclusion) △모빌리티와 장애인용 차량 개조 △스포츠와 레저활동 △장애아동 △감각장애 보조 △무장애 여행이며, 휠체어, 성인용 보행기, 이동변기, 목욕리프트, 보조기/의지(prostheses), 지각훈련용 보조기기, 재활공학 로봇, 재활 장비, 물리치료/작업치료와 같은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이 전시된다. 또한 고령자와 장애인 관련 시설 및 기관도 다수 참가해 정책입안자들에게 모범사례와 선진 복지 모델을 제시할 전망이다. 재활 분야는 중증/중복 장애인의 증가, 기대수명 증가로 인해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다. 최근에는 고령친화제품 및 보조기기 시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관람객으로 이어져 지난해에 이 전시회를 방문한 관람객은 약 3만 명에 이르렀다. REHACARE는 국내에서도 관심 받는 전시 중 하나로, 재활병원 및 의과대학, 재활공학 관련 대학교, 관련 기관을 비롯해 재활로봇공학, 배리어프리 솔루션 전문 기업 등에서 방문했었다. 지난 전시회의 경우 국가보훈부 장관이 전시장을 방문해 국내 참가사를 독려하고, 상이군경 보장구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솔루션 발굴에 힘을 쏟았다. 올해 REHACARE에는 40개국, 850개 이상의 글로벌 리딩 기업이 참가한다. 휠체어를 비롯한 모빌리티 제품부터 엑소스켈레톤 기술을 선도하는 ‘오토복’,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선라이즈 메디컬’, ‘메이라’, ‘퍼모빌’을 비롯해 보행기/휠체어 및 장기 돌봄 솔루션 전문 ‘인바케어’ 등, 재활 및 치료의 미래를 선도하는 재활 장비 및 스마트 기술 솔루션 발전상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국내 참가사의 경우 이동보조기기, 욕창방지, 시니어 헬스케어 솔루션, 간병 및 재활용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품한다. 토도웍스, 캥스터즈, 세비앙, 페블아이, 영화의료기, 케어메이트, 리버텍, 영원메디칼, 메디엔비테크, 엔에스비에스까지 의료기기 및 재활실버용품 우수 기업 10개사 이상이 참가한다. 국내 기업은 우수한 제품과 기술 안정성을 바탕으로 제품 홍보 및 잠재 고객 발굴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전시장을 장악한 트렌드는 디지털 재활 및 재활 로봇공학 분야로, 엑소스켈레톤과 웨어러블 로봇/엑소수트 제품이 대거 출품했다. 재활 로봇시장은 적은 인력으로 더 빨리, 더욱 정밀한 재활 훈련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어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올해 전시회 역시 환자중심의 치료 모델 및 효과적인 재활과 외래 치료를 위한 다양한 보조장치 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다. REHACARE 전시회 참관 문의는 공식 한국대표부 라인메쎄에 할 수 있다.
