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 맞아 동호인들 ‘기지개’… 파크골프 100만 인구 ‘눈 앞’

기사입력 2025-04-28 08:17 기사수정 2025-04-28 08:17

지역 공동체 활성화하는 소통의 장… 골프장 찾아 다니는 유랑족도

(주민욱 프리랜서)
(주민욱 프리랜서)

파크골프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시니어들의 건전한 여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파크골프 인구는 60만 명을 넘어섰고, 머지않아 1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전국 곳곳에 파크골프장이 개장하고 있으며, 입문하는 시니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니어들이 파크골프 대회에 참가한 모습. (대한파크골프협회)
▲시니어들이 파크골프 대회에 참가한 모습. (대한파크골프협회)

골프는 돈 먹는 취미? 파크골프는 달라!

최근 몇 년 새 파크골프가 시니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운동량이 많지 않으면서 가벼운 신체 활동과 친목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중장년층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도심 공원에서 골프를 즐기도록 만들겠다는 탄생 배경에 걸맞게, 파크골프의 장점 중 하나는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다. 일반 골프의 경우 한 번 라운딩을 나가기 위해서는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파크골프는 1년 회원권이 4만~5만 원 수준이며, 클럽과 공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부산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박옥선(65) 씨는 3년 전 지인의 권유로 파크골프를 처음 접했다. ‘골프’라는 단어에 부담을 느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장비만 사면 별다른 돈이 들지 않고, 한번 시작하면 두세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더라고요. 자연을 즐기며 자연스레 걷기 운동이 되니까 기분도 좋아요. 요즘엔 사무실 동료들과 모였다 하면 파크골프 이야기를 나눌 정도예요. 정기적으로 갖는 모임은 월 1회인데, 번개로 나갈 때도 있어요.”

이처럼 파크골프는 지역 공동체 내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소통의 장으로 기능한다. 개인의 삶과 건강을 지키는 데도 일조한다.

박옥선 씨는 “남편도 파크골프를 치지만 주변을 보면 중년 여성들이 특히 많이 치는 것 같다”며 의상에도 신경을 쓴다고 했다.

“의상에 특별한 제약은 없지만, 이왕이면 편하고 예쁜 옷으로 고른다”는 박 씨의 말처럼 파크골프 열기는 점차 관련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늘은 어디로 가야 하나? ‘파크골프 유랑족’

대한파크골프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전국 회원 수는 2021년 6만 4000여 명에서 2024년 18만 3000여 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파크골프장은 2021년 208곳에서 2024년 411곳으로 집계됐다. 급격히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뿐더러,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까지 발생할 정도다. 대기 시간이 짧은 골프장을 찾아 이동하는 ‘파크골프 유랑족’도 생겨나고 있다.

교회 지인들이나 남편과도 파크골프를 즐긴다는 박옥선 씨는 “예전엔 바로 들어가서 칠 수 있었는데, 요즘엔 인기 있는 곳은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2월부터 4월까지는 잔디 보호기간이라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이용하고 있다. 실내외 가리지 않고 파크골프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크골프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부족한 파크골프장의 대안으로 공공기관, 복지관, 지하철 유휴 공간 등을 활용한 스크린 파크골프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서울 지하철 역사 내 공실 상가를 활용해 시니어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사의 사회기여형 상가에 설치될 시니어 스크린 파크골프장은 초고령시대를 준비하는 부대사업이다. 2~7호선 공실 상가 중 면적(60㎡), 층고(2.7m) 및 편의시설이 부합하는 후보지를 선정한 후 각 구청과 협의를 거쳐 조성할 예정이다.


세대 장벽 넘어 100만 인구 향해 순항 중

현재 국내 파크골프 인구는 60만 명을 돌파했으며,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에는 초등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대학교에 관련 학과가 설립되는 등 청년층과 가족 단위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3대 참여를 조건으로 하는 대회도 열린다. 이제 파크골프는 ‘시니어 스포츠’를 넘어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탄생한 파크골프는 일본과 우리나라, 베트남, 태국, 중국 등을 위주로 활발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의 우수한 접근성과 급격한 성장세로 미루어 볼 때 국제적인 스포츠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오늘날 우리는 파크골프의 찬란한 성장기를 목격하고 있다. 한국형 파크골프가 세계의 표준이 되어 파크골프의 국제화를 주도해나갈 미래도 머지않아 보인다.


