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인한 변화를 느껴도 대부분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호소합니다.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가 그런 이들을 위해 어떻게 소통하고 돌봐야 하는지 ‘치매 케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올해 93세인 엄마는 5년 전 치매를 진단받았습니다. 정정하셨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셨어요. 몇 달 전 요양원에서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으셨고, 다행히 회복이 잘돼 퇴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마지막 시간을 집에서 함께 보내고 싶어요. 정년퇴직도 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기 때문에 잘 돌볼 자신이 있거든요. 솔직히 어머니가 제 딸을 키워주신 덕분에 저는 정년까지 직장 생활을 계속했어요. 이제라도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요. 그런데 동생들이 반대합니다. 동생들에게 돌봄을 맡기려는 것도 아니고 제가 직접 모시겠다는데 왜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고 싶지만, 가족의 뜻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마음이 매우 답답하시겠습니다. 부모님을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어떤 가족은 돌봄 자체보다 가족 간의 관계와 감정을 조율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상속이나 경제적인 문제가 더해지면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치매 돌봄 과정에서 나타나는 형제자매 간의 갈등을 ‘형제자매 역학(Sibling Dynamics)’이라고 부르는데요. 특히 미국에서 어떤 형제는 적극적으로 돌보고, 어떤 형제는 거리를 두는지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혹시 동생들이 무엇을 가장 걱정하는지 물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가족은 원래 익숙한 관계와 역할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족체계이론에서는 이를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함께 방문하는 방식으로 가족 나름의 균형을 유지해왔을 거예요. 그런데 따님이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 오면 그동안 유지되던 역할과 책임이 새롭게 바뀌게 되죠.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예상보다 큰 긴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동생들의 반대 역시 현재를 유지하려는 마음, 어머니의 안전에 대한 걱정, 책임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불안, 부모를 직접 모시지 않는 자녀에 대한 평가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좋은 돌봄인지에 대한 가치관도 다를 수 있고요. 큰따님은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돌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지만, 다른 형제들은 전문적인 요양 시설에서 생활하시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어머니를 집에서 돌보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를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영구적인 결정이 아님을 강조하십시오.
“내가 다 하겠다는데 왜 반대하니?”라고 말하기보다는 “너희가 걱정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먼저 공감해야 대화의 문이 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실 때까지 내가 집에서 모실 거야”라고 단정하기보다 “엄마가 집에 가고 싶어 하시니 우선 한 달만 함께 지내볼게. 그다음 다시 같이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해보세요. 사람들은 영구적인 변화보다 일정 기간의 시도를 훨씬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감정보다 계획을 보여주십시오.
불안은 대부분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커집니다. 잠시 형제라는 관계를 내려놓고 하나의 돌봄팀이라고 생각해보세요. 통합 돌봄 서비스 신청, 방문 간호와 방문 요양 이용 계획, 응급 상황 연락 체계, 야간 돌봄 대책, 기존 요양원과의 관계, 호스피스 이용 가능성, 돌봄 비용 마련 방법까지 문서로 정리해 보여주면 논의의 초점이 ‘집에서 돌봄’이 아니라 ‘계획의 현실성’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셋째, 돌봄 환경을 충분히 준비하십시오.
퇴원 전에 소변줄은 제거할 수 있는지, 콧줄을 이용한 경관영양은 언제까지 필요한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동시에 문턱 제거, 안전 손잡이 설치, 전동 침대, 실내용과 외출용 휠체어, 워커, 자세 변환 용구, 미끄럼 방지 매트, 목욕과 배변용품, 식사 준비 등을 미리 알아보고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준비된 환경은 어머니에게는 안전을, 형제들에게는 안심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따님의 사연을 보면서 제가 아버지를 돌보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제 아버지는 80대 중반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뒤 혈관성 치매를 진단받았습니다. 몸이 매우 쇠약해진 상태에서 우리 집에 오셨고, 제가 모시고 간 병원에서도 그해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치 마지막을 예감하신 듯 아버지는 저에게 유언 같은 말씀도 남기셨습니다. 당신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 제 눈을 바라보며 “죽기 전에 딸하고 살아보고 싶다”고 간절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가족의 경우 아버지의 요청을 제가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형제자매 간의 갈등은 크지 않았습니다.
힘들고 답답한 순간에는 어머니에게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하지만 혼자 모든 책임을 짊어지려고 하지는 마세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처럼 모두의 힘이 모이면 돌봄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으니까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머니를 향한 따님의 따뜻한 마음만은 끝까지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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