- 2024-07-0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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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지붕으로, 적막을 전각 삼은 원주 법천사ㆍ거돈사 터
- 절만 절이랴. 터로만 남은 폐사지도 절이다. 전각이며 석물 따위는 이미 스러져 휑하지만 오히려 절의 본질이 느껴진다. 삼라만상은 변하고 변해 마침내 무(無)로 돌아간다. 제행무상이다. 절은 그걸 깨닫게 하기 위해 지은 수행 도량이다. 그렇다면 무위로 잠잠한 폐사지 역시 통째 경전이며 선방이다. 가장 적나라한 절집의 한 형태다. 흔히 폐허 이미지에서 야기되는 선입견을 가지고 폐사지를 보잘것없는 곳으로 오해한다. 빈 절터에선 마음을 덩달아 비울 수 있다. 깨끗이 비움으로써 되레 순수한 충만감을 맛볼 수 있는 역설적·철학적 공간이다. 문화유산 답사를 즐기는 이들 가운데 폐사지 답사를 최고로 치는 이들이 드물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주시 부론면 야산 아래에 있는 법천사지는 폐사지의 우뚝한 본이다. 터의 넓이는 무려 5만여 평으로 드넓다. 신라 말에 창건돼 고려 중기에 법상종의 본산으로 전성기를 누린 법천사의 옛터다. 이곳에선 2001년부터 2022년까지 12회에 걸친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다. 건물지 20여 곳과 우물지, 계단지, 담장 유구와 석축, 연화대석, 금동불입상 등 다양한 유물이 확인되었다. 이 유물들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법천사의 본색과 영화를 가늠해보라. 고려의 중견 사찰다운 위용이 저절로 눈앞에 떠오른다. 비록 폐사지로 주저앉았지만 흔적만으로도 여전히 웅장하다. 하늘을 지붕으로 하고 적막을 전각으로 삼은 특유의 폐사지 도량이라 할까. 법천사는 고려시대에 대대적으로 중창된 거찰이었다. 특히 왕사를 거쳐 국사에 올랐던 지광국사 해린(984~1070)의 위력에 힘입어 사격을 널리 떨쳤다. 고려의 왕들은 지광을 극진히 우대했다. 생불로 대접했다. 이는 불교 국가 고려의 왕들이 지닌 불심의 발로이기도 하겠지만, 불교의 장악력을 왕권 강화에 활용하고자 한 정치적 계산의 소산이기도 했으리라. 문종은 아예 지광을 어가(御駕)에 태우고 다니며 법화경과 유식학 강의를 듣기도 했단다. 지광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사소한 언설조차 도(道)의 강물로 간주해 경청했다지. 지광의 위세가 어떠했을지 눈으로 똑똑히 본 듯 환히 비친다. 법천사지엔 화려한 탑비 한 점이 고스란히 현존해 사람을 매혹한다. 사지 뒤편 산비탈에 있는 지광국사현묘탑비(국보 제59호)가 바로 그것. 형상을 빚고 문양을 새겨 넣은 석공들의 우거진 솜씨가 완연한 탑비다. 특히 비신의 좌우 측면에 조각한 쌍룡문은 살아 꿈틀거리는 듯 극히 사실적이다. 비석을 받치고 있는 귀부에 무수히 새겨진 임금 왕(王)자, 그리고 비석에 얹은 왕관 모양의 머릿돌은 왕실 권력의 비호를 받은 지광국사의 존엄성을 추앙한 신호일 터다. 비석 상부엔 고려인들의 유토피아였던 미륵정토, 즉 용화세계를 표현한 문양들을 깨알처럼 세밀하게 흩뿌렸다. 이는 지광국사를 용화세계의 선도자로 보는 대중적 정서를 고려한 장식으로 보인다. 그런데 법천사지가 보유한 걸작 성보가 더 있다. 지광국사현묘탑(국보 제101호)이야말로 눈부신 석물이다. 이건 지광국사의 유골과 사리를 봉안한 부도다. 보통 부도탑은 원형이나 종형 형태, 그리고 전체적으로 단순한 구조를 보이지만 이 탑은 매우 다르다. 파격적인 사각형 구도를 근간으로 삼은 데다 탑의 모든 부위를 실로 미묘한 조각으로 채웠다. 조각 기법은 능란하기 그지없어 차라리 경악스럽다. 높이 6m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 역시 탑의 장엄함을 돋우어 드높은 품격을 구현했다. 고려 승탑의 백미로 꼽힌다. 전무후무한 부도탑이다. 지광국사현묘탑은 원래 지광국사현묘탑비 바로 앞쪽에 있었다. 그런데 수난이 잦았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모리배들에 의해 서울로 빼돌려졌는가 하면, 오사카로 밀반출되기도 했다. 용케도 한국으로 돌아온 뒤엔 경회루에 설치되는 등 10여 차례 위치 변동이 잇달았다. 한국전쟁 와중엔 폭격으로 심각하게 파손되기도 했다. 2015년까지 국립고궁박물관 뜰에 전시되었던 이 부도탑은 이후 대대적인 보수와 보존처리 작업을 완료하고, 지난해 112년 만에 고향 법천사지로 귀환했다. 올해 하반기면 완전히 복원된 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오감이 열리는 폐사지 서정 법천사지에서 6km쯤 떨어진 산자락에는 거돈사지가 있다. 통일신라 때 창건돼 고려 초기에 이름을 드날린 거돈사의 옛터다. 1만여 평에 이르는 터의 규모도, 간신히 남아 옛일을 두런거리는 석조 유물들의 위용도 만만치 않지만, 법천사지에 비해서는 조촐하다. 군살과 치레가 없는 미모처럼 말쑥한 풍경이 수평으로 펼쳐진다. 법천사지의 뭔가 동적인 분위기에 반해 이곳엔 정적인 운치가 감돈다. 