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은 가족을 중심으로 소비가 몰리는 시기다. 선물을 주고받을 일도 많다. 선물은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선물해야 한다. 손주에게 무엇을 사줘야 좋아할까, 요즘 아이들은 어떤 선물을 원할까. 어린이날을 앞두고 조부모의 궁금증을 풀어줄 단서를 찾았다.

아이들이 가장 받고 싶은 건 ‘○○’
손주 마음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2025년 어린이날을 앞두고 초등학생 1844명을 대상으로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날에 가장 하고 싶은 활동 1위는 가족과의 여행(33.6%)이었다. 이어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기(17%)가 뒤를 이었다. 받고 싶은 선물로는 디지털 기기가 19.1%로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했다.
이 흐름은 10년 전에도 동일했다. 초등학습 기업 와이즈캠프가 2015년 전국 초등학생 31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당시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스마트폰(30%)이었고, 반려동물은 25%로 2위였다.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은 놀이공원 방문(30%), 종일 자유 시간 갖기(21%), 가족여행(18%) 순이었다.
‘디지털 기기’와 ‘함께하는 경험’이라는 두 축은 1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갖고 싶은 것과 기억에 남는 것을 다르게 선택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선물 선택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사줄 것인가보다, 무엇을 함께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어린이를 사로잡은 캐릭터 완구와 탈 것
아이의 나이에 따라 선물의 효과가 달라진다. 유아와 초등 저학년 시기는 애착 형성이 중심이다. 이 시기에는 무엇을 받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다. 만들기, 역할놀이, 보드게임처럼 ‘함께 사용하는 선물’이 적합하다. 레고나 원목 교구가 스테디셀러라면, 최근에는 AI나 코딩 기능을 더한 블록형 교구가 출시되고 있다.
평소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면서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알아두는 것도 선물을 쉽게 고르는 팁이다. 유치원을 다닐 정도의 나이면 스마트폰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 캐릭터 완구 중에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모방한 장난감도 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린세스 캐치 티니핑’의 ‘프린세스 팩트’는 화장품 모양을 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처럼 액정 화면을 터치펜으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게임을 통해 캐릭터를 키우거나 꾸밀 수 있으며, 코인을 모아 상점에서 아이템도 구매할 수 있다. 쿠팡에서만 한 달에 800건 이상 판매되는 제품이다.
걸음마 시기를 지나 탈것에 관심이 생긴다면 ‘마이크로 밸런스 바이크’도 인기템이다. 킥보드로 더 유명한 브랜드지만, 최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페달 없이 두 발로 땅을 딛고 차며 타는 밸런스 바이크를 더 선호한다. 한쪽 발을 주로 쓰는 킥보드보다 몸을 균형감 있게 사용하고, 추후 페달이 달린 자전거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엔 친구와 어울릴 수 있는 선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와 환경이 일상과 학습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다만 손주가 갖고 싶다고 해서 무턱대고 사주기보다는, 아이 부모와 상의해서 적정 모델을 골라야 한다. 특히 사용 시간과 목적 기준을 손주와 함께 정하고, 지킬 수 있도록 습관을 잡아줘야 한다.
한편 손주들의 관심은 차츰 가족 중심에서 또래 관계로 이동한다.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친구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초등 고학년의 응답은 41.3%로 나타났다. 또래 친구들이 무엇을 사고 입고 먹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따라 하려는 욕구가 크다. 손주가 친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 평소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이 좋다. 또 예체능 학원에서 또래와 어울리면서 스포츠나 취미 관련 의류나 용품을 갖춰야 하는 경우도 있다.
중학생부터는 소비력이 한층 커진다. 이 시기에는 선호 브랜드가 뚜렷해진다. 트렌드를 연구하는 캐릿이 정리한 10대 브랜드 리스트에서도 애플, 다이소, 올리브영, 노스페이스, 아디다스, 스투시 같은 브랜드가 거론된다. 이는 10대의 소비가 브랜드를 통한 자기표현과 또래 문화에 깊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중학생 딸이 있는 윤서영 씨는 딸의 하루를 “하교 후 친구들과 어울려서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서 뷰티 제품을 사고, 마라탕을 먹은 뒤 인생네컷 즉석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한다”고 묘사했다.

