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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 후 불안하면 강점부터 찾아야” 日 N잡러의 조언
- 외국계 제약회사 영업부에서 24시간 발로 뛰는 영업사원이었던 다카하시 노부노리 (高橋伸典, 67) 씨.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 대디로 매일 아침 아이들의 도시락을 만들고, 왕복 5시간을 출퇴근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런 그가 조기 퇴직을 선언한 뒤 보육교사와 어린이집을 연결하는 헤드헌터를 시작하더니 시니어 컨설턴트, 작가라는 세 가지 업을 가지게 됐다. 정년 후 평생 현역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그의 스리 잡(Three Job) 이야기를 소개한다. 열정 넘치는 싱글 대디 다카하시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제약회사에 입사해 57세까지 근무했다. 그가 회사 다니던 시절은 회사원들이 온 마음을 바쳐 일하던 때였다. 그런 그의 회사 생활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입사 후 영업을 맡게 됐고, 적성에 맞아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해외연수 제도로 영국에 2년 동안 가기도 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본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한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돌아와 보니 저는 인사부로 발령을 받았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하게 된 거예요.” 두 회사가 기업 합병을 하면 다른 기업 문화로 여러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라지만, 좋아하던 영업 직무를 포기하고 갑자기 인사부로 이동해야 했으니 그도 당황했을 테다. 그런 데다 가사와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지며 묵묵히 인내하던 아내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저는 일 중독자였어요. 온종일 회사에 있었고, 일을 마치면 동료나 거래처 사람과 술을 마시러 갔죠. 열심히 일해서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가정은 전혀 돌보지 않는 남편이었죠. 돌이켜보면 제가 오만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던 부엌에서 다음 날부터 두 아이를 위한 도시락을 싸야 했죠.” TV의 건강음료 광고에서조차 ‘당신은 24시간 싸울 수 있습니까?’라는 곡이 흘러나오던 시대였다. 밤새워 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게 당연하던 시기, 어떻게 아이 둘을 키우며 일을 양립할 수 있었을까? 다카하시 씨는 먼저 서점으로 가서 요리책을 샀다.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갈 때까지 도시락 싸는 것이 일과가 됐다. “아이 친구 엄마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거래처와 중요한 회의를 하다가도 아이가 열이 나면 어린이집으로 달려가야 했죠. 나중에는 회사에서 집과 가까운 영업소에서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습니다. 환경이 변하면 사람의 성격도 변한다는 걸 느꼈어요. 주변 사람들이 제가 아이들을 혼자 키우게 되면서 상냥한 사람으로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전에는 제가 좀 냉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나 봐요. 집에서 육아를 전담하던 아내의 기분도 알 수 있었죠. 그동안 너무 가정을 돌보지 않았구나 싶어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오랜 세월 아이들 도시락을 싸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 싱글 대디를 위한 요리 교실을 열어볼까 고민했다는 다카하시 씨는 본인 스스로도 그 변화에 놀랐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인지,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상황을 헤쳐나간 덕분인지 아이들은 훌륭하게 성장해 사회인이 됐다. 조기 은퇴 후 쌓은 세컨드 커리어 다카하시 씨는 열정을 다해 다니던 제약회사를 57세에 조기 퇴직하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회사로 전직했다. 보통 은퇴 후 재취업을 한다면 경력을 살려서 가기 마련인데, 영업과 어린이집 운영이라니 전혀 관련이 없어 보였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채용 업무를 담당하는 직무로 재취업하게 됐습니다. 제약회사 인사부에 있었을 때 채용과 연구 관련 업무를 맡았는데요. 인사부에서 쌓은 채용 스킬과 지식을 바로 적용할 수 있었어요. 물론 영업을 했던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유아교육학과를 방문해 대학 교수나 학생들에게 어린이집을 홍보하기 위한 영업도 필요했거든요. 제약회사 다닐 때 병원을 방문해 어떤 의사에게 영업해야 할지 고민했던 것과 같은 맥락의 마케팅 업무였어요. 가장 도움이 된 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에요. 사람을 만나는 업무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죠.” 그간 힘닿는 데까지 일한 결과 전직한 회사에서도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다카하시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점과 점의 연결, 즉 현재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하고 있는 노력(점)이 미래에 어떤 형식으로든 연결된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그는 어린이집 운영 회사를 8년 정도 다니다 독립해 개인사업자로 등록했다. 여전히 어린이집 보육교사 채용을 위해 대학교를 방문해 영업 활동을 한다. 보육교사와 어린이집을 연결하는 헤드헌터로 거듭난 것이다. 시니어 N잡러를 위한 지침서 거기에 세컨드 시니어 컨설턴트라는 또 다른 직업을 선택해 투잡을 시작했다. 그는 시니어의 두 번째 커리어 지원을 위한 전문 컨설턴트로서 세미나를 열고 있다. 두 번째 커리어를 찾는 시니어 5000여 명을 강사로서 만났다. 세미나에 참여하는 수강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물었다. “정년을 앞둔 사람이 많죠. 100세 시대라면 향후에도 20~30년 동안 일해야 하는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분들이 오세요. 가본 적 없는 길을 처음 가는 거라 당황스러울 거라 생각합니다.” 은퇴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던 다카하시 씨는 이들을 위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여겨 ‘정년 1년째를 위한 교과서’라는 책을 출간했다. 퇴직 후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방법, 고독을 해소하는 방법, 정년 후 평생 현역을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책에 담았다. 다카하시 씨는 ‘강점 시트’를 만들어 특기를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점이 중요한 이유가 뭘까? “정년을 앞두면 정년 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을 가지게 돼요. 하지만 시니어들은 젊은 사람에 비해 많은 경험을 쌓았고, 실패 경험도 있어요. 이 안에 자신의 강점이 반드시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남들이 봤을 때 굉장한 것도 자신은 당연하게 여겨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나의 강점, 오리지널리티에 맞는 일을 찾는 건 시니어에게 더욱 유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N잡러’라는 단어가 몇 년 전부터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고령자의 일자리는 대부분 단순 노무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정년 전·후를 불문하고 부업·겸업을 장려한다. 사원이 다양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기업이 실시하는 부업·겸업 장려책을 자사 홈페이지에 공표하라고 추천할 정도다. 다카하시 씨는 보육교사를 어린이집 운영 회사에 소개하는 헤드헌터, 정년 후 커리어를 제안하는 세컨드 시니어 컨설턴트 강사, 출판을 통해 작가라는 스리 잡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정년 1년째를 위한 교과서’ 출간 이후에는 실제로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는 의견을 많이 받고 있다. 일본도 한국도 젊은이들처럼 정년 후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N잡러가 된다면, 시니어가 행복해질 가능성도 커지지 않을까. 시니어가 행복해지면 잔잔한 호수에 던진 조약돌로 물결무늬가 번지듯 사회의 행복 지수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2024-04-1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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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를 장애아동과 행복하게, 일본의 이케노카와 유치원
- 이케노카와 유치원(池の川幼稚園)은 설립된 지 60년 됐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70대 원장님과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을 오는 60대와 70대 두 선생님이 있다. 유치원은 보통 어른들이 짜놓은 프로그램에 맞춰 아이들을 교육하고,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관으로 생각한다.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다르다. 세 명의 선생님이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자 한 명 한 명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주의 깊게 관찰한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따뜻한 눈길로 보듬어주는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번 취재를 하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동료 교수에게 봉사활동을 권유받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아동교육학과 히라구치 나오미(原口なおみ, 67) 교수가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을 가는 유치원이 있는데 함께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히라구치 교수는 30년 넘게 여섯 곳의 유치원에서 구연동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곳이라며 나를 초대했다. 10월 청명한 날씨에 도쿄에서 특급열차로 1시간 40분 달리면 나오는 히타치역(日立駅)에 내려서 다시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더 가니 유치원이 나왔다. 주택가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유치원은 오래된 목조 건물이어서 옛날 시골에 있던 초등학교 같아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당으로 들어서니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것 같은 조그마한 집 두 채가 나무 옆에 있고, 그 사이로 선생님과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참새들의 합창처럼 끊이지 않았다.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소에지마 유미코(副島由美子, 73) 원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 보육사 자격이 있었어요. 교육에 대해 특별히 공부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좀 남달랐어요.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보육하는 환경을 보고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취업이 예정되어 있던 회사에 가지 않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이곳에서 근무했어요.” 이곳에서 근무한 지 50년이 넘었다는 소에지마 원장은 교실을 둘러보면서 일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유치원의 유래도 들려주었다. 