어쩌면 거돈사지는 별유천지다. 세상의 소음과 어지러움이 침범할 수 없는 고요가 깊어서. 거돈사가 침몰한 시기는 조선 전기로 추정된다. 이 폐사지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쑥 들어오는 건 삼층석탑이다. 천년을 버틴 노구다. 그러나 훼손된 구석이 드물어 의외롭다. 삼층석탑 뒤편엔 장대한 규모의 금당지가 있다. 금당지 중앙부엔 화강암으로 큼직하게 만든 불좌대가 불상을 잃은 채 자못 처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거돈사에 족적을 남긴 걸승은 단연 원공국사(930~1018)로, 사지의 외진 자리에 원공국사승묘탑비(보물 제78호)가 있다. 크고 당차고 수려한 탑비다. 세련된 문양의 행진도 볼 만하다. 다만 비석 크기에 비해 머릿돌이 너무 커 안정감은 다소 떨어진다. 탑비의 비문은 ‘해동공자’로 통한 대학자 최충이 지었다. 탑비 부근엔 원공의 사리를 봉안한 부도 원공국사승묘탑(보물 제190호)이 있었다. 탑비와 짝을 이루는 승탑이다. 현재는 복제품이 놓여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조선 고적조사 약보고’엔 이런 구절이 있다. ‘원주에는 철불, 석불, 석탑이 흔해 빠지게 널려 있어 경주도 놀라 맨발로 도망갈 정도다.’ 일본인들이 원주 지역의 불교유산에 침을 흘렸던 걸 알 수 있다. 학자들은 물론 도굴꾼까지 원주를 노다지가 묻힌 곳으로 지목하고 여러 사찰의 석물 약탈에 나섰다. 그들은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을 빼돌렸듯이 이곳의 원공국사승묘탑을 훔쳐 서울로 가져갔다. 해방 뒤에야 회수된 원공국사승묘탑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리저리 거돈사지를 거닌다. 폐사지의 서정을 오감으로 느낀다. 발길에 밟히는 풀과 흙이 융단처럼 푸근하다. 여기에서 바라보이는 세상엔 숲이 절반이고, 구름을 매단 하늘이 절반이다. 절반의 적막감과 절반의 먹먹함이 칵테일처럼 뒤섞여 문득 몽유하는 기분을 자아내기도. 옛 스님들의 독경 소리도 문득 허공을 떠돌다 흩어지는 것 같고. 천년 전 스님들은 지금 어디에 머무나? 무명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르는 길은 어디에 있나? 알 바 없다. 분명한 건 폐사지에 겨우 남은 유적들마저 종내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일 따름이다. 이상현 원주문화원 원장 ‘대중가요 박물관’ 건립 추진중 “원주 사람들은 배타성이 없다. 사람들끼리 잘 어울려 지내는 풍토가 정착됐다. 여느 도시보다 살기 좋은 곳이다.” 이상현 원주문화원 원장의 얘기다. 원주엔 이른바 ‘텃세’도 없단다. 이건 어디서 유래한 경향일까?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로 성장한 도시라는 데 그 배경이 있다고 한다. 원주는 일찍부터 중앙선 원주역을 통해 드나드는 외지인들로 무척 북적인 지역이었다. 따라서 한껏 개방적인 풍조가 지역 구석구석에 만연했다. 현대 문화는 물론 전통문화의 파워도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원주의 문화자산은 매우 풍성하다. 강원도에서 ‘문화의 도시’로 약진한 첫 도시가 원주다. 이를테면 1971년 군사도시라는 특수성을 살려 민·관·군 3자가 어우러져 펼친 ‘군도제’(軍都祭)는 도내 최초의 종합문화축제였다. 원주문화원이 주도한 행사다.” 원주시의 동의어는 치악산이 아닐까? 치악산이 원주 문화에 미친 영향은? “치악산은 구룡사와 상원사로 대변되는 불교 문화의 발흥지다.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치악산 남쪽 신림면의 신림 성황림(천연기념물)에선 예부터 이어진 성황제가 펼쳐진다. 원주의 빼어난 지성이었던 고 장일순(호 무위당) 선생은 치악산을 일컬어 ‘모든 생명을 품어주는 산’이라는 뜻을 담은 모월산(母月山)이라 했다. 이러한 치악산의 힘과 포용력이 원주의 정신적 바탕이 되었다. 나아가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근원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부도탑의 걸작 지광국사현묘탑이 112년 만에 제자리를 찾아 원주시 법천사지로 돌아왔다. 원주문화원의 역할이 컸다지? “지광국사현묘탑 환수는 국가 귀속 석조 문화재가 원래 있었던 지역으로 이관된 첫 사례로 굉장한 평가를 받았다. 많은 지자체의 관심을 모은 사안이었다. 원주문화원은 지광국사현묘탑 환수 운동 초기부터 시민 서명에 나서는 등 갖가지 역할을 도맡아 했다. 문화재 환수 기법을 배우기 위한 타 지자체 관계자들의 방문을 받기도 했다.” 이 원장이 현재 추진하는 문화 프로그램 중 특별한 게 있으면 소개해달라. “원주시에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들어서면서 이주해온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이들에게 원주 문화를 알림으로써 유대감과 애향심을 갖게 하는 가족형 역사 문화 캠프인 ‘원주역사문화사랑캠프’를 운영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원주문화원이 처음 시작한 ‘부부의 날’ 기념 축제인 ‘원주부부축제’에 대한 반응도 매우 좋다.” 