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모론(oxymoron)은 수사학 용어로 ‘모순(당착)’을 뜻한다. 뜻이 대립되는 어구를 나열함으로써 새로운 뜻이나 효과를 노리는 수사법이다. 예를 들면 ’an open secret‘은 ’공공연한 비밀‘로 번역된다. ‘청순하면서 섹시하다는 말’도 그렇다. 일반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청순과 섹시는 관계가 먼데 섹시하기도 하다니 어쩌라는 말인가.
유치환의 ‘깃발’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도 그렇다. 아우성은 시끌벅적해야 하는데 소리가 없단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도 겉으로는 웃고 있는데 속으로는 눈물이 난다는 의미다. ‘군중 속의 고독’도 그렇다. 군종 속에 있는데 고독하다니 말이 안 된다. 그러나 고독한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나 고독을 느낀다. 반대로 혼자 있어도 전혀 고독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똑똑한 바보’도 겉과 내용이 다른 경우를 말한다. 겉보기에는 하는 일마다 잘되고 나무랄 데 없이 잘났고 똑똑해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나쁜 결과가 왔다면 바보인 것이다. 조선시대에 젊은 날을 술과 여자에만 탐닉하던 인물들 중 나중에 왕이 되거나 큰 권력을 잡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일부러 바보 또는 난봉꾼 행세를 했던 것이지 숨은 뜻은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옥시모론’을 ‘표층적 역설’이라고 풀이하는 모양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다. 부자라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권력이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다. 간혹 자살하는 재벌, 권력의 상층부에서 끝없이 추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차라리 꼭대기보다 원래부터 낮은 데 있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많다.
극과 극은 통한다. 아포가토(Affogato)가 그렇다. 하얀 아이스크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서 먹는 커피 메뉴다. 흰색과 검정색이 잘 어울리는 것이다. 커피의 쓴맛과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을 함께 향유하는 즐거움이 있다.
세상 사는 요령은 옥시모론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가 싱글이라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필자는 싱글이어서 외로울 틈이 없다.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인들이 쉴 새 없이 연락을 해오기 때문이다. 스케줄이 없는 날은 더 바쁘다. 새로 나온 노래도 배워야 하고, TV에서 하는 영화나 스포츠 중계도 봐야 한다. 책도 읽어야 하고 당구 방송도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누가 돌봐줄 사람이 없으므로 빨래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한다. 그야말로 과로사를 걱정해야 하는 백수인 셈이다. 이런 삶도 옥시모론이다.
곁에서 밥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잘 못 먹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여기저기 맛집을 찾아다니며 더 잘 먹는다. 배우자가 있으면 아침에 남은 김치찌개를 다 먹어치울 때까지 내 놓을 것이다. 그러나 싱글은 메뉴를 겹치지 않는다.
‘외롭다’고 생각하면 정말 외로워진다. ‘차라리 혼자 쉬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질 때면 ‘외롭다’는 사치처럼 들린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반대편을 보면 된다. 옥시모론을 활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