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령자의 교통 난민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대중교통 공급이 적은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자는 이동권을 크게 제약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수요응답형(온디맨드, On-demand) ‘지역 모빌리티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 지역 모빌리티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행한 곳은 바로 이바라키현 히타치시(茨城県日立市). 직접 현장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9년 4월 19일, 일본 도쿄도 도시마구 히가시이케부쿠로(東京都豊島区東池袋)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87세였던 이즈카(飯塚) 씨는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브레이크와 액셀을 착각했고, 이로 인해 급가속한 차량은 교차로에 진입해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들을 연달아 덮쳤다. 그 결과 어머니와 어린 딸이 사망하고, 이즈카 씨를 포함한 9명이 부상을 입는 등 총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이 고령 운전자의 과실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따라, 2021년 9월 2일 도쿄지방법원은 이즈카 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더욱이 이즈카 씨는 도쿄대학을 나온 공학 박사이자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그의 신분과 사회적 위치는 큰 주목을 끌었다. 또한 2023년 10월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도쿄지방법원은 피고에게 1억 4600여만 엔(약 13억 8024만 원)의 배상을 명령하며, ‘일방적이고 중대한 과실에 의한 비극적인 사고’라 판시했다.
이 사건은 일본 사회 전반에 고령 운전자의 안전문제를 다시금 환기하는 계기가 됐고, 많은 고령자가 자발적으로 운전면허를 반납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고령 운전자 사고 대책에 대한 논의와 법적 정비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고령 운전자 갱신 절차 변화
2022년 5월 13일, 일본의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어 주로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 절차에 변화가 생겼다. 75세 이상 운전자가 특정 위반을 범하면 운전면허 취득 시 운전기능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고령자 강습을 받을 수 없으며, 면허를 잃게 된다. 이러한 엄격한 개정은 제3자가 고령자의 운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회를 제공했다.
반면 75세 이상이고 위반 기록이 없는 운전자는 운전기능 검사에 합격한 후, 우선 인지기능 검사를 받고 고령자 강습을 이수한 뒤 면허 갱신 절차를 진행한다. 인지기능 검사 결과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검사 방식과 내용이 간소화돼, 터치패널 태블릿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이 도입됐다. 이로 인해 종이로 작성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고, 좀 더 효율적인 검사가 가능해졌다.
한편 경시청은 65세 이상이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할 경우, 대중교통 및 택시 할인, 택배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한 후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면허를 반납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한 거리에 위치한 마트나 병원 이동이 어려워진다. 지방의 경우 평균적으로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운행되며,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노선이 폐지되는 경우가 많아 이동이 더욱 어렵다. 택시는 요금이 비싸서 빈번한 이용은 부담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지역 모빌리티 서비스다.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 등장
도쿄에서 특급열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이바라키현 히타치시는 일본 굴지의 전기 및 전자기기 제조업체 히타치(HITACHI) 제작소가 창립된 곳이다. 그러나 히타치 제작소가 본사를 도쿄로 이전하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함에 따라, 히타치시에는 일부 연구소와 생산 공장만 남아 있다. 1985년 20만 6074명이던 히타치시 인구는 2023년 1월 16만 8409명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가나자와학구(金沢学区, 학구는 우리나라 리에 해당)의 노후화된 주택단지와 고령화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가나자와학구는 세대수 3500호, 인구 7154명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해발 241.5m의 후우진산(風神山) 산허리에 4개의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다카무라(高村, 71) 가나자와학구 커뮤니티 회장은 히타치 제작소 관련 기업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정년퇴직하고 커뮤니티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버블 경기 때 히타치 제작소 주변에 단독주택을 많이 지었다. 세월이 지나 히타치시에 젊은이들이 취직할 곳이 없어지자 모두 도쿄로 떠나고 노인만 살고 있다”며 쓸쓸한 웃음을 보이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히타치시에 23학구가 있는데 가나자와학구는 특히 고령화율이 45%나 돼요. 전국 평균 29%에 비하면 아주 높아요. 한 세대에 한 명 혹은 두 명이 사는데, 75세 이상인 분들이 면허를 반납하고 나면 생활에 지장이 오죠.”
이에 따라 고령자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바라키현청, 히타치시청, 가나자와학구 커뮤니티 추진회가 협력해 지역 모빌리티 운행을 검토했다. 2019년 공공교통위원회를 구성해 이바라키현청, 히타치시청, 버스 및 택시 회사 직원, 지역 기업 직원, 시민 대표 등이 참여하는 워킹 그룹을 만들었다. 이들은 매년 4~5회 회의를 통해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지역 모빌리티 도입은 버스 회사와 택시 회사의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서로의 생존을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2년간의 심사숙고 끝에 2021년과 2022년에는 실험 운행 기간을 설정하고, 정식 운행은 2023년에 시작했다.
