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50만 3987곳에 이르는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일상 안에 있다. 반려동물은 고령자의 외로움을 덜고, 산책과 식사처럼 규칙적인 일상을 이어가게 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떠난 자리는 펫로스 증후군 등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상실과 우울을 안겨주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쉽지 않다. 나이든 보호자가 병들고 요양시설에 들어가거나 세상을 떠나면 반려동물의 거처와 돌봄을 다시 정해야 한다. 가족이 맡을 수 없다면 유기나 파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진 만큼 반려동물의 생애도 길어졌다. 노인이 노견을 돌보는 시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한 사회는 보호자가 돌봄을 이어갈 수 없는 순간까지 준비하고 있을까.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만 남겨둬도 되는지 살펴본다.

올해 61세인 ‘민기엄마’는 유기견과 파양된 강아지를 구조해 가족으로 맞이해 왔다. 자녀가 외국생활과 결혼으로 집을 떠난 순간에도 반려견들이 그의 곁을 지켰다. 자식처럼 살뜰하게 살피며 정이 든 반려견들 덕분에 일상이 허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가 노쇠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부모에게 갑작스럽게 돌봄이 필요할 때면 반려견을 집에 두고 오래 자리를 비우기가 신경 쓰였다. 반려견을 돌보는 일도 예전 같지 않았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산책과 병원 진료, 여러 마리의 생활 관리가 모두 부담으로 다가왔다.
“주변에 나이를 모르거나 아프고 불편한 개들이 많았는데, 가여워서 못 본 척 할 수 없었어요. ‘민기’는 아들 친구가 못 키우겠다고 해서 데려왔죠. 다른 반려견은 다 떠나고 민기만 남았는데, 선천적으로 슬개골 탈구와 천식이 있어 관리해줘야 해요. 매일같이 강아지와 산책하는 게 활력소지만, 사람보다 빠르게 나이 들어가는 개들을 챙기는 게 몸과 마음, 경제적으로도 부담이고요. 아마 민기가 마지막 반려견일 것 같네요.”
고령가구 50만 이상이 반려동물과 산다
보험연구원이 당시 통계청의 2020년 인구총조사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고령가구 가운데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는 10.6%로 나타났다. 가구 수로는 50만 3987가구다. 이 중 1인 가구가 12만 6826가구에 이른다. 65~74세 1인 가구의 반려동물 보유율은 8.5%, 75세 이상은 6.7%로 나타났다.

고령자에게 반려동물은 외로움을 덜고 일상을 유지하게 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산책은 집 밖으로 나갈 이유가 되고, 식사와 약을 챙기는 일은 하루의 생활 리듬을 만든다. 반려동물과의 접촉이 고령자의 신체활동과 정서적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노인이 많아질수록 다른 질문도 커진다. 보호자가 반려동물보다 먼저 아프면 어떻게 될까. 병원에 입원하거나 요양시설에 들어가면 누가 산책을 시키고 사료를 살까. 보호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어디로 가게 될까.
반려견을 돌보는 사람도 나이가 든다
반려동물의 생애가 길어지면서 보호자의 노후와 반려견의 노년기가 겹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25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견은 546만 마리,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591만 가구로 추정된다. 2025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치료비를 지출한 반려가구의 평균 치료비는 146만 3000원이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보고서에서 2021년 기준 9세 이상 노령 반려견의 비중이 약 42%에 이른다고 제시했다. 반려견이 나이를 먹으면 정기검진과 약물치료가 필요해지고, 관절·치아·심장·신장 질환처럼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병도 늘어난다. 병원에 데려가는 일도 보호자에게는 시간과 체력이 필요한 일이다.
민기엄마처럼 여러 반려견을 키우는 경우에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한 마리가 아프면 다른 반려견의 생활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 보호자가 부모를 돌보게 되거나 자신의 건강이 나빠지면, 반려견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만 반려동물을 키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려동물이 노년의 고립을 줄이고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선택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두고, 보호자가 돌봄 능력을 잃었을 때를 준비하지 않는 데 있다.
돌봄 공백은 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지자체와 동물보호센터가 구조한 동물은 약 11만 3000마리였다. 이 가운데 43.7%가 안락사 또는 자연사했고, 입양으로 이어진 비율은 27.5%였다. 이 수치가 고령 보호자의 입원이나 사망으로 발생한 동물만을 따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호자가 갑자기 돌봄을 이어갈 수 없을 때 동물을 맡길 공공 체계가 충분한지 묻게 한다.
보험연구원은 보호자의 건강 악화, 요양시설 입소, 사망에 따른 반려동물의 거취 불안을 지적하며 장기요양서비스와 반려동물 돌봄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는 고령자의 산책·병원 동행을 지원하거나,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할 수 있는 요양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호주에서는 장기요양 재가서비스를 통해 반려견 산책이나 동물병원 방문을 지원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일부 요양시설은 반려동물 동거를 허용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고령자 주거도 운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임완섭 연구위원도 최근 워킹페이퍼에서 반려동물 양육을 개인의 취향에만 맡기기보다 사회적 위험과 사회보장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가족이 된 반려동물, 어디에 맡길 수 있을까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늘었지만, 보호자와 반려동물을 함께 지원하는 제도는 아직 분리돼 있다. 노인복지서비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동물보호 정책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 두 영역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노인과 반려동물’은 어느 제도에도 온전히 포함되지 않는다.
반려동물과 사는 고령자에게 필요한 것은 입양을 막는 규제가 아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늙어갈 수 있도록 돕는 생활 지원과, 보호자가 더 이상 돌볼 수 없을 때 생을 이어줄 안전망이다.
우선 보호자의 입원이나 시설 입소 때 이용할 수 있는 임시 돌봄 체계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재가 돌봄서비스와 반려동물 산책·병원 동행을 연계하고, 반려동물 동거가 가능한 요양시설을 확대할 수 있다. 보호자가 사망한 뒤를 대비해 보호자 지정, 사전 돌봄 약정, 펫신탁을 미리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수도 있고, 반대로 보호자보다 오래 살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함께 사는 동안의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남겨진 생명을 누가 책임질지까지 정해야 한다.

‘민기엄마’가 느끼는 체력의 한계는 특정한 개인의 사정이 아니다. 자녀가 독립하고 부모가 노쇠하는 시기, 반려견도 함께 늙어가는 가정에서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문제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회라면, 가족의 구성원이 늙고 병들고 홀로 남는 순간까지 준비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생애를 가족의 선의에만 맡겨두지 않으려면, 이제는 노인복지와 동물복지를 연결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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