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현주소③]실버타운 문제 양산하는 관련 법

기사입력 2014-03-20 15:47 기사수정 2014-03-21 18:30

허점 투성이 노인복지법…실버타운 문제의 원흉

실버타운의 운영부실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로 허점투성이의 노인복지법이 지적된다. 실버타운을 ‘노인복지시설’로 지정해 놓고도 ‘분양한다’는 조항이 모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시설이면서도 아파트와 같이 개별 소유권을 인정하는 ‘분양’을 허용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시설에는 운영주체가 있어야 함에도 입주자에 분양하면서 시설주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설명이다.

입주 후 광고와는 달리 서비스가 부실해지는 것도 노인복지법의 폐해다. 실버타운을 일반 공동주택과 같이 분양을 하면서 입주자의 소유권과 충돌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통 시설운영주체인 건설회사가 실버타운을 짓고 입주자에 분양해서 돈을 챙긴 뒤 운영에 손을 터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주택과는 달리 분양 대상을 60세 이상에 한정하고 있어 분양이 급한 건설사로서는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분양을 해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서비스에 대한 과대광고가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서울의 한 실버타운은 노인복지주택으로 허가를 받았으나 운영에 어려움이 있자 노인복지주택 신고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관리제도 측면에서도 취약하다. 일반 아파트와 내용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노인복지시설로 분류되면서 실버타운은 아파트 등 다른 공동주택과는 달리 감사나 관리감독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은 관리비 사용내역을 입주민이 요구할 경우 공개해야 하나 실버타운은 관련 법적 규정이 없다. 관리비 사용은 온전히 운영회사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은 입주민 3분의2의 동의로 운영회사를 교체할 수 있으나 실버타운은 그렇지 않다.

표우현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 사무관은 “실버타운은 노인복지법상 시설(노인복지주택)로 돼 있음에도 그 내용은 아파트와 다름없다. 고양이에는 고양이에 맞는 처방을 해야지 개로 보고 처방을 하면 되겠냐”며 “노인복지법을 고치지 않는 한 어떤 처방을 해도 실버타운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윤후덕 의원. 사진=뉴시스

문제가 불거지자 민주당의 윤후덕 의원 등은 새로 지어지는 노인복지주택은 임대만 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분양형의 노인복지주택은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한 공동주택에 포함시키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2013년 3월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윤 의원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미 지어진 분양형 실버타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특례가 마련되지 않아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법안이 처리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령화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오히려 건설회사들이 실버타운의 신축을 꺼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가 큰 만큼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예전에는 아파트를 건설할 수 없는 자연녹지 지역에도 실버타운 건설이 가능했다. 실버타운은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ㆍ군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107조가 지난 2010년 개정되면서 분양과 임대를 목적으로 지어지는 실버타운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제외됐다. 건설사들이 실버타운을 지으면서 누렸던 모든 혜택도 함께 사라졌다. 건설사로서는 6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만 분양 및 임대가 가능하다는 제한을 받으면서도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표우현 사무관은 “(법개정 이후) 지난 3년 동안 신규로 실버타운을 짓겠다고 하는 건설사가 한곳도 없었다. 실버타운에 대한 전기세 감면, 취ㆍ등록세 면제 등의 혜택도 폐지됐다”며 “실버타운이 죽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답답하다. 누구도 총대를 매려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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