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누보의 꽃, 서울에 피다 ‘알폰스 무하 원화전’

기사입력 2025-05-09 08:33 기사수정 2025-05-09 08:33

[미술관 탐방] 19세기 말 유럽 예술 운동, 아르누보의 대표 작가

알폰스 무하를 모른 채 프라하를 다녀왔다면 그 도시의 절반만 보고 온 셈이다. 무하는 체코가 사랑하는 국민 화가이자 ‘프라하의 별’이라 불린다. 화려한 그림으로 상업예술에서 큰 성공을 거둔 화가로 알려졌지만, 그는 나치의 고문 끝에 생을 마감한 비극적 운명을 지녔다. 그의 이름이 낯선 이라도 이번 전시를 마주하고 나면 무하의 예술과 삶이 깊은 인상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사계 봄’, 파리, 1895, F. 샹프누와 101.6 × 52.5cm. ©ART NOUVEAU PRODUCTION SRL PRAGUE(마이아트뮤지엄)
▲‘사계 봄’, 파리, 1895, F. 샹프누와 101.6 × 52.5cm. ©ART NOUVEAU PRODUCTION SRL PRAGUE(마이아트뮤지엄)


맞벌이로 바쁜 어머니가 목에 걸어준 연필 목걸이로 그림을 그리던 알폰스 무하는 재능에 비해 운이 따르지 않았다. 서른네 살까지 이렇다 할 대표작은 없었지만 그는 쉬는 날도 없이 일할 만큼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 성실함은 결국 기적을 만들어냈다. 1894년 파리의 인쇄소에서 서브 디자이너로 근무할 당시 모두가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난 때였다. 프랑스 국민 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연극 포스터를 대타로 그렸고, 파리 시내에 붙은 4000장의 포스터는 밤새 모두 사라졌다. 아름다운 포스터에 반한 시민들이 전부 떼어가 버린 것이다. 이 사건은 연극의 대성공으로 이어졌고, 무하는 여배우의 전속 작가로 발탁되며 단숨에 스타 작가로 떠오른다.

이후 그는 색채와 곡선, 꽃과 자연, 아름다운 여성의 조화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술로 구현한 19세기 말 유럽의 예술 운동, 아르누보의 대표 작가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그는 상업 광고로 부와 명성을 얻은 뒤에도 가난한 예술가를 돕고, 귀족의 전유물이던 예술을 대중과 나누려는 신념을 끝까지 지켰다. 50대에 접어든 그는 조국 체코로 돌아가, 슬라브족(동유럽의 주된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주제로 한 대작 ‘슬라브 서사시’에 착수한다. 당시 체코는 나치 독일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그는 민족주의 활동으로 게슈타포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후 1939년 세상을 떠난다. 나치의 억압 속에서도 장례식에 무려 10만 명이 운집했고, 그는 ‘프라하의 별’로 남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하 탄생 165주년을 기념해 오리지널 포스터, 판화, 드로잉, 유화, 장식 등 30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화려한 작품 너머, 예술로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화합, 사랑을 전하려 했던 그의 여정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주요 작품


(마이아트뮤지엄)
(마이아트뮤지엄)

크리스마스의 기적 ‘지스몽다’

알폰스 무하의 인생을 바꾼 연극 ‘지스몽다’의 미국 순회공연 포스터. 당시 일반적인 포스터 크기는 세로 1m였으나 무하는 포스터 두 장을 이어붙여 최초로 2m의 긴 포스터를 제작했다.

‘지스몽다’, 신시내티, 1895, 스트로브리지 석판 인쇄소, 197.5 × 74.5cm.

©ART NOUVEAU PRODUCTION SRL PRAGUE


(마이아트뮤지엄)
(마이아트뮤지엄)

한 사람의 인생을 표현한 ‘황도 12궁’

아르누보의 대표작으로 언급되는 작품으로, 모델은 사라 베르나르다. 무하 스타일의 특징인 원형 후광 안에 모델과 열두 개의 별자리가 배치되어 있으며, 하단 원 안에는 해와 달이 들어 있다. 태양과 달이 뜨고 지는 시간들이 쌓여 한 달, 일 년이 되고,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실제로 달력 표지로 사용된 작품이다.

‘황도 12궁’, 파리, 1896, F. 샹프누와, 65 x 48.5cm.

©ART NOUVEAU PRODUCTION SRL PRAGUE


(마이아트뮤지엄)
(마이아트뮤지엄)

슬라브 민족의 자긍심을 품은 ‘성 비투스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체코 프라하성에 위치한 성 비투스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재현한 작품이다. 무하의 유일한 종교적 공공 작품이며, 종교적 주제를 빌려 슬라브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강조한다. 곡선적이고 유려한 아르누보 스타일과 전통 슬라브 의상 및 패턴 등 민족적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성 비투스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전경.


전시 정보

기간 : 2025년 3월 20일(목) ~ 7월 13일(일) 시간 10:00~19:40 (입장 마감 19:00)

장소 : 마이아트뮤지엄(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518 섬유센터빌딩 B1)

관람 요금 : 1만 4000~2만 2000원 정규 도슨트 월~금 11시, 14시, 16시(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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