원주문화원 특유의 운영 방식이 있다면? “문화원에 있는 공연장, 전시실, 강의실 등을 문화원 회원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개방했다. 문화원에 소속된 문화 동아리들과 지역의 모든 문화 동아리들이 동참해 실력을 겨루는 ‘생활 동아리 감성축제’도 펼친다.” ‘대중가요 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어떤 목표를 설정했는지? “대중가요계의 가수, 작곡가, 작사자에 관한 다양한 소재, 또는 소장가치 높은 자료를 모아 박물관을 만들 참이다. 독특한 문화 콘텐츠와 관광 콘텐츠를 운영해 원주 문화의 폭을 확장하자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 사업설명회를 마쳤다. 지금은 유관기관, 한국가요작가협회와 함께 논의 중이다.”
- 2024-07-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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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생활로 무더위 탈출”…7월 문화소식
- ●Exhibition ◇한국 근현대 자수 :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일정 8월 4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19세기 말 이후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 상황과 미술계의 흐름 속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한국 자수를 조명하는 전시다. 근현대 자수, 회화, 자수본 170여 점, 아카이브 50여 점이 출품됐으며, 전시는 4부로 구성됐다. 1부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제작된 ‘전통 자수’를 소개한다. 생활 자수, 복식 자수, 병풍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2부 ‘그림 갓흔 자수’는 20세기 초 미술공예로 거듭난 자수 실천의 변화를 살펴본다. 일본 ‘여자미술전문학교’(이하 조시비(女子美)) 유학생들을 통해 자수가 전파됐다. 3부 ‘우주를 수건으로 삼고’에서는 광복 이후 이화여자대학교에 국내 최초로 자수과가 설치되는 등 조시비 자수의 영향에서 벗어나 성장한 한국 자수의 면모를 살핀다. 4부 ‘전통미의 현대화’에서는 한국전쟁 후 자수가 근대화·산업화 시대에 산업공예로, 그리고 보존·계승해야 할 전통공예로 부각되는 과정을 알아본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자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촉발하고, 자수가 지닌 동시대적 의미를 미술사적으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지브리-타카하타이사오전 일정 8월 3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애니메이션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에 관한 전시다. 그는 1970년대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등을 제작·연출했으며, 1985년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 후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가구야 공주 이야기’ 등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된 그의 자필 제작 노트와 스토리보드, 레이아웃과 콘티 등 130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과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마니아뿐 아니라 작품을 보고 자란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Book ◇67년생 김영수와 02년생 이보람의 같은 장소 다른 추억(김찬휘, 김형진, 정치영·인라우드) 대한민국의 1970년대 과거와 2020년대 현대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과거 모습은 1971년에 출간된 고(故) 조성봉 선생의 ‘이것이 한국이다’라는 사진집의 사진을 도판 작업한 것이다. 현대 사진은 콘텐츠 무상공유 운동을 펼치고 있는 ‘셀수스협동조합’의 조합원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찬휘, 김형진, 정치영이 한국을 누비며 찍은 사진들이다. 