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를 보니

기사입력 2017-01-19 10:39 기사수정 2017-01-19 10:49

▲영화 '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를 보니(최은주 동년기자)
▲영화 '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를 보니(최은주 동년기자)
지난 해 한국인의 사랑을 가장 받은 해외여행지로 일본의 오사카와 도쿄가 손꼽혔다. 긴 휴가를 내지 않아도, 짧은 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그런데 필자는 반듯하고 복잡한, 서울과 별 다른 것 없는 대도시 도쿄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도쿄에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모리사키의 하루하루’라는 영화를 보고난 후였다. 2010년 개봉한 영화로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았지만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이라는 책으로 나와있다.

도쿄의 진보쵸 책방거리를 배경으로 자그마한 헌책방에서의 일상을 담은 영화다. 회사원 타카코는 1년 넘게 만나던 남자에게 실연 당한 후 괴로워한다. 그러다가 모리사키 삼촌의 권유로 진보쵸에 있는 삼촌의 집으로 온다. 2층 다락방에서 살면서 삼촌을 도와 헌책방 일을 하지만 하루하루 의미없는 시간을 보낸다. 그런 다카코에게 헌책방 단골 손님은 “책을 읽지 않으면 세상의 겉 밖에 볼 수 없어. 얄팍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면 여기 있는 훌륭한 책들을 읽어봐“ 라고 말한다.

한편 매일 빈둥거리며 지내는 게 불안해진 다카코에게 삼촌은 “인생이란 가끔 멈춰보는 것도 중요해. 지금은 잠깐의 휴식이야. 너라는 배는 지금 이 마을에 닻을 내리고 있어. 잘 쉬고 나서 다시 출항하면 되지.” 라며 부드럽고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그러면서 진보쵸에서 생활을 즐기라고 다독인다.

책을 좋아하지 않던 타카코는 책방을 돌아다니며 누군가 책 사이에 꽂아 놓은 마른 꽃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읽으며 밑줄 그은 말들을 본다. 그녀는 책을 읽으면서 전에 그 책을 읽었던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고 그들과 교감하며 책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거나 햇살 비추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타카코의 모습이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사람들은 시간을 헛되이 쓰면 불안하다.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이렇게 지내도 되나’ 라는 의심이 들어, 힘들어도 악착같이 버티고 살아낸다. 힘겨울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에게 ‘좀 쉬어가도 괜찮아’ 라는 말을 건넨다. 버티는 삶이 힘들고 고단한 사람, 상처 받아 넘어진 사람들에겐 이 한마디도 커다란 위로가 되고 힘이 될 것이다. 잠시 쉬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내면의 가치를 스스로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이 영화가 가르쳐 준다.

도쿄 간다에는 진보쵸 역을 중심으로 150개가 넘는 서점들이 있다고 한다. 세계최대의 책방 거리다. 청계천에 줄지어 있던 헌책방도, 서울대 앞 녹두거리를 지키고 있던 단골책방도 자취를 감추고 만 우리와는 달리 도쿄 한복판에 세계최대 책방 거리가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매년 창고에 쌓아둔 먼지 쌓인 책들을 꺼내 헌책축제도 연다는 진보쵸 거리. 다시 도쿄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 다카코가 걸었던 그 길을 경쾌한 발걸음으로 따라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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