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희망봉을 넘어 서울로

입력 2025-07-20 08:00

[미술관 탐방] 89인 화가의 특별 전시

세종문화회관에 미술관이 있다고? 서울 광화문광장 옆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89인의 화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가 100여 년간 수집한 회화, 드로잉, 판화, 조각 등 총 143점을 소개한다.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는 1915년에 세워진 미술관으로, 영국과 유럽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서구 근대미술 작품을 꾸준히 소장해왔다. 서양미술의 400년을 담은 작품들을 국내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전시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경주, 부산, 제주를 거쳐 서울에 도착한 화가들은 국내에서만 이미 20만 명의 관람객을 만났다.

전시는 설립자 필립스 부부 초상화로 시작해,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황금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 미술, 인상주의를 중심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흐름을 살핀다. 이어 20세기부터 오늘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예술 현장까지 폭넓게 조망한다. 작품은 시대 순서에 따라 배치돼 관람 동선이 자연스럽고 흐름을 따라가기 쉽다.

전시에서는 클로드 모네와 앤디 워홀뿐 아니라 윌리엄 터너, 존 에버렛 밀레이, 에드가 드가,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데이비드 호크니 등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작품 수가 많고, 미술책에서 자주 보던 작가들의 작품이 많아 보는 즐거움이 크다. 그림을 통해 각 시대의 사회적 배경과 예술 사조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무료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전시 전체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좋고,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해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해도 좋다.

내 마음을 끄는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 작품이 건네는 감동과 위로를 느껴보기 바란다.


19세기 프랑스 항구의 풍경을 담아낸 부댕의 대표작

클로드 모네의 스승이자 멘토인 외젠 부댕은 19세기를 대표하는 풍경화가로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바다 풍경을 주로 그린다. 바다에 떠 있는 배와 빛과 바람 사이에 두둥실 떠 있는 구름을 몽환적으로 그려냈다. 시인 보들레르는 그가 그린 구름은 술이나 아편처럼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고도 했다.

외젠 부댕, ‘트루빌 항구’, 1893, 패널에 유채, Johannesburg Art Gallery.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모네의 초기작 ‘봄’

클로드 모네와 동시대를 살던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 대해 혹평했다. 그는 작품을 팔지 못해 르누아르가 주는 빵으로 연명할 정도였다. 이 작품은 모네의 초기작으로, 유명한 ‘수련’ 시리즈와 달리 생동감과 속도감이 느껴진다.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자연을 직접 느꼈던 그 순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클로드 모네, ‘봄’, 1875 캔버스에 유채, 58×78.5cm, Johannesburg Art Gallery.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 로세티의 뮤즈

그림 속 얼굴은 수많은 라파엘 전파 그림의 모델이자 화가인 엘리자베스 시달이다. 그녀를 뮤즈로 숭배한 라파엘 전파는 19세기 영국에서 형성돼 세부 묘사에 충실한 초기 르네상스로 돌아가자는 유파다. 로세티는 결혼한 지 2년 만에 그녀를 떠나보냈다. 엘리자베스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약물 과다로 생을 달리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작품 속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아름답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레지나 코르디움’, 1860, 패널에 유채, 25.4×20.3cm, Johannesburg Art Gallery.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제공)


발레리나들의 우아한 동작을 포착한 드가

드가는 인상파지만 야외보다는 실내 장면을 더 자주 그렸다. 그는 자연의 빛을 표현한 동료들과 달리 자신을 ‘선으로 그린 인상파’라 정의했다. 발레리나는 그가 선호하는 주제 중 하나였다. 드가 특유의 역동성과 순간성이 돋보인다.

에드가 드가, ‘두 명의 무희들’, 1898, 종이에 파스텔, 50×35cm, Johannesburg Art Gallery.


전시 정보

기간 : 2025년 8월 31일(일)까지, 기간 중 무휴 시간 10:00~19:00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75)

관람 요금 : 1만~2만 원 정규 도슨트 평일 11시, 14시, 16시(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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