그들은 과거 사진의 구도와 최대한 비슷하게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했으며, 역사·정치·경제·문화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흥미를 유발한다. 책은 총 5장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첫 번째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과거와 현대의 모습이 크게 바뀌지 않은 장소들로 구성했다. 두 번째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간직한 곳을 조명했다. 인천 어시장, 부산 광복동 등이다. 세 번째는 서울 삼일빌딩, 세종대로 사거리 등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거나 바뀌어, 마치 타임슬립하는 듯한 흐름으로 구성했다. 네 번째는 해인사 팔만대장경, 수원 팔달문 등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문화재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 장은 더 이상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거나 과거 속으로 사라진 풍경들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울역 고가도로, 군산 내항 뜬다리 부두 등 추억의 장소를 만날 수 있다. ◇은퇴 후에는 재미있게 살기로 결심했다(서병철·두드림미디어) 30년 직장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연구소를 설립한 저자는 39가지 준비법을 소개한다. 일, 재미, 인간관계, 건강수명, 경제력 5개 영역을 포함했다. ◇어쩌죠? 사는 게 점점 재밌어져요!(김옥란·미다스북스) 중년의 저자는 스스로를 ‘즐거운 단독자’라고 표현하며 ‘나 혼자 폼 나게 산다’고 말한다. 그의 책, 그림, 사랑으로 가득한 일상은 긍정 에너지를 전한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정덕현·페이지2북스) 대중문화평론가인 저자가 드라마 속 45개의 명대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에세이북이다. 김은숙·박지은 등 유명 작가들이 추천사를 남겼다. ●Stage ◇젠틀맨스 가이드 일정 7월 6일 ~ 10월 20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김동연 출연 송원근, 김범, 손우현, 정상훈, 정문성, 이규형, 안세하 등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그린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줄거리, 아름다운 음악을 인정받아 토니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 외부비평가상 등을 휩쓸었다. 주인공 몬티 나바로 역은 송원근, 김범, 손우현이 맡았으며, 1인 9역을 소화하는 다이스퀴스 역에는 정상훈, 정문성, 이규형, 안세하가 캐스팅됐다. 몬티 나바로의 연인 시벨라 홀워드 역은 허혜진, 류인아가, 몬티 나바로를 사랑하게 되는 다이스퀴스 가문의 피비 다이스퀴스 역은 김아선, 이지수가 함께한다. ◇맥베스 일정 7월 13일 ~ 8월 18일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출 양정웅 출연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송영창, 남윤호, 홍성원 등 배우 황정민이 ‘리처드 3세’ 이후 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마녀의 예언을 듣고 국왕을 살해한 뒤 서서히 타락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맥베스 역을 맡은 황정민은 “제게 연극 무대는 힐링하는 시간이자 공간”이라면서 “‘맥베스’ 원작이 수많은 작품으로 오마주·재창작됐는데, 저도 무대 위에서 예술하는 배우로서 꼭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맥베스가 왕이 되도록 부추기는 아내 레이디 맥베스 역은 김소진이 연기하며, 맥베스의 부관이자 동료 뱅코우 역에는 송일국이 캐스팅됐다. ◇베르사유의 장미 일정 7월 16일 ~ 10월 13일 장소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왕용범 출연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 이해준, 김성식, 고은성 등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가 역사적인 초연 무대를 갖는다.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자유, 사랑, 인간애를 프랑스혁명이라는 장중한 역사의 흐름과 함께 담아낸다. 앙투아네트를 호위하는 왕실 근위대 장교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 역은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가 연기한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오스칼을 향한 마음을 숨긴 채 그녀를 지키는 ‘앙드레 그랑디에’ 역은 이해준, 김성식, 고은성이 맡는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7-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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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상흔과 평화 느끼는 하루, 관광명소로 거듭난 김포