원장의 어머님이 자택 부지에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유치원 히라구치 교수는 대부분의 유치원이 일본 사회의 상식을 의심하지 않고 빨리 어른이 되도록 강요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개인의 성장을 소중히 여기고, 놀이 속에서 자유롭게 성장한다’는 보육 목표를 세운 유치원이 많지만, 실제로는 ‘책을 읽을 때 등을 곧게 펴고 조용히 듣자’며 아이들에게 명령하고, 빡빡하게 짠 주간 계획 일정을 밀어붙이는 곳이 많다고 했다. 일본에는 은연중에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다수 의견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문화가 있는데, 모두가 같은 일을 같은 방식과 동일한 속도로 처리하는 것이 ‘성장’이라는 동조 압력 같은 것이다. 대다수 유치원은 이런 일본 문화를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곤란을 겪지 않도록 가르친다. “입 다물고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라는 건 아이들에게 아무것에도 감동받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달라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을 하거든요. 장애가 있는 아이나 외국인 자녀와 관계를 맺으면서 어린이다운 도덕관과 윤리관이 형성돼요. 일본도 예전에는 마을 촌민들이 매일 밤 모닥불을 피우고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를 즐기던 때가 있었죠. 그때는 삶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촌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토의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워갔어요. 그런 전통이 남아 있는 곳이 이케노카와 유치원이에요.”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다른 유치원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자폐증, 다운증후군, 발달장애, 외국인 자녀들도 원생으로 받고 있다. 이곳 아이들이 얼마나 구김살 없이 잘 자라고 있는지, 이 유치원의 교육이 얼마나 특별한지에 대한 히라구치 교수의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왜 이곳으로 나를 초대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 마쓰모토 하루미(松本晴美, 71) 선생님이 전신을 감싸는 검정색 옷을 입은 채 많은 종류의 인형을 들고 무대 뒤에서 인형극을 시작했다. 누워서 듣는 아이, 조용히 듣는 아이, 옆 친구와 이야기하는 아이, 블록을 가지고 노는 아이,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아이가 있었지만, 모든 선생님이 아이들을 그대로 두었다. ‘자 앉아요!’라든가 ‘조용히 들어야지!’라는 주의를 주지 않았다. 마쓰모토 선생님은 30여 년 동안 여러 유치원에서 인형극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인형극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특별했다. 선생님의 아이가 이케노카와 유치원에 입학했고 학부모들과 인형극단 모임을 했는데, 그때 인형극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고 한다. 마쓰모토 선생님은 이케노카와 유치원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케노카와 유치원의 교육은 아이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에요. 누구나 원생으로 받아주고, 애정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교육 방침을 보고 우리 엄마들도 건강해지더라고요.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고요. 엄마들도 함께 성장하는 거죠.” 이케노카와 유치원에는 학부모들이 고민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상담반 모임’,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모임인 ‘살구반 모임’ 등 자율적인 학부모 동아리 활동이 많다고 한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 엄마도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만드는 ‘자율적인 커리큘럼’ 유치원을 견학하면서 특히 흥미로웠던 건 ‘자율적인 커리큘럼’이다. 소에지마 원장은 아이들을 관찰하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각자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다른데, 그런 점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며 재미있는 걸 찾아 만들어나간다고 했다. “저기 마당에 큰 은행나무 옆 나무로 된 집이 보이죠? 2019년 졸업반 아이들이 ‘같이 놀았던 중급반, 하급반 아이들이 기뻐할 걸 만들어주자!’라는 아이디어를 내서 선생님과 상의해 완성한 집이에요. 우리가 직접 할 수 없는 부분은 유치원 일을 봐주시는 목수에게 부탁했고, 아이들은 직접 나무를 나르거나 페인트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렇게 아이들이 직접 완성한 게 두 개의 작은 집이에요. 그 외에 작은 연못도 만들고 봉제 인형이나 가방 등 만든 것들이 많아요. 그런 것이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재미있는 수업이 되죠.” 소에지마 원장이 마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무집은 자유시간에 아이들이 마음껏 들락거리는 은신처가 됐다고 한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 이케노카와 유치원도 저출산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때는 원생이 150명도 넘었지만, 현재는 64명이다. 다행히 2019년 10월부터 정부 보조금으로 유아 교육과 보육 요금이 무료가 되어 경영에는 문제가 없었다. 일부 교재비나 버스 요금 등은 학부모에게 받고 있다. “제 급여는 40세에 유치원 원장이 되고 난 뒤로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돈 이상의 것을 아이들로부터 받고 있어서 만족합니다. 돈을 벌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인원이 적으면 오히려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소중하게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성장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죠.” 아이를 어른과 대등한 인격체로 보고 의사를 존중하며 학부모도 함께 배워나가는 유치원.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는 유치원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졸업한 학부모로부터 많은 감사 편지가 온다. “장애가 있거나,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있거나, 그 외에 여러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님들이 있죠. 그런 분들이 아이가 우리 유치원에 다니고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웃음이 넘치고, 행복해하는 얼굴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럴 때는 유치원을 운영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 모두 구김살 없이 잘 어울려 노는 모습은 필자에게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모든 어린이가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유치원을 이끌어가는 소에지마 원장, 구연동화·인형극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사랑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히라구치 교수와 마쓰모토 선생님이 있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 글을 마치며 소에지마 원장에게 보낸 한 학부모의 감사 편지를 소개한다.
- 2024-03-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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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는 곧 만성질환, 안심하고 걸릴 수 있는 사회 돼야”
- “서서히 무너져가는 인생을 같이 가는 사람이죠.” 박건우 교수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이렇게 말했다. 치매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지혜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그들과 함께 늙어가고 있단다. 박건우 교수는 치매·파킨슨병·소뇌위축증 분야의 권위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신경과 전문의를 모두 취득하고 치매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돌보고 있다. 치매 예방과 조기 발견,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가족 치유에 앞장선 공로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박 교수는 치매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인의 가치’를 보존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노인의 가치는 무엇인가 박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신경·뇌·심리를 공부하는 의사들과 함께 고려대학교에 지혜과학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인지장애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노인의 가치란 무엇일까’를 고민한 결과다. “2000년대 당시에도 지금처럼 노인 인구가 증가해 고령화사회가 된다, 연금도 건강보험 재정도 고갈된다, 이런 말이 계속 나왔어요. 환갑을 맞아 잔치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이 들어가는 자체가 마치 사회에 재앙이 되는 것처럼 묘사돼요. 그러니 나이 들어 뭐하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나이 드는 게 부끄러워지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왜 건강하게 살려고 할까요? 나이 들어 건강한 내 자신이 사회에서 재앙이라니 모순 아니에요? 저는 의사인데 환자를 열심히 살려서 건강하게 만들었더니, 사회의 재앙을 양산하는 꼴이 된 거예요.” 과거에 우리는 왜 환갑을 축하했을까. 노인이 된다는 건 축복일까, 재앙일까. 근본적인 고민에 빠졌다. 박 교수는 수많은 인지장애 환자들을 만나면서 나이 듦의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가 노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이 들면서 더 나아지는 능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요즘은 무슨 일이 생기면 포털 사이트에 묻지만, 예전에는 큰일이 생기면 동네 어른한테 물어봤어요. 어른에게 무언가 묻는다는 건, 그의 경험에 기반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물어보는 거거든요. 현대에 와서 속도나 효율을 중요시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결국 삶이 무너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옛 마을 어른의 그 경험을 우리는 ‘지혜’라고 정의하자 했죠.” 사람의 정신·인지 활동이 건강하게 지속되면 그 사람이 건강한 경험을 누적하게 되고, 그가 겪은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사회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지혜를 축적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경험을 존경하는 사회가 된다면, 사회도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려면 건강한 지혜가 필요하니까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 건강한 성숙을 이끄는 여러 방법을 연구했다. 지혜과학연구소의 탄생 이유다. 지혜가 없어지는 병, 치매 박건우 교수는 치매를 ‘지혜가 없어지는 병’이라고 했다. 운동 능력이나 정신 능력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지혜 능력이 사라져 어리석은 상태가 되는 것이 치매라고 봤다. 박 교수는 치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운동과 관계’라고 했다. “뇌는 자극이 들어왔을 때 반응하는 기관이에요. 