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시니어 인구 증가는 복지·돌봄의 과제를 넘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이투데이와 이투데이피엔씨(브라보마이라이프)는 12월11일 서울 강남 웨스틴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2025 한일 시니어 포럼’을 개최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주요 연사들을 미리 만나, 한일 시니어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과 협력적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어디에서 죽고 싶은가.” 이 질문을 실제 의료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 야스이 유우(安井 佑) 의료법인사단 호무라(焔) 이사장은 ‘집으로 돌아가요. 병원(おうちにかえろう。病院)’을 설립했다. 재택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그는 일본 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요. 병원’은 자택에서 임종을 희망하는 환자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자, 환자와 가족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함께 설계하는 공간이다. 병원과 집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징검다리’이자 ‘환승역’ 역할을 하며, 120개 병상 전체를 지역포괄케어병동으로 운영한다. 최대 60일의 짧은 입원 기간 동안 재활·의료·돌봄을 집중 조정해 자택 복귀를 돕는 것이 특징이다.

Q. 병원과 재택의료를 잇는 ‘환승역’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A. ‘집으로 돌아가요. 병원’은 급성기 병원과 재택의료를 연결하는 중간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환자가 입원할 때는 병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경우가 많다. 저희는 먼저 퇴원 후의 일상을 함께 그려보며, 집으로 돌아갔을 때 어떤 생활이 가능할지, 무엇이 갖춰져야 각자가 ‘자기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세심하게 살핀다.
그 과정을 통해 환자가 원래 지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를 돕는 것이 병원의 핵심 기능이며, 이것이 ‘환승역’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Q.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의료철학이 있다면?
A. 고령자, 특히 임종기에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떻게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주는 의료’라고 생각한다. 의료의 본질적 가치인 치료(cure)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근치가 기대되기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면, 병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시선을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저희가 추구하는 의료는 결국 각자가 자기다운 삶을 마지막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환자와 가족이 품위와 존엄을 지키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철학이며, 이 부분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Q. 일본에서 예상되는 ‘임종 난민’ 문제, 병원의 해법은 무엇인가?
A. 일본에서는 2030년 임종 난민이 약 4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을 맡아줄 시설이 없어 물리적인 의미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요양이 필요해지는 시점부터 임종에 이르기까지, 환자와 가족이 스스로 바라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점은 매우 큰 과제라고 본다.
특히 집에서 보낼 수 있는 선택지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입원한 병원에서 그대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남은 가족이 느끼는 후회는 상당하다. ‘집으로 돌아가요. 병원’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하나의 문제 제기이자, 환자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상징적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Q. 왜 모든 병상을 지역포괄케어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나?
A. 지역포괄케어병동은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필요한 재활·돌봄·퇴원 조정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병동으로,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병상을 지역포괄케어병동으로 운영함으로써 병원 내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이 ‘퇴원 후의 삶을 지원한다’는 공통된 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본다.
의사, 간호사, 재활치료사, 간호조무사, 행정 직원까지 모든 구성원이 환자의 퇴원 이후 생활을 먼저 상정하며 필요한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이러한 협업 구조가 자연스럽게 자택 복귀율 90%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Q.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한국에 적용하려면 무엇을 유의해야 할까?
A.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은 여러 직종 간의 수평적 연계를 중요하게다고 강조한다. 또 하나 매우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수직적 연계라고 생각한다. 급성기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지역 병동을 거쳐 자택이나 시설로 돌아가는 과정은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 흐름 속에서 환자와 가족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중심에 둔 생활의 이미지를 모든 지원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지가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제도가 단순히 연결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환자의 삶을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자리 잡아야 한국에서도 지역포괄케어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본다.
Q. 한국에서도 ‘집으로 돌아가요. 병원’ 모델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A.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보험 제도의 보완은 필요할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와 가족이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를 의료진이 함께 살피는 관점이다.
한국에는 어른을 공경하는 유교적 가치가 있다. 이러한 문화가 마지막 여정을 지원하는 의료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정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한국과 일본이 함께 모색해야 할 미래 의료·돌봄의 방향은 무엇일까?
A. 기술은 의료의 기능적 측면, 즉 치료를 크게 향상시키고 효율화할 것이다. 앞으로 진단과 치료의 상당 부분은 AI나 로봇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더 정교한 치료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자신답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선택권이 보장될수록 인간의 존엄성은 더 선명해진다.
한국과 일본 모두 기술과 존엄의 균형을 잃지 않는 돌봄 체계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이제는 의사가 주도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환자와 가족이 주체가 되는 ‘공유 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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