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일상의 행복

기사입력 2016-07-14 16:36 기사수정 2016-07-14 17:02

▲복지관에서 사진 찍어주기 봉사하는 사람들. (손웅익 동년기자)
▲복지관에서 사진 찍어주기 봉사하는 사람들. (손웅익 동년기자)
‘휴가’라는 단어는 언제나 마을을 설레게 한다. 반복되는 일상의 탈출. 며칠간의 탈출이지만 일상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칠말팔초’가 휴가철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꼭 그렇게 방 구하기도 힘들고 바가지도 절정에 달하는 이때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 물론 이 시기는 장마도 끝나고 더위도 절정이긴 하다. 그러나 요즘은 기후변화로 장마기간도 예측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칠말팔초가 되면 나라전체가 온통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맛있는 음식은 맨 마지막에 먹으면서 식사의 행복한 마침표를 찍듯이 필자는 남들이 다 다녀온 늦가을에 휴가를 간다. 아내는 여름 휴가철에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과 휴가를 다녀오기 때문에 늦가을 휴가는 필자 혼자서 간다. 무작정 떠나는 것은 아니다. 매년 나름대로 주제를 정한다. 최근의 예를 들면 ‘추억여행’이 휴가의 주제인 경우 코스는 다음과 같다. 우선 종로 뒷골목에 남아있는 ‘피맛골’ 좁은 골목길을 걷는다. 그 길은 친구들과의 오랜 흑백사진이 남아있는 길이다. 다음날부터는 청평 안전유원지, 남이섬, 강촌, 춘천 김유정 문학관 등을 돌면서 학창시절 엠티 다녔던 추억을 떠올린다.

‘성지순례’ 가 주제인 경우는 전국에 있는 순교지나 멋진 종교건축을 찾아다닌다. 아주 가벼운 차림으로 카메라와 작은 배낭하나만 준비하면 된다. 이렇게 목적지를 찾아다니면서 가을 곡식이 익어가는 논길을 걷기도 하고 시냇가에 앉아 물소리도 듣고 잠자리와 함께 가을 햇살도 즐긴다. 가는 곳마다 음식은 인터넷에서 미리 다 찾아보고 그 지역에서 가장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간다. 혼자 다니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침묵여행이다. 아주 느린 걸음으로 이렇게 며칠 다니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어느 장애인 복지관장님과 여름휴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장애인복지관에서 작년에 시행한 휴가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복지관은 주간 보호시설이라서 아침에 부모들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데려와서 맡기고 저녁에 집으로 데려가는 시설이다. 매일 그렇게 반복되기 때문에 장애아들의 부모들은 휴가를 떠날 수 없다. 그래서 작년에 복지관에서 아이들을 야간에 맡아서 보살펴 주는 날을 정하고 그 아이들 부모들을 제주도 여행을 시켜 드렸다고 했다. 여행을 떠나는 모든 분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에겐가 아이를 맡기고 부부가 함께 어디 놀러가 본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징하고 울리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자랑처럼 떠들었던 혼자서 떠나는 나만의 휴가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가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우리는 일상의 당연한 것에 별로 감사하지 않는다. 뭔가 특별하다고 느낄 때에만 그야말로 특별한 감사를 표현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공기처럼 지극히 당연해서 일상에서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것들이 너무도 소중한 경우가 많다. 이제 또 여름 휴가철이 돌아왔다. 물론 올해도 필자는 늦가을 휴가를 떠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 없이 홀가분하게 일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행복해진다. 주변을 돌아보니 올해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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