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3

치매, 한번 웃어보세요

입력 2026-05-13 06:00

[홍명신의 치매 상담소]

치매로 인한 변화를 느껴도 대부분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호소합니다.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가 그런 이들을 위해 ‘치매 케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그래픽 이은숙 기자ㆍAI 생성)
(그래픽 이은숙 기자ㆍAI 생성)


사랑과 보살핌 속에 보내야 할 어린 시절 어머니가 곁에 없어서 얼마나 슬프고 고단했을까요. 그런 상처를 딛고 ‘엄마의 엄마’가 돼 돌보고 있으니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게다가 소통이 잘 되지 않으니, 해결책을 찾고 싶은 것이겠지요.

사실 치매로 아픈 분과 잘 소통하려면 약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 첫 번째 관문이 바로 ‘미소’입니다. 1990년대 초반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자코모 리촐라티 교수 연구팀은 원숭이의 뇌신경을 연구하다가 거울 뉴런(Mirror Neuron)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은 다른 개체의 행동을 눈으로 볼 때, 자신이 직접 행동할 때와 똑같은 뇌신경을 활성화합니다. 덕분에 관찰을 통해 학습하고, 거울을 보듯 행동을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치매가 진행돼도 비언어적인 모방 능력은 비교적 오래 유지됩니다. 그래서 주로 돌봐주는 사람의 표정과 행동을 따라 하게 되지요. 어머니가 사위의 말을 더 잘 듣는 것도 사위의 부드러운 표정이나 말투와 무관하지 않을 테니, 다음의 세 가지를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꾹 참지 말고 가끔은 말해보세요.

섭섭했던 과거를 어머니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해보세요. 두 사람의 마음이 비교적 차분할 때면 언제든 좋습니다.

“운동회 날에는 엄마가 혹시 오지 않을까 많이 기다렸어요. 엄마가 정말 보고 싶었어.” 이렇게 말해보세요. 어머니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해줄 수도 있고, 조용히 듣고만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말을 어머니에게 직접 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감정이 격해져 소리를 지르거나 윽박지르는 것은 피하세요.


둘째, 거울을 옆에 두고 자주 보세요.

평소 애교가 있고 상냥한 분들은 돌봄 상황에서 유리합니다. 미소를 자연스럽게 지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표현이 서툰 분들은 미소 짓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쁜 거울 을 마련해 가까이 두세요. 그리고 틈틈이 얼굴을 바라보세요. 우리는 평소에 무뚝뚝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도 거울 앞에서는 미소를 짓게 됩니다. 이렇게 자주 연습하다 보면 표정이 점점 부드러워집니다.


셋째, 치매 가족 자조 모임에 참여해보세요.

여러 나라에서 치매 가족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왔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치매 가족 자조 모임이었습니다. 같은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을 만나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고, 실제 돌봄에 도움이 되는 정보와 경험도 얻을 수 있습니다.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기도 하지만, 보통은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가족 모임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까운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보세요.


아버지가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고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 제가 세운 첫 번째 돌봄 원칙도 미소였습니다. 미소는 ‘예쁜 치매’를 만드는 열쇠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저는 원래 잘 웃는 편이라 자주 웃어드렸고, 아버지도 따라 웃으셨어요. 하지만 몸이나 마음이 너무 힘들 때는 저도 웃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밤늦게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아버지의 발을 씻겨드려야 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아버지 발에 비누칠하면서 혼잣말처럼 말했습니다. “오늘 큰 프로젝트 하나가 깨졌어요. 며칠 밤을 새웠는데… 아빠 딸 명신이는 지금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요.” 갑자기 아버지가 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그 말을 들으니 ‘아버지가 나를 이해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뚝뚝 흘렀습니다. 그리고 “괜찮아요”라고 답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위해 웃었습니다. 그런데 웃다 보니 오히려 제 마음이 더 편안해졌습니다. 우리는 흔히 웃을 일이 있어 웃는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웃기 때문에 마음이 풀리기도 합니다. 지나온 과거 때문에 아직 어머니께 미소 짓기가 어렵다면,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먼저 당신 자신을 향해 한번 웃어보세요. 굳어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질 거예요.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미소가 어머니에게도 자연스럽게 건네질지 모릅니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함께 견디고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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