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쯤 오려나?

기사입력 2017-02-19 14:34 기사수정 2017-02-19 14:35

겨울 떠나보내고 봄을 재촉하며 창가를 소곤소곤 두드리는 비가 밤새도록 귓전에서 맴돈다. 어느덧 절기상으로 ‘우수’가 성큼 다가와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사위어가는 한 줄기 희망의 모닥불을 살려냈으면 좋겠다.

24절기중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는 봄으로 들어서는 입춘(立春)과 겨울 잠자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驚蟄) 사이에 있는 절기이다.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로 이때가 되면 추운 겨울이 가고 대지에는 봄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겨우내 서해바다에서 모질게 불어대던 서풍한설(西風寒雪)도 주춤하고 훈훈함이 설핏 묻어있으니 조금은 살만하다.

이제야 봄은 오려나? 겨우내 나라 안팎은 시끌벅적하고 을씨년스러웠다. 그 모진 한파속에 수많은 촛불이 바람에 나부끼고 태극기가 맞불작전으로 세과시(勢誇示)를 하면서 서로에게 쏟아낸 혐언(嫌言)들은 공허하게 부딪치는 파열음이 되어 서민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들었으며 자괴감마저 들게 했다. 흑백의 논리가 판을 치고 외눈박이사랑처럼 자신의 진영만이 옳다는 짝사랑식 막말을 쏟아부은채 표류하는 허송세월이 길어지고 있다. ‘배려’라는 단어는 이미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에게 자신의 논리를 강요하고 있다. 자신의 논리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미 반대편 사람으로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며 반쪽짜리 사회를 심화(深化)시켜 가고 있다.

인간은 어차피 사회성(社會性, social qualities)을 가지고 있기에 혼자서는 이 풍진 세상을 살아내기는 어렵다. 어차피 둘이상이 모여 살아가는한 사유(思惟)의 상이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상식과 보편, 관습과 배려를 모두 동원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의 핵심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각자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 해결되지 않는 시시비비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이지만 요즘은 초법적 발상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흔히 말하는 ‘떼법’이 ‘헌법’의 상위에 있는지 궁금하다. 뭐니뭐니 해도 편가르기식 정치를 등에 업고 무엇인가 변화를 설레발치는 수준 미달(?)의 정치인들의 영향으로 사회는 더욱 양분화 되어 갈등을 조장해 낸다.

이래저래 이번 겨울은 차가운 한파와 더불어 서민들의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봄은 언제쯤 오려나? 봄이 오기는 할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지만 이러 저리 표류하는 이 사회는 좀처럼 오는 봄을 두 팔벌려 맞이하려는 기세가 보이지를 않는다.

세상만물의 조화는 오묘한 것. 아무리 추운 엄동설한도 때가 되면 해동이 되고 나뭇가지에는 물이 올라 만물이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겠지. 혹독했던 지난겨울은 그 겨울에 묻어버리고 이제는 따뜻한 봄기운으로 삼천리 방방곡곡 대지를 물들였으면 좋겠다. 이 겨울의 갈등과 반목은 잠시 접어두고 꽃피는 봄이면 우리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어우러졌으면 좋겠다.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사계절이 뚜렷하여 계절마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금수강산은 우리나라만의 축복이요 선물이지 않겠는가? 자손만대에 물려줄 이 멋진 나라를 더욱 잘 가꾸고 꽃을 피워내 오늘을 살아내는 필자가 훗날 멋지고 아름다운 선조였다는 말을 후손들에게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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