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주변청소를 하며 배운다

기사입력 2017-04-26 17:56 기사수정 2017-04-26 17:56

회사에서 매월 하루 오전시간에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사무실 주변 청소를 한다. 기업의 사회봉사활동 차원이다. 근무시간에 하는 일이므로 엄격히 말한다면 회사가 임금을 주고 시키는 일이다. 예전에는 자발적이라는 이름으로 근무시간 전에 출근하여 이런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제는 개인의 인권이 신장되고 민주화가 많이 되었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이런 유사하고 잡다한 일들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명령조로 시켰다. 학생들이나 직장인에게도 ‘저축의 달’이나 ‘불조심강조기간’이라는 리본도 달게 하고 표어, 포스타를 상금을 내걸고 만들게 했다. 쥐잡기 날 행사도 하면서 실적을 측정한다고 쥐꼬리를 잘라오게도 했고 식목일이면 나무 심는 사방사업에 동원되기도 했다. 사무실주변청소는 물론 교통질서 캠페인에도 동원되었지만 형식은 다 자발적이었다.

그래도 우리세대는 약과였다. 아버지세대에는 부역이라 하여 국가에서 아무런 금전적 보상 없이 길을 닦거나 풍수해재해방지의 목적인 산림녹화 사업에 주민을 동원시켰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하면 벌금까지 물어야 했다. 이런 일은 왕권시대는 더했을 것이다. 오랜 관습이다 보니 불평하기보다는 부역이라는 이름의 국가가 하는 일에 동원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모두들 인식하고 순종했다. 권력이라는 힘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에게 군림하고 많이 배운 사람은 못 배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세상인 것으로 알았다.

우리나라는 4.19학생혁명을 계기로 민중이 지배계급에 반기를 들었다. 힘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법의 사회를 갈망했다. 법이나 제도에 근거하지 않고 아무런 보상 없이 국가가 국민을 동원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힘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법이 지배하는 법치주의 사회가 되었다.

길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있다. 이를 어기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이러한 법이 엄연히 있는데도 누가 버렸는지 알 수 없는 쓰레기기 길바닥에 나 뒹군다. 모르고 실수로 버린 것이 아니라 알면서 버린 것이다. 몰래버린 쓰레기 속에 양심까지 담아 던져 버렸다.

법을 집행한다고 쓰레기 투기자를 찾아서 벌금을 부과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쓰레기를 뒤져 영수증이나 이름이 적힌 단서를 찾아야 하는데 인력이 소요되는 등 쉽지 않다. 자칫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처럼 득보다 실이 많다. 이제 우리사회는 보이는 곳에서 움직이는 법치의 사회에서 아무도 보지 않아도 스스로 행하는 양심이 지배하는 사회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배고파하는 사람에게 밥을 주고 목말라하는 사람에게 물을 나누어주는 것은 법에 없는 일이다. 약자를 돌보지 안 했다고 법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약자를 돌보는 이런 선량한 양심이 없으면 세상은 법은 지켜지지만 도덕과 윤리가 없다면 약자의 저주와 반항이 일어나고 세상은 삭막해진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쓰레기를 던져버리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속일 수 없는 자신의 양심이 지켜보고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쓰레기가 있는 곳에 쓰레기는 더 쌓인다. 내가 깨끗이 치워 놓으면 남들이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 우리들 스스로 양심을 쫓아 질서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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