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

기사입력 2016-08-16 16:40 기사수정 2016-08-16 16:40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국토가 넓다. 그러나 개인 사람이 필요한 넓이가 3평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사는 거 같다. 4식구가 사는데 13평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넓을 필요가 없다는 아주 당연한 생각들이어서 아담하고 작은 공간을 가지고 살면서 아무 불평이 없다. 가구들도 집에 알맞게 오밀조밀하게 정돈하고 산다.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은 작은 베란다가 없으면 길가로 난 창이나 현관 주위에 꽃들을 장식한다.

작은 공간에 알맞은 화분 배치와 옹기종기 귀여운 그러나 갖가지 색깔이 곱게 피는 식물들을 골라 정성껏 잘 키운다. 동네를 돌다보면 그 집마다의 개성이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하는 화분들의 앙증맞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흐른다. 하나같이 잎사귀들은 햇빛을 받아 빤짝거리고 싱싱하게 보인다. 그 주인을 닮은 인사를 하는 듯 꽃들이 반기며 웃는다. 지나가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처음 만나는 꽃을 유심히 들여다보게도 되고, 가끔은 물 주기나 손질해 주는 주인과 처음 만나지만 일상의 대화를 옛 친구를 만난 듯 주고받기도 한다. 꽃을 가꾸는 사람들이라 그럴까? 온화한 세상의 맛을 듬뿍 안겨 주는 성품들이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날씨 얘기도 꽃 얘기도 정말 기분 좋게 대화나누기가 되니 얼마나 좋은가?

그들은 정성들여서 꽃에게도 생활얘기를 나누면서 키운단다. 어느 혼자 사는 할머니는 시집간 딸이 너무 멀리서 살아 자주 만나 수가 없어서 딸처럼 인사를 하며, 보고 싶은 딸에게 하고픈 말들을 해 주면서 딸 같이 키운다고도 했다. 식구라고는 아무도 없으니 꽃들이 식구처럼 되었다고. 혼자 사는 내게 외로움도 모르고 늘 뭔가를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는 즐거움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할머니였다.

어느 집은 가지나 오이, 토마토를 정성들여서 키운다. 꽃이 피고 지면 열매가 맺으니 얼마나 예쁘냐며 환하게 웃는다. 이웃들과 나눠 먹으면서 사는 게 즐겁다고 했다. 나름 자기들만이 가지고 있는 꽃 기르는 마음들이 순수해 보였다. 아주 작은 공간에도 소중하게 몇 송이가 안 되어도 기르는 마음이 곱다. 갈고리를 만들어서 담 너머로 방긋 웃어 보이는 걸이 화분들도 귀엽다. 가끔 담 위에 긴 상자를 만들어서 키 작은 화초들을 심어 놓은 것도 지나가는 사람들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인사 같아서 좋아 보였다.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 가는 우리나라에도 요즘엔 여러 가지 꽃들이 거리 곳곳에 심겨져 있다. 일본 사람들의 아기자기한 주인들의 마음보기와는 전연 다른 맛이지만 사시사철 화려해 보이고 거리가 밝게 보인다.

우리 아파트에 일층 어느 주민이 자기 앞 뜰을 주워온 돌로 장식해가며 예쁘게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가지가지 꽃들도 예쁘게 가꿨다. 난 반갑고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나무 팻말이 꽂혀 있었다. 거기엔 <이웃들이 싫어하니 이 모든 것들을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관리소장백> 어머니와 나는 서로 아무 말 없이 들어왔다. 내겐 오고 가던 산보 길에서 한가지의 즐거움을 빼앗겨 버린 아주 슬픈 기분이었다. 어머님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정서적으로 조화롭지 못한 사람의 마음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 슬펐다. 말없이 피어서 사람 가슴에 아름다움을 심어 주고 가꿔주는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꽃가꾸기가 온 동네를 만들어 가고 나라를 만들던 일본 사람들이 좋아 보인다. 시골에도 도회지에도 일본 어느 곳을 가도 그렇게 꽃을 가꾸는 손길이 있어서 정답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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