▲홍석주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장(주민욱 프리랜서)
▲홍석주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장(주민욱 프리랜서)

홍석주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장 “표준화된 규격과 규정 통해 세계화 꿈꾼다”

“파크골프는 유례없이 급격하게 성장한 스포츠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실 다지기에 힘써야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회원들과 파크골프 선수·동호인들이 불편함 없이 파크골프를 즐기도록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사단법인 대한파크골프협회(KPGA)는 2007년 대구·울산의 파크골프연합회와 2008년 전국파크골프연합회를 거쳐 대한생활체육회에 가맹된 단체로, 중앙회와 전국의 17개 시·도 지회로 구성되어 있다.

생활체육인 파크골프를 널리 보급해 국민의 건강 증진과 밝은 사회 건설에 뜻을 두고, 어르신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체육 활동을 지원하고자 파크골프 교실 운영, 각종 대회 개최 등에 앞장서는 단체다. 홍석주 회장은 1월 16일 회장으로 취임한 후 파크골프의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크골프, 어떤 사람들이 즐기나?

파크골프는 성별이나 나이,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즐기기 좋은 국민 스포츠다. 드물지만 90세 넘은 회원도 있으며, 퇴직한 시니어와 여성이 많은 편이다. 파크골프 인구가 늘면서 대학에 관련 학과가 생기고, 젊은 층이 파크골프를 즐기는 경우도 늘어났다.

파크골프를 치다 보면 동호회나 모임을 결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고향 또는 학교, 종교, 직업 등을 중심으로 모이기도 한다. 혼자 가더라도 다른 사람과 어울려 칠 수 있어, 사회적 교류를 통해 긍정적이고 활기찬 생활을 하도록 돕는다.

신임 회장으로서 각오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사업을 시작한 40년 전부터 일반 골프를 쳤는데, 우연한 계기로 파크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고령화사회와 맞물린 파크골프 열풍은 시니어의 건강에 기여하는 스포츠라는 인식 덕분으로 보인다.

기업가로 이룬 전 재산을 환원해서라도 파크골프 알리기와 기틀 닦기에 여력을 다 쓰고 싶다. 다행히 가족들도 이런 뜻을 응원해주고 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착수한 사업은?

파크골프가 워낙 급성장하다 보니, 어느 하나 소홀히 할 부분이 없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경기장과 규정, 장비의 표준화라고 본다. 경기장마다 환경이 다르고 지역마다 규정이 달라, 익숙한 곳이 아니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스포츠로서 기능하려면 이런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또 최근 중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둔갑해 비싸게 파는 사례가 있었다. 잘못 만든 장비를 오래 사용하면 어깨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해 파크골프 장비의 표준 규격을 정립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틀을 잡으면 파크골프 국제 대회 개최도 가능하리라 본다.

좋은 장비의 기준은 무엇인가?

골프를 아는 사람은 공을 멀리 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 기준이 다르다. 파크골프장의 환경에 맞는 세심한 컨트롤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채를 고를 때 샤프트(Shaft, 헤드와 그립을 연결하는 막대 부분)에 유격이 있으면 안 된다. 이 유격이 공을 칠 때마다 어깨에 충격을 전달해 부상으로 이어진다.

또 헤드는 수직을 이뤄야지, 공을 띄우기 위해 어슷하게 각도를 주면 안 된다. 공이 뜨면 주변 사람이 맞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가끔 채에 공이 맞는 순간 ‘깡- 깡-’ 하는 금속성 소리가 나는 장비도 있다. 헤드는 82%가 나무로 되어야 한다. 비거리(飛距離)를 늘리려고 헤드에 금속을 넣으면 소음으로 주변을 방해하고, 공정하지도 않다.

지도자나 심판에 관심 있는 시니어도 많은데?

협회 초기에는 파크골프 저변 확대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지도자와 심판 배출에 힘썼다. 2024년까지 1급 지도자는 4000명을 웃돌고, 심판은 2급과 3급을 합해 870명에 달한다. 당분간은 심판과 지도자의 질적 성장을 꾀할 시기라고 본다. 1년에 걸쳐 심판들을 대상으로 보수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새로운 심판 및 지도자 배출은 점진적으로 확대해갈 계획이다.

현재 협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장비 규격화 문제처럼 회원들이 피해 보지 않고 건강하게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때로는 관련 산업의 감시자 역할을 할 경우도 있다. 회원들이 전국 어느 구장에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역 사정에 맞는 파크골프장도 증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법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전국 각지에서 고루 대회를 개최하고, 단순히 대회를 주최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파크골프를 공정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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