- 그토록 노래하던 벚꽃도, 진달래도 바람에 날려갔다. 푸릇푸릇하게 숲을 이루기 시작한 초여름을 걷는다. 그 길을 따라 높은 산 전망대 망원경을 통해 애타는 그리움을 보았다. 산과 강과 철책이 어우러진 이 땅의 아름다운 길 위엔 평화를 염원하는 발걸음이 이어진다. 분단의 현장을 고스란히 밟으며 가슴 시린 역사를 살피는 유월의 사뭇 다른 마음을 기억하려 한다. 자연 그대로의 애기봉평화생태공원 구불구불 비탈진 산길을 거쳐 당도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최북단인데도 말 그대로 평화롭다. 한반도 유일의 남북 공동이용수역에 위치한 평화와 화합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남북 접경지역의 154m 쑥갓머리산이라 불리던 애기봉은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건축물과 자연생태가 잘 어우러진다. 얼핏 갓난아기를 떠올릴 수 있는 애기봉이라는 이름은 평안감사와 기녀 애기의 애틋한 설화에서 온 말이다. 피난길에 오랑캐에게 붙잡혀간 감사를 그리워하던 애기가 ‘님이 잘 보이는 곳에 묻어달라’며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애기의 한이 마치 실향민의 한과 같다 하여 이곳에 애기봉(愛妓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전망대에 오르기 전 먼저 평화생태전시관을 둘러보자. 전시관을 둘러싼 생태 조성과 조각 전시는 작품마다 평화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보여준다. 실내 전시 공간의 조강 생태 디오라마와 조형물들 역시 볼 만하다. 상주하는 해설사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으로 사전 지식을 얻고 오른다면 강 건너 북녘을 바라보는 마음이 한결 다르다. 평화, 생태, 미래를 주제로 한 3개의 평화생태전시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전망도 시원하다. 물길 저편의 남쪽과 북쪽의 경계가 모호하다. 38선을 중심으로 한 DMZ는 분단 70년이 지나면서 정확한 구분이 없어졌다고 한다. 창밖으로 흐르는 조강과 전시관 바닥 및 벽에 그려진 위치도를 가리키며 전하는 해설이 생생하다. 한강 하류 끝의 물줄기와 김포와 강화, 북쪽의 개풍군이 뒤엉킨 모습을 눈앞에서 본다. 전시 미디어아트와 VR 체험을 통해 개성으로 떠나는 가상현실도 이곳에서는 유난히 실감 난다. 평화생태공원의 두 번째 건물인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흔들다리를 건넌다. 산골짜기에 길게 이어져서 고개를 돌리면 온통 울창한 숲이다. 흔들다리 끄트머리쯤부터 지그재그형 탐방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빙글빙글 돌아 걸으면서 초여름의 풍성한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다. 1953년 휴전 이후 아무도 오갈 수 없는 고립 지역이 자연스럽게 생태의 보고가 되었으니 천혜의 생태공원인 셈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한은 그저 건넛마을이다. 미세먼지로 시야가 흐린 날이었는데도 고배율 망원경을 통해 북녘땅이 선명히 보인다. 수도권에서 북한의 최전방을 볼 수 있다니. 1.4km 거리에 그들이 살고 있었다. 빌라 같은 공동주택이 새것 같은 느낌으로 마을을 이룬 북한 땅이 거기 있다. 주민들의 사는 모습이 마냥 친근하다. 돛배를 젓거나 수영을 해서라도 단숨에 건널 수 있는 코앞인데도 구경꾼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물길을 가운데 두고 김포와 강화도, 파주시가 개풍군을 마주한 채로 사는 중이다. 남북의 가운데로 흐르는 조강은 임진강, 한강과 만나 서해로 흐른다. 그 물줄기를 조강이라고 하는데 큰 강, 할아버지 강이라는 뜻이 담겼다. 물길 사이로 마주 보는 북쪽 건넛마을과 우리의 분단 현실을 청정의 생태공원에서 평화롭게 둘러볼 수 있으니 최고의 안보 여행지가 아닌가 싶다.(방문 시 신분증 지참과 인터넷 예약 필수) 숲속 문화예술 여행, 김포 국제조각공원을 걷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내려오면서 들를 수 있는 김포 국제조각공원은 문수산 숲속이 작품 전시장이다. 