집 안에 멍하게 있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운동을 하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의 한 일원이 되도록 지속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적 결속력과 치매에 대한 내성이 강력해야 사회가 치매를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의술의 발달은 심장·폐 등 신체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는 기술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뇌는 바꿀 수 없다. 따라서 박 교수는 뇌를 오래도록 건강하게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뇌를 오래 쓰면 치매나 인지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 “치매는 자극을 받았을 때 좀 엉뚱한 방향으로 반응하는 거예요. 죽어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내가 알던 반응이 아니라고 해서 치매 노인은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치부해버리면 치매라는 질병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져요. 85세가 넘으면 3명 중 1명이 치매 환자가 됩니다. 그저 다르다고만 볼 일이 아니에요.” 우리가 치매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치매 환자가 지혜를 유지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건우 교수는 사회 구성원들의 관계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했다. 치매 환자가 카페나 음식점에서 서빙을 하도록 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돕는 일본 사례가 종종 언급되는데, 그는 이마저도 지역이라는 울타리가 없으면 힘들다고 봤다. “가족으로 묶인 관계가 혈연, 지역으로 묶인 관계가 지연인데, 가족은 해체되고 지역도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박 교수는 ‘우리’라는 개념이 희미해지는 것을 걱정했다. “기댈 수 있는 사람과 오래 함께 사는 게 참 중요합니다. 요즘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데요. 치매뿐 아니라 어떤 질병이든 혼자 살 때 병의 진행이 더 빨라집니다. 함께 버텨주는 사람이 있고 없고가 엄청난 차이를 가져와요. 뇌세포도 그렇거든요. 여러 가지로 붙어 있어야 떨어지지 않는데 결속력이 약해지면 금방 끊어져요. 우리 동네, 우리 가족이라는 개념이 점차 약해지니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범위도 점차 줄어들고 있죠.” 박건우 교수는 그래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더욱 집중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 질병을 치료하는 데는 ‘휴먼 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질병이 있더라도 존엄성을 가지고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의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문자로 ‘선생님 약 주세요’라고 하는 게 편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그저 약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에요. 스러져가는 환자의 삶을 함께 가야 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와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진찰하면서 주고받는 대화가 있어야 하는데, 서로가 반응하지 않으면 치료가 되지 않아요.” 치매 환자는 기억을 점차 잃어가기에 언젠가는 깨어지는 관계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관계는 더 오래 가더라는 걸 오랜 경험으로 깨달았다. 병원을 방문한 보호자들이 “다 못 알아보는데 그래도 선생님은 알아보세요”라고 할 때, 역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더 이상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 진료하기도 했다. 그마저도 어렵다면 환자에게 주간보호센터라도 꼭 다니시라 당부한다. 기억이 잘린 사람 치매안심센터가 생기면서 치매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치매라는 병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하다. 박건우 교수는 치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볼게요. 사고로 다리가 잘렸다고 합시다. 그 사람의 걸음걸이는 어떨까요? 많이 다르겠죠. 우리는 다리가 잘린 사람의 걸음을 보고 도와주려고 합니다. 치매 환자는 기억이 잘린 사람이에요. 치매 환자에게는 ‘집이 어디세요?’라고 한마디 물어봐 주는 것이 절뚝거리는 사람을 부축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말 한마디가 치매 환자의 행동을 정말 많이 바꿔요. 기억의 어느 한 부분을 찔러줌으로써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이 돌아오는 분이 많거든요. 그런데 무섭고 이상하다고 치매 환자를 도우려 하지 않아요.” 박 교수는 치매에 걸려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특히 120세까지 사는 시대가 되면 치매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질병이 된다고 했다. 에이즈가 과거에는 사망하는 병인 줄 알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만성병처럼 취급되듯, 치매 역시 이른 시일 내에 만성병이 될 거라고 본다. “배회하는 치매 환자를 만나면 경찰서에 꼭 인계해주세요. 치매안심센터에서 발부한 배회 인식표(보통 옷깃 안쪽에 붙어 있다)나 지문으로 환자가 누군지 알 수 있습니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다면 치매안심센터에 꼭 가보세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스스로 혹은 가족의 치매가 의심될 때 이를 숨기려 하지 말고 병원에 꼭 들르시길 당부합니다. 치매의 원인에 따라 치료되는 것도 있고, 오랫동안 관리해야 하는 것이 있고, 계속 나빠지는 것도 있습니다. 원인을 알면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병원에 가도 해주는 게 없다더라’며 진료를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또한 그는 요양 시설에서 생활하는 치매 환자들의 행동장애를 질병 증상 중 하나로 이해해주길 당부했다. 논란이 되는 치매 환자의 성추행이나 성희롱이 병의 증상일 수 있다는 것. “파킨슨 환자의 경우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증가하는 약물을 복용하는데, 이때 그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이런 경우는 약을 잘 조절하면 됩니다. 치매 환자는 본능을 눌러주는 뇌피질의 능력이 점차 없어집니다. 그러니 아이처럼 자신의 욕망과 본능을 그대로 이야기하게 돼요. 욕을 하기도 하고 바지를 내리기도 하죠. 그런데 이 환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동인지는 조금 살펴봐야 합니다. 치매 환자의 성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오해가 많은 것 같아요.” 노인을 존중하는 사회 지혜과학연구소가 생긴 지 20년이 넘었지만 안타깝게도 노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박 교수는 노인이 설 자리가 더욱 없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요즘은 사회의 방향성을 어른이 아니라 AI에게 묻잖아요. 나이 든 사람들의 가치를 생산성으로 판단하는데, 오히려 그런 AI나 로봇이 생산성을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요즘 시대의 노인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성장기를 겪은 사람들이 노인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의 70대는 부모를 부양했던 세대다. 5060세대는 유례없는 부를 쌓았다. 박건우 교수는 노인이 될 세대가 어떤 생활 습관을 가지느냐에 따라 국가 경제가 영향을 받는 시대가 올 거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노인은 은퇴 후에 재산을 물려주고 빈털터리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노인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요즘이기에, 경제력마저 없어지면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 취급할 걸 잘 알기에, 무조건 자식에게 부를 이전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 거라 본다. 그렇기에 더더욱 노인들이 지혜를 더 오래 유지하고, 그 가치를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우리는 120세를 사는 시대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개척자 입장에서는 참 힘들지만, 언젠가는 라이프사이클이 120년인 것을 받아들이고 사는 시대가 올 거예요. 오래 사는 건 성공했고, 앞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관건이죠. 건강한 노인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젊은 세대라면 앞으로 4명 중 1명이 노인인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남의 이야기 같지만 결국 나의 이야기예요. 그러니 지금부터 노인에 대한 가치관을 잘 갖춰야 해요.” 박건우 교수는 노인들이 가진 지혜를 어떻게 하면 오래도록 전파하며 여생을 마무리하도록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한다. 보통 사람보다 뇌가 빨리 늙어버린 사람들을 만나는 의사, 그들과 함께 늙어가며 서서히 무너져가는 인생을 같이 걷는 의사, 환자와 좋은 관계를 주고받는 의사 생활을 계속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 2024-03-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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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탄주의가 뭐길래… 유럽과 우리가 이혼을 다르게 보는 이유
- 아주 옛날 혼인제도가 태동한 시기부터 지금까지 ‘혼인 관계 유지의 가치’와 ‘새로운 관계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남녀가 갖는 갈등은 여전했을 것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과 해결 방법은 조금씩 바뀌어왔다. ‘유책주의’는 배우자 중 어느 일방이 동거·부양·협조·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와 같이 이혼 사유가 명백한 경우 그 상대방에게만 재판상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파탄주의’는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 즉 혼인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다. 결혼 생활의 책임, 해석 범위 ‘가정의 평화와 남녀의 본질적 평등을 무시하고 축첩 행위를 하였을 뿐 아니라 내연녀에 대한 애정에만 사로잡혀 피청구인을 돌보지 않고 냉대한 결과 가정의 파탄을 초래한 청구인의 이혼청구는 이유 없다.’ 우리 대법원이 1965년 9월 21일 선고한 65므37 판결 사안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한 최초의 선례로 알려져 있다. 즉 우리는 유책주의를 채택했고(엄밀히는 법을 유책주의로 해석했고), 이후 대법원 판례의 원칙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혼인 관계를 고의로 파기한 불법을 행한 사람에게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며, 그러한 사례를 용인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의 순결과 혼인 당사자의 정절을 기대할 수 없는 결과가 될 것이다’라는 것이 주된 근거였다. 일본에는 이른바 ‘엎친 데 덮친 판결’로 알려진 1952년의 최고재판소 판결이 있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부정행위를 저질러 그 여자가 임신했고, 이를 알게 된 처와 크게 다툰 끝에 집을 나와 그 여자와 동거하면서 처와 2년간 별거하던 중 이혼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최고재판소는 남편의 이혼청구를 불허하면서, ‘만일 이와 같은 청구가 인정된다면 처는 완전히 흔히 말하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법은 모름지기 이와 같이 부도덕하고 제멋대로인 행동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그런데 1987년 판례를 변경하여 적극적 파탄주의 요소를 도입,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되 신의칙을 적용하여 이를 적절히 제한하고 있다. 