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선 환자에게 여름은 호전의 계절로 알려져 있다. 건조하고 추운 겨울보다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환자들의 체감은 다르다. 반소매와 반바지를 입는 여름철은 노출 부담으로 심리적 위축이 극심해지는 시기다. 피부가 드러나는 계절, 건선 환자에게는 ‘보이는 고통’이 더 크다. 건선에 관한 궁금증을 유광호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피부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건선(Psoriasis)은 전염되지 않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면역세포인 T세포의 이상으로 피부 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면서 붉은색 홍반과 은백색 인설(각질)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각질을 제거한 부위에는 출혈이나 붉은 반점이 관찰되기도 한다. 면역계의 불균형은 흔히 오해하는 면역 저하와는 다르다.
피부 증상 외에도 손·발톱 함몰, 두꺼워짐, 갈라짐 등의 변화가 동반된다. 심한 경우 관절통과 강직을 동반하는 건선성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같은 외형적 증상은 환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2021년 한국건선협회가 실시한 ‘건선 환자의 질환 및 치료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16명 가운데 22%에 해당하는 136명이 치료 과정에서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Q. 건선의 종류는 어떻게 되나요?
A. 건선은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한 사람에게 여러 종류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가장 흔한 판상형 건선은 전체의 80~90%를 차지하며, 팔꿈치·무릎·두피 등에 붉은 판과 하얀 각질이 생깁니다.
물방울형 건선은 작고 붉은 발진이 전신에 퍼지며, 주로 젊은 층에서 나타납니다. 농포형 건선은 고름이 찬 농포가 손발 또는 전신에 생기는 유형입니다.
역위성 건선은 겨드랑이나 가슴 밑처럼 피부 접히는 부위에 주로 나타납니다. 홍피성 건선은 드물지만 위험한 유형으로, 온몸이 붉게 벗겨지고 열이 동반되며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Q. 발생시기에 따라 건선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건선은 나이에 상관없이 생길 수 있지만, 두 시기에 특히 많이 나타납니다. 첫 번째는 15~35세, 유전적 요인과 면역 활동이 활발한 시기입니다. 전체 환자의 약 1/3은 18세 이전에 발병합니다. 두 번째는 50~60세로 노화, 호르몬 변화, 대사질환 등이 원인입니다. 시니어 건선은 만성화되기 쉬워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Q. 여름철에는 건선이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인가요?
A. 많은 건선 환자가 여름철 햇빛 덕에 증상이 완화된다고 느낍니다. 자외선 B(UVB)는 염증을 줄이고, 비타민 D 합성을 도와 피부 건강에 긍정적입니다. 또 높은 습도는 피부 건조를 줄이고, 늘어난 야외 활동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과도한 노출은 오히려 증상 악화와 피부암 위험을 높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하루 10~15분 일광욕이 적당합니다. 자외선 차단제 사용은 필수입니다. 징크옥사이드, 티타늄디옥사이드 성분의 무기 자외선 차단제가 피부 자극이 적고, 무향·무색소, 보습 성분 함유 제품이 적합합니다. 햇빛 노출 전 발라주고, 2~3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을 권장합니다. 병변 부위는 자극 없이 부드럽게 펴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Q. 건선 치료제인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기존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사용하는 면역조절 치료제입니다. 건선 관련 면역 경로만 정밀 타깃해 치료 반응이 우수하며, 피부·관절·전신 염증에 모두 효과가 큽니다. 약물 간 상호작용도 적습니다.
단점은 산정 특례나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 비용이 높아 환자의 부담이 크다는 점입니다. 또한 결핵, 대상포진, 진균 등 감염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속적 투여가 필요해 중단하면 재발 우려도 따릅니다. 일부 금기 질환자(간염, 심부전 등)는 사용이 제한됩니다.
Q. 완치가 불가능하고 평생 치료해야 하나요?
건선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 피부질환입니다. 면역 및 유전적 요인이 근본 원인으로, 치료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조직 상주 기억 T세포 등 면역세포가 피부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로 증상을 조절하고 완화는 가능하지만, 꾸준한 관리와 피부과 전문의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합니다. 재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도 병행해야 합니다.
Q. 건선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생활 습관을 알려주세요.
A. 건선 환자는 생활 습관 개선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비만은 증상 악화와 치료 순응도 저하에 영향을 미치므로 관리가 필요합니다.
첫째, 저칼로리, 채식 중심 식단이 효과적입니다. 둘째, 1년에 5~10% 체중 감량 목표로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합니다. 격일로 40분 걷기 또는 중강도 운동 30분이 적절하며, 이는 건선 관련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외에도 금연·금주,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증상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도움말 유광호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