고령자 1.6km 이동 돕는다
가나자와학구 지역에서 지역 모빌리티 서비스를 실시한 목적은 다음과 같다. 지역 고령화로 인해 노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만으로는 일상생활 이동에 불편을 겪는 주민이 증가하는 가운데, 학구 커뮤니티가 주체가 되어 지역 이동수단을 확보함으로써 어르신들의 외출 기회 창출과 커뮤니티 활동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했다.
히타치시청 도시정책과의 가리노(狩野) 씨는 “현재 운전사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노선버스 운영이 힘들어지고 있으며,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자들이 자택에서 버스 정류장소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병원이나 슈퍼마켓에 꼭 가야 하는데 이동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이동수단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지역 모빌리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라스트 원마일(Last 1mile, 1.6km)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고령자가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약 1.6km, 즉 도보로 20분 이내 이동하도록 도와주면, 그들이 고립되지 않고 병원, 약국, 슈퍼, 지역 교류센터를 다닐 수 있다고 본 거죠.”
지역 모빌리티 서비스 운전사인 아이자와(会沢, 74세) 씨는 “정년퇴직 후 운전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을 시작했다. 급여의 반은 월급제이고, 나머지 반은 자원봉사다. 이바라키현 최저임금을 받고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며, 축제나 이벤트가 있을 때는 자원봉사자로도 일한다”고 말했다.
차 탑승은 예약제로 운행되며, 커뮤니티 직원 10명이 예약 업무를 맡는다. 이용자가 탑승을 원하는 시간과 목적지를 얘기하면, 거기에 맞춰 운전사가 배정되는 시스템이다. 아이자와 씨는 “예를 들어 같은 병원에 가는 분이 두 분이면 집에서 병원까지 함께 모셔다드리고, 진료가 끝날 무렵 다시 모시러 가서 집까지 데려다드린다”면서 “어제는 근무 시간 동안 16분을 모셔다드렸고, 왕복 32번 운전했다”고 설명했다.
한 주민은 병원 갈 때 지역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한다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걷는 게 불편해서 외출이 힘들었는데, 이 차는 원할 때 가고 싶은 데를 데려다주니 편하게 외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히타치시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용자들의 호평이 가득하다.

이동의 자유, 그 이상의 가치
다카무라 회장은 “지역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고령자가 많이 늘어났다. 그 결과 가나자와학구에서는 고령자에 의한 운전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한 주민은 일주일에 한 번도 누군가와 대화한 적이 없었는데, 지역 모빌리티를 이용하면서 함께 탄 주민과 운전사와 소통하며 즐거움을 찾았다고 한다. 이 작은 승용차가 훌륭한 커뮤니티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라고 짚었다.
지역 모빌리티 활성화로 인해 택시 회사와 버스 회사의 불만은 없을까. 다카무라 회장은 “공공교통 회의에서 버스와 택시 회사와 경쟁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많이 논의했다. 결국 지역 모빌리티의 가장 큰 목적은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의 1마일(1.6km) 이동을 해결하는 것이다. 택시 회사 입장에서는 1km에 500엔이기 때문에, 그 정도 거리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아 수락했다”고 답했다.

가리노 씨도 “운행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한 이유도 택시 회사에 대한 배려였다. 9시 이전과 4시 이후에는 주민들이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게 하는 의도였다. 이렇게 공공교통 회의에서 합의를 보고, 현재도 1년에 4~5회 정도 회의를 개최해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히타치시청 도시정책과에서는 연간 300만 엔(약 2835만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다카무라 회장은 앞으로의 과제에 관해 설명했다. “시청의 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면허 반납을 촉진하기 위해 고령자 대상 지역 모빌리티 설명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직원이 승하차 예약을 받지만, 앞으로는 AI가 예약을 처리할 수 있도록 데이터 수집과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가나자와학구 7000여 주민의 이동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한 지역 모빌리티는 고령자의 고립 예방과 새로운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용자 목소리
➊ 다리가 아파서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었어요. 현재는 운전사가 현관까지 들어다주어 우유, 주스, 쌀까지 한꺼번에 살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돼요.
➋ 노선버스보다 좁은 골목까지 이동할 수 있어서 좋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지 않아도 되어 좋아요.
➌ 함께 탄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운전사와 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아주 즐거웠습니다.
➍ 친구 세 명과 맥도날드에 커피를 마시러 갈 때 이용했어요. 돌아와서 손자에게 맥도날드에 갔다 왔다고 하니, 손자가 다음번에는 함께 가자고 해서 아주 좋았어요.
➎ 따로 사는 자식에게 일일이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활동 범위가 넓어져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