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ㆍ사진| 블로거 레스까페
스피커 위에 올려놓은 작은 곰 인형을 볼 때마다 가슴이 쓰립니다.
그리고 슬며시 곰의 한 손을 잡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곤 합니다.
다른 집에 갔으면 꽤 귀여움을 받았을 텐데 어쩌자고 우리 집에 와서...
그냥 네 운명이거니 해.
느낌이지만 그 말을 할 때마다 곰이 제 눈을 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화이트데이였습니다.
밸런타인데이도 관심 없는 제게 화이트데이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몇 년 전에 작은 사건이 있고 나서 이제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화이트데이 저녁에 회사 회식이 있었습니다.
젊은 팀원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일정이 그 날뿐이어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대리운전을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옆 가게 유리창 안에 곰 인형이 담긴 초콜릿 상자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불현듯이 화이트데이가 떠올랐고 늦게까지 기다리고 있을 아내가 생각났습니다.
연애할 때 사주었던 큰 곰 인형도 떠올랐습니다.
집에 도착할 때쯤 제 무릎을 내려다보니 가게에 있던 곰 인형이 앉아 있더군요.
곰 인형과 초콜릿을 받으면 아내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한테 받은 거야?"
"오늘은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날이거든. 그래서 너를 위해 사 왔어."
"누가 믿을 줄 알고. 직원에게 받은 것을 선물처럼 가지고 왔네."
선물로 산 것이라는 제 주장과 선물 받은 것으로 생색을 내고 있다는 아내의 주장이 밤새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곰 인형을 드려다 보던 아내가 한 마디 했습니다.
"그러니까 평소에 하던 대로 해. 왜 안 하던 일을 해서 오해를 하게 만들어?"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인형 사 오나 봐라."
여자의 몸에는 남자의 호의를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이상한 장치가 있는 모양입니다.
출처| 레스까페(http://blog.naver.com/dkseon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