통일을 테마로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자연 속 전시장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3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산속에 풍덩 빠져 자연 지형에 어울리게 전시된 예술작품 한 점씩 찾아보는 숲속 문화예술 여행을 한다. 미로 같은 숲길을 걸으면서 전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어서 산책과 힐링을 동시에 맛본다. 솔향기 번지는 군하숲길 주변 둘레길을 걸으며 여유롭게 작품들을 둘러본다면 온전히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 전시는 연중무휴다. 덕포진의 손돌목 산책길과 짭조름한 대명포구 사적 제292호 덕포진은 강화해협을 마주하는 김포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조선시대 서해에서 강화만을 거쳐 한양으로 진입하는 길목의 바닷길로 군사적 요충지였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미국과 프랑스 함대와 맞서 싸웠던 격전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기서 발굴 출토된 포와 포탄, 조선시대 상평통보와 주춧돌 등은 오르기 전 덕포진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현재 덕포진은 3개의 포대와 그 끄트머리에서 파수청터가 발굴되었다. 이어서 강화해협이 건너다보이는 마지막 지점에 손돌묘가 보인다. 강화해협 중에서 가장 폭이 좁고 물살이 거센 지형을 이용한 천혜의 요새 손돌목이다. 바다가 보이는 수려한 풍광 사이로 수백 년 역사를 돌아보게 된다. 당시 포격전이 펼쳐졌던 포대 중 첫 번째 포대가 가장 길고 언덕의 곡선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방풍림 소나무 아래에서는 수백 년 역사를 더듬듯 바다를 내다보며 걷다가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덕포진은 평화둘레길 1코스와 염하강 철책길 순환 코스로 연결된다. 이윽고 포대를 지나고 손돌묘에 이르면 눈앞에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손돌은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입으로 왕이 강화도로 피난 갈 때 물길을 안내하던 중 세찬 물살에 겁이 난 왕의 오해로 죽임을 당한 뱃사공이다. 죽기 전 손돌은 바가지를 물에 띄우며 ‘이 바가지를 따라가면 무사히 건널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죽었다. 바다를 무사히 건넌 임금은 자신의 성급한 오해로 죽은 손돌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성대히 장사를 치러주었다고 한다. 후에 손돌이 죽은 음력 10월 20일쯤이면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 사람들은 손돌바람이라 했고, 이 무렵 추위를 손돌추위라고 불렀다. 지금은 손돌의 배가 지나던 물길에 고깃배가 유유히 흘러간다. 바다 건너편으로 강화의 광성보와 용두돈대가 보인다. 손돌묘 옆으로는 덕포진 둘레길을 만난다. 평화누리길 1코스를 알리는 대명포구의 조형물을 지나 시작되는 염하강 철책길 순환 코스가 손돌묘까지 와서 부래도, 덕포마을, 덕포진, 대명항 코스의 6.5km를 걸으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 철책길과 절반 이상 겹치는 순환길을 따라 쉬엄쉬엄 걸으면 철책 너머 보이는 김포 들녘과 바다 풍광에 가슴이 탁 트인다. 우리의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이 휴식을 주고 둘레길 코스가 되어 사람들이 오간다. 더불어 마음 가득 평화를 염원하게 된다. 오래된 숲의 위로, 장릉 벚꽃과 진달래꽃의 반영이 예쁘던 김포 장릉 연못에 이제 오래된 나무들이 연둣빛으로 비친다. 김포 장릉은 조선 제16대 인조의 부모인 추존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 구 씨의 능이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입장 시간이 오전 7시부터여서 이른 아침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역사 속 장소지만 일상에서 찾아가 차분히 힐링을 얻는 공간으로도 더할 나위 없다. 봄이면 목련과 벚꽃이 눈부시다. 초록으로 울창한 여름을 지나 가을엔 오래된 숲의 위로가 마음을 토닥인다. 긴 세월을 담은 수목들 사이를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단청 없이 소박한 재실 앞의 연지는 묘역과 함께 이루어진 긴 세월을 담고 있다. 새롭게 단장된 장릉 역사문화관에서는 정조 임금이 직접 지은 시도 감상할 수 있어서 뜻깊다. 복잡하고 소란한 세상을 뒤로하고 하루쯤 깊이 잠겨보아도 좋은 곳. 무해한 시간이다.
