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30

日 싱크탱크 “치매정책, 가족의 건강한 삶 지지할 수 있어야”

입력 2026-04-30 09:06

HGPI, 치매 가족지원 정책제언 발표… 진단 직후 가족지원·직장 상담체계 등 제시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최근 일본의 의료정책 싱크탱크 치매 당사자뿐 아니라 그를 돌보는 가족을 독립적인 지원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제언을 내놨다.

일본의료정책기구(HGPI, Health and Global Policy Institute)I는 지난 27일 정책제언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등을 둘러싼 치매정책의 미래’를 발표하고, 치매 당사자와 가족이 함께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족 돌봄자의 심신 건강, 정보 접근, 직장과 지역의 지원체계, 전문직 보상체계가 함께 정비돼야 한다고 밝혔다.

HGPI는 국내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일본 의료정책 분야에서는 영향력이 있는 민간 싱크탱크다. 2004년 설립된 비영리·독립·초당파 의료정책 기관으로, 여성 건강, 암, 치매, 약제내성, 재생의료 등 주요 보건의료 의제를 정책 과제로 제시해 왔다.

이번 제언의 핵심은 치매정책의 초점을 ‘치매 당사자 대 가족’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있다. HGPI는 치매 당사자와 가족은 같은 생활을 공유하며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관계라고 보고, 당사자가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족 역시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일본에서 치매기본법 시행 이후 당사자 중심의 정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서비스 조정, 병원 동행, 일상적 지켜보기, 행동심리증상 대응 등 공적 제도로 충분히 메우기 어려운 역할이 여전히 가족에게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제언서는 가족 돌봄자의 부담이 가족구조 변화와 맞물려 더 커지고 있다고 봤다. 일본 후생노동성 국민생활기초조사에 따르면 단독가구와 고령자 가구는 크게 늘어난 반면, 요양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 가구 중 3세대 가구 비율은 2001년 약 33%에서 2022년 약 11%로 줄었다. 과거 가족 안에서 나눠지던 돌봄 역할이 주된 돌봄자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 쉬운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여기에 일하는 가족돌봄자, 남성 돌봄자, 가족돌봄청년, 자녀와 부모를 함께 돌보는 이중돌봄자, 본인도 질환을 가진 유병 돌봄자 등 다양한 유형이 늘고 있어 획일적인 지원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일본의료정책기구의 정책 제언집 표지.(일본의료정책기구 제공)
▲일본의료정책기구의 정책 제언집 표지.(일본의료정책기구 제공)

HGPI가 제시한 정책 방향은 크게 다섯 축이다. △가족 자신의 심신 건강을 직접 지원,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 대응 역량 향상, △가족을 지지하는 지역과 직장 형성, △가족지원 업무를 맡는 전문직을 제도적으로 지원, △치매 당사자에 대한 정책 강화 등을 통해 가족 부담을 간접적으로 줄이는 구조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보고서는 7개 제안을 냈다.

진단 직후 가족을 정보와 상담으로 연결하는 온라인 연계지원 체계와 치매 가족지원 안내 플랫폼, 가족지원 업무의 진료·간호·돌봄 보상체계 반영, 치매카페 기능 태그화, 직장과 보험자 단위의 상담기능 구축, 가족 대상 심리학적 지원 표준화, 의료·요양·가족 간 정보연계 기반, 지역 상호부조 시스템 구축 등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진단 직후’라는 표현이다. 한국 역시 치매안심센터와 장기요양보험, 지역사회 통합돌봄 논의 등 여러 제도적 자원을 갖고 있지만, 가족 입장에서는 진단을 받은 바로 그 순간부터 어떤 제도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HGPI는 이 공백을 줄이기 위해 진단 여부와 관계없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개 정보기반과, 확정 진단 이후 가족에게 단계별 정보를 자동 전달 방식으로 제공하는 개별지원 기능을 함께 제안했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가족지원의 ‘보상화’다. HGPI는 가족의 돌봄 부담과 심리 상태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연계 등 전문적 지원을 제공한 뒤 다시 상태를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을 진료수가와 장기요양 수가 체계 안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 정책에서는 치매카페의 고도화에 대한 제안이 눈에 띈다. 치매카페는 일본에서 치매 당사자와 가족이 지역사회 안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 열린 모임 공간이다. 차를 마시며 경험을 나누고, 필요한 정보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된다. HGPI는 치매카페마다 상담 중심인지, 당사자 교류 중심인지, 가족 모임 중심인지, 남성 돌봄자나 직장인 가족이 참여하기 쉬운지 등을 태그로 표시해 이용자가 자신에게 맞는 장소를 고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시했다.

직장 기반 지원도 제안했다. HGPI는 기업이 돌봄을 직접 떠안는 것이 아니라, 가족돌봄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역자원으로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봤다. HGPI는 가족돌봄자가 직장에서 먼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직장 건강보험 체계를 활용한 공동 상담창구를 마련하고, 업종별·중소기업 공동 상담체계를 통해 지역 돌봄기관으로 이어지는 연결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내 치매가족 지원은 치매안심센터의 가족교실, 자조모임, 힐링 프로그램, 동반치매환자 보호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에서는 치매 수급자 가족의 휴식을 돕기 위해 단기보호와 종일방문요양을 활용하는 가족휴가제가 핵심이다. 가족의 돌봄 부담, 심리적·육체적 소진, 직장 유지, 사회적 고립 등을 독립적으로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는 아직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족돌봄자를 정책 안의 당사자로 세우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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