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인한 변화를 느껴도 대부분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호소합니다.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가 그런 이들을 위해 어떻게 소통하고 돌봐야 하는지 ‘치매 케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3년 반 동안 돌보던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니 마음이 무너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가족과 달리 돌봄 종사자들은 직업 특성상 슬퍼할 틈도 없이 또 다른 돌봄 현장에 투입돼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까운 관계였음에도 자신의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거나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지요.
이 상황을 ‘박탈된 비탄(Disenfranchised Grief)’이라고 합니다. 1980년대 후반, 미국 뉴로셸칼리지의 케네스 도카(Kenneth J. Doka) 교수가 제시한 개념인데요. 상실과 그에 따른 슬픔을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거나 공개적으로 애도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합니다. 가족이 아닌 친구나 동료, 이혼한 배우자, 반려동물 보호자, 환자와 깊은 관계를 맺었던 의료·돌봄 종사자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계의 깊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슬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주변에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말하더라도 슬픔을 덮어두지는 마세요.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슬픔은 고립감·죄책감·분노 등을 키우고 애도 과정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돌봄 현장에서 반복되는 이별이 겹치면 정서적 소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다음의 3가지를 실천해보세요.
첫째, 슬퍼하세요.
‘요양보호사니까 울면 안 된다’, ‘돈을 받고 일한 직업인일 뿐’이라는 생각을 내려놓으세요. 돌봄 과정에서 형성된 애착과 상실감을 받아들이세요. 그분의 케어 기록이나 사진을 정리하는 일도 단순한 업무 마무리가 아니라, 그분을 보내드리는 나만의 작은 의례라고 생각해보세요. 고인이 좋아하던 노래를 듣거나, 꽃 한 송이 꽂아두는 것도 나의 슬픔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슬픔을 말하세요.
믿을 만한 동료에게 그분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도 이런 일을 겪었다”는 동료의 경험을 들으면 ‘나만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그분과의 추억을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그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일 뿐 아니라 내가 겪은 상실을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마땅한 대화 상대가 없거나 불면증이 계속돼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셋째, 편지를 써보세요.
고인이 갑자기 떠나셨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을 겁니다. 그분에게 미안함, 고마움,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무엇이든 적어보세요. “많이 보고 싶어요. 그동안 예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에는 “어르신에게 받은 예쁨을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만나는 분들에게도 진심을 다할게요” 같은 작은 다짐을 써보는 것도 좋아요. 다 쓴 편지는 간직해도 좋고, 나중에 정리해도 좋습니다.
저 역시 혈관성 치매를 앓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난생처음 불면증을 경험했습니다. 크고 작은 걱정과 후회가 밤새 머릿속을 떠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차라리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과 애도에 관한 책을 밤마다 읽었고, 그중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기억’을 읽다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치매를 앓던 사람이 죽음 이후 육체를 벗어나면서 치매 증상도 사라지고 다시 지혜롭고 영적인 존재로 돌아가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물론 소설 속 이야기였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큰 위안이 됐습니다. 요즘도 저는 아버지가 그리울 때면 책상 위에 있는 양초 모양의 LED 등을 켭니다. 불을 밝혀두면 제 마음이 아버지께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요양보호사님은 앞으로 돌봄 현장에서 또 다른 이별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마다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되기보다 오히려 슬퍼할 줄 아는 요양보호사가 되셨으면 합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지만, 인간관계의 끝은 아닙니다. 그분은 떠났지만 그분과 나눈 말과 느낌은 당신 안에 남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당신에게 붙여준 ‘천사’라는 별명을 기억하세요. 앞으로도 치매로 아픈 분들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려면 지금 당신의 슬픔을 토닥토닥 보듬어주세요.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