- 2024-06-2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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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중장년을 위한 자유여행 7계명
- ‘자유여행은 청년, 패키지여행은 중장년’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구글 지도를 켜고 배낭을 멘 채 가본 적 없는 도시로 떠나는 중장년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그 자체로 용기를 내야 하는 일. 4060이 자유여행에 첫발을 내딛기 전 알아야 할 것들을 이종원 상상콘텐츠연구소 소장과 함께 정리했다. 1. 혼자보다는 여럿이 떠나라 4060 여행자라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여행을 즐기는 편이 좋다. 가족도 좋고 가까운 지인도 좋다. 다만 역할분담하기를 추천한다. 교통편, 숙소, 식사 등을 나누어 찾는 것이다. 그래야 계획하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모두가 공감하며 여행을 떠날 수 있다. 2. 시간을 적극 활용하라 은퇴 후라면 많은 시간을 적극 활용하자. 평일 위주로 여행할 수도 있고, 비수기를 노려 저렴한 해외 항공권을 구매할 수도 있다. 보통 출발 2주 전쯤 판매하는 ‘땡처리’ 상품이나 항공사 자사몰에서 판매하는 ‘미판매분’을 노려보자. 3. 투어 상품 필수로 챙겨라 원데이 투어나 시티투어 상품을 활용하면 체험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해외 원데이 투어 상품은 패키지 상품으로 가기 어려운 곳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도 함께 하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만날 수도 있다. 4. 구글 지도와 친해져라 구글 지도 앱은 필수다. 야놀자, 호텔스컴바인 등 여러 숙소 예약 플랫폼을 통해 묵고 싶은 곳을 10개 정도 고른 뒤 구글 지도에서 다시 검색해보자. 보다 저렴한 경우가 있다. 다양한 리뷰도 볼 수 있다. 해외여행이라면 구글 지도가 내비게이션 역할도 해준다. 5. 앱을 적극 활용하라 여행 앱을 깔아 수시로 들여다보자. 여행 정보는 KLOOK(클룩), 와그, 마이리얼트립, KKday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항공 티켓은 skyscanner, playwings, 와이페이모어, 땡처리닷컴, 인터파크 투어, 항공사별 자사앱 등을 활용하자. 6. 여행 정보는 커뮤니티에서 챙겨라 포털사이트에서 ‘가고 싶은 지역 + 네이버 카페’라고 검색한 뒤 이용자가 가장 많은 카페에 가입해 둘러보자. 숙소, 볼거리, 식사, 쇼핑까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예산을 사용했는지도 참고할 수 있다. 7. 체력을 안배하라 체력 안배는 매우 중요하다. 여행을 많이 안 다녀봤다면 특히 나의 ‘여행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5박 6일 여행이라면 사흘은 체험형 여행 코스를 구성하고 이틀은 쉴 수 있도록 안배해야 한다. “조금 느리고 약간 불편할 수 있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떠나보세요.” 에디터 조형애 취재 이연지 도움말 이종원 상상콘텐츠연구소 소장 디자인 유영현
- 2024-06-27 0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