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논쟁, 사슬 끊기가 먼저다

기사입력 2016-09-21 11:13 기사수정 2016-09-22 09:24

▲정부 세종청사 전경 (백외섭 동년기자)
▲정부 세종청사 전경 (백외섭 동년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 법)은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왕창 망했다는 상인들의 아우성이 있는가하면, 특수를 노리는 ‘란파라치’ 양성학원 이야기도 추석 밥상머리의 인기 메뉴였다.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과는 거리가 한참 먼 이야기였다.

◇본말이 전도된 김영란법 논쟁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여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정된 지 상당한 세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가 시행을 코앞에 둔 추석 전에야 ‘접대’문제로 논쟁에 불이 붙었다.

3.5.10제에 이르러서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한도액이 낮으니 올려야 한다.”고 당연히 접대 받아야 되는 것처럼 주장하였다. 몇 천 원짜리 대중음식점을 이용하는 서민이나 대다수 선량한 공직자도 주위에 많다. 청렴사회를 구현하는 방안에 대하여는 일언반구도 없는 이런 논쟁에 가슴이 아프다. 접대를 하여야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

누구는 투덜대며 몸조심을 다짐할 테고, 대박의 꿈에 부푼 누군가는 법 시행을 고대할 것이다. 올 추석 백화점 매출은 “건강식품·생활필수품 등 실속형 중저가 상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5만 원 이하 선물 주기 예행연습을 하는 셈이다. 그간 외쳐대던 사법·검찰개혁·특권 내려놓기 이야기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먹이 사슬의 구조

모피아로부터 시작한 관피아·해피아 등은 모두를 옥죄고 있는 먹이사슬의 전형이다. 전·현직이 뒤엉켜있고 혈연·지연·학연 사슬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폐해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3.5.10제를 국민 앞에 제시하면서 고위 공직자, 사회지도층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수십·수백억 먹이사슬에 묶이고 있다.

국가자격증 자동부여제도를 개선할 때가 되었다. 공무원으로 일정기간 근무 후 퇴직하면 법무사, 세무사, 관세사 등 국가자격증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제도가 있다. 퇴직 후 취업을 일부 제한하고 있으나 ‘자격사 개업’은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사회에서는 50초반에 은퇴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그럼에도 고위공무원은 정년퇴직 후에도 공기업으로, 다시 사기업으로 자리가 이어진다. 공공기관 임원은 자회사로, 다시 협력업체로 생명을 이어간다. 토박이도 퇴직하는 그 나이에 ‘물 위의 기름’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낙하산 타고 무엇을 하겠는가?

◇먹이 사슬부터 끊어라

퇴직 즉시 공무원에 대한 국가자격사 자동부여제도를 시정하여야 한다. 쟈격을 부여하더라도 퇴직 후 상당기간 경과 후에 하여야 한다. 대신 공무원선발을 암기식 시험에만 의존하지 말고, 일정한 경력소유 자격사 중에서 다수를 채용할 필요가 있다.

공직재직기간에는 당연히 자격이 정지되고, 퇴직 후 상당기간이 지나야 자격을 회복하도록 하여야 한다. 퇴직 후 일정기간 취업·개업제한은 근무처, 담당업무를 구별할 필요 없이 전면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김영란법이 공직자 등의 의식을 개혁하고 국가를 한 단계 도약시킬 좋은 기회라고 흔히 말한다. 이 법이 국가를 확 개조하는데 일익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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