최고재판소는 부부의 별거가 양 당사자의 연령 및 동거 기간과 대비해 볼 때 상당히 장기간일 것, 부부 사이에 미성숙 자녀가 존재하지 않을 것,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에 의해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극히 가혹한 상태에 놓이는 등 이혼청구를 용인하는 것이 현저히 사회정의에 반하는 특단의 사정이 존재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은 ‘혼인 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를 유일한 이혼 원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5년 이상 계속 별거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독일 역시 이혼 원인은 오로지 ‘혼인 생활의 파탄’뿐이다. 부부가 3년 이상 별거한 경우에는 혼인 생활의 파탄이 추정된다. 프랑스도 혼인 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경우 부부 일방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데, 2년 동안 별거했다면 혼인 관계가 파탄됐다고 본다. 미국은 2010년 10월 뉴욕주에서 무귀책이혼법이 발효됨으로써 모든 주가 무귀책이혼제도를 채택하게 되었다. 무귀책이혼제도란 일방이 상대방의 유책 행위를 증명할 필요 없이 혼인 생활의 파탄 또는 일정 기간의 별거 등을 이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결국 세계 주요 국가 대부분은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민법 제840조는 제1호 내지 제5호에서 재판상 이혼 원인이 되는 이혼 사유를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와 같이 개별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외에 제6호에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 민법도 문언상으로는 파탄주의를 채택한 것으로 해석할 만한 조항이 있다. 한국 이혼제도의 현 상황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지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가치에 관한 결단을 제시할 만한 사건’이나 ‘사회적 이해 충돌과 갈등 대립 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종 판단이 필요한 사건’ 등은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사건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위의 유책 배우자 이혼청구 사건 사례를 전원합의사건으로 지정하여 심리했다. 대법관 다수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아직은’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첫째, 우리나라에서는 유책 배우자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협의를 통해 이혼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도록 원인을 제공했더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이혼할 방도가 있다는 의미다. 둘째, 유책 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 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 셋째, 파탄주의를 도입한다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넷째,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회복 불가능한 상태의 파탄에 이르게 된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재판상 이혼청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여 파탄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되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때에는 혼인의 실체는 소멸했다고 보아야 하고, 외형적으로만 혼인이 유지된 부부로서 서로 대립 갈등하는 관계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자녀의 인격 형성과 정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부모 자녀 관계마저 파탄에 이르게 될 우려도 있다. 둘째, 다수 의견에 따르면 부부가 서로 승소하기 위해 상대방의 귀책 사유를 부각시킬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부부관계는 더욱 적대적이 되고 갈등 해소, 이혼 후의 생활이나 자녀 양육과 복지 등에 관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폐단이 있다. 셋째,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이혼도 가능하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생겼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이혼 후 여성의 자립에 관한 사회·경제적 여건이 많이 개선되었으며, 재산분할청구권 및 면접교섭권 등 여성 배우자에 대한 보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넷째,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참작했음에도 혼인 관계의 파탄이 인정되는 경우에 다시 상대방 배우자의 주관적인 의사만을 가지고 형식에 불과한 혼인 관계를 해소하는 이혼청구가 불허되어야 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앞으로의 방향은? 전원합의사건의 심리에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7명의 대법관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하는 입장(다수 의견)을, 6명의 대법관은 이를 허용하는 입장(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다수 의견에 따라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불허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근소한 차이였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라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종전보다 확장했다. 전부터 이미 허용되어온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 파탄 당시 현저했던 유책 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이다. 이와 같이 혼인 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유지했지만 자세히 보면 결이 사뭇 다르다. 다수 의견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취지이므로, 시대와 제도의 변화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상당히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간통죄만 하더라도 과거 구속까지 되는 범죄였다가 이제는 위헌으로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간통 고소를 위해 이혼소송을 제기해야만 했던 과거는 기억에서 희미하다. 이제 형사고소는 민사소송으로 대체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제 익숙해졌다. 시대 인식이나 사회적 평가는 변하기 마련이고, 이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 제도 역시 크든 작든 변화가 예정돼 있다.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기존 틀을 바꾸든 바꾸지 않든 부디 소외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 2024-03-1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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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판 “라면 먹고 갈래요?” 노년층 친구 찾는 방법은?
- 고독 속에서 외로움을 채워줄 비밀스러운 친구를 찾는 고령자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외침이다.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라면 먹고 갈래요?”의 일본 버전이랄까. 주인공 마나는 젊은 나이지만 ‘티 프렌드’(Tea Friend)라는 노인 전문 성매매 클럽을 만들었다. 65세 이상 여성들을 모으고 신문에 ‘차 마실 친구 구해요’라는 광고를 내 콜걸 서비스를 알선했다. 2023년 소토야마 분지 감독의 ‘차 마시는 친구’(茶飲友達, ちゃのみともだち)가 개봉했다. 일본에서 차 마시는 친구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허물없는 친구와 노후에 만난 부부다. 이 영화의 경우는 후자다. 놀랍게도 2013년 일본에서 고령자 성매매 클럽이 적발돼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소토야마 분지 감독은 “이 뉴스를 보고 ‘법에 저촉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적발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흔들림을 느꼈고, 이를 영화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순간이라도 꿈을 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언제부터 노인에게 성과 사랑이 ‘꿈’이 된 걸까. “성생활에 정년퇴직은 없다” KNN 다큐멘터리 ‘노인의 그늘, 1부 황혼의 유혹 性’은 ‘성욕은 늙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고령자 전용 성매매 클럽이 적발된 건 놀랄 일이지만, AV 시장에서는 이미 고령 포르노 배우가 있을 정도로(도쿠다 시게오는 59세에 시작해 83세에 최고령 포르노 배우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노인의 성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그런데 과연 이들에게 성생활이란 몸을 섞는 관계만을 말하는 걸까? 본능에 따른 욕구를 채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걸까? 일본 청년관 결혼상담소는 실버 미팅을 주최해 고령자들이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한다. 이곳에 참가한 사람들은 “노후에 함께 취미를 즐기며 지낼 파트너를 만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이나 성관계가 목적이 아니라 서로 좋아하는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아라키 치네코 덴엔초후대학 복지학과 교수는 KNN과의 인터뷰에서 “노년기를 행복하게 보내려면 사회가 고령자의 연애에 관심을 가지거나 응원하고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고령자의 연애에 대해 아직은 걱정 어린 시선이 더 많다. 라이플 개호는 “부모님이 요양 시설에 입주했는데, 입주자끼리 연애를 한다고 들었다”며 걱정하는 자녀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대해 다케야 미나코 시니어 라이프 컨설턴트는 “고령기에 연애 감정이 싹트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노인의 성과 사랑에 대한 욕구가 반드시 성관계를 뜻하는 건 아니다. 남은 생을 함께할 친구이자 파트너라는 관계가 더 중요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애는 고령자에게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아주기도 하지만, 상실감으로 인한 의욕 저하를 가져오기도 한다. 다케야 미나코 컨설턴트는 “가족이라면 비난보다 지지를 해주고, 연애 감정이 나이와 관계없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한다”면서 “연애가 문제가 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지켜봐 주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시설과 상담한다. 연애가 발전하는 것 같다면 상대 가족과도 협력 관계를 만들어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2024-03-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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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줄어드나?
