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경험 공유하는 ‘꽃중년’, "유튜브는 삶의 기록"

기사입력 2023-06-29 08:42 기사수정 2023-06-29 08:42

유튜브, 시니어 모델 등 시니어 N잡러 대표 인플루언서 '허은순'

▲유튜브 '꽃중년' 채널을 운영하면서, 맞춤 제작 옷을 만드는 '마리에 부띠끄'를 운영하는 허은순 씨.(사진=이연지 기자)
▲유튜브 '꽃중년' 채널을 운영하면서, 맞춤 제작 옷을 만드는 '마리에 부띠끄'를 운영하는 허은순 씨.(사진=이연지 기자)

유튜브 ‘꽃중년’을 운영하는 허은순 씨는 약 1만 5000팔로어와 소통하는 삶을 산다. 종일 드라마처럼 꽃중년 영상을 보는 ‘찐팬’(진짜 팬)들이 많다. 평소 옷을 좋아했고, 고쳐 입기를 즐겨 했던 허 씨는 유튜브를 통해 ‘푸르게 살자’는 패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월간 ‘어린이문학’을 통해 등단, 동화작가로 20년이 넘는 삶을 살았다. 1997년부터는 동화 사이트 ‘애기똥풀의 집’을 운영한 경력도 있다. 어린이도서관 관장으로 10년을 보냈고, 짧지만 친환경 인테리어 코디네이터도 했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는데 파리에 초청받아 개인전을 열 정도였다고.

그 외에도 수많은 일을 해왔지만 지금은 유튜버이면서 멋진 시니어들의 모임인 더뉴그레이 활동도 한다. 옷을 만들어달라는 팬들의 요청으로 ‘마리에 부띠끄’라는 의상실도 열어 인스타그램을 운영한다. 그런 허은순 씨를 보며 사람들은 ‘N잡러’라고 부른다.

허 씨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아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번아웃이 온 데다 건강도 나빠져 활동을 모두 접고 양평으로 내려가 두문불출했다. 그러자 큰아들이 1년 동안 매일 유튜브를 해보라고 말했단다. 2018년 2월 유튜브에 가입해 채널을 만들고도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 결국 아들 등쌀에 밀려 첫 영상을 올리게 됐다. 결혼할 때 받았던 두루마기를 리폼해 코트처럼 입고 다녔는데, 그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편집은 다른 유튜버들이 올린 ‘파이널컷 이용방법’ 영상을 보고 독학했다. 유튜브 한 편을 기획하고 편집해 올리기까지 일주일 넘게 끙끙댔다. 처음에는 5분짜리 영상 하나 만드는 데 3일이 걸렸다. 허 씨는 유튜브를 ‘삶의 기록’이라 생각하고 운영한다.

“유튜브는 반응이 빠른 것도 아니고, 제 주제가 대중적 취향도 아니었어요. 지지부진하고 느리게 하다 보니 어떨 땐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영상을 올리다 만 공백기도 있어요. 이제는 접어야겠다 했는데, 아들이 그럼 채널을 놔두기만 하래요. 그랬더니 팬들이 제 소식을 기다리더라고요.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조금씩이라도 영상을 계속 올리게 됐어요. 문득 ‘유튜브 팔로어는 나의 평가 기준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랬더니 마음이 비워지더라고요. 처음에 제가 양평에 내려가 연락을 끊고 살 때, 지인들이 제 유튜브를 봤대요. 제 소식을 확인하는 거죠. 또 가족끼리도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알게 돼요. 가족과 지인들에게 내 소식을 알린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내 삶을 기록한다고 생각해요. 밝고 컬러풀한 옷으로 ‘나이 들수록 푸르게 살자’는 일종의 캠페인도 하고요.”

허은순 씨는 많은 시니어들이 유튜브를 했으면 한다. 일기라 생각하고 기록한다는 마음이면 좋을 거라 조언했다. 세상을 떠나고 나면 자녀들에게도 추억이 될 것이라고. 한 사람이 살아온 세월에 쌓인 노하우, 지식, 경험 등 그만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내가 무슨 인플루언서예요.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허은순 씨는 그저 마음 가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좋은 원단을 찾아다니며 맞춤옷을 만드는 ‘마리에 부띠끄’를 운영한다. 이곳을 찾는 팬들은 어릴 적 양장점에서 맞춤옷을 입었던 추억을 떠올린다. 앞으로 한 10년 하면 뭐라도 되어 있지 않겠냐며 웃는 미소가 눈부시다. 그녀는 말한다. 삶 자체가 멋진 시니어가 되자고.

(브라보마이라이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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