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을 할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6-09-19 10:34 기사수정 2016-09-20 09:10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날이 오긴 올 것이다. (강신영 동년기자)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날이 오긴 올 것이다. (강신영 동년기자)
지난 달 양재동 케이호텔에서 열린 마스터즈 댄스스포츠 대회 중 한 프로선수의 은퇴식이 있었다. 경기 대회 중간에 은퇴식을 넣어 주는 것이다. 은퇴 댄스 시범을 보이고 박수를 받고 마치면 주최 측에서 준비한 은퇴 공로패 정도를 받고 문하생들이 꽃다발을 안겨준다.

그날 은퇴한 선수는 30대 중반의 나이였다. 아직 상위 급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데 왜 벌써 은퇴하느냐며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다.

그날 우승한 선수의 아버지도 아들을 3년 후에 은퇴시키겠다고 했다. 할 만큼 다 해봤고 이젠 돈을 벌게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정상에 있을 때 화려하게 은퇴하는 것이 보기 좋다고도 했다.

선수들이 은퇴할 시기를 잡는 것은 선수마다 다르다. 그날 우승자처럼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는 것이 이미지 관리 상 좋다는 사람도 있다. 평생 그 이미지로 남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다른 선수들은 더 이상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 한계를 느낀다.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그 때문에 밀리면 나이 들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나이 들었음을 깨닫는 것은 또래나 후배들이 먼저 은퇴하고 심사를 보고 있을 때 느끼는 모양이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선수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댄스 선진국 영국이나 이탈리아 등지에 자주 레슨을 받으러가야 한다. 알량한 레슨비 벌어 둔 것을 그때 가서 다 쓰고 오면 다시 빈털터리가 된다. 그 생활을 연속하다 보면 모아둔 돈은 없고 가정을 꾸몄을 때 경제난에 봉착하게 된다.

신체적인 문제도 있다. 고된 훈련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나이 들면서 체력이약해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 30대 중반에 은퇴하는 프로 선수들이 많다. 그때쯤이면 여자 파트너도 임신 출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복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파트너와 더 이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그 참에 은퇴해 버리는 선수들도 많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해서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새로 파트너를 구해야 하는데 다시 손발을 맞춘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 100세 시대에 30대 중반이면 은퇴해야 하는 현실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 경우도 은퇴할 때 협회에서 은퇴식을 해주겠다는 제의를 한 적이 있다. 프로도 아닌데 언감생심이라고 사양했지만 대회 중간에 은퇴식을 위해 잠시 시간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현재는 파트너가 없어 휴업 상태라서 현역으로 뛰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발을 끊은 것은 아니니 은퇴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은퇴라고 생각하니 서글퍼지기도 한다. 댄스가 아닌 직장생활 현역에서 퇴직했을 때는 오히려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가슴이 설레었었다. ‘은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은퇴’는 완전히 손을 때고 뒷방에 물러앉는다는 의미가 있어 내키지 않는다. 혹시 파트너가 생긴다면 마지막으로 프로 전향을 하면서 은퇴식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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