-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대출금 조기상환 시 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중도상환수수료의 합리성, 투명성, 공정성을 높이고자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일부 개정 규정안 변경을 예고했다. 현재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는 금지되고 있지만, 대출일로부터 3년 이내에 상환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권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취 금액은 2020년 3844억 원, 2021년 3174억 원, 2022년 2794억 원으로 연간 300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은행권과 협의를 거쳐 연간 3000억 원 규모의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부과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합리적 기준 없이 획일적으로 부과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바일 가입과 창구 가입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동일하게 운영되는 부분이나, 변동금리 대출과 고정금리 대출 간 수수료 차이가 미미한 것도 문제점이라고 꼽았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는 고정 1.4%, 변동 1.2%로 모두 동일하다. 금감원은 해외 사례를 들면서 중도상환수수료 운영이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호주는 변동금리의 경우 ‘대출 실행 행정비용’만을 반영하고 고정금리는 ‘대출실행 행정 비용과 이자 비용’을 반영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은행별 업무 원가 등에 따라 정액제 또는 정률제로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은 만기 3개월 전 대출 상품 전환 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해외 사례를 참고해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자금운용 차질에 따르는 손실 비용, 대출 관련 행정·모집 비용 등 실제 발생하는 필수 비용만을 수수료에 반영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 방침이다. 이 외에 다른 항목을 추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금소법상 불공정 영업행위로 금지할 예정이다. 이를 어길 시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대면·비대면 모집 채널별 중도상환수수료 차등화, 같은 은행 동일·유사상품으로 변동에서 고정 대환할 경우 수수료 감면, 변동금리 대출 상품 조기상환수수료 부담 경감 조치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대상이나 요율과 같은 세부사항은 은행권이 고객이나 상품 특성을 반영해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되, 수수료 부과 및 면제 현황, 산정 기준 등은 소비자들도 알 수 있도록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는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에 부과하는 중도상환수수료의 최고 한도 정도만 공시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번 감독 규정 개정으로 “상품 특성, 가입 방식 등을 고려해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되는 등 금융소비자의 대출금 중도상환에 대한 부담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정안은 2024년 2분기 중 개정 절차를 완료해 6개월 후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해 말에도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권과 함께 12월 한 달간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한 바 있다.
- 2024-03-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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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령사회, 일터도 혁신 필요” 김대환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 청룡의 해다. 김대환(60)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아 생애 또 한 번 청룡의 해를 맞았다. 서예가 취미인 그는 매년 초 휘호를 쓴다. 올해의 휘호는 세심자신(洗心自新). ‘마음을 닦아 새로워지다’라는 의미다. 잘 닦아낸 개인의 삶을 사회와 나누고 싶다는 소망도 담겼다. 그리고 그 소망을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이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봄 김대환 사무총장은 노사발전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2022년 9월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 퇴직 후 반년 만에 제7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터에 복귀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행정관리담당관•국제협력관•근로기준정책관 등을 지내며 회갑 생의 절반은 ‘고용노동부’의 명함을 지니고 살았다. 덕분에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노사발전재단의 업무가 낯설지는 않았다. 익숙함은 장기로 발휘하되, 늘 새로움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던 나날 속 어느덧 한 해가 저물었다. “작년 봄 취임식 때 직원들과 인사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가 밝았네요. 취임 후 5개 지사, 13개 중장년내일센터, 6개 차별없는일터지원단을 방문해 직원 간담회를 열어 업무 현황을 들어봤어요. 재단의 운영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재단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봤죠. 결국 ‘소통과 협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2011년 고용노동부 행정관리담당관 시절 만들었던 ‘한 권으로 통하는 고용노동 정책’이 떠올랐어요. 지금까지 발행되는 책인데, 한 권으로 고용노동부의 정책과 제도를 살펴볼 수 있죠. 재단에도 그런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여겼고, ‘한 권으로 보는 노사발전재단 사업’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김 사무총장이 강조하는 소통과 협업의 대상은 본부 내 부서들을 비롯해 지사 및 유관기관, 고객까지 아우른다. 가령 사내에서 부서 단위로 함께 일할 때 다른 부서의 업무도 알아야만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하다. ‘한 권으로 보는 노사발전재단 사업’은 전반적인 사내 업무를 한눈에 조망하는 일종의 참고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재단 직원들뿐만 아니라 유관기관이나 고객인 기업과 노동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재단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하는 일을 더 손쉽게 알리고, 찾는 발걸음도 늘릴 수 있다고 봐요. 지원책이 있어도 알아보기 힘들면 유명무실하잖아요. 또 직원 간 공감의 장 형성을 위해 직원 소식지 ‘공감레터 : 우리는…’도 매주 발간하고 있습니다. 나름 지난해에는 소통 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보고, 올해는 협업 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평생현역 사회를 위한 일터 혁신 필요해 지난해 6월, 김 사무총장은 2022년 지역 단위 총괄 조직으로 신설된 5개 지사에 1~3급 직원 4명을 지사장으로 발령하며 기능 정상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중앙노동위원회, 한국어촌어항공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해운조합 등과 업무 협약을 맺으며 사업 연계 및 확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기관 간 협업 사업 중에는 ‘청춘문화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업으로 노사발전재단과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뜻을 모아 전국 13개 중장년내일센터(구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2023년 명칭 변경)에 청춘문화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청춘문화공간은 재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이 한 공간에서 고용과 문화 서비스를 동시에 누리게끔 지원하고 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여가·문화생활이 겸비돼야 활기찬 노후가 가능하다고 봐요. 때론 그런 여유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직업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하죠. 과거보다는 일자리가 더 다양해졌고, 취미를 살려 소득을 얻을 기회도 많아졌잖아요. 퇴직 후 뭘 할지 고민이라면, 이런 강의를 통해 평생 일자리를 구상하는 계기를 마련해보셔도 좋겠어요.” 2025년 초고령사회를 앞둔 현재. 은퇴 이후에도 평생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이는 개인의 영역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도, 사회적으로도 고령 인력 활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30년 가까이 공직에 몸담으며 고용과 노동에 관련한 현안을 다뤄온 김 사무총장 역시 같은 고민을 하던 터였다. “OECD는 2018년 고령층 미취업 인구 중 25%가 취업하면 2050년에 1인당 GDP가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2023년 국내 고령층 미취업자 636만 명 중 3분의 1이 장래 일하기를 원했습니다. 고령층 취업자의 93%는 계속 일하기를 희망했고요. 고령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퇴직한 중장년을 취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노사정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평생직장’보다는 ‘평생현역’이라는 맥락에서 중장년에 대한 지속적인 직업 능력 개발과 취업지원 시스템을 마련해나가야 해요. 기업에서도 고령층이 일하기 쉬운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유연근무 등 다양한 근무 방식의 도입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터에도 고령화에 따른 혁신이 필요한 셈이죠.” 고령 인력이 지닌 가치, 허비하지 않아야 상당수 기업이 코로나19를 겪으며 근무 방식에 변화를 감행했다. 그러나 체계를 구축하지 못해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발전재단에서는 작업환경 및 고용문화 개선, 장년 고용안정 체계 및 평생학습 구축 등에 대한 일터혁신 컨설팅을 무료로 시행중이다. ‘재취업지원 서비스 운영 가이드라인’도 제작해 기업 상황에 맞게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결국 고령 인력 활용의 실마리는 기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고견이다. “고령 인력 활용에서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OECD에 따르면 고령자는 경험과 지식 활용뿐만 아니라 청년과의 기술 보완을 통해 팀 성과 및 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기업은 고령자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숙련된 인재’라고 인식하고, 다양한 연령의 노동력을 통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기업의 성과를 제고해야 합니다.” 기업에서 채용 시 연령차별을 철폐하고 다양한 연령과 경험 및 전문성에 기반한 고용문화를 장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5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연령차별은 2018년 한 해에만 미국 경제에 8500억 달러의 손실을 발생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또한 그는 일본 고용정책 사례도 주목했다. “일본에서는 ‘생애현역사회’를 기본 뱡향으로 한 고령자 고용정책이 이뤄지고 있어요. 정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기업이 고령자 고용연장을 위한 고용확보조치 노력의무 및 다양한 조성금 제도를 통해 아주 오랜 기간 단계적으로 의무화했다는 겁니다. 그런 토대를 만든 덕분에 법정의무를 만들었을 때도 기업이나 노동자에게 부담 없이 작용할 수 있었던 거죠.” 아울러 김 사무총장은 일터혁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어렵게 느끼실 수도 있겠는데요. 일터혁신은 결코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중소기업에서도 노사가 함께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공동의 목표를 수립하고, 근로자들이 중심이 되는 참여적 활동을 통해 조직과 제도, 문화와 관행을 바꾸려 노력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 재단의 서비스도 이용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개인의 인생이 사회의 쓸모가 되도록 김 사무총장 역시 재단에 몸담으며 우리 사회 고령 인력 활성화와 일터혁신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다. 아울러 임기를 다한 이후에도 ‘평생현역’으로의 삶을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펼쳐가고자 한다.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퇴임하고, 평소 찾던 속리산 법주사에 딸린 한 암자의 주지스님을 뵈러 갔어요. 당시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이제까지 공직에 있으면서 사회를 위해 일했는데, 앞으로는 보너스 인생을 산다고 여기고 더욱더 본격적으로 사회를 위해 봉사하라’ 하시더군요. 일단 재단에 머물면서 그 소임에 최선을 다할 테고요. 그 경험까지 아울러서 제가 지닌 것들을 사회에 잘 전수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우리 사회 수많은 중장년이 스스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기쁨을 누리길 바랐다. 과거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자신을 잘 돌보고 닦아나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에 이르면 생애 전체가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자기가 쌓아온 것들을 사회에 쓸모 있게 나누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봐요. 현재의 저로 예를 들면 지나온 60년의 삶과 더불어 앞으로의 여생도 녹아 있는 셈이죠. 그 삶은 나라는 개인뿐 아니라 가깝게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영향을 끼쳐요. 멀게는 지면을 통해 이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도 자그마한 생각을 던져줄 수 있고요. 그런 의미를 되새기며 나의 과거, 미래, 현재를 아우르는 완연한 삶을 잘 닦아나가야겠습니다.” △노사발전재단은?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전국에 13개 중장년내일센터를 운영한다. 중장년층의 생애경력설계, 재취업 및 창업 등 일자리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기초역량 증진 교육 ‘내일부스터’, 일대일 심층상담 방식으로 개인의 특성을 반영하여 경력설계 컨설팅을 제공하는 ‘개인별 경력개발서비스’ 등 중장년 대상 체계적인 경력 관리를 지원한다. 만 40세 이상 중장년이라면 평생현역 활동을 위한 전직·재취업 지원, 산업별 특화서비스, 사업주지원 패키지, 청춘문화공간 등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 2024-02-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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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 후 도전의 길 찾아” 퇴직 후 맥주 회사 차린 日 교장선생님
