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오아시스, 자만벽화마을

기사입력 2017-06-01 12:12 기사수정 2017-06-01 12:12

(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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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전주시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비빔밥, 콩나물국밥, 한옥마을이다. 옛것을 중심으로 도시가 이어지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른바 ‘핫’한 도시로 거듭난 지도 오래. 살 뽀얀 아가씨들의 화려한 한복 차림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전주만의 매력이다. 떠들썩, 사람 넘쳐나는 한옥마을을 지나 ‘도란도란 시나브로길’이란 표지판이 서 있는 구름다리 앞에 다다른다. 그 건너에는 따뜻한 햇살 아래 예술가들의 온기와 사람 사는 향기 그윽한 자만벽화마을이 있다.

(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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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들의 꿈같은 작업 현장

전주한옥마을 끝자락 도로 건너에 있는 자만마을은 최근 지역 명물로 자주 소개되고 있는 옛 달동네 벽화마을 중 하나다. 형형색색 예쁜 지붕과 벽화가 멀리서도 눈에 띈다. 굽이굽이 오르락내리락. 동네의 작은 골목 사이, 회색빛이던 벽에는 그리움 넘치고 정감 묻어나는 벽화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자만마을은 원래 한국전쟁 피란민이 들어와 정착한 달동네다. 4~5년 전, 전주의 한옥마을 일대가 관광지로 유명해진 반면 이 지역 문화 예술인이 설 자리를 잃어갔다. 이에 자만마을이 젊은 작가들에게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면서 벽화마을로 탈바꿈한 계기가 됐다. 동네 곳곳에 벽화가 하나둘 그려지기 시작했고 음악이 흐르고 사람의 발길이 늘어나는 활기 넘치는 문화마을로 거듭났다. 옹기종기 만화 속 마을 같은 한옥마을을 지나 구름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걷다 보면 자만마을 입구가 보인다. 코흘리개 아이들이 책가방을 메고 연신 뛰어다녔을 것 같은 달동네에 올라서면 벽화들이 서서히 눈앞에 펼쳐진다. 벽 속에서 꽃들이 날고 분홍빛 버스가 느릿하게 움직이는 곳,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 스타를 벽화로 만날 수 있는 곳이 자만마을이다. 생각 내려놓기, 그냥 걷기 생각보다 북적이지 않았던 따뜻한 봄. 덥기는 했지만 간간이 바람이 불어 걷기 좋았다. 어린 시절 친구 집에 따라가던 기억으로 골목길을 걷고 있으면 옆을 스치는 벽화들이 추억처럼 따라와 붙는다. 혼자라도 어색하지 않고 친구와 또는 가족과 걸어도 조용히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벽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나을자만’이라고 불리는 자만마을 청년모임 소속 작가들이다. ‘나을’은 ‘낫다’ 또는 ‘나아지다’라는 의미로 보다 더 나아진 문화, 더 나아진 청년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공동체다. 초기에는 벽화를 그리거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개인 활동을 하다가 2015년 4월, 1인 기획사 제이알 이벤트의 이정길 대표가 주축이 돼 지금의 ‘나을자만’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현재 공연팀과 벽화팀, 플리마켓팀으로 나뉘어 자만벽화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벽화마을이라는 특성에 걸맞게 봄·가을 미술전을 개최하고, 문화 공연, 콘서트, 플리마켓 등을 정기적으로 열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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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에서 바라본 하늘은 바다다

달동네 커피숍 꼬지따뽕은 나을자만과 자만벽화마을의 메카와도 같은 곳이다. 고즈넉한 자만벽화마을 길을 한적하게 걷다가 알록달록 원색의 세상으로 풍덩 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꼬지따뽕에 도착한 것이다. 전주 시내가 옹기종기 눈 아래 펼쳐진 전경도 꼭 마음속에 담아야 할 풍광 중 하나. 더운 여름 아이스커피 한잔 들고 선베드에 몸을 뉘이면 푸른색 하늘이 마치 바다처럼 쏟아질 것이다. 이곳의 초록 너른 마당은 ‘나을자만’의 공연이 이뤄지는 공연장이기도 한 ‘우모네모’ 쉼터다. 정기공연기간에는 이곳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콘서트를 열어 관객을 맞이한다. 선베드와 흔들의자가 놓인 모습이 편안함 그 자체다.

(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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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토박이 작가는 작업이 한창

한낮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나을자만 소속 작가이자 전주 토박이인 이지현(26)씨가 벽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림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벽화를 그리다 보니 자만마을에서 터 잡고 작품을 만들고 그리는 예술가가 됐다. ‘이자벨 장난감’이라는 작업실을 열어 하고 싶었던 그림 작업도 하고 판매도 직접 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취미로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엿한 자만마을 대표 작가다. 이렇게 자만벽화마을은 별다른 지원 없이 예술가와 주민들이 자력으로 꾸리는 공간이다. 이곳에 가면 벽화만 볼 것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 마실 것 하나 꼭 먹고 사기를 권한다.

(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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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벽화마을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만벽화마을은 젊은 세대의 남다른 감각과 옛 정취의 조화가 돋보인다. 형형색색 꼬지따뽕 같은 카페가 있다면 나무판자에 술값을 휘갈겨 쓴 동네 구멍가게도 있다. 전주에 한옥마을만 있다고 생각했던 여행객들, 다시 한 번 전주행 티켓을 끊길 바란다. 전통뿐만 아니라 소박한 현재 우리의 문화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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