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윤리(倫理)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윤리란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원칙과 규범을 말하죠. 관계 속 행동 기준입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스페셜 주제인 ‘돌봄’의 시작을 더듬어보면 1980년대 여성주의 윤리학에서 출발합니다.
미국 심리학자 캐럴 길리건(Carol Gilligan)이 단행본 ‘다른 목소리로’에서 정의 중심의 도덕 발달론이 여성의 관계적·배려적 판단을 열등하게 평가해온 것을 비판하며 ‘배려 윤리’가 출발했고, 미국 윤리학자 넬 나딩스(Nel Noddings)가 이를 체계화했습니다. 그는 지식 전달과 마찬가지로 도덕의 전파 또한 관계·공감·돌봄에서 시작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돌봄’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다루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몸, 물건, 공간, 환경, 관계를 모두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다뤄야 할지 너무도 방대합니다. 개인이 고민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죠.
돌봄을 개인이나 가족의 사적인 책임이 아닌, 사회 전체가 나눠야 할 공적 문제로 화두에 올린 인물은 미국 정치학자 조안 C. 트론토(Joan C. Tronto)입니다. ‘돌봄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한 그는 저서 ‘도덕적 경계들’에서 돌봄을 관심 갖기→보살피기→돌봄 제공→돌봄받기의 4단계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녀를 ‘돌보는 세대’에서 자녀에게 ‘돌봄을 받는 세대’로 늙어갑니다. 누구나 부양할 의무, 부양받을 권리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정부 역시 ‘돌봄 윤리’ 아래 정책을 마련합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은 올해를 ‘통합돌봄의 원년’으로 삼고 있습니다.
가족이 모든 책임을 홀로 떠안으면 몸도 마음도 지치고, 급기야 일상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제도와 지역사회의 손길이 더해지면, 돌봄이 훨씬 덜 외롭고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듯, 돌봄도 이웃·지역사회·제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힘을 얻는 법입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역할은 작게나마 ‘돌봄’이라는 이슈에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돌봄이 필요한 분들이 안전하게 ‘돌봄받기’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좋은 가이드가 되어드리는 것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가슴에 남는 말이 있어 소개합니다. 번역가이자 요양보호사로 일한 이은주 씨가 저서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를 발간하며 남긴 말입니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은 간병이지만, 그 순간 눈을 맞추고 말을 거는 것은 돌봄이다.”
공도윤 편집국장 doyoon.gong@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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