- 현재 일본 인구 중 80세 이상은 10명 중 1명이다. 65세 이상은 곧 3명 중 1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시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이 글에서는 정년퇴직 후 경험이 없는 분야인 수제 맥주 회사를 창업한 일본의 65세 쓰카코시 씨 이야기를 소개한다. 도전의 시작 : No Play No Error 37년간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60세에 교장직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쓰카코시 토시노리(塚越敏典) 씨. 퇴직 후 첫 1년 동안은 미술관에서 주 4일 근무하며 생활했는데, 어느 날부터 평범한 일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단다. 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가르쳤지만, 정작 자신은 도전한 경험이 없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무언가 흔적을 남겼는가?’였다. 60년 동안의 삶을 돌아보니 남긴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두 번째 질문은 ‘평생을 살아온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였다. “저는 유키시에서 자랐고, 이곳에서 평생 교사로 근무하며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시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유키시는 일본 술, 배, 토마토, 포도 등으로 유명해요. 일본 술은 오래된 경쟁 업체가 많아서 이 지역 과일을 활용한 맥주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 친구의 권유로 참가한 양조 체험 투어에서 처음으로 맥주 제조를 접한 쓰카코시 씨는 자신이 만든 맥주를 지인들에게 시음해보게 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는 고향인 유키시에서 수제 맥주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역 활성화에도 공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쓰노미야시에 있는 맥주 공장에서 세 달 동안 양조법을 배운 뒤 2019년 수제 맥주 회사 ‘유키 맥주’를 창업했다. 지역 특산물 담은 유키 맥주 인구 약 5만 명의 유키시는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이바라키현 서쪽의 작은 도시다. 유키시에서 쓰카코시 씨가 만드는 유키 맥주의 특징은 뭘까? “과일의 특징을 살린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많아요. 예를 들어 배 원료를 사용한 맥주와 사과 원료를 사용한 맥주 등 계절에 따라 출시되는 제품도 있습니다. 우리의 대표 상품 브랜드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가장 인기 있는 I.P.A 맥주가 있어요. 인디아 페일 에일인데요. 홉 함량이 풍부해 쓴맛이 강하며 알코올 도수도 높습니다. 두 번째는 쓰무기 에일이라고 하는데, 유키시에서 유명한 유키 명주를 활용한 고유 맥주입니다. 명주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서 만든 천인데, 고치를 만드는 누에는 뽕잎만 먹지요. 쓰무기 에일은 이 뽕나무 열매(오디) 원료를 사용해 오직 이곳에서만 생산됩니다. 세 번째 KISS ALE라는 맥주는 오야마시의 딸기 농장에서 재배한 스카이베리 원료를 사용하여 만든 인기 있는 맥주입니다.” 새로운 도전에도 자금은 필요하기 마련이다. 매일 손익을 따지는 엄격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가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창업 자금은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활용했고,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수의 개인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통해 모금하기도 했습니다. 초기 목표 금액은 100만 엔이었지만 실제로는 175만 엔을 모았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가르쳐온 수많은 제자들로부터 후원을 받았으리라 예상했는데, 역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전의 어려움과 성취의 즐거움 경영 경험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제2의 커리어로 창업의 길로 들어선 그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사람 관리가 가장 어려웠어요. 이전에도 항상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지만, 사장으로서 직원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을 고용하고 직접 관리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일부 직원을 고용해봤는데, 내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어서 그들과의 협업을 종료해야 했습니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인사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듯이, 깊은 물 속은 들여다볼 수 있어도 사람 마음은 좀처럼 알기 어렵다. 적합하지 않은 인재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이른바 ‘미스 매칭’을 겪는 기업이 많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맥주 회사를 창업해 좋았던 점은 뭐가 있는지 물었다. 쓰카코시 씨는 교직원 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늘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 학교에서 가르치던 경제나 세금 관련 내용을 현장에서 적용해보며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 점도 좋단다. 이론보다 실무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에 공감했다. 유키 맥주에서 만드는 수제 맥주 12종은 각각 330ml 병당 600엔(약 5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기업에서 만드는 맥주의 약 3배 가격이다. 아무래도 수제 맥주는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어떤 판매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특별한 전략은 없지만, 대기업 제품과 차별화되는 ‘수제 맥주’만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맛이 좋으면 반드시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NS와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어요. 아직 서툰 부분도 있지만요….” 지역에 기여하는 삶 유키 맥주는 지난해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이 됐다. 개인사업자로 일할 때는 수익이 조금 나기도 했지만,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설비를 늘리고 창고를 만드는 등 투자를 해 대출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쓰카코시 씨는 매달 상환해야 할 대출금을 생각하면 잠을 이루기도 힘들 만큼 압박을 받지만,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니 잘 헤쳐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 쓰카코시 씨를 교사 시절부터 알고 지낸 학부모와 제자들이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정년퇴직하면 교육과는 다른 분야에서 일해보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제자들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유키 맥주를 4년 동안 운영해올 수 있었던 건 결국 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보답하고자 쓰카코시 씨는 매일 아침 지역에서 쓰레기 수거 봉사활동을 한다. 쓰레기를 줍다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을 마주칠 때면 “너희들 나중에 성인이 되면 반드시 유키 맥주를 마셔야 한다!”고 외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장직을 맡은 경험이 있기에 아이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는 것도 그가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정년 전에는 항상 사람과 함께 있었는데, 요즘은 혼자서 종일 일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껴요. 늘 라디오를 듣고 있기는 하지만, 대화할 기회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침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잠시나마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하루를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누가 저에게 부탁을 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예요.” 쓰카코시 씨는 유키 맥주가 대대손손 이어지기를 바란다. 손자가 성장해 자신의 사진을 공장 벽에 걸어두고 “이 사람이 창업자고 나는 3대째야”라고 말해주면 좋겠단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된 노년층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장면이다. 내가 하던 일을 손자·손녀가 이어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꾸려나간다면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쓰카코시 씨는 수제 맥주 양조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전하고 있다. 맥주를 양조하며 느낀 창의적인 즐거움과 사회적인 만족감이 삶을 채워준다. 그는 노후에도 변화와 도전을 통해 뜻깊은 인생을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노 플레이 노 에러!’ 아무것도 하지 않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내가 존재했다는 걸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창업으로 회사를 세우는 길을 택했습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가치를 남길 수 있을 거예요. ‘예순이 지났는데, 앞으로 뭘 하겠어?’가 아니라 ‘앞으로 40년이나 남았네’라며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실천과 도전의 중요성’을 가르친 그는 현장에서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는 롤모델이 되기를 자청했다. 정년퇴직 후에도 ‘노 플레이 노 에러’ 정신으로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의 삶을 통해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하며 사회에서 만족감을 찾아 기여하는 삶이 의미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50~60대 샐러리맨이 정년퇴직 후에 1인 창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년 후 기존 기업에 재고용되는 경우 월급과 직위가 대폭 낮아지고 단순 업무로 인해 불만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1인 창업을 하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며, 소규모로 시작하니 리스크를 줄이고 평생 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창업할 때 동료나 후배에게 함께 일하자고 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신중해야 한다. 성공하면 이익 분배로 갈등이 생기고, 실패하면 책임을 떠넘기며 헤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년 후 창업은 혼자 개척해 나가는 것이 철칙이라고 조언한다. 그렇기에 쓰카코시 씨의 유키 맥주 창업기는 100세 시대에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는 이야기다. 정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하는 삶의 가치를 더 많은 분들이 나누기를 기대한다.
