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계 위험한 현주소①] 제사보다 젯밥, 미래 어둡게 하는 상조회사

기사입력 2014-08-04 09:44 기사수정 2014-08-06 11:25

연예인이 등장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완벽한 서비스를 경험해보라’고 광고하는 상조회사 CF,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 이상 봤을 친숙한 컨셉의 CF다. 그러나 상조회사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는 어두운 이미지와 더불어 잊을 만하면 터지는 횡령 사건, 소비자 피해 속출, 사업의 불투명성, 도덕적 해이, 부도 등등의 문제들이 뒤섞여 있어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조업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파악된 가입 회원은 무려 378만 명에 이르며 선수금의 규모는 3조원을 넘는다. 수많은 사건 사고, 그리고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번창하는 사업이라는 모순. 상조업계가 지금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살펴봐야 할 이유다.

“아니, 대체 왜 안 돌려준다는 거야?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지금 당장 돌려 드리는 건 어렵습니다.”

주부 김혜민(가명) 씨는 상조회사 직원과 수개월째 다투고 있다. 5년 전 친구의 소개로 한 상조회사에 가입했는데 서비스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해약을 결심했다. 그런데 해약할 경우 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불입금은 돌려줘야하는데, 회사는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해약한 지 세 달이 지났는데도 회사가 어려워 당장 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 돈을 못 돌려주는 것인가 안 돌려주는 것인가?

김 씨의 사례는 상조회사와 관련돼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입자의 피해 사례인 해약환급금 미지급 건이다. ‘회사가 어려워져’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건 시장에 대한 신뢰도와 직결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작 상조업은 미래의 불확실한 시점에 서비스 이행을 담보하는 구조다. 즉 신뢰야말로 상조업의 핵심적인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미리 돈을 납부하는데 서비스는 언제 받을지 모르니 채무불이행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규정하고, 해약환급 의무화 등 여러 소비자보호 장치를 마련해뒀다. 그런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상조회사가 많다. 그래서 지금 상조회사들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에 머물고 있다.

상조서비스 가입한 회원들은 가격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입관용품(관·수의), 의전용품(제복·치마저고리·양복·와이셔츠·넥차이), 장의차·리무진, 장례도우미·장례지도사 등 서비스를 받게 돼 있다.

무턱대고 가입하다보니 터무니없이 높은 장의용품 가격, 물품 강매, 끼워팔기 등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업체들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상조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빅데이터연구소와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타파크로스가 분석한 ‘2014 상조회사 브랜드 만족도’에 따르면 가격, 다양성, 전문성, 신뢰성 등 4가지 항목에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조회사 인식 빅데이터조사 결과, 응답자의 24% 이상이 상조서비스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현실적으로 개인이 감당하기에 핵가족화 된 현실에서 장례식은 너무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믿을 수 있는 상조회사를 선택해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떤 상조회사가 믿을만한 회사일까. 상품 품질이나 행사 서비스 등 가장 기본적 사항을 이행하는 회사가 그 답이다.

효원상조 정용문 본부장은 “소비자는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만 믿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의 잠정적 피해가 크다. 그래서 개인 선불식 상조에서 회사 및 단체를 중심으로 행사 후 비용을 지급하는 후불식 서비스로 많이 전환되는 추세에 있다”며 “기존 상조시장의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상조업체 임원은 “신규 영업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건실한 업체들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신상품을 론칭하는 등 상조시장의 어두운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있고, 장차 보험-금융 등 대기업의 진출이 불가피할 것”이며 “올해 상반기까지 업계에 많은 시련이 예상되지만 이러한 과정을 지나고 하반기 부터는 옥석을 가려내 본격적인 상조시장의 재도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상조회사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계속되는 사건사고들

상조서비스는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다. 일본에서 시작된 상조가 우리나라로 넘어 온 것은 1982년 부산상조가 처음이며,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발달하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두 나라밖에 없기 때문에 국제산업분류표에도 없는 업종이기도 하다.

상조서비스를 ‘보험’과 착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상조는 보험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서비스 업종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정부에서는 상조업을 그냥 변형된 장례업의 일종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기타 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장례업의 정부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다. 하지만 상조업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조법은 커녕 상조 관련 법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상조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대량의 민원이 발생하자 정부는 상조업의 주무부서를 공정거래위원회로 정하고 소비자 피해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

그 결과 2010년 9월 선수금을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선불식 할부거래업법’(이하 할부거래법)이 시행된다. 이를 통해 소비자 피해 보상보험계약(선수금 또는 예치금) 등의 체결 의무화 및 등록제 실시, 계약 해제 시 상조회사의 해약환급 의무화 등의 소비자보호장치를 도입하게 됐다. 또, 할부거래법이 도입되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조회사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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