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시집을 와서
꽃이 피고 지기를 몇번을 반복했던가!
평생을 걸었을 이 길
어쩌면 매운 시집살이에
떨어지는 벚꽃을 바라보며 눈물 지었을지도 모른다.
파아란 새싹이 돋았을 때
귀여운 아들을 업고 강변길을 따라 삼례장까지 걸었을지도 모른다.
장성한 자식들이 모두 떠나고
낙엽지는 길을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았을지도 모른다.
겨울 지나고
벚꽃은 윤회하는데
삭정이 같은 늙은 육신을 유모차에 의지하며
힘들게 한걸음을 떼어놓는 지금도 할머니는 윤회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 / 사진 : 신운섭 (전북 완산 봉서초등학교 교장)
※ 전북 완산 봉서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계신 신운섭님의 파워블로그 '빛과 바람을 그리는 건지의 사진 이야기'의 게시물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사이트의 성격에 맞게 편집했습니다. 건지 마가렛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계신 신운섭님의 블로그에서는 간직하고 싶은 순간, 자연, 여행, 생활 속 소소한 사진 등 현장의 생생함을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