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3

약국·은행 역할까지 만능으로 진화하는 日 이동판매차

입력 2026-04-23 06:00

약사·관리영양사 온라인 상담, 공과금 수납도… 지역 커뮤니티 형성 중심도 돼

▲이달부터 사이타마현 야시오시에서 운행을 시작한 웰시아의 이동판매차 ‘우에탄호’. 식품과 생필품, 화장품, 일반의약품 주문 판매 등을 통해 고령층의 장보기를 지원하고, 지역 커뮤니티 거점 역할도 맡고 있다.(웰시아 제공)
▲이달부터 사이타마현 야시오시에서 운행을 시작한 웰시아의 이동판매차 ‘우에탄호’. 식품과 생필품, 화장품, 일반의약품 주문 판매 등을 통해 고령층의 장보기를 지원하고, 지역 커뮤니티 거점 역할도 맡고 있다.(웰시아 제공)

22일 일본 약국 체인 웰시아가 사이타마현 야시오시에서 이동판매차 ‘우에탄호’ 운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차량은 고령자의 장보기 지원에 그치지 않고 주민 교류와 건강증진 기회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운영은 이달 1일부터 시작됐고, 이번 사례를 포함하면 웰시아의 이동판매차는 전국 39개 지자체, 42대로 확대됐다. 이 사업은 2022년 5월 시즈오카현 시마다시에서 처음 시작됐다.

대중교통이 취약한 농어촌이나 오지 마을에서 상점들이 문을 닫으며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조차 구하기 힘들어지는 현상을 ‘식품 사막화’라고 부른다. 일본에선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고령자들을 ‘쇼핑 난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일본에선 이 쇼핑 난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와 유통기업, 지역 기반 업체 등이 협력해 이동판매차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일회성 복지 사업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들 차량이 이미 생필품 판매를 넘어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우에탄호는 식품과 생활용품은 물론 화장품, 제1류 의약품을 포함한 일반의약품까지 판매한다. 다만 의약품은 사전 주문 방식으로 운영된다. 웰시아 관계자는 “주민들이 집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고, 생활상담과 건강 관련 서비스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고도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웰시아는 2022년 11월 사이타마현 사업을 발표하면서, 이동판매차에 처음으로 제1류 의약품 판매를 본격 도입했다고 밝혔다. 사업 시작부터 차량에 탑재한 대형 모니터를 통해 약사와 관리영양사 등과 온라인 건강상담을 제공하고, 신용카드·간편결제, 포인트 적립, 공과금 수납 대행까지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여러 부가 기능을 붙여 단순 판매보다 한 단계 진화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회사 측은 이 차량을 매장 내 지역협업 공간인 ‘웰카페’와 연계해 주민 간 상호부조와 지역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하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동판매차가 정기적으로 마을을 순회하면서 주민들에게 외출과 만남의 계기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안부 확인과 교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약사·관리영양사 온라인 상담, 공과금 수납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차량은 물건을 파는 이동 매장을 넘어 주민과 서비스를 잇는 순회형 생활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와 닮은 사례는 있다. 전남 영광의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동점빵’이 대표적이다. 이 차량은 매주 42개 마을을 찾아가 생필품을 공급하고, 독거 어르신 안부 살피기를 병행하는 모델로 알려져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 동락점빵을 우수 마을기업으로 소개하며, 주민 37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수익금을 마을 복리에 환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의 경우 이런 시도가 지역 공동체와 사회적경제 조직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일본의 사례처럼 전국 유통망과 약국 기능, 건강상담, 결제·수납 시스템을 결합한 모델은 아직인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 의미 있는 실험이 있지만, 전국 단위의 체계로까지 발전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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