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남자만을 위한 요리교실’?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요리교실인 행복남 요리 교실의 모습.
쿠킹앤 행복남 요리교실은 복잡한 레시피에 지친 남자들을 위해 쉬운 요리 방법에
특유의 센스를 더한 수업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요리를 통해 삶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맛과 멋을 아는
남자들의 요리교실을 살펴보았다.
밤섬과 한강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쿠킹앤의 행복남 요리교실은 남성들만을 위한 특화된 요리교실로 유명하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임직원, 대학교수, 금융기관 은퇴자 등 사회 고위층 남성들이 주 수강생이다. 한희원 행복남 요리교실 대표는 SK, 도래이첨단소재, 신한은행, 롯데 등 기업들과 함께 ‘쿠킹&팀워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요리에 소외된 사람들을 중시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개인보다는 조직을, 그리고 요리 교육에 쉬이 접근할 수 있는 여자와 아동을 빼면 청소년과 남자가 남더군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 교육은 힘들 것 같았습니다. 남자를 대상으로 하는 요리 교육을 하자고 결정하게 됐습니다. 요리를 배우려고 찾아봤는데 자격증 위주로 된 곳만 많다는 하소연도 그 결정에 한 몫 했죠.”
여자의 요리는 직관적, 남자의 요리는 매뉴얼적
한희원 대표가 작금의 남자 셰프 붐보다 앞서서 ‘남자를 위한 요리교실’을 만들기로 한 것은 블루오션을 찾기 위한 모색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게 어느새 3년 차.
“주 연령대는 40대 후반부터 50대 이후가 많습니다. 그 정도 나이대가 되어야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게 가능해져요. 교육은 1조를 2인에서 4인의 구성으로 만들어 진행합니다. 너무 인원이 많아지면 교육의 의미가 없거든요. 그리고 남자분들은 손이 많이 가요(웃음).”
한 대표는 여자들은 요리를 직관적으로 많이 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여자인 만큼 요리에 관해서는 살아오면서 봐온 것이 많기에 그런 것이다. 그래서 의외로 여자들 중에서는 레시피대로 안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반면 남자들은 레시피의 토씨 하나도 안 틀리고 그대로 하려고 한단다. 또한 요리에 대해 계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요리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남자의 비법
“저희는 남자들이 요리를 배워서 집에서 계속 요리를 하게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봅니다. 그래서 남자가 요리로 가족이나 지인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실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일수록 가정에서는 헛돌게 되기 마련이다. 아버지들이 겪어야 하는 주말의 집안 풍경을 떠올려 보자. 아이들은 모두 스마트폰만 보고 있고 아내는 아내대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고된 노동의 나날을 마치고 얻게 된 쉬는 날, 아버지가 가정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집에 있어도 자신은 없는 존재 같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 현실을 극복하고 가족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요리다. 그래서 한 대표는 ‘요리를 한 가지라도 하셔라’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상식 계열보다는 스페셜한 이벤트성 요리를 가르칩니다. 만들어서 내놨을 때 가족들이 ‘우와, 이걸 아빠가 했어’ 하는 그런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요리 말이죠. 남자는 리액션이 있어야 의욕이 생기거든요(웃음).”
한 대표는 일상식으로서의 밑반찬은 만들기가 의외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맛의 요리가 나와야 할 텐데 그 맛이 안 날 수도 있고, 그러면 좌절하게 되고 요리에 관한 관심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관심이 생기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요리를 통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
한 대표는 남자 요리교실이 단순히 요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하기 위한 준비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저희들은 요리하는 사람이지만 요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요리를 갖고 무얼 하느냐가 중요하죠.”
한 대표의 기억에 남는 수강생 중 70대 CEO가 있다. 부인이 몸이 안 좋아진 상황이었고, 개인적으로 요리를 배우고 싶었는데 일 때문에 못한 이였다. 그는 70대라는 나이가 되니 부담 없이 갈 데도 없어진 상황에서 소개를 받고 요리교실에 들어오게 됐다.
그의 집에는 주말이면 아들이 며느리와 함께 방문한다. 그런데 며느리가 음식을 안 해서, 결혼 후에 단 한 번도 며느리의 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요리교실을 다니게 된 후, 하루는 주말에 그가 요리를 해서 아들 부부에게 내놓았다. 의외의 상황에 며느리가 깜짝 놀랐다. 더군다나 맛있기까지 했다. 며느리는 ‘제가 해야 하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그러나 이내 분위기는 굉장히 좋아졌고 그 다음 주에는 아들의 결혼 이후 처음으로 며느리가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감식안 있어야
남자요리가 콘텐츠의 대세가 된 현재를 한 대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녀는 요리에 대해 쉽게 접근하자는 관점은 좋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리를 할 때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먹거나 만드는 음식에 뭐가 들어가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좋은 것이 뭔지, 나쁜 것이 뭔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요즘 트렌드는 너무 간결하고 빠르게 만든다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그 부분이 취약해지고 있어요. 모르면 속게 되어 있어요. 요새는 먹거리로 장난을 많이 치니까요.”
한 대표는 요리교실의 미래를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밥상에 소통을 더하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기도 한다. 한국인이면 밥은 삼시세끼를 먹게 된다. 한 대표 생각에는 하루에 세 번이라는 그 좋은 소통의 기회를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뺏어먹을까 봐 걱정하는 것처럼 먹느라 소통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밥 좀 처먹지 마세요(웃음).’ 함께 먹는 사람을 생각해야죠. 아무 말도 없이 밥만 먹는 사람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겠어요? 그런 사람을 보면 밥맛 떨어진다고 하죠. 배려하지 않는 식사이기 때문이에요. 그게 비즈니스 자리라면, 거래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죠.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 남자 직장인들은 그렇게 먹는다는 겁니다. 우리가 못 먹어서 밥을 먹는 게 아니잖아요? 맛집을 찾아가면 뭐해요? 거기 가도 그렇게 먹을 텐데. 뭘 먹었는지 누구와 먹었는지 기억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요리로, 식사로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한 대표는 식사가 곧 소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실천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좀 더 주어진 것을 즐기고 소통을 즐기라는 게 그녀의 조언이었다.
“왜 공기밥은 맛없을까요? 꾹꾹 눌러 담아서 그래요. 그래서 저희는 밥 푸는 법도 가르쳐요. 주걱으로 던지듯이 퍼담는 건 안 되죠. 아래 위를 잘 섞어서 공기가 잘 들어가도록 토실토실하게, 밥알을 살리듯이 담아야 합니다. 그러면 ‘아 옛날에 어머니가 이렇게 담았지. 복 들어가라고’라며 새삼 깨달으시더군요.”
남자들에게 ‘요리’가 단순히 음식을 만들거나 끼니를 때우기 위한 행동을 넘어 가족 간의 사이를 좁혀주는 ‘소통’이며 70 평생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았던 주방을 기웃거리게 만드는 ‘관심’이고 서툴지만 정성 가득한 한 상을 아내에게 바치는 ‘희생’이 될 수 있다는 걸 한 대표는 보여주고 있었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상대를 위해 만드는 즐거운 놀이로서 요리에 접근해보자. 삶의 변화와 기쁨이 보장된, 그것만큼 즐거운 놀이가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