실제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10대가 받고 싶은 선물 랭킹을 살펴보면 카페 이용권, 배달 상품권, 뷰티 상품권 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서 직접 골라 사용하는 금액권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랭킹에는 간간이 유머러스한 캐릭터 상품이나 스몰 럭셔리에 속하는 고가 뷰티 브랜드의 핸드크림이나 립 제품, 액세서리 등이 섞여 있다.
고등학생이 속한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는 나이보다 성숙하다는 의미로 ‘업에이저(Up-agers)’라고 불리기도 한다. 진로, 학습, 자기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소비의 기준에 현실감각과 미래 계획이 더해진다. 용돈, 강의 수강권, 해외 경험처럼 자기 계발과 미래로 이어지는 선물이 적절하다.

용돈과 선물은 얼마까지 줘야 할까?
금액은 늘 고민되는 지점이다. 세법상 미성년 손주에게 10년간 2000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이전할 수 있다. 이를 단순하게 환산하면 연간 200만 원 수준이다.
2025년 토스가 진행한 ‘10대 평균 용돈 설문’에 따르면, 한 달에 초등학교 저학년은 1만 3000~2만 2000원, 고학년은 3만~5만 원, 중학생은 7만~9만 원, 고등학생은 12만~17만 원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절대 금액이 아니라 사용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초등학생은 월 5만 원 수준에서 경험 중심 소비가 적절하다. 중학생은 10만 원 수준에서 자율적인 소비를 시작할 수 있다. 고등학생은 10만~20만 원 이상의 금액도 가능하지만, 금액이 커질수록 목적과 계획이 함께 따라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역할의 경계다. 스마트폰이나 고가의 디지털 기기는 부모의 교육 방식과 연결되는 영역이다. 이 경우 반드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조부모의 역할은 부모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채우기 어려운 ‘경험과 정서’를 보완하는 데 있다. 최근에는 해외여행이나 영어 캠프, 단기 연수처럼 고가의 경험형 소비도 늘고 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체험과 학습을 결합한 형태다.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주 서우와 준우를 돌보는 문정남 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지난해 손주들과 함께 괌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물놀이와 돌핀투어 등 이색 액티비티를 즐기는 휴양지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을 뿐 아니라, 손주들이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영어 미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언어 경험까지 쌓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여행 경비를 전부 할머니가 부담한 것은 아니지만, 함께하는 시간을 내주신 것 자체가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물건이 아닌 ‘시간과 경험’으로 남은 선물의 사례다.
다만 교육이나 체험을 목적으로 지원한 금액은 그 목적에 맞게 사용돼야 하며, 결과적으로 자산 취득으로 이어졌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진정 받고 싶은 선물은 건강한 관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를 위해 쓰는 돈이라면 얼마라도 아깝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 소비가 지속 가능한지는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일부 시니어는 손주를 위한 지출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다. 건강관리나 여가보다 손주를 우선한다면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소비는 결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도움은 감사로 이어지지만, 반복되면 의존으로 바뀔 수 있다.
앞서 살펴본 2025년 초등학교 조사에서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사랑해’, 선생님에게 ‘잘했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답했다. 사랑, 인정, 이해, 믿음. 아이들의 행복은 결국 관계 안에서 만들어진다. 선물 역시 이 관계 안에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손주의 선물과 용돈에는 반드시 기준이 필요하다. 부모와 충분히 상의했는지, 반복할 수 있는 수준인지, 자기 삶에 부담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손주에게 더 많이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방식이 중요하다. 손주를 위한 선물은 ‘희생’이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해줄 수 있는 선택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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