- 2024-02-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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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간병 부담 경감 방안, ‘간병 지옥’ 해결책 될까
- 정부가 간병 부담 경감 방안을 내놨다. 입원·수술, 회복·요양, 퇴원 이후까지 국민 수요에 맞는 다양한 간병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큰 그림이다. 그럼 이제 머지않아 ‘간병 지옥’은 옛말이 될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스케치한 그림이 완성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포장지가 그럴싸한 선물을 받았는데, 그게 빈 상자인 것과 같아요.” 정부의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을 총평해달라는 말에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같은 질문에 “밑그림 자체는 잘 그렸다”고 평가한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얼른 한마디를 덧붙였다. “지금까지 워낙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두 전문가는 한목소리를 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머나먼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 급속한 고령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간병비 부담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중이다. 서울대 연구팀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이 사적으로 부담한 간병비는 10조 원에 달한다. 간병 도우미료 증가율은 유독 가파르다. 마트 가기 무섭다는 말이 나온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3.3%. 반면 지난해 간병 도우미료는 전년 대비 9.3%나 급등했다. 돈의 크기로 보면 그 부담은 더 살 떨리게 다가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3월 실시한 ‘의료현장 사례 조사’에 따르면 간병비는 하루 10만~17만 원에 이른다. 한 달을 30일로 단순 계산하면 월 300만~51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환자의 질환 종류나 중증도, 덩치와 비만 정도, 휴일 근무와 명절 근무 등에 따라 웃돈을 얹어주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간병비 부담 완화를 위해 2015년 법제화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전문 인력이 환자를 24시간 전담하는 시스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의료현장 사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운영 비율은28.43%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상대적으로 돌보기 쉬운 경증 환자 위주로 운영하면서 정작 돌봄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 가족이 지고 있다. 그들은 생업 포기, 직장 포기, 장기 휴가, 장기 휴직, 가족 간의 갈등과 다툼 등으로 시름 중이다. 그 극단에서 벌어지는 간병 파산과 간병 살인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이런 환자 가족의 짐을 국가가 중심이 되어 책임지겠다며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안은 한마디로 전반적이고 광범위하다. 수술 후 입원하는 급성기 병원부터 요양병원, 퇴원 후 재택까지 환자 치료의 모든 단계별로 간병 서비스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세 가지 중점 추진 분야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강화, 요양병원 간병 지원, 질 높은 간병 서비스 시장 창출 및 복지 기술 활용이다. 복지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강화로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10조 6877억 원 경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간병 지원은 단계적으로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획기적으로 간병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효는 쉬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가장 대중적인 관심이 높은 요양병원 간병 지원의 경우, 올해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10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1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정부가 간병비의 70~80%(잠정)를 지원한다지만, 대상 환자는 600명에 불과하다. 본사업은 2단계 시범사업을 거쳐 현 정부 막바지인 2027년 1월에나 전국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정형선 교수는 이제 막 밑그림이 나왔을 뿐이라며 당분간은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문제의식을 파악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다뤄야 할 문제는 대체로 짚고 있어요. 다만 현재로서는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주열 교수 의견은 보다 냉정했다. “큰 방향은 맞는데, 서민들이 기대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당장의 혜택이요? 극히 제한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합니다.” 재정 확보 문제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환자 분류 체계 개편, 중간 기관 분리, 간병 전문 인력 확보 및 수급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여전히 간병 위기는 가깝고, ‘간병비 없는 나라’는 아득히 멀다. 도움말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 2024-02-0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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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 정철의 파란 만장한 삶… 강직한 기품 남아있는 진천
- 조선 가사문학의 대가이자 정치가였던 송강 정철(1536~1593)의 생애는 극적이었다. 삶 전체가 한 편의 파란만장한 인간극장이자, 장면에 따라서는 야유가 쏟아지는 별점 5개짜리 장편영화였다. 생존 당시는 물론 사후까지 부정적이거나 엇갈린 평가가 따라붙는 송강의 캐릭터는 정말이지 독특하다. 그의 문학은 빼어나 찬사가 쏟아졌지만, 정치 측면에선 잔혹해 지탄을 받았던 게 아닌가. 선조의 입에서 “송강이 조선 선비를 다 죽였다”는 한탄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송강이 태어난 곳은 한양이며, 학문을 닦고 시심을 기른 정신적 고향은 전남 담양이다. 58세 나이로 죽음을 맞이한 곳은 강화도다. 그의 묘소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환희산 기슭에 있다. 원래 경기도 고양에 묻혔으나 1665년 성리학의 거두 우암 송시열의 권유에 따라 현재 자리로 이장하고 사당을 세웠다. 이후 세월 속에서 퇴락한 사당을 현대에 이르러 크게 중건한 게 지금의 정송강사(鄭松江祠)다. 이곳엔 송강의 영정과 위패가 봉안돼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정송강사는 송강의 넋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 분위기는 여느 딱딱한 사당과 달라 포근한 맛을 풍긴다. 산자락을 움켜쥔 입지라 배후 풍치가 밝다. 송강의 묘소는 정송강사 옆으로 난 비탈길 끝자락에 있다. 묏자리는 문외한의 눈에도 명당으로 보일 만큼 아늑하고 훤칠하다. 우암이 잡았다는 터이니 어련하랴. 우암이 송강의 묘지 이장을 주도한 건 송강의 묘소에 물이 차 고민이라는 후손의 하소연을 접하고서였다. 그런데 우암이 하필 진천을 택해 이장 작업을 한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여기에는 일련의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 우암은 영남계 서원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충북 지역에 서원 다수를 건립했는데, 서인의 영수 송강의 묘소를 진천으로 이장한 것도 같은 의도에서였다. 