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동의 본래 이름은 봉천 6동이었다. 오랫동안 달동네 이미지가 강했던 봉천 6동이 주민들의 요청으로 행운동으로 개명했다. 주민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는 이름과는 달리 범죄발생비율이 높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1인 가구비율이 높고 여성가구가 특별히 많은데다가 낡고 후미진 골목엔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이었다. 이후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분위기를 밝게 바꿔보자는 의견을 내고 인근 아티스트들이 적극 참여해 고백이라는 테마의 낭만적인 골목길이 만들어졌다. 이제 행운동 고백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널리 알려져 이름처럼 예쁜 동네가 되었다.
고백길을 찾아가려면 서울대입구역 8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행운동 주민센터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오래된 동네 골목길이 나온다. 행운동 주민센터 맞은 편 언덕길을 시작으로 관악중학교까지 이어진 이 길에는 고백이라는 컨셉으로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좁고 후미진 골목길에서 만나는 귀엽고 화사한 벽화들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골목길 담이 캔버스로 바뀌고 거기에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지자 골목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서장훈과 이경규가 화해 포인트로 삼은 천사 날개 아래는 수줍은 고백을 하고자 하는 청춘들이 찾아온다. 700m 가량 이어진 고백길 지도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요리 구불, 조리 구불 오래된 동네 골목길은 지도로 찾기 어렵다. 걷다가 길을 잃어도 발길 가는데로 걸어가면 어느 새 유쾌한 담장과 다시 만날 수 있다.
담장에 그려진 벽화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관악중학교 담벼락에 이른다. 여기에는 친구와의 우정을 표현해 놓은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경사진 담을 따라 공중전화에 줄 선 아이들이나 종이컵 전화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언덕 높은 곳에 있던 학교를 다니던 옛날이 떠오르기도 했다.
고백이란 말이 연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부부나 친구, 가족 사이에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고백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쑥스럽고 부끄러워 쉽게 꺼내지 못하고 있다면, 이경규와 서장훈이 오해를 풀고 화해했던 천사 날개를 찾아보면 어떨까.
가까운 곳에 요즘 가장 핫한 샤로수길이 있으니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 앞에 놓고 이야기 나누는 건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