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30

‘국민 아버지’ 최불암 별세…유인촌·최수종 등 애도 물결

입력 2026-10-30 14:02

‘수사반장’·‘전원일기’로 국민적 사랑…67년 연기 인생 마침표

▲배우 최불암, 2017년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인터뷰 당시.(브라보 마이 라이프 DB)
▲배우 최불암, 2017년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인터뷰 당시.(브라보 마이 라이프 DB)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드라마 ‘수사반장’과 ‘전원일기’,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등을 통해 오랜 시간 시청자들과 함께한 고인의 별세 소식에 연예계와 대중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30일 유족 등에 따르면 최불암은 29일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져 14년간 진행한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다. 이후 재활에 힘써왔으나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5일장으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이수성·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한다.

▲MBC 드라마 ‘수사반장’(1971~1989) 스틸컷.(MBC)
▲MBC 드라마 ‘수사반장’(1971~1989) 스틸컷.(MBC)

‘수사반장’부터 ‘전원일기’까지, 국민의 곁을 지킨 배우

1939년 인천에서 태어난 최불암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했다.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탤런트로 선발되며 본격적으로 브라운관에 진출했다. 이후 MBC 드라마 ‘수사반장’(1971~1989)의 박영한 반장과 ‘전원일기’(1980~2002)의 양촌리 김 회장 역을 맡아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전원일기’에서는 김혜자와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한국의 전통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줬다.

고인은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젊은 시절부터 노역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드라마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했다.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바람불어 좋은날’,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에도 출연했다. 1992년에는 제14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으며, 1996년 ‘전원일기’로 연기 활동에 복귀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친근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에 이어 2011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며 전국 곳곳의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특유의 구수한 목소리와 호탕한 웃음은 고인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남았다. 2024년에는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 특별출연해 오랜 팬들에게 반가움을 안기기도 했다.

고인의 삶은 연기뿐 아니라 나눔으로도 이어졌다. 1981년 ‘전원일기’에서 버려진 아이 금동이를 입양하는 이야기를 계기로 초록우산과 인연을 맺었다. 1985년부터 전국후원회장을 맡아 아동 후원과 복지 증진에 힘썼으며, 소년수형자의 교화와 사회복귀를 돕는 사단법인 ‘제로캠프’ 활동에도 참여했다. 평생 이어온 아동·청소년을 위한 헌신은 고인의 장례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평생 연기를 통해 이웃의 삶을 비추고, 나눔을 통해 다음 세대의 꿈을 응원했던 최불암. 고인은 2017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의 인터뷰에서 “배우란 사회, 사람의 반향판이에요. 관객이 그 배우를 보면서 자기 자신을 순화시키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가 남긴 말처럼, 그의 연기와 삶은 오랫동안 대중의 기억 속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공로와 연기 활동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수사반장’과의 인연으로 명예 경찰에 위촉됐으며, 2024년에는 명예 국가수사본부장(명예 치안정감)에 올랐다.

▲KBS ‘한국인의 밥상’ 출연 당시 최불암의 모습.(KBS)
▲KBS ‘한국인의 밥상’ 출연 당시 최불암의 모습.(KBS)

유인촌 “22년간 아버지로 함께”…최수종 “사랑합니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온 동료와 후배들의 추모가 잇따랐다. 특히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아들 역할을 맡았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0일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유 전 장관은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배우로 데뷔할 당시부터 최불암이 아버지 역할을 맡았으며, ‘전원일기’에서도 22년간 부자지간으로 함께했다고 회상했다. 평소에도 고인을 아버지라고 불렀을 만큼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였다고 전했다. 최근 건강이 나아지면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고인에게 들었던 삶의 조언도 떠올렸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가르침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던 ‘국민 아버지’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의 진행을 이어받은 배우 최수종도 추모에 동참했다. 최수종은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인의 사진과 함께 “한평생 배우라는 이름을 넘어 대한민국 이웃들의 땀방울과 밥상 위의 삶을 가장 깊이 경외하고 아껴주셨던 선생님”이라며 애도의 글을 남겼다. 이어 “선생님이라는 커다란 그늘 아래에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라며 고인의 평안을 기원했다. 특히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세 차례 반복하며 존경과 그리움을 표현했다.

최수종은 지난해 4월부터 최불암의 뒤를 이어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에도 고인의 존재감이 워낙 컸던 만큼 후임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14년간 전국의 밥상을 찾아 평범한 이웃의 삶에 귀 기울였던 선배의 자리를 이어받은 후배의 추모는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 밖에도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 장관은 지난 6월 병문안 당시 고인과 나눴던 막걸리 약속을 떠올리며 슬픔을 전했다. 대중 역시 ‘수사반장’의 박 반장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 ‘한국인의 밥상’의 따뜻한 목소리를 기억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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