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다섯 명 중 한 명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시니어 부부의 재정 설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병원비 같은 고정 지출과 자녀 결혼자금 같은 비정기적 지출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원이 넘지만, 대부분 유동성이 부족한 부동산에 집중돼 예상치 못한 지출에 취약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해 정기 혹은 비정기적 지출 부담을 안고 있는 두 시니어 부부의 사례를 통해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보유 비율의 적정선과 미래 자산운용 전략을 논의해보겠다.

사례 1 부동산 중심 자산 구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김길동(65) 씨와 아내(63)는 서울 외곽에 아파트 한 채(7억 원)를 소유한 전형적인 시니어 부부다. 총자산은 9억 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부동산이 80%가량 차지한다. 금융자산은 예금 1억 원과 연금 1억 원에 불과하다. 김 씨는 고혈압으로 매월 30만 원의 병원비를 지출하며 이를 국민건강보험으로 일부 보전받지만, 입원할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부담스럽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후 1인당 평균 의료비가 8100만 원에 달한다.
게다가 30대 초반인 두 자녀의 결혼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보험개발원 조사 결과 자녀 1인당 결혼 비용은 평균 1억 444만 원으로, 두 자녀라면 2억 원 이상 필요하다. 김 씨 부부는 최근 아파트를 담보로 5000만 원을 대출받아 딸의 결혼자금을 지원했지만, 이로 인해 월 이자 부담이 늘었다. 아들의 결혼자금 마련도 막막하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자산가치 감소를 우려하며, 의료비 급증으로 은퇴 생활이 위태로워졌다. 이들 부부 사례는 부동산 과다 보유가 비정기 지출에 대응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경우다.
사례 2 금융자산 활용을 병행한 경우
박홍근(67) 씨와 아내(65)는 총자산 8억 원 중 부동산(아파트 5억 원)이 약 60%를 차지하고, 금융자산(주식·펀드 2억 원, 예금·연금 1억 원)이 약 40%다. 박 씨는 당뇨로 매월 40만 원의 의료비를 쓰지만 민간 의료보험으로 70%가 보전된다. 은퇴 후 예상 의료비는 부부 기준 1억 6000만 원 정도다. 이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고령 가구의 보건의료비 비중(10.9%)을 반영한 수치다.
두 자녀의 결혼자금으로 1억 원을 적립형 펀드로 모아놓았고, 나머지 1억 원은 주식 배당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자녀 교육과 결혼 비용으로 노후 자금의 55%가 소모될 수 있다. 최근 아들의 결혼으로 7000만 원을 지출했지만, 금융자산 덕에 부동산 매각 없이 대응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으로 의료비가 증가하면 금융자산 수익률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이 사례는 금융자산으로 지출 부담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자산 균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50 대 50이 적절
한국 고령층 부부의 자산 구성에서 부동산 비중은 과도하다. 지난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주 연령대별 자산 보유액은 전체가 5억 4022만 원이다. 50세에서 59세가 6억 1448만 원으로 다소 많고, 60세 이상이 5억 8251만 원으로 오히려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사이 의료비나 자녀의 결혼 등 지출이 발생해서 자산 규모에 변화가 있었다는 의미다.
60세 이상 가구의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은 78.5%를 차지하며, 65세 이상의 경우 82.4%에 이른다. 이는 미국(30~40%)이나 일본(50~60%)에 비해 훨씬 높아 ‘부동산 편식’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2025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서도 고령 가구 자산의 60% 이상이 실물자산으로, 금융자산 비중은 22%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 구조는 의료비(1인당 평균 8100만 원)와 자녀 결혼자금(1인당 1억 원 이상) 같은 지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유동성이 낮고 매각할 때 세금·수수료 부담이 크며, 가격 변동성으로 자산가치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 자산에서 바로 현금화 가능한 자산의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고령층 부부의 전체 자산 중 부동산 자산 비율의 적정선은 50~60% 이하를 추천한다. 은퇴 전문가들은 부동산 비중을 40~50%까지 줄이고, 금융자산을 40~50%로 늘릴 것을 조언한다. 이는 은퇴 후 현금흐름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 금융자산 비중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자산이 10억 원일 경우 부동산 5억 원(50%), 금융자산 5억 원(50%)으로 배분하면 의료비나 결혼자금 등에 대응할 수 있다.

미래 전략은 다양화와 현금흐름
향후 자산운용은 ‘다양화’와 ‘현금흐름 생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과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동산 비중을 줄여야 한다.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임대소득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세우자. 앞서 언급했듯 부동산은 매매를 통한 수익 창출과 이로 인한 자본소득을 바라기에는 재산세 등 세금과 건강보험료, 각종 유지보수 비용 등의 고정 지출 부담이 크다.
둘째, 금융자산 확대가 필요하다. 금융자산도 배분이 필요한데 단기(긴급 예비 자금), 중기(고수익 추구), 장기(이자나 배당 등 고정 수입 창출) 상품으로 구성해야 한다. 연금·채권(안정성)과 주식·펀드(성장성) 비율을 60:40으로 배분한다. 보편적으로 연금 40%, 국내외 주식 20%, 채권 20%, 나머지 20%는 ETF를 통한 지수와 원자재 투자, MMF나 CMA 등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으로 배분하는 게 좋다. 글로벌 분산투자도 함께 추천한다.
셋째, 지출에 대비하는 계획도 있어야 한다. 특히 은퇴 후 자녀 교육이나 결혼 비용이 1억 7000만 원에 달한다는 점을 잊지 말고 대비하자.
넷째, 이러한 자산의 배분과 비율을 나이별로 정기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60대는 주식 30~40%, 70대는 채권 70%로 점진적으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이 좋겠다.
결론적으로 고령층 부부는 부동산 의존에서 벗어나 금융자산 중심으로 재편해야 하는 시기다. 이는 의료비와 자녀 지원 부담을 줄이고 안정된 노후를 보장한다. 미래 준비와 관련된 고사성어로 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慮必有近憂)란 말이 있다. ‘사람이 멀리 내다보는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생긴다’는 뜻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당장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됨을 경고하는 말이다. ‘한해 한해가 다르다’는 표현처럼 먼 미래가 아니더라도 당장 내년, 후년 그 이후를 준비하는 자산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