정송강사 남쪽엔 ‘송강정철신도비’가 있다. 비의 총 높이는 3m에 달해 웅장하다. 비문을 쓴 이는 우암이다. 송강은 출세가도를 달린 인물이었다. 그러나 파행이 잦은 질주였다. 당쟁의 이전투구를 조성하거나 휘말려 사실상 안심을 가지고 산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조선 최고의 정치적 참사로 평가되는 ‘기축옥사’ 때는 송강이 위관(委官, 재판장)을 맡아 동인 세력의 뿌리를 뽑으려는 의도로 참혹한 피바람을 일으켰다. 1000여 명에 달하는 동인 쪽 사람들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었던 것. 송강 자신 역시 당쟁에 치받혀 부침을 거듭했으며, 수차례 유배지로 쫓겨나기도 했다. 말년의 송강은 강화도에서 가난을 끼고 고독하게 살았다. 친구에게 편지를 써 ‘아무리 둘러봐도 입에 풀칠할 계책이 없다’고, ‘부디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목에서 송강이 청빈을 버릇으로 삼았던 인물임이 드러난다고 보는 눈도 있다. 아무려나 송강은 강화의 누옥에서 홀로 숨을 거두었다. 사인은 영양실조였다고. 송강의 성품에 대해 동시대 학자 기대승은 ‘청결한 수석’에 견주었다. 율곡은 ‘강직하지만 속이 좁아 병통’이라 했다. 선조는 송강을 총애했지만 그가 죽자 ‘독기로 사람을 해친 자’라고 깎아내렸다. 무능한 군주답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은 셈이었다. 한편 가사문학으로 조선 문학사에 굵은 획을 그은 송강을 두고서는 찬사가 쏟아졌다. 흔히 조선의 최고 시인으로 윤선도, 박인로와 함께 송강을 꼽는데, 서포 김만중은 송강의 ‘사미인곡’을 중국 굴원의 명시 ‘이소’(離騷)에 빗대어 ‘동방의 이소’라 극찬했다. 송강의 남다른 개성은 당시 문인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한글로 시를 썼다는 데에서도 두드러진다. 송강의 시적 절창은 주로 유배지에서 나왔다. 신세가 궁색해질 때마다 송강은 복잡한 심정을 시에 묻어 다독였던 거다. 그가 매달린 것이 시만은 아니었다. 술이 또한 송강을 삼매경으로 데려가곤 했다. 그는 음주벽으로도 한가락 했다. 대낮 근무시간에 거나하게 취해 사모를 삐뚜름히 걸치고 임금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지. 이런 송강에게 선조는 작은 은배(銀杯)를 하사했다. “이 잔으로 하루 한 잔만 마시라”고 당부하며. 이에 송강은 은배를 망치로 두들겨 사발만 하게 만들어 술을 마셨다던가? 이럴 때의 송강은 익살스런 꾀보다. 정송강사 경내에 있는 송강기념관엔 송강의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선조가 내린 은배 한 점도 보인다. 진품은 종가에서 소장하고 있다. 직접 쳐볼 수 있는 대종도 있다 이제 발길은 진천종박물관에 닿는다. 한국 범종(梵鍾, 절에서 쓰이는 큰 종)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알리기 위해 2005년 개관한 국내 유일의 종 전문 박물관이다. 진천엔 고대의 제철 유적인 ‘진천 석장리 유적’이 있다. 따라서 진천에선 일찌감치 금속공예의 싹이 텄을 걸 알 만하다. 이 특유한 역사를 배경 삼아 금속예술의 정수인 범종의 모든 걸 보여주는 종박물관이 건립됐다. 직접적인 설립 계기는 범종 제작의 명인 주철장(鑄鐵匠) 원광식(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이 만들거나 모은 종 150여 점을 기증한 것이었다. 진천종박물관은 크기와 세세함이 조합돼 매우 알차고 흥미진진한 박물관이다. “어, 이런 재미있는 박물관이 있었어?” 감탄이 절로 터진다. 범종의 전시는 물론 범종의 역사, 제작 기술과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섹션에서부터 세계의 종 전시관, 기획전시실, 타종 체험장 등을 갖추어 관람객을 충족시킨다. 나는 ‘충족’ 정도가 아니라 사로잡혔다. 이 박물관의 핵심 공간은 시대에 따라 변전한 한국 범종의 양상과 실체를 보여주는 1층 전시관이다. 여기에선 범종의 걸작인 성덕대왕 신종(일명 에밀레종) 모형을 비롯해 상원사 동종, 낙산사 종 등 다수의 명품 범종을 볼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종도 전시해 비교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 모든 종이 원광식이라는 한 개인이 실물 그대로 재현한 복제품이라 하니 경이롭다. 이곳의 종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성덕대왕 신종 앞에서 눈을 뗄 방법이 없다. 예전 이 거대한 보물을 경주박물관으로 옮길 때 경주시민 10만여 명이 몰려들어 운송 광경을 지켜봤다. 그토록 인기 있으며, 그토록 유서 깊으며, 그토록 빼어난 예술이다. 범종은 종소리의 깊음과 신비감으로 아름답다. 중생의 미망을 일깨우는 소리를 내는 신성한 법구다. 이른바 ‘맥놀이’라는 오묘한 과학을 무뚝뚝한 쇳덩어리에 주입해 부처의 음성, 천상의 소리를 뽑아내다니. 종의 피부에 새긴 조각은 또 어떻고? 사람을 압도하는 저 능란한 세공을 보라. 범종의 과학, 미학,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진천종박물관은 기분을 돋워주는 명소다. 야외 광장엔 직접 쳐보라고 만들어놓은 대종 2점이 있다. 종을 치자 웅장한 소리가 울려 퍼지다 그윽한 여음을 남기고 꿈처럼 사라진다. 그러자 가슴에 괸 먼지가 가셨나? 쾌감이 엄습한다. 장주식 진천문화원 원장 ‘이상설 기념관’은 건축문화 성지 “올해 진천문화원이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보재 이상설 기념관’을 차질 없이 개관하는 데 있다. 계획대로 올해 상반기에 개관되면 곧바로 전국적인 명소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설 선생의 삶과 업적을 기리는 갖가지 자료는 물론이고 건축의 미학까지 겸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진천문화원 장주식 원장의 얘기다. ‘보재 이상설 기념관’은 2023년 10월에 준공식을 마쳤다. 무려 8년여에 걸친 사업으로 결실을 거두었다. 천신만고로 일을 추진한 장 원장의 실력이 마침내 빛을 본 셈이다. 그는 ‘보재 이상설 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이다. “이상설 선생은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우뚝한 인물이다. 항일운동의 선구자이며, 인품과 학식도 빼어난 분이다. 그러나 충분히 조명되지는 않았다. 흔히 헤이그 특사의 일원으로 기억할 뿐이지 않은가. 기념관 개관을 계기로 선생의 업적과 뜻이 널리 선양되길 기대한다.” 건축에 구현된 기법이 특별하다지? “전통적인 목 구조와 현대적인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융합해 지은 대형 건물이다. 고려 중기에 성행한 주심포 양식도 도입했는데, 이모저모 고도의 기술력이 들어간 건물이다. 이는 사례가 드문 것으로 향후 건축문화의 성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진천 하면 ‘생거진천’(生居鎭川)부터 떠오른다. 진천이 살기 좋은 고장으로 알려진 연유가 있겠지? “주로 너른 구릉지로 이루어진 진천은 과거부터 농업이 발달했다. 지형 구조상 자연재해도 드물다. 따라서 농사가 순조롭고, 덩달아 인심도 좋을 수밖에. 진천엔 널리 이름난 효자도 많았다. 이 역시 지역에 만연한 후덕한 인정을 웅변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한 요즘 진천군은 활력이 넘친다. 문화원이 할 일도 많아졌을 것 같다. “문화 향유 욕구가 강한 청년층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문화원은 그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현대적인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보완할 참이다.” 진천의 역사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장면을 소개한다면? “신라의 영웅 김유신 장군이 진천에서 탄생했다. 장군은 삼국통일 위업을 완수했는데, 그의 화랑도 정신과 통일 열망이 진천 땅에 이어져 남북통일의 기운이 들끓어오를 경우, 마침내 통일 한국을 이룰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요즘 진천에 떠오른 문화 이슈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백원서원 복원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 서원은 조선 최고의 효자 김덕숭 선생을 비롯한 4인의 선현을 배향한 곳으로 ‘충효의 고장 진천’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현재 재원 마련을 위해 주민들도 성금을 모으고 있다.” 장 원장은 백원서원 복원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 전통 서원을 현대적으로 재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다.
- 2024-02-02 0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