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늦게 받을수록 많이 준다는데, 급하지 않으면 5년 미루는 게 낫지 않을까요?"

국민연금 받을 나이가 가까워지면 '언제 받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정해진 나이에 바로 받을 수도 있지만, 당장 생활비가 급하지 않다면 수령 시기를 늦추고 연금액을 늘리는 '연기연금'을 선택할 수도 있다. 1년 미루면 7.2%, 5년이면 최대 36%가 늘어난다. 매달 100만 원을 받을 사람이라면 5년 뒤 월 136만 원이 되는 셈이다. 숫자만 보면 무조건 미루는 쪽이 유리해 보인다. 그런데 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누구나 5년 미룰 수 있는 건 아니야
연기연금은 노령연금을 받을 권리가 생긴 사람만 신청할 수 있다. 수급개시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다르다. 1957~1960년생은 62세,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다. 연기연금은 이 나이부터 최대 5년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전액을 미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연금액의 50%부터 100%까지 10% 단위로 원하는 비율을 골라 일부만 연기할 수 있고, 생활비로 절반은 받고 나머지만 미루는 방식도 가능하다. 연기한 기간에는 월 0.6%씩 가산되며, 연기가 끝나면 늘어난 금액을 평생 받는다.

놓치는 돈부터 계산해야 한다
연기하는 동안 받지 않은 연금이 있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다. 65세부터 월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5년을 전액 연기하면, 70세까지 5년간 받지 못하는 연금은 6000만 원이다. 대신 70세부터는 월 136만 원, 즉 36만 원을 더 받는다. 이 늘어난 몫으로 앞서 포기한 6000만 원을 메우는 데 약 14년이 걸린다. 다시 말해 84세를 넘겨야 65세부터 정상적으로 받은 경우보다 누적 총액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 계산은 물가와 세금 등의 변수를 뺀 단순 손익분기점이다. 실제로는 매년 물가변동률이 반영되고, 연금 증가분이 연금소득세·건강보험료·기초연금액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계산이 더 복잡해진다.
여기에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이 불가능한 건강과 수명이라는 변수가 더해진다. 오래 받을수록 연기의 효과는 커지지만, 반대로 재지급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면 생전에 받은 총액은 오히려 적을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은 연기로 늘어난 노령연금액이 유족연금액 산정에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내가 못 받아도 배우자가 늘어난 만큼 받으면 된다”는 전제로 연기를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래도 연기가 뚜렷하게 유리한 경우
연기연금이 의미 있으려면 수급개시연령이 됐지만 아직 일을 하고 있어 당장 연금이 필요하지 않아야 한다. 소득이 있으면 노령연금이 일부 감액될 순 있으나, 이 경우 지급을 연기해 나중의 연금액을 늘리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2026년 6월 17일부터 이 감액 기준이 완화됐다. 종전에는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감액이 적용됐지만, 지금은 A값에 200만 원을 더한 금액(2026년 기준 약 519만 원) 미만이면 감액 없이 전액을 받는다. 따라서 연기 여부를 정하기 전에 자신의 소득이 실제로 감액 대상 구간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모바일 앱 '내 곁에 국민연금', 우편, 팩스 또는 지사 방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전 온라인에서 본인 인증 후 지금 받을 경우와 연기했을 경우의 예상 수령액을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판단이 어렵다면 국민연금공단 고객센터나 가까운 지사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연기연금의 장점은 분명하다. 최대 5년을 미루면 연금액이 36% 늘고, 그 금액을 평생 받는다. 그러나 36%라는 숫자만 보고 결정할 일은 아니다. 그 36%를 얻기 위해 최대 5년 동안 포기해야 하는 연금도 있기 때문이다.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노후